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11.

숨은책 655


《미안해 미안해》

 김수현 글

 연희

 1979.3.10.



  연속극을 안 봅니다. 보임틀(텔레비전)조차 안 둬요. 둘레에서 ‘넷플릭스·오징어게임’을 읊어도 눈조차 안 가요. 어릴 적에 어머니 옆에 앉아 이따금 연속극을 보기는 했으나, 볼수록 더부룩하고 머리가 아파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조용히 책을 펴도 보임틀 소리가 따가우면 어느새 책집을 찾아 나가는데, 저녁이 깊으면 거리불에 기대어 책을 읽었습니다. 연속극으로 이름이 높은 분이 삶글을 담은 《미안해 미안해》입니다. 연속극하고 글은 다르겠거니 여기면서 읽다가 자꾸 막혔어요. ‘연속극을 글로 쓰는 사람이 살아가는 길’조차 저로서는 버겁습니다. 예전에는 이 책을 그냥 덮었는데 오랜만에 들추자니 책날개에 깃든 알림글(책광고)이 눈에 뜨입니다. 앞쪽 책날개에는 《소설 복합오염》을 알리며 “요즘 쌀에는 왜 벌레가 생기지 않는가. 요즘 오이는 왜 곧기만 할까. 요즘 강물엔 왜 거품이 일고 물고기는 살지 않는가.” 하고 적으며, 뒤쪽 책날개에는 《소케트 군》을 알리며 “만화가 어린이에게 해롭다는 말은 우리 어린이들이 그동안 저질만화에 둘러쌓여 있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에요. 이 소케트 군을 보시면 만화가 어린이에게 얼마나 필요한 양식인지를 실감하실 거예요. 작가 신지식 선생님은 이 만화를 우선 부모님들께서 먼저 보셔야 될 거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하고 적어요. 책날개가 빛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2.4.9.

숨은책 654


《ポクット 六韜三略 新釋》

 大公望遺 글

 竹子恭 옮김

 田中宋榮堂

 1924.9.10.일곱벌



  중국에서 나온 싸움책(병서) ‘육도삼략’을 일본에서 언제 처음 옮겼는 지 모르나, 무척 오랜 일이지 싶습니다. 《ポクット 六韜三略 新釋》을 보아도 ‘새로옮김’이요, ‘주머니(포켓)’에 넣고 다니도록 가볍게 묶었거든요. 우리는 우리말을 옮길 글씨를 일찌감치 지었으나, 막상 우리말을 담아낼 글은 ‘훈민정음’이란 옷을 벗고 ‘한글’이란 이름을 얻기까지 막혔거나 갇혔거나 억눌렸습니다. 이와 달리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 지은 일본글로 일본 이야기뿐 아니라, 이웃나라 이야기를 알뜰살뜰 엮어서 누리려 했어요. 배움길 가운데 하나인 ‘옮기기(번역)’에 크게 힘을 쏟았어요. 일본글로 1924년에 나온 《ポクット 六韜三略 新釋》을 죽 읽다가 끝자락에 붙은 알림글(책광고)을 보니 “神士·學生の好讀物 國漢文叢書”라 적는군요. 이 책에 적힌 ‘국한문’이란 국립국어원이 엮은 《표준국어대사전》이 “국한문(國漢文) : 1. 한글과 한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 2. 국문에 한자가 섞인 글”로 풀이한 그 ‘국한문’입니다. 일본사람이 쓴 ‘국한문 = 일본글 + 한문’이요, ‘국문학 = 일본문학’이고, ‘국어학 = 일본어학’입니다. 말뿌리가 이러하나, 우리는 아직도 이 말을 떨치지 않으니, 수렁(식민지)에서 여태 헤어나지 못한 셈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곁말》, 《곁책》,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우리말 동시 사전》,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2.4.9.

숨은책 652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글

 김영중 옮김

 하나

 1990.7.15.



  1988년에 푸른배움터(중학교)에 들어간 첫날부터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끔찍해서 하루조차 불구덩이(지옥)였는데, 우리 언니는 “너 국졸로 어떻게 먹고살려고? 죽을 것 같으면 죽은 듯이 참아.” 하더군요. 다음길(고등학교)은 우리 언니가 다닌 곳이기에 덜 불구덩이였으되 똑같이 그만두고 싶었으나, 이다음길(대학교)까지 가 보자고 여기며 견뎠어요. 말더듬이인 몸인데 어쩐지 말에 끌려 통·번역을 할 만한 한국외대를 살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익히는 말이 아닌, 우리나라하고 이웃나라한테 징검다리로 이바지할 바깥말을 헤아려 ‘네덜란드말’로 가닥을 잡았어요. 막상 낱말책(네덜란드말 사전)조차 없던 곳에 들어가자니 꿈이 와르르 무너졌으나, 이곳에서 딱 한 사람이 길잡이(교수)다웠어요. 이분이 어느 날 “여러분이 아는 《안네의 일기》가 네덜란드말인 줄 아나? 우리나라에 네덜란드말에서 옮긴 책이 있을까?” 하고 얘기하시더군요. 네덜란드책을 네덜란드말 아닌 딴말에서 옮겼다면 ‘안네 마음’을 제대로 옮겼을까요? 우리는 아직 “안네 하루”를 모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있는 번역본은 위 셋 중 마지막 1947년 콘탁드 출판사에서 출간한 Het Achterhuis를 영어, 혹은 불어를 통한 중역인 듯한데 상당 부분이 번역되어 있지 않다. 원래의 영어판, 혹은 불어판에서 그랬는지, 혹은 역자가 빼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Het Achterhuis의 원본을 번역한 것이 아님은 틀림없다. (276쪽)


