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4.16.

숨은책 658


《The Golden Dictionary》

 Ellen Wales Walpole 글

 Gertrude Elliott 그림

 Simon & Schuster

 1944.첫/1947.다섯



  지난날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아이한테 중국글을 가르치면서 중국살림을 익히도록 길들였습니다. 지난날 여느 어버이는 아무런 책이 없이 오직 조그마한 흙집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집밥옷 살림길을 함께 나누면서 물려주었고, 삶·사랑·숲을 이루는 모든 말을 늘 온몸·온마음으로 이야기로 가르쳤습니다. 책은커녕 글 한 줄 읽을 일이 없던 여느 어버이는 몸하고 마음에 새긴 삶말·사랑말·숲말로 살아왔다면, 늘 책을 낀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훈민정음이 있어도 애써 중국글만 붙잡으면서 손수짓기하고는 등졌습니다. 《The Golden Dictionary》는 1944년에 처음 나온 뒤로 오래오래 읽혔다고 합니다. 우리는 1944년에 ‘어른이 읽을 낱말책’조차 제대로 없었으니 ‘어린이가 읽을 낱말책’은 아예 생각조차 못 했다고 여길 만합니다. 글을 쓰거나 글꽃(문학)에 뜻을 둔 사람은 많았어도, 막상 글이란 말을 담아낸 그릇인 줄 제대로 깨달은 사람이 드물었달까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사전’이 제법 나오기는 하나, 삶을 숲빛으로 푸르게 밝히면서 사랑을 노래하는 살림을 스스로 짓는 슬기로운 낱말책은 아직 없습니다. 다들 ‘초등 교과과정 학습 보조도구’에 머물러요. 책장사는 있되 아이사랑은 싹트지 않았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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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4.16.

숨은책 659


《韓國現代美術代表作家100人選集 11 金殷鎬》

 김은호 그림

 이구열 글

 문선호 기획·사진

 금성출판사

 1976.1.31.



  1892년에 태어나 1979년에 죽은 김은호라는 분은 스스로 뉘우친 적이 없다 하고, 이이한테서 그림을 배우거나 이이가 도와 그림밭에서 일하는 분도 뉘우친 일이 없다고 합니다. 임금 얼굴을 그리기까지 한 이이는 1919년에 3·1물결에 함께했다지만, 일본으로 그림배움길을 다녀오고부터는 힘껏 일본바라기(친일부역) 노릇에 앞장섰다지요. 이름도 ‘쓰루야마 마사타카(鶴山殷鎬)’입니다. 《韓國現代美術代表作家100人選集 11 金殷鎬》를 펴면 이구열 님이 김은호 그림을 매우 치켜세웁니다만, 일본바라기로 무슨 짓을 했고, 일본에서 어떤 그림을 배웠으며, 이이가 담은 그림에 어떤 뒷모습이 있는가를 놓고는 한 마디도 안 해요. 그림쟁이는 그림으로만 보아야겠지요? 그렇다면 1937년에 〈매일신보〉에 떡하니 실리고 널리 알려진 “金殷鎬 畵伯의 力作 金釵獻納 完成, 二十日 금차회의 간부로부터 南總督에게 進呈” 같은 그림도 함께 볼 노릇입니다. 예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쓰는 모든 돈(쇠돈·종이돈)에 깃든 그림은 몽땅 일본바라기(친일부역자) 손끝에서 나왔고, 이 나라(정부)는 바꿀 생각조차 없어요. 돈바라기로 뒹구는 그림이 아닌, 들판에서 노래하는 참새만 그렸다면 아름다웠을 텐데, 모든 발자취는 고스란히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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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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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66


《새 것, 아름다운 것―신학과 문학의 접경에 서서》

 문익환 글

 사상사

 1975.3.1.



  문익환이란 이름을 1994년 봄에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이해에 들어간 열린배움터(대학교)에서는 모든 새내기한테 노래책을 주었어요. 이제껏 대중노래만 알던 우리한테 들풀노래(민중가요)를 가르치겠다면서 주었지요. 이 노래책에는 문익환 님을 기리는 ‘꽃씨’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문익환은 누구이고 이이가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기림노래가 다 있나 싶어 아리송했어요. 따로 누리그물(인터넷)이 있지 않고 둘레에 아는 사람도 없던 무렵이니 책숲(도서관)하고 책집을 혼자 다니면서 문익환이 누구인가를 알아보았습니다. 이러면서 이분이 거룩글(성경)을 쉽고 또렷한 말로 옮기는 일을 한 줄 알고, 윤동주 님하고 어린배움터를 함께 다닌 줄도 압니다. 이분은 노래(시)를 읽듯이 거룩글을 읽고, 거룩글을 읽듯이 노래를 읽으며, 하늘빛 말씀을 듣듯이 이웃이나 동무 말을 듣고, 이웃이나 동무가 들려주는 말을 듣듯이 하늘빛 말씀을 떠올리는 삶을 지으려고 했다는 대목도 알고요. 할아버지 나이에도 씩씩하게 총칼무리하고 맞서면서 아름길(평화·민주)이 이 땅에 드리우기를 바라는 길을 걸었더군요. 떠난 분이 남긴 책을 하나하나 찾아 읽으면서 이분을 기리는 노래가 왜 ‘꽃씨’인가를 알았습니다. 스스로 꽃씨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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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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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읽기 12


