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아이 스퀴텐 & 페테르스 어둠의 도시들 1
프랑수아 스퀴텐.보누아 페테르스 지음, 양영란 옮김 / 세미콜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5.27.

만화책시렁 651


《기울어진 아이》

 프랑수아 스퀴텐 글

 브누아 페테즈 그림

 정장진 옮김

 교보문고

 2000.12.22.



  2000년에 한글판이 나온 《기울어진 아이》는 오래지 않아 판이 끊겼고, 2010년에 새판이 나오지만 또 판이 끊깁니다. 2000년 12월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다시 들추는데, 새삼스레 놀랍니다. 첫째, ‘가난뱅이’를 ‘이웃’으로 여기지 못 하는 마음인 아이는 여러 일을 겪는 내내 ‘둘레에 누가 있’는지 하나도 안 깨닫습니다. 둘째, 가난뱅이가 아닌 이들은 정치·문화·사회·과학을 거머쥐면서 ‘붕 뜬 말’로 살아갑니다. 셋째, 옮긴이는 ‘만화를 매우 깔봅’니다. 넷째, 옮긴이는 ‘이 나라에서 만화 읽는 사람을 아주 깔봅’니다. 2010년판에는 2000년판 ‘옮긴이 말’이 빠진 듯싶으나, 딱히 뉘우치는 빛은 없지 싶습니다. “‘대학교수’는 ‘저급한 문화 장르인 만화책을 옮기는 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는 분은 “‘고급스런 프랑스 만화’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아먹지 못 하리’라고 여기”더군요. 읽어 보지도 않은 ‘만화’를 그저 깎아내리는 마음에다가, ‘고급 프랑스 만화’를 ‘저급 한국 만화독자’가 읽어낼 수 없으리라는 마음이 섞이니, 《기울어진 아이》뿐 아니라 ‘어둠의 도시들’ 꾸러미가 잘 읽히기도 어려울 만합니다. 더 뛰어난 아이나 사람이 없고, 더 낮은 아이나 사람이 없습니다.


ㅅㄴㄹ


“아빠, 저 사람들 좀 봐요. 끔찍해요.” “왜 저런 사람들이 길거리를 활보하도록 내버려두는지 모르겠구나.” (10쪽)


“너는 이런 데 올 수가 없어. 여긴 가난뱅이들을 위한 급식소란 말이야. 서커스 하는 데가 아니야. 어서 꺼져!” (58쪽)


“내 몸이 기울어졌을 때 난 그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미처 몰랐어요. 단지 나만 외톨이가 되었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그 덕분에 무엇을 얻게 되었는지 알아요.” “마리, 이곳을 벗어나 다른 데 가면 몸이 기운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규명되어야 할 중요한 의미를 지닌 수수께끼예요.” “수수께끼라고요? 선생님은 어딜 가나 모든 것을 수수께끼로만 보고 있어요. 삶을 살 생각을 한 번도 하질 않는단 말이에요!” “살아 볼 생각을 안 한다고? 내가 고안해 낸 우주대로, 그리고 사막함정도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140쪽)


+


처음 번역을 의뢰받았을 때 역자는 많이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역자의 사회적 신분과 저급한 문화 장르인 만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검토해 보겠다고 일단 책을 받아들고 전체를 한 번 읽어 본 후, 역자는 다시 한 번 망설여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되는 이유 때문이었다. 프랑스 만화를 과연 한국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156쪽/역자의 말)


#DasschrageMadchen #FrancoisSchuiten #BenoitPeeters

#어둠의도시들 #브누아페테르스 - 세미콜론 2010.5.18.


《기울어진 아이》(프랑수아 스퀴텐·브누아 페테즈/정장진 옮김, 교보문고, 2000)


내 몸이 기울어졌을 때 난 그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미처 몰랐어요

→ 내 몸이 기울었을 때 얼마나 큰빛인지 미처 몰랐어요

→ 내 몸이 기울었을 때 얼마나 고마운지 미처 몰랐어요

140쪽


하지만 이젠 그 덕분에 무엇을 얻게 되었는지 알아요

→ 그렇지만 이젠 그 탓에 무엇을 얻었는지 알아요

→ 그런데 이젠 그 때문에 무엇을 얻었는지 알아요

140쪽


다른 데 가면 몸이 기운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규명되어야 할 중요한 의미를 지닌 수수께끼예요

→ 다른 데 가면 몸이 기운다면 똑똑히 밝혀야 할 뜻깊은 수수께끼예요

150쪽


당신도 다른 사람들도 똑같아! 그냥 중년 남자일 뿐이야!

→ 너도 다른 사람도 똑같이! 그냥 아저씨일 뿐이야!

→ 그쪽도 다른 사람도 똑같이! 그냥 겉늙었을 뿐이야!

