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글은 새롭다

 


  어떤 사람이 쓰는 글이든, 모든 글은 새롭다. 날마다 새로운 하루 맞이하면서 새롭게 삶을 누리니, 어떤 사람이 어떤 글을 쓰더라도 모두 새롭기 마련이다.


  어느 누군가 읽는 책이든, 모든 책은 새롭다. 몇 차례 읽은 책을 다시 읽든, 처음 만나는 낯선 이 책을 읽든, 하루하루 새롭게 거듭나는 마음으로 책을 마주하니까, 어느 누군가 어느 책을 읽든 늘 새롭기 마련이다.


  날마다 차리는 밥이라 하더라도 날마다 새로운 밥을 차린다. 날마다 먹는 밥이라 하지만 날마다 새로운 밥을 먹는다.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도 날마다 새롭다. 회사원이 날마다 타고 내리는 버스나 전철도 늘 새롭다. 하늘도 햇살도 시냇물도 바람도 노상 새롭다. 새롭지 않은 것이란 한 가지조차 없다. 똑같은 길을 걷는 사람은 없다.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걸음걸이로 지나가는 사람은 참말 아무도 없다. 언제나 다른 길이고, 언제나 다른 날씨이며, 언제나 다른 마음 되고 삶이 된다.


  이리하여,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 강좌를 듣거나 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다녀야 쓰는 글이 아니다. 스스로 이녁 삶이 얼마나 새로운가를 느끼는가에 따라 글을 쓸 수 있다. 문학이 되도록 쓰는 글이 아니다. 남한테 내보이려고 쓰는 글이 아니다. 편지조차 남한테 보여주는 글이 아니다. 모든 글은 스스로 이녁 삶을 돌아보며 생각하는 글이 된다. 어떤 글을 쓰든 이녁 삶을 사랑하며 즐기는 글이 된다. 4346.6.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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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하나 새로 연다.

며칠 앞서 [책아이(책 읽는 아이)]와 [밥(꽃밥 먹자)]

두 가지를 열었는데,

오늘 문득 한 가지 떠올라

[시로 읽는 책]을 연다.

 

짤막한 몇 줄짜리 글을 써서

책선물 즐기며 지냈는데,

이 짤막한 몇 줄짜리 글(시)을

책선물 받은 분들 아닌

여러 이웃한테도

함께 나누어 주면 좋으리라 느낀다.

 

신나게 선물하고

즐겁게 책시(책 이야기를 쓰는 시)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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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밥 (도서관일기 2013.5.2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딸기를 가게에서 사다 먹기만 하는 사람이 되면, 딸기철이 언제인 지 생각하지 못한다. 더구나, 딸기풀이나 딸기꽃은 아예 마음속에 깃들지 못한다.


  쌀을 가게에서 사다 먹기만 하는 사람이 될 때에도 이와 비슷하다. 벼에서 겨를 벗길 때에 쌀이고, 쌀이란 벼라는 풀포기 열매이며, 벼 또한 씨앗으로 심어서 자라고 난 뒤에 열매를 얻어 사람들이 먹는 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이 차츰 늘어난다. 볍씨를 뿌리고 길러서 모를 내고, 모를 심고 돌보며 피를 뽑다가 가을에 낫질로 베고는 나락을 말려, 볏짚을 건사해서 쓰던 삶을 읽지 못할 때에, 쌀밥을 쌀밥대로 제대로 먹는다고 할 만할까.


  요즈음 사람들은 ‘공정무역’을 으레 말한다. 커피나 초콜릿이나 이런저런 물건들 올바르게 사고팔며 제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한국사람이 날마다 먹는 쌀과 김치는 어떡해야 할까. 쌀과 김치(푸성귀) 또한 공정무역 되도록 할 노릇 아닐까. 게다가, 공정무역을 말하는 이들은 커피농장과 초콜릿농장이 어떻게 굴러가는가를 알려 애쓰고 밝히려 힘쓴다. 이와 마찬가지인데, 쌀 한 톨 어떻게 얻는지를 쌀밥 먹는 사람들 누구나 몸으로 겪거나 느끼려 해야지 싶다.


  오이, 토마토, 능금, 감, 배추, 양파, 마늘, 포도, 복숭아, …… 들은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 않는다. 공장에서 철없이 척척 만들어 내지 못한다. 맨 먼저 씨앗이고, 차츰 자라 줄기와 잎이 돋으며, 이윽고 꽃이 핀 뒤, 꽃이 지고 나서 한참 무르익어 열매가 된다. 나무 한 그루도 맨 처음에는 씨앗이었고, 모든 열매는 새로 태어날 푸나무 숨결이 될 씨앗이다.


