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놀이 4

 


  조그마한 인형을 조그마한 수레에 누인 다음, 조그마한 뜨개조각을 덮는다. “코코 재웠어요.” 하고 말한다. 그래 인형을 인형수레에 눕혀 이불 여미면서 잘 재웠구나. 너희는 아기수레를 탄 적 없으면서 어째 수레에 인형을 태워서 재우네. 하기는. 너희가 아기수레 탄 적 없다 하더라도, 고 인형수레는 고 조그마한 인형이 눕기에 꼭 알맞춤한 크기로구나. 4346.4.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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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놀이 1

 


  그저 마당에서 뛰고 달리고 노래하고 소리지르기만 해도 즐겁구나. 요 조그마한 마당도 너희한테는 운동장이 되겠지. 온갖 풀이 자라고 나무그늘 시원한 집숲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겠다고 느낀다. 시멘트바닥 말고 흙바닥 밟고 디디고 뛰고 달리며 까르르 웃고 놀 수 있도록 하고 싶다. 4346.4.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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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1 11:21   좋아요 0 | URL
벼리의 노는 모습이, 나비같고 춤같이 나풀거려요~*^^*
바라보는 제 마음마저 가벼운 새처럼 날아오르는 것 같군요.~

숲노래 2013-04-11 13:17   좋아요 0 | URL
나비 흉내입니다 ^^;;;
아하하...
 

아이 그림 읽기
2013.4.7. 큰아이―식구들 나란히

 


  보름째 못 보는 어머니 보고 싶은 마음을 그림으로 담는다. 일산 할머니가 전화를 걸어 주어, 큰아이가 그림에 저랑 어머니랑 할머니랑 할아버지, 이 다음에 동생이랑 아버지를 그려 준다. 큰아이 그림 귀퉁이에 큰아이 모습을 조그맣게 그린다. 옆에 꽃 네 송이를 그린다. 큰아이 치마에 나비 무늬를 넣는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테두리에 빛깔을 입힌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이 그림 벽에 붙이겠다고 한다. 그림종이 뒤쪽에 테이프를 붙여서 건넨다. 아이는 주먹으로 통통통 두들기며 그림을 붙이더니, 두 손 번쩍 치켜들며 좋아한다. 4346.4.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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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11 11:23   좋아요 0 | URL
사름벼리가, 그림도 참 잘그리네요~^^
참말 즐겁게 놀아요~~*^^*

숲노래 2013-04-11 13:17   좋아요 0 | URL
뭘 그리라고 시키지 않고
스스로 그리고픈 대로 그리라 하면
누구나 다 예뻐요.

따로 미술교육이랄 것 없이
곁에서 부모가 함께 그림 그리면
아이들은 모두 그림을 즐기는구나 싶더라고요~
 

30분

 


  잘 논 아이들 쉬를 누이고 물을 마시도록 한 다음, 하나씩 안아 잠자리에 누인다. 이불깃 여미고 한손으로 한 아이씩 머리카락 쓰다듬으면서 조곤조곤 자장노래 부른다. 내가 뽑을 수 있는 가장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문득 느낀다. 이렇게 내 목소리가 좋을 수 있구나, 이 좋은 목소리로 여느 때에 아이들과 얘기하고 그림책 읽으면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가장 좋은 사랑을 받아먹을 수 있구나.


  잠자리 30분 자장노래 부르면서 생각한다. 잠자리 30분만이 아니라 하루 내내 스스로 가장 맑은 눈빛과 목청과 손길 되어 살아가면, 내 마음은 어떤 모습이 될까. 4346.4.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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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무슨 생각할까? 우리나라 좋은동시 10
김종상 지음, 전주영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시를 사랑하는 시 12

 


아이들은 무얼 생각할까요
― 꽃들은 무슨 생각할까?
 김종상 글,전주영 그림
 파랑새 펴냄,2004.7.16./7500원

 


  김종상 님 동시집 《꽃들은 무슨 생각할까?》를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싯말이 앞과 뒤에서 다르게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가로수〉라는 동시에서는 “길가 나무들이 앓고 있어요 / 매연과 기름먼지, 썩은 공기에 / 눈물 콧물 흘리며 감기 몸살로 / 하루 종일 끙끙 앓고 있어요” 하고 이야기하는데, 〈지하철 전동차〉라는 동시에서는 “천둥 번개 부린다는 / 신령한 그 청룡이 / 땅속을 뚫고 가는 / 지하철로 살아났네. / 바람을 휘몰아 오며 / 소리치는 전동차” 하고 이야기합니다. 도시 문명과 자동차 문명을 나무라는 동시가 있는 한편, 도시 문명과 자동차 문명을 좋아하는 동시가 있어요. 뭔가 알쏭달쏭합니다. 〈봄들길에서〉라는 동시에서는 다시 ‘쓰레기’ 문명을 나무랍니다. 쓰레기 문명 사이에서 피어나는 꽃을 노래합니다.


  아이들한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기에 이처럼 동시를 쓰는 셈일까요. 도시 문명은 나무랄 대목 있는 한편, 좋은 대목 있기에 이렇게 두 가지 동시를 쓴다 할까요. 자동차는 좋은 대목과 궂은 대목 나란히 있으니까, 두 가지를 살려서 따로따로 동시를 쓴다 할까요.


