숲노래 어제책 2022.2.2.

숨은책 614


《새로운 讀書指導》

 이경식 글

 대한교육연합회

 1976.8.1.



  오늘날 ‘교총’이란 이름으로 바꾼 ‘대한교육연합회’는 1949년부터 《새교실》이란 달책(잡지)을 냅니다. 교총은 《새교실》이 우리나라 첫 배움달책(교육잡지)이라고 내세우지만, 1947년 5월부터 ‘조선교육회’가 《조선교육》을 진작 선보였습니다. ‘교련·교총’에서 낸 《새교실》은 늘 나라(정부)에서 시키는 틀을 따라서 어린이를 ‘가르친다기보다 길들이기’로 나아갔습니다. ‘새교실 1976년 8월 종합판’으로 나온 《새로운 讀書指導》는 얼핏 ‘책읽기 길잡이’로 보이지만, 속을 보면 일본책을 옮긴 듯한 얼거리·줄거리가 ⅓을 차지하고, ⅔는 “국민교육헌장 이념구현과 독서지도”하고 “새마을운동과 정신개발”이 차지합니다. 겉으로는 ‘좋은책 많이 읽기’를 들려주는 듯하되, 가만 보면 ‘총칼사슬(군사독재)’ 입맛에 맞추어 어린이를 다그치고 길들이려는 배움책입니다. 일본 총칼한테서 풀려났대서 ‘새교실’이었으나, 박정희 총칼한테 굽신거리며 ‘새마을·새마음 물결’하고 짝을 이룬 ‘새교실’로 나아간 셈입니다. 다 다른 어린이가 다 다른 눈빛으로 다 다른 삶터에서 다 다르게 피어나는 사랑으로 꿈을 짓도록 북돋우는 몫을 잊는다는 참다운 나라(정부)가 아닐 테지요. 오늘날은 얼마나 눈을 떴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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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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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2.

숨은책 617


《마음의 양식 제1·2·3집》

 전윤수 엮음

 국방부

 1983.7.



  싸움터(군대)로 끌려가면, 먼저 닦음터(훈련소)에서 달포쯤 머물며 밑길(기본훈련)을 배워야 합니다. ‘앉아·일어나’를 시키는 대로 빨리 해애 하고, 한 사람이라도 어긋나면 두들겨맞고 얼차려를 받습니다. ‘왼·오른’으로 꺾으면서 걷기를 시키는 대로 해야 하며, 한 사람이라도 틀리면 또 두들겨맞고 얼차려입니다. 닦음터는 모든 젊은 사내가 ‘나’를 잊어버리고 허수아비로 가도록 다그칩니다. 이러다 해날(일요일)을 맞이하면 절집 세 곳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기독교·천주교·불교 가운데 기독교는 초코파이를 주고 다른 두 곳은 맨입에 얌전히 한나절을 앉아 ‘거룩글(경전) 듣기 아닌 빨갱이 때려잡기’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아무도 안 믿는다(무교)”고 밝히면 한나절 삽질(사역)을 시킵니다. 어디로 가나 고달프나, 차라리 삽질을 하면 골아픈 수다굴레(사상교육)에 시달리지 않는 셈이에요. 《마음의 양식》은 닦음터 모든 절집에서 쓰던, 달포를 지나 자리를 잡으면(자대 배치) 멧골짝에는 절집이 없으니 해날뿐 아니라 툭하면 수다굴레로 머리에 “이웃을 미워하고 죽여라” 하고 길들이며 쓰던 꾸러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총칼을 비롯해, 허울뿐인 마음밥(마음의 양식)도 어깨동무(평화·민주)랑 한참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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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 Green and Yellow (Paperback)
Munsch Robert / Annick Press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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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1.29.

숨은책 610


《Purple Green and Yellow》

 Robert Munsch 글

 Helene Desputeaux 그림

 Annick Press

 1992.



  요즈음은 바깥책(외국책)을 손쉽게 만나거나 장만할 만하지만, 지난날에는 바깥책을 들이는 길이 만만하지 않을 뿐더러 나라에서 막기까지 했습니다. ‘주한미군 도서관’에서 일부러 헌책집에 내놓는 바깥책이 매우 알차고 값졌습니다. 미국은 일본이며 여러 나라에서도 ‘외국 주둔 미군 도서관’ 책을 일부러 그 나라 헌책집에 그냥 풀어놓았습니다. 푸른별 곳곳에 ‘미국 물결’을 퍼뜨릴 생각이라더군요. 1992년에 나온 《Purple Green and Yellow》라는 그림책은 2002년에 《이상한 크레파스》란 이름으로 나오는데, 얼마 못 가 판이 끊깁니다. 미국에서는 틀림없이 “보라 풀빛 노랑”이란 이름인데 우리말로는 “이상한 크레파스”라 했으니 아주 엉뚱하게 바꾼 셈입니다. 책이름을 바꾸더라도 “무지개 크레파스”쯤이어야 줄거리하고 어울릴 텐데 그야말로 얄궂게(이상하게) 틀었어요. 가만 보면 이름을 뜬금없이 바꾼 탓에 빛을 못 보며 사라진 책이 많습니다. 있는 그대로 붙이는 이름으로는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고 여겨 바꿀는지 모르나, 꾸밈없이 바라보고 마주하는 이름이 가장 알아볼 만합니다. 쉽고 부드러우면서 수수하게 붙이는 이름이 가장 눈부시면서 곱고요. 온누리는 알록달록 무지개예요. 다 다른 빛깔인 책은 다 다른 손빛을 품으니 두고두고 읽습니다. 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다르게 사랑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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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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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1.29.

