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32] 설거지하기



  힘든 날은 다 힘들고

  즐거운 날은 다 즐거워

  바람 같은 이 마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힘들 수도 있고, 즐거울 수도 있구나 하고 느껴요. 그때그때 나 스스로 어떤 마음인가에 따라서 사뭇 달라지는구나 하고 느껴요. 나 스스로 오늘 참 힘드네 하고 느끼면 설거지도 힘들고 밥짓기도 힘들 뿐 아니라, 밥술 들기도 힘듭니다. 나 스스로 오늘 참 즐겁구나 하고 느끼면 설거지나 밥짓기뿐 아니라 삽질도 낫질도 톱질도 괭이질도 모두 홀가분하면서 즐겁습니다. 참말 바람처럼 쉬 달라지면서 싱그러이 흐르는 마음입니다. 4348.8.1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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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35. 가시내이든 머스마이든



  우리 집 작은아이가 머리핀을 하거나 빨간 가방을 메거나 분홍 웃옷이나 바지를 입으면 으레 ‘가시내’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옷을 입지 않아도 가시내인 줄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시내하고 머스마를 가르는 잣대란 무엇일까요? 가시내하고 머스마를 갈라서 무엇이 재미있거나 즐겁거나 멋질까요? 아이는 아이 그대로 예쁘면서 사랑스럽습니다. 가시내뿐 아니라 머스마도 머리핀을 해서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누나한테서 물려받지 않았어도 빨강이나 분홍을 좋아할 만합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즐거운 삶을 짓는 예쁜 숨결입니다. 4348.8.1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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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1] 애벌레



  푸른 잎을 먹고

  푸른 몸이 되어

  푸른 바람 탄다



  애벌레는 풀잎이나 나뭇잎을 갉아먹습니다. 풀잎이나 나뭇잎은 모두 풀빛입니다. 애벌레 가운데 새까만 아이도 있으나, 웬만한 애벌레는 풀빛 잎을 먹으면서 푸른 몸으로 자랍니다. 풀빛 잎을 먹고 나비나 나방으로 깨어나면서 ‘푸른 나비’나 ‘푸른 나방’이 되는 일은 드물지만, 푸르게 물드는 숨결로 자라면서 짙푸르게 부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훨훨 납니다. 풀밭에서 날고 숲에서 납니다. 풀밭과 숲에서 흐르는 푸른 바람은 푸른 아이한테 푸른 꿈을 베풀어 줍니다. 4348.8.1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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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34. 범나비한테 다가서기



  렌즈에는 틀림없이 ‘더 좋은’ 렌즈가 있어서, ‘더 좋은’ 렌즈를 쓰면 사진이 그야말로 한결 눈부셔 보이곤 합니다. 게다가, ‘먼 곳에 있는 모습을 가까이 잡아당겨서 찍도록’ 하는 렌즈가 있어요. 이런 렌즈가 있으면 발소리를 내지 않고도 먼발치에서 사진을 어렵잖이 찍습니다. 그러나 나한테 있는 렌즈로는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면’ 크게 보이도록 찍을 수 없습니다. 숲에서 범나비가 짝짓기하는 모습을 찍자니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서야 합니다. 범나비는 ‘찰칵’ 소리로도 놀라기 때문에 꼭 한 번만 찍을 수 있습니다. ‘더 좋은’ 렌즈나 ‘당겨 찍는’ 렌즈는 없지만, 나는 ‘내 작고 가벼운’ 렌즈에 몸을 맡겨 내 나름대로 바라보는 범나비 몸짓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4348.8.1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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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33. 내 마음속 빨래터



  어린 날 시골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빨래터를 놀이터로 삼아서 하루를 누립니다. 빨래터 물이끼를 걷고, 빨래터 옆 샘터에서 물을 마시며, 손발이랑 낯을 씻고, 한여름에는 물놀이를 즐깁니다. 아마 다른 고장에서는 빨래터를 찾아보기 어려울 수 있을 텐데, 오늘 우리가 보금자리로 삼는 이 고장 이 마을에서는 늘 보는 모습이니 ‘내 마음속’ 빨래터가 됩니다. 내 마음속에서 흐르는 이야기터가 됩니다. 내 마음속을 밝히는 꿈터가 됩니다. 내 마음속에서 자라는 사랑을 포근하게 다스리면서 가꾸는 쉼터가 됩니다. 4348.8.10.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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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8-10 21:14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도 저런 빨래터가 있었어요
동네사람들이 저기에다 수박을 담가놓기도 했구요.
어느날인가 보니, 딸랑 [빨래터]라는 이름 팻말 하나 남기고 아스팔트로 덮었더라구요.
그런데 더 웃긴건 그걸 복원한다고 또 파 엎데요^^

숲노래 2015-08-11 07:34   좋아요 0 | URL
음... 그래도 되살려낸다고 하니... 되살려내면
다시 옛날처럼 빨래터로 쓸 수 있을까요?
애써 되살린다면
마을사람 모두 살가이 어울려서 즐겁게 놀 수 있는
멋진 자리가 될 수 있기를... 하고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