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바다에서도 누나 곁에

 


  산들보라를 바라보면 언제나 누나 곁에 찰싹 달라붙듯 따라다니면서 논다. 누나한테 투정을 부리고, 누나한테 떼를 쓰며, 누나한테 귀여움을 떤다. 누나가 혼자서 책을 본다든지 글씨쓰기를 한다든지 그림그리기를 할라치면 어김없이 옆에서 알짱거리면서 저랑 같이 놀자며 살짝 헤살을 놓기도 한다. 바다에서도 누나가 노는 그대로 옆에서 똑같이 따라한다. 4346.6.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다로 온 어린이

 


  바다로 오면 어김없이 모래밭을 맨발로 밟으며 놀아야 하는 어린이. 바다로 왔으니 모래를 쥐고 뿌리며 모래밭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어린이. 물결 소리 들으며 노래 절로 나오고, 바람 듬뿍 쐬며 춤도 저절로 추는구나. 4346.6.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6-21 09:30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덕분에 아침마다 마음이 정화되는 듯 싶습니다.
푸르고 너른 바다, 사진에 저까지 마음이 확~트이는 듯 해요.~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라도, 어린이들 모습이 없다면
이야기가 없어진 집처럼 그렇게 조금 쓸쓸하겠지요~?

숲노래 2013-06-21 11:42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예쁘게 놀며 돌볼 때에
어여쁜 바다로 이어가지요.
 

사진보기
― 아름다운 사진

 


  사진이란 무엇인가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딱 한 마디로 잘라서 말합니다. “무엇을 찍어도 모두 아름답게 보여주기에 사진이로구나 싶어요.” 하고. 그러면, 무엇이 아름답느냐고 물을 수 있을 텐데, 이때에는 “아름다움이란 바로 내 마음이겠지요.” 하고 말합니다.


  내 마음을 찍기에 아름답고, 내 마음을 찍기 때문에 어떤 모습을 찍더라도 아름답지 싶어요. 곧, 사진을 찍는 사람이란 스스로 어떤 마음인가를 찬찬히 살피면서, 스스로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즐겁고 홀가분하게 담아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내 삶을 돌아본다면, 내가 사진으로 찍는 모습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모습입니다.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 모습은 사진으로 담지 못해요. 내가 무엇보다 사랑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요. 내가 즐겁게 찾아가는 헌책방, 내가 태어나 오랫동안 살았던 인천 골목동네, 옆지기와 함께 낳은 두 아이, 네 식구 살아가는 시골마을, 아이들 태우고 신나게 다니는 자전거, 이렇게 여러 가지를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한 장 두 장 사진으로 담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고단한 곳에 있더라도 즐겁게 사진을 찍습니다. 아무리 시끄럽거나 어수선한 데에 있더라도 기쁘게 사진을 찍습니다. 나는 남 눈치 아닌 내 사랑에 따라 사진을 찍기 때문입니다. 나는 남 생각 아닌 내 마음에 맞추어 사진을 찍기 때문이에요.


  늘 아름다움을 떠올립니다. 늘 아름다운 사랑을 되새깁니다. 늘 아름다움을 곱씹으면서 내 삶을 빛낼 사진으로 어떤 모습을 찍을 때에 빙그레 웃고 활짝 웃으며 까르르 웃을 수 있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나는 내 사진으로 지구별을 따스하게 보듬고, 내 이웃과 동무들은 이녁 사진으로 지구별을 함께 따스하게 보듬는다고 믿습니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을 날듯이

 


  하늘을 날듯이 걷는다. 아니, 하늘을 날듯이 달린다.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날갯짓이다. 마음속에 품은 나비가 되려는듯이 사뿐사뿐 하늘을 난다. 네 앞을 가로막을 걸림돌이란 없다. 네 앞에 파인 수렁도 낭떠러지도 없다. 네 앞에는 오직 풀밭과 꽃밭이 있다. 너는 숲에 깃들어 노래잔치 빚는 멧새와 같이 맑게 이야기하고 밝게 웃는 어린이란다. 몸도 마음도 하늘을 날듯이 살아간다. 생각도 꿈도 하늘을 날듯이 춤춘다. 사랑도 믿음도 언제나 하늘을 날듯이 사뿐사뿐 가볍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누가 더 놀랐을까 - 도종환 동시집
도종환 지음, 이은희 그림 / 실천문학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시를 사랑하는 시 15

 


꽃을 읽는 어린이
― 누가 더 놀랐을까
 도종환 글,이은희 그림
 실천문학사 펴냄,2008.6.23./8000원

 


  아이들은 꽃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꽃을 팔지 않고, 꽃을 읽습니다.