  도서관 둘레 풀밭에서 들딸기 몇 통 따서 아이들한테 먹이며 생각한다. 아이들한테는 여름날 들딸기가 아주 좋다. 책읽기보다, 다른 어느 놀이보다, 여름철에는 들딸기 따먹는 삶이 가장 신나는 놀이요 책읽기 되며 삶이 된다. 그러고 보면, 먼먼 옛날부터 아이들은 ‘숲에서 스스로 먹고사는 길’을 언니나 형이나 누나한테서 배우며 동생한테 가르쳤구나 싶다. 아이들 놀이란, 삶을 짓는 길을 온몸에 알뜰히 익히는 몸짓이다. 아이들 삶이란, 언제나 놀이하고 노래하며 춤추는 동안 시나브로 무르익는 사랑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밥을 먹는다. 몸을 살찌우는 밥을 먹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구나 밥을 짓는다. 마음을 살찌우는 밥인 이야기를 짓는다. 책이란 바로 이야기밥이다. 아니, 책은 이야기밥 담은 그릇이고, 책에 깃든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이 바로 이야기밥이라고 해야겠지. 이리하여 책이 새책이든 헌책이든 대수롭지 않다. 대수로운 대목은 바로 이야기밥인 ‘책 알맹이’나 ‘책 줄거리’이다. 밥그릇이 오래되었대서 대수로울 까닭 없고, 새로 장만한 밥그릇이라서 대단할 까닭 없다. 사람들은 밥그릇 아닌 밥을 먹는다. 사람들은 밥을 밥그릇에 담아서 먹을 뿐이다. 곧, 밥그릇을 예쁘게 꾸미거나 손질해서 쓰면 한결 즐겁지만, 밥그릇에만 마음을 빼앗기면 정작 밥을 제대로 맛나게 누리지 못한다. 밥을 먹는 사람이듯,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다. 책에 깃든 알맹이와 줄거리를 맞아들여 삶을 짓는 사랑과 꿈을 북돋우는 사람이 될 때에, 비로소 책삶 이루는 숨결이라고 느낀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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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6-0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딸기가 참 곱군요.
산딸기가 아니라 들딸기라고 해야 하나요? 태그에 그리 붙이셨네요.

둘이 참, 맛나게 먹네... ^^

숲노래 2013-06-04 07:05   좋아요 0 | URL
딸기만 먹어도 배부르답니다~

2013-06-12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6-12 09:57   좋아요 0 | URL
아, 어제 댓글은 못 봤어요 ^^;;
쓸 글을 다 쓰고서 댓글을 읽는 터라... @.@

아무튼!
오오... 고맙습니다 ㅠ.ㅜ
 

[시로 읽는 책 1] 책을 읽는 사람한테는

 


  책을 읽는 사람한테는
  맑으면서 고운 소리
  물결 되어 찾아듭니다.

 


  어떤 책을 만나든 마음밭에 예쁜 이야기 담아 하루하루 즐겁게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짤막한 글월 적바림해서 선물한다. 석 줄짜리 글월 하나 좋은 이야기샘 될 수 있겠지. 책이름 아닌 책을 읽기를 바라고, 글쓴이 이름 아닌 글을 읽기를 바라며, 책값 아닌 삶에 깃드는 꿈을 읽기를 바란다. 책을 읽는 사람한테는 수많은 이야기가 소리도 되고 빛도 되며 무늬도 되면서 스며든다. 4346.6.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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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모임

 


  술모임이 재미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 재미있는 자리는 이야기모임이다. 이야기꽃 곱다시 피우지 않고 술만 잔뜩 들이켜는 모임은 아주 재미없다. 이야기꽃 즐겁게 피우면서 술을 곁들인다면 재미있지만, 이야기란 없이 술만 들이켠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궁금하다.


  숲에 서고 들에 서고 바다에 서면, 입을 달싹여 말을 하지 않아도 이야기가 샘솟는다. 숲모임, 들모임, 바다모임, 이런 모임은 술이 없어도 재미있다. 아니, 굳이 술을 떠올릴 까닭이 없다. 가슴속으로 샘솟는 이야기 있는 모임일 때에 재미있다.


  좁은 자리에 복닥복닥 모여앉아 술잔만 바라보는 모임은 사람들한테 어떤 빛이 될 만할까. 뱃속에 뜨겁게 타는 물 몇 방울 집어넣는 모임은 사람들마다 어떤 이야기로 남을 만할까.


  나한테 두 아이 있기에 술모임을 손사래칠 수 있다. 그러나, 술모임 사람들은 나한테 두 아이가 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 두 아이는 핑계이지. 나 스스로 술모임 안 좋아하기에 더는 술모임에 끼지 않겠다고 또렷하게 밝혀야지. 4346.6.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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