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삶노래 90. 아버지 손을 잡고



낮잠 폭 든 동생은

마루로 들어오는 바람 쐬며

색색 코를 골고


나는 아버지 손을 잡고

읍내로 마실 나옵니다.


따가운 햇볕 받으며 걷다가

막대기 달린 소시지빵 먹고

통통 통통 가볍게

하늘 날듯이 걸어서


감자랑 고구마랑 양파랑

과자랑 고기랑 우유랑

이모저모 골라서 장만합니다.


이제 버스역으로 와서

우리 마을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놀아요.



2015.5.28.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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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4. 마을이라는 삶터



  바닷마을은 바닷바람이 세기에 집을 다닥다닥 붙여서 짓는다고 합니다. 이러면서 돌울타리를 높게 쌓는다고 해요. 그런데, 집이랑 돌울타리만 있으면 바닷바람이나 큰 물살이나 드센 빗줄기를 견디기 어려워요. 바닷가를 따라 ‘바람막이 나무’를 여러 겹으로 가꾼다고 하듯이, 마을도 숲정이로 감싸고, 집마다 나무가 우람하게 자라도록 돌볼 때에, 비로소 비바람을 그으면서 집이랑 마을을 알뜰히 건사할 만하리라 느낍니다. 나무가 있기에 열매를 얻고, 집을 지을 수 있으며, 삶터를 돌봅니다. 나무가 없이는, 그러니까 숲이 없이는 문화도 역사도 사진도 없습니다. 4348.7.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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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3. 땀흘리면서 논다



  땀흘리면서 노는 아이가 참으로 싱그럽다고 생각합니다. 땀흘리면서 일하는 어른은 더없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씩씩하게 뛰노는 아이가 참말로 대견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운차게 일하는 어른이 그지없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땀흘리면서 살고, 노래하면서 살아요. 서로서로 웃으면서 살고, 이야기하면서 살지요. 즐겁게 이루는 하루이고, 기쁘게 누리는 하루입니다. 즐거운 하루이니 사진을 찍고, 기쁜 하루이기에 사진을 새삼스레 찍어요. 내 즐거움을 사진 한 장으로 싣고, 함께 짓는 기쁜 삶을 사진 두 장으로 엮습니다. 4348.7.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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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89. 별바라기


눈을 감아도 별을 봐요
내 가슴속에
바람처럼 파랗고
냇물처럼 해맑은
별님이 조그맣게 빛나니까요.

한낮에도 별을 봐요
햇빛이 아무리 반짝이고
햇살이 몹시 눈부셔도
저 먼 별나라에서
곱게 노래를 부르니까요.

개구리가 우렁차게 노래하는
깊은 밤에
한가득 쏟아지는 별을 봐요
손가락으로 금을 그으며
내 별자리를 그려요.

별빛이 흘러
싱그럽게 웃어요
한여름이에요.


2015.6.13.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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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2. 살짝 바지런하면



  겨울에서 봄으로 들어설 적에는 갓풀이랑 유채풀을 썰어서 씁니다. 봄에는 쑥을 썰어서 쓰고,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부터 고들빼기풀하고 모시풀을 썰어서 씁니다. 여름이 무르익을 무렵부터 까마중풀을 썰어서 쓸 만한데, 이런 들풀은 풀벌레가 몹시 좋아하는 풀이기도 합니다. 보드라우면서 맛날 때에 뜯지 않으면 어느새 벌레밥으로 모조리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풀벌레도 사람도 저마다 바지런히 살펴야 풀밥을 먹습니다. 갓 돋아 아직 풀벌레가 건드리지 못한 잎사귀를 한 줌 뜯어서 멸치볶음에 섞습니다. 살짝 바지런하면 밥맛도 삶맛도 새롭습니다. 4348.7.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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