  아이들은 꽃을 노래합니다. 아이들은 따로 돈을 들여 길가나 고속도로 가장자리나 도시 한복판에 꽃을 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꽃을 노래합니다.


  아이들은 꽃을 사랑합니다. 아이들은 굳이 꽃밭을 가꾸지 않고, 애써 꽃잔치 행사를 벌이지 않으며, 더 놀랍다 싶은 꽃 품종 만들겠다면서 유전자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 옥수수 같이 먹을래 / 묻지 않고 / 몇 살이니? / 물으세요 // 봉숭아물 예쁘게 들였구나 / 하지 않고 / 이름이 뭐야? / 물어보세요 ..  (어른들)


  어른들은 꽃을 팝니다. 어른들은 꽃을 읽지 않고, 꽃을 돈으로 사고팝니다.


  어른들은 꽃을 심습니다. 꽃은 사람이 굳이 심지 않더라도 스스로 씨앗을 퍼뜨려 피어나지만, 어른들은 애써 돈을 들여 몇 가지 서양꽃 곳곳에 심으면서 그럴듯하게 꾸미려 합니다.


  어른들은 꽃을 만듭니다. 꽃 스스로 흙과 해와 비와 바람에 기대어 자라지만, 어른들은 꽃을 꽃대로 두지 않아요. 꽃을 꽃 아닌 돈으로 여겨, 자꾸 유전자를 건드리고, 끝없이 특허를 따집니다. 무슨무슨 꽃잔치이니 꽃놀이니 하면서 떠들썩하게 굴며 꽃들이 조용히 못 쉬게 괴롭힙니다.


.. 나무가 / 푸르고 싱싱하게 / 자라고 있는 건 / 보지 못해요 ..  (매실)


  가만히 기다리면서 지켜보면 꽃이 스스로 피어납니다. 마음속으로 따스한 사랑을 품으며 살며시 쓰다듬으면 꽃이 해맑게 피어납니다. 거름을 안 주어도 되고, 가지치기나 솎아내기를 안 해도 됩니다. 먼먼 옛날부터 풀과 꽃과 나무는 늘 스스로 자랐어요. 스스로 알맞게 잎을 틔우고 가지를 뻗으며 꽃을 피웠어요.


  사람들이 가위나 톱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비바람이 불면 나무 스스로 꽃을 떨구고 가지를 내놓아요. 때로는 사람이나 여러 들짐승 지나가다가 가지를 툭 건드려 부러뜨리기도 하겠지요. 벼락을 맞아 쓰러지는 나무가 있을 테고, 벼락이 스쳐서 끊어지는 나뭇가지 있어요. 숲은 스스로 다스리고, 숲은 스스로 보살핍니다. 산림공학이나 산림자원으로 바라볼 때에 외려 숲이 망가지고 고단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아니 어른들은 꽃을 꽃으로 여기지 못하기 때문에, 꽃을 바라보면서도 ‘꽃’이라 말하지 않고 ‘화초’라느니 ‘원예’라느니 ‘플라워’라느니 하면서 엉뚱한 말을 되뇝니다. 풀을 ‘풀’이라 바라보지 못하면서 ‘야생초’라느니 ‘산야초’라느니 ‘잡초’라느니 읊는 어른들도 있어요.


.. 도라지밭은 밤낮 없는 별밭 ..  (도라지꽃밭)


  꽃을 보고 싶을 때에는 꽃이 자라는 곳으로 가면 됩니다. 우리 집 둘레에 꽃이 피어나기를 바란다면, 우리 집 둘레에 흙이 곱게 있도록 보금자리를 일구면 됩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를 걷어내어 꽃씨가 날려 드리우도록 흙땅을 마련하면 됩니다.


  꽃씨를 받아서 심을 수 있지만, 조용히 마음속으로 빌면 돼요. 어여쁜 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꽃한테 말을 걸어요. 꽃아, 너 우리 집에도 씨앗을 날려 주렴. 우리 집에서도 너희들 예쁘게 자랄 수 있으면 좋겠어. 시원한 바람 살포시 타고는 우리 집까지 나들이를 오렴.


  곰곰이 돌아보면, 꽃한테 말을 거는 어른이 매우 적습니다. 어른들은 돈을 들여 꽃 모종을 사서 심으려 할 뿐입니다. 아이들은 꽃집에 가서 꽃을 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들로 가고 숲으로 가며 멧골로 갑니다. 아이들은 꽃이 있는 데로 가서 들꽃내음 맡으며 들꽃아이가 됩니다. 아이들은 꽃이 자라는 데로 가서 들꽃숨결 마시면서 들꽃 놀이 즐겨요.