1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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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22 : 개구리처럼 평영으로



개구리처럼 평영으로 가던

→ 개구리헤엄으로 가던

→ 개구리처럼 가던


평영(平泳) : [체육] 개구리처럼 물과 수평을 이루며, 두 발과 양팔을 오므렸다가 펴는 수영법 ≒ 와영

개구리헤엄 : ‘평영’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헤엄을 칠 적에는 ‘나비헤엄’이나 ‘등헤엄’이나 ‘개구리헤엄’이라 하면 됩니다. 마음껏 헤엄친다면 ‘나래헤엄·날개헤엄’이라 할 만합니다. “개구리처럼 평영으로 가던”은 겹말입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살피니 ‘개구리헤엄’ 뜻풀이가 얄궂습니다. ‘평영’을 우리말 ‘개구리헤엄’으로 고쳐쓸 노릇입니다. ㅅㄴㄹ



레일 맞은편에서 건장한 남자가 접영으로 오고 있다. 반대 방향에서 개구리처럼 평영으로 가던 내 팔다리를 마구 치고

→ 줄 맞은쪽에서 듬직한 사내가 나비헤엄으로 온다. 건너쪽에서 개구리헤엄으로 가던 내 팔다리를 마구 치고

《호두나무 작업실》(소윤경, 사계절, 202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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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25 : 유흥거리로서의 엔터테인먼트



유흥거리로서의 엔터테인먼트

→ 놀거리

→ 놀잇감


유흥(遊興) : 흥겹게 놂

entertainment : 1. 환대, 대접(hospitality) 2. 주연, 연회(social party) 3. 오락(amusement), 기분 전환; 연예, 여흥 4. (만화·모험 소설 등의) 읽을거리 5. (의견 등을) 고려하는 것 6. [폐어] 직업; 급여



  한자로 ‘유흥’이나 영어로 ‘엔터테인먼트’는 ‘놀다’를 가리킵니다. “유흥거리로서의 엔터테인먼트”라면 “놀거리로서 놀거리”처럼 같은말을 되풀이하는 꼴입니다. 단출히 ‘놀거리’나 ‘놀잇감’이라 하면 됩니다. 굳이 한자말과 영어를 앞세우거나 치레하면서 글결이 어긋났습니다. ㅅㄴㄹ



군인들을 위한 유흥거리로서의 엔터테인먼트

→ 싸울아비를 달래는 놀거리

→ 총칼바치를 다독이는 놀잇감

《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김엘리와 여섯 사람·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 서해문집, 2024)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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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26 : 중년의 아저씨



중년의 아저씨

→ 아저씨


중년(中年) : 1. 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 중신 2. 사람의 일생에서 중기, 곧 장년·중년의 시절을 이르는 말

아저씨 : 1. 부모와 같은 항렬에 있는, 아버지의 친형제를 제외한 남자를 이르는 말 2.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을 이르는 말 3. 남남끼리에서 성인 남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 4. 고모부나 이모부를 이르는 말



  우리말 ‘아저씨’나 ‘아줌마’는 어느 만큼 나이가 든 사람을 가리킵니다. 젊지는 않되 늙지도 않기에 ‘아저씨’요 ‘아줌마’입니다. 한자말 ‘중년’으로 가리키는 ‘아저씨’에 ‘아줌마’예요. 그러니 “중년의 아저씨”나 “중년의 아줌마”는 아주 잘못 쓰는 말씨입니다. ㅅㄴㄹ



배 나온 중년의 아저씨가 딱 붙는 핑크색 바지라니

→ 배 나온 아저씨가 딱 붙는 배롱빛 바지라니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를 위한 메뉴얼》(예신형, 부키, 20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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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28 :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 차지하였다

→ -이었다


위치(位置) : 1. 일정한 곳에 자리를 차지함 2. 사회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지위나 역할

차지하다 : 1. 사물이나 공간, 지위 따위를 자기 몫으로 가지다 2. 비율, 비중 따위를 이루다



  한자말 ‘위치’는 ‘차지’를 뜻합니다. “위치를 차지하다”는 겹말입니다. “차지하고 있었다”는 옮김말씨 “-고 있다”를 잘못 붙인 얼개로 여길 수 있으면서, ‘차지하다’하고 ‘있다’를 잘못 겹쳤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차지하다’나 ‘있다’라 하고, 이를 한자로는 ‘위치’로 나타내는 얼거리입니다. 이 글월이라면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를 통째로 가다듬어서 “고갱이를 차지하였다”나 “기둥이었다”로 손봅니다. ㅅㄴㄹ



지금보다 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 요새보다 더 고갱이를 차지하였다

→ 요즘보다 더 큰몫을 차지하였다

→ 오늘날보다 더 기둥이었다

→ 오늘보다 더 알짬이었다

《서평의 언어》(메리케이 윌머스/송섬별 옮김, 돌베개, 202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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