ㅅㄴㄹ


'김영중 번역'이 아닌 <안네의 일기>는 '찌라시'라고 하겠다.

이 책 겉그림에도 적혔는데

'네덜란드'는 '국립국어원 영어 중심 외국어표기법'이고,

그 나라 말결을 따르자면 '네델란드'라 해야 가깝다.

'네델란드'가 아주 올바른 소릿값은 아니다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2.4.7.

숨은책 649


《편지 4호》

 이범상 엮음

 편지쓰기장려회(윤석중)

 1984.11.1.



  싸움터(군대)에서도 누구나 손전화를 쓸 수 있도록 열어 놓은 오늘날에는 ‘위문편지’란 말조차 사라질 텐데, 1982∼1987년에 어린배움터를 다닐 적에 해마다 두 판쯤 “군인 아저씨께”란 이름을 달고 글월을 적어야 했습니다. 배움터에서 시킨 온갖 짐(숙제) 가운데 하나이니 동무들은 다들 싫어했으나, ‘맞글월(답장)’을 받을 수 있으려나 꿈꾸며 쓰고 또 썼는데 맞글월은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글월을 부칠 적에 글붓집(문방구)이나 가게나 우체국에서 날개꽃(우표)을 사서 붙였습니다. 저는 날개꽃을 따로 모았기에 우체국을 단골로 드나들었고 우리 어린배움터에는 왜 ‘어린이 우체국’을 안 여나 싶어 섭섭했습니다. 《편지》는 체성회에서 뒷배하며 나온 두달책(격월간지)입니다. 오래 나오지는 못한 듯싶으나, 날개꽃을 모은다든지 글월쓰기를 즐기는 사람한테는 읽을거리가 가득해요. 사이에 ‘한국우표목록’하고 ‘글월종이’를 끼웠으니 한결 돋보이고요. 문득 돌아보면 예전에 “아저씨 아저씨 우체국 아저씨 큰 가방 메고서 어디 가셔요? 큰 가방 속에는 편지 편지 들었죠?” 같은 어린노래를 제법 불렀습니다. 걷거나 자전거로 글월을 나르던 살림은 이제 큰꾸러미를 짐차르 나르는 길로 바뀌며 손빛이 사그라듭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2022.4.7.

숨은책 650


《The M16A1 Rifle》

 Harold K.Johnson·Kenneth G.Wickham 엮음

 Will Eisner 그림

 1968.6.28.

 U.S.Government



  1995년 11월 6일에 싸움터(군대)로 끌려갔습니다. 푸른배움터에서 ‘교련’을 배워야 했기에 싸움터에서 쓰는 싸움말(군대용어)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조점호·일석점호’나 ‘총기수입’ 같은 일본말은 뭔 소리인지 못 알아들었어요. 윗내기(고참)는 사근사근 알려주지 않습니다. 발길질이 먼저요 주먹질이 잇따릅니다. 그래도 1982∼1993년 사이에 배움터를 열두 해 다니며 어른(교사)이며 윗내기(선배)가 늘 때리고 막말에 괴롭힘질이었기에 말없이 견디었어요. 《The M16A1 Rifle》은 ‘DA Pam 750-30’으로 나온 얇고 작은 책입니다. ‘엠십육에이원’이란 싸움연모(전쟁무기)를 어떻게 다루는가를 찬찬히 짚는데 ‘몸매 좋고 이쁜 순이’를 끼워넣어 ‘BABY’를 아끼라고 이야기해요. 우스개처럼 ‘총 = 아기’란 낱말로 가리켰을 테지만, 다다다다 쏘면 사람들이 피를 뿜고 팔다리가 잘리면서 아파 하다가 고꾸라지는데 ‘BABY’라 하며 ‘순이’ 그림을 끼워넣을 생각을 한 그들이 놀랍습니다. 그만큼 참사랑하고 등진 채 바보짓을 일삼는다는 뜻이라고 느껴요. 거짓스러운 바보이니 베트남으로 쳐들어갔을 테고요. 싸움말은 ‘아침모임·저녁모임·총기손질’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만, 싸움짓부터 걷어치워야 사랑을 볼 수 있어요.


ㅅㄴㄹ


#TheM16A1Rifle #HaroldJohnson #KennethWickham

#WillEisner #USGovernmen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