.. 민들레, 제비꽃, 금낭화 / 이름 부르면 // 꽃들은 고개 돌려 / 나를 쳐다보지요 // 나도 사람들이 / 내 이름 부르면 / 기분이 좋아요 ..  (이름)


  마음속에서 꽃이 피어날 때에, 집 둘레에서도 꽃이 피어납니다. 마음속에서 꽃이 해맑을 때에, 집 언저리에서도 꽃이 해맑습니다. 마음속에서 꽃이 자라지 않는데, 꽃그릇 잔뜩 들여놓는대서 꽃내음 풍기지 않습니다. 마음속에서 꽃이 환하지 않으면서, 꽃다발을 장만해서 선물한들 이 꽃다발 선물에 꽃빛이 깃들지 않습니다.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려요. 고즈넉하게 몸을 추슬러요. 꽃은 아무 데에서나 피지 않습니다. 꽃은 벌과 나비와 잠자리가 춤추는 곳에서 피어납니다. 꽃은 새가 노래하고 개구리와 풀벌레가 춤추는 곳에서 피어납니다. 꽃은 맑은 샘물 솟고 싱그러운 시냇물 흐르는 곳에서 피어납니다. 꽃은 푸른 숨결 그득한 숲속이나 우람한 나무 곁에서 피어나요.


  더러, 아스팔트 뚫고 솟아나는 꽃이 있지요. 때로는, 매연 끔찍한 공장 둘레에서 자라는 꽃이 있답니다. 이 꽃들은 사람들한테 말을 걸려고 목숨을 바쳐요. 어리석은 짓 그만두고 아름다운 삶으로 돌아서기를 바라면서, 수많은 꽃들이 도시 한복판 아스팔트를 뚫고 솟아나며 말을 겁니다. 숱한 꽃들이 공장과 발전소와 골프장과 고속도로와 기찻길과 보도블록 틈바구니를 뚫고 피어나면서 말을 겁니다. 우리 어른들한테 바보스러운 길은 그만 걸으라고 말을 겁니다.


.. 이른 봄 산골짝에 / 생강나무꽃 피었습니다 ..  (생강나무꽃)


  도종환 님이 한 권 내놓은 동시집 《누가 더 놀랐을까》(실천문학사,2008)를 읽습니다. 누가 더 놀랄까요. 꽃이 놀랄까요, 사람이 놀랄까요. 누가 더 놀랄 만한가요. 꽃이 더 놀랄 만한가요, 사람이 더 놀랄 만한가요.


  어른은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 어린 나날 보냅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어른들은 개구리가 올챙이 적 모른다는 옛말처럼 스스로 어린이 마음으로 살았던 나날을 잊습니다. 아니, 개구리와 달리 참으로 어리석도록 어린이 마음을 짓밟거나 짓뭉개요. 아이들이 푸른 숨결 마시면서 푸른 꽃밭에서 노래와 춤을 즐기면서 해맑게 웃음짓는 놀이하고 동떨어지도록 몰아세웁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꽃내음과 꽃노래를 물려주지 않아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꽃을 잊고 꽃말을 잃으며 꽃숨을 버리도록 닦달해요.


.. 기계로 모심다가 빠진 자리 / 모 이어 심느라 / 허리가 빠질 듯 아픈 할아버지 // 저녁 드시고 일찍 잠들자 / 보름 지난 달이 / 논에 들어가 / 어린 모를 일으켜 세웁니다 // 잘 자라라고 ..  (어린 모)


  꽃을 읽을 때에 어린이입니다. 그리고, 꽃을 읽을 때에 참어른입니다. 꽃을 노래할 때에 어린이입니다. 그리고, 꽃을 노래할 때에 참어른입니다. 어른들이 아이들과 어깨동무할 수 있기를 빌어요. 자가용을 내려놓고, 에어컨을 끄고, 아파트에서 떠나고, 공무원 이름표를 내려놓고, 영어 공부 그만두고, 텔레비전은 고물상에 맡기고, 신문은 접어서 헌종이 모으는 할매한테 드리고, 손전화 전원 끈 채, 아이들 손을 잡고서 꽃이 흐드러진 숲으로 갈 수 있기를 빌어요.


  꽃을 읽지 않고서는 시를 못 씁니다. 꽃을 읽지 못하는 어른은 동시를 못 씁니다. 꽃을 읽지 않으려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서지 못합니다. 꽃을 노래할 줄 모르면서, 꽃내음 맡으며 춤출 줄 모르면서, 꽃숨 마시며 활짝 웃을 줄 모르면서, 아이를 낳거나 돌보거나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꽃을 읽으며 비로소 착하며 아름다운 사람빛이 밝습니다.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