《讀書術》

 에밀 파게 글

 이휘영 옮김

 양문사

 1959.9.10.첫/1972.7.10.새로



  해를 거듭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책이 있습니다. 한때 반짝하듯이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닌, 두고두고 새로 읽으면서 배울 수 있기에 새롭게 태어나는 책입니다. 이러한 책을 한자말로 ‘고전’이라 하는데, “오래된 새책”이자 “새로운 옛책”일 테며, ‘슬기책’이나 ‘아름책’ 같은 이름을 곱게 붙여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972년에 우리말로 나온 《讀書術》을 처음 만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책읽기를 살뜰히 다룬 이야기책이 있었나 싶어 놀랐고, 배움터나 마을이나 집에서 배우지 못한 책숨을 깊이 느끼며 기뻤어요. 1970년을 살던 사람들은 이 멋진 책을 읽으며 책을 더 깊이 사랑할 만했구나 싶었는데, 1959년에 처음 우리말로 나온 《독서술》을 헌책집에서 만나며 더 놀랐지요. 1950∼60년대를 살던 분도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누리셨구나! 《독서술》은 1997년에 고침판이 나옵니다. 2014년에는 젊은 분이 새로 옮깁니다. 이제 오늘날에도 책맛을 새로 누릴 만하겠지요. 다만 저는 “오랜 새책” 옮김말이 조금 더 부드러우면서 따스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 ‘오래책’ 곁에 책사랑 새길을 밝히는 ‘오늘책’을 손수 쓰자고 꿈을 그립니다.


ㅅㄴㄹ

#EmileFaguet #LArtDeLire


새 옮김판이 있기는 있어야 할 테지만

“천천히 읽기”가 아닌

“느리게 읽기”로 옮긴

2014년 《단단한 독서》는

썩 내키지 않는다.


‘천천히’하고 ‘느리게’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리고 ‘독서술’을 “단단한 독서”가 아니라

“읽음길”로 추슬러야 알맞을 텐데?


에밀 파게 님은 책읽기를 놓고서

‘단단해지자’고 읊지 않았다.

‘부드러이 읽고 익혀서 새롭게 깨우자’고 했다.


아무리 유유출판사 꾸러미에 맞추어

책이름을 바꾼다 하더라도

줄거리나 고갱이하고 어긋난

‘느리게’하고 ‘단단한’은 뭔가?

에밀 파게 님이 쓴 책에 깃든 ‘Art’는

‘길’이란 우리말로 옮기면서

차근차근 삶을 읽고 익히는 길에서

스스로 슬기롭게 빛나자는 뜻이라고 본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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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4.11.

숨은책 656


《삼별초의 넋》

 문선희 글

 제은경출판사

 1978.10.1.



  박정희 얼굴하고 말씀(훈시)부터 첫머리에 넣은 《삼별초의 넋》은 ‘제주시 이도1동 1254의 7’에 있던 ‘제은경출판사’에서 내놓습니다. 삼별초·몽고·고려하고 얽힌 실타래를 줄거리로 삼지만, 총칼로 나라를 억누른 박정희를 우러르는 뜻이 한결 깊어요. 썩은 벼슬아치를 몰아내고 싶은 사람들 마음이 아닌 ‘군국주의’에 이바지하느라 뒤틀렸달까요. “당시 제주에는 의식주에 대하여 대단히 미개하였으며 중앙지와 절도로 떨어져 있으므로 새로운 문화를 수입하는데는 많은 세월이 걸렸음은 물론일 것이다 … 이처럼 제주도에는 언어문화는 물론 갖가지 개경 문물을 직접 수입하는 계기가 되고 면을 짜서 의복을 지어 입을 수가 있었을 것이며 또한 개경의 문교 제도를 보급받아 자녀 교육 및 예의범절을 지키게 하므로 문화사회를 이룩하는 데도 큰 공헌을 하였을 것이다.(113, 114쪽)” 같은 글자락은 몹시 창피합니다. ‘미개’한 제주에 우두머리가 ‘예의범절·서울문물·서울언어’에 흙짓기(농사법)를 펼쳐 주었다는 듯이 그린다면, 일본이 총칼로 이 나라를 집어삼키던 때에 조선총독부가 읊던 말하고 매한가지입니다. 총칼 앞잡이뿐 아니라 허수아비로 선 이들은 삼별초 넋을 외치면서 ‘4·3떼죽임짓(학살)’은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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