숨은책 460


《윤미네 집》

 전몽각 사진

 포토넷

 2010.1.1.



  1990년에 나온 《윤미네 집》은 우리 빛꽃밭(사진계)을 갈아엎는 새빛이 될 만했습니다. ‘사진가 아닌 건축가’로 살아온 전몽각 님은 이녁 딸아이를 내내 찰칵찰칵 담았어요. 바깥일로 바쁘지만, 조금이나마 틈을 내어 아이들 하루살림을 바지런히 찍고 다시 찍고 새로 찍었어요. 아이가 귀엽거나 사랑스러워 찍는 사내(아버지)가 더러 있기는 해도, ‘아이를 담은 빛’을 책으로 묶을 뿐 아니라 ‘빛을 보는 눈’을 가다듬으려고 하는 빛님(한국 사진가)은 그동안 아예 없었습니다. 이 나라 빛님은 온통 ‘예술을 만드는’ 데에 쏠렸습니다. 삶을 담는 빛꽃이 피어나지 않은 채 열 몇 해가 흘렀고, 2010년에 스무 해 만에 제대로 《윤미네 집》을 아껴 주는 펴냄터를 만나서 어느덧 열 해 넘게 판이 안 끊어집니다. 우리나라 빛꽃책(사진책) 가운데 가장 오래 사랑받는다고 할 만하며, 앞으로도 사랑받을 만하다고 여깁니다. 다만 전몽각 님은 ‘바깥일을 하는 틈에 찍은’ 줄 알아야 합니다. ‘집살림을 하며 한결 수수한 삶빛을 찍는다’면 ‘아이를 바라보는 눈’이며 ‘빛을 보는 눈’은 새롭게 피어나면서 자랄 만해요. 글쓰기·그림그리기·빛꽃담기(사진촬영)는 스승한테서나 배움터에서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삶자리에서 즐거이 살림하며 사랑으로 여미면 넉넉합니다. 순이네 돌이네를 수수히 담으면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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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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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1.29.

숨은책 456


《ドイツ式 自然建康法》

 アルフツド·ブララウフフレ 글

 西謙一郞 옮김

 新知社

 1932.9.10.



  새책집을 다니며 새로 나온 반짝이는 생각을 만나고, 헌책집을 다니며 오래도록 흐른 숨은빛을 만납니다. 어느 날 어느 헌책집에서 《ドイツ式 自然建康法》을 장만했습니다. 일본사람은 그들 스스로 ‘숲살림길(자연건강법)’을 일찍부터 닦아서 나눈 줄 아는데, 이웃나라 숲살림길도 살피면서 새롭게 배우는구나 싶더군요. 문득 우리나라를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에는 어떤 숲살림길이 있을까요? 누구나 읽기 쉽도록 우리글로 풀어낸 돌봄이나 길잡이가 있을까요? 1932년 무렵에 ‘한글만 알아도 읽도록 글을 써 놓자’고 생각한 글바치가 있나요? 우리 나름대로 예부터 가꾼 숲살림길이라면 어떤 이야기일까요? 곰곰이 생각할수록 우리한테는 아직 쉽고 부드러이 스스로 푸르게 살림길을 짓자는 글을 남기는 어른이 드물지 싶어요. 아예 없지는 않겠으나 좀처럼 안 보입니다. 풀죽임물(농약)하고 죽음거름(화학비료)하고 비닐을 안 쓰는 흙살림을 우리 손으로 갈무리한 일은 드뭅니다. 이 땅에 푸르게 일렁이는 숲을 우리 손으로 사랑하는 길을 적은 글도 드뭅니다. 비록 어제는 푸른글이나 숲글을 못 썼다면, 오늘은 우리 스스로 어떤 글을 쓰는 길일까요? 이제부터 아이들한테 새롭게 물려줄 푸른숲을 노래하고 갈무리하는 글은, ‘과학·학문·종교·교육·예술·문화·문학’이 아닌 ‘이야기’는 누가 어느 만큼 쓸까요?

  

Lexikon der Naturheilkunde

Adolf Oertel·Eduard Bauer


#LexikonderNaturheilkunde #AdolfOertel #Eduard Bau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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