.. 썩은 깡통과 깨진 병이며 / 비닐조각과 온갖 쓰레기가 / 겹겹이 쌓인 들길에도 / 냉이 싹이 반짝 눈을 뜨네 ..  (봄들길에서)


  시골 들길이건 도시 찻길이건 어디에나 쓰레기가 있습니다. 마실거리 담은 깡통과 병과 플라스틱과 종이팩은 속엣것 마시면 곧바로 쓰레기 돼요. 과자나 빵을 담은 비닐껍데기도 안엣것 먹으면 곧장 쓰레기 돼요. 공장에서 만든 가공식품이나 청량음료는 모두 쓰레기를 낳습니다. 게다가 도시에 짓는 모든 건물과 집은 머잖아 건축쓰레기로 바뀝니다. 아파트도 동사무소도 구청도 국회의사당도 백 해를 못 넘길 건물입니다. 전봇대도 찻길도 틈틈이 허물고 새로 짓습니다. 이 모든 건축쓰레기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겉으로 보기에 번쩍번쩍하다지만, 번쩍번쩍한 건물 짓는 동안에도 쓰레기는 잔뜩 나옵니다. 건물이 서른 해나 쉰 해쯤 되면 허물어서 새로 짓는다 하니까, 이 쓰레기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땅을 깊이 파고 묻으면 될까요. 도시에는 깊게 팔 땅 없으니까 시골로 가서 멧골이나 들판을 파고 묻으면 되나요. 아니면 갯벌을 메울 적에 도시 건축쓰레기를 갖다가 통째로 묻는가요.


  동시 한 가락에서 이 쓰레기 얼거리를 모두 다루거나 풀거나 맺기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겉훑기로 살짝 다루고 넘어갈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느껴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도, 시골에서 살아가는 아이도, 이 쓰레기 이야기를 헤아려야 하니까요. 쓰레기를 슬기롭게 바라보지 못하고서는 삶을 슬기롭게 꾸리지 못할 테니까요.


.. 저 등불 아래에는 / 누가 살고 있을까? / 하늘나라 아이들이 / 숙제하고 있겠지 ..  (별하늘)


  아이들은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요. 어른들은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요. 아이들은 “하늘나라 아이들”이라면서, 아이들이 기껏 하는 것이란 ‘숙제’여야 하나요. 아이들은 기껏 ‘숙제’를 하는 “하늘나라 아이들”이라면, 어른들은 기껏 ‘돈벌기’만 하는 “하늘나라 어른들”인가요.


  어른들 읽는 시이든, 아이들 읽는 시이든, 시라는 문학에서는 삶이 나아갈 길을 환하게 밝히는 꿈을 들려주어야 아름답다고 느껴요. 어른문학이건 어린이문학이건 삶을 포근하게 어루만지는 따사로운 사랑을 보여주어야 즐겁다고 느껴요.


  아이들이 〈별하늘〉과 같은 동시를 읽으며 무얼 생각할까요. ‘그래, 우리는 숙제나 하고 영어 단어나 외우며 곧 대학입시수험생 되겠지’ 하고 생각해야 할까요.


.. 송이송이 피는 꽃은 / 사랑이네 / 눈물이네 ..  (꽃 2)


  꽃은 모두 사랑입니다. 꽃은 모두 웃음입니다. 눈물도 꽃이 되지만, 눈물을 닦는 웃음과 눈물을 씻는 춤과 노래가 꽃으로 거듭납니다.


  꽃은 모두 사랑이듯, 아이들은 누구나 사랑입니다. 아이들 삶을 한껏 누리며 차츰차츰 자라 어른이 된 우리들도 누구나 사랑입니다. 곧,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물려주거나 읽히는 동시란, 옹근 사랑덩어리입니다. 동시는 바로 사랑꽃입니다.


.. 꽃밭에 바랭이를 뽑으니 / 채송화도 함께 뽑혔다. // 바랭이는 바랭이대로 / 채송화는 채송화대로 / 따로 살고 있었지만 / 속으로는 손을 잡고 있었다. / 땅속에서는 한데 엉켜 있었다 ..  (뿌리)


  초·중·고등학교 무상급식에 앞서, 초·중·고등학교 텃밭농사 이루어져야지 싶습니다. 초·중·고등학교 한쪽에 교사 자가용 댈 자리 마련하기에 앞서, 초·중·고등학교 교사들 스스로 학교 한쪽에 논을 일구어야지 싶습니다. 초·중·고등학교에 체육관이나 강당을 짓기 앞서, 들풀 자라고 나무그늘 드리우는 조그마한 숲을 일구어야지 싶습니다. 학교는 지식을 사고파는 데가 아닌, 사랑을 주고받는 데라고 느껴요.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은 사랑스러운 어른과 아이 사이로 만나야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아이들은 무얼 생각할는지 찬찬히 돌아볼 수 있기를 빕니다. 아이들이 무얼 생각하는 숨결 되도록, 우리 어른들은 어떤 생각을 품는지 되새길 수 있기를 빕니다. 아이들이 생각할 한 가지를 아름답게 이끌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아이들에 앞서 어른들 스스로 가장 즐거운 하루와 가장 빛나는 삶 꾸리는 따사로운 넋 보듬을 수 있기를 빕니다. 4346.4.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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