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따서



뒤꼍에 있는 커다란 감나무에

내 주먹보다 커다랗고

바알갛게 물든 감알을


차근차근 가지 타고 올라가서

똑 따고는

물로 잘 씻고

행주로 물기 닦은 뒤

칼로 천천히 썰어

접시에 담는다


동생을 부른다

꿀꺽꿀꺽 맛있겠다


한 조각 집어

한입 썩 베어무는데


으, 떫어, 입안이 써

아직 덜 익은 감이었네



2015.10.13.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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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1-09 11:57   좋아요 0 | URL
ㅋㅋ~ 으, 떫어, 입안이 써
아직 덜 익은 감이었네 에서 그만 웃음이~^^

숲노래 2015-11-09 12:09   좋아요 0 | URL
감나무에 올라탄 사람은 저였지만
큰아이와 함께 누린 감 따서 먹기를...
한 번 갈무리해 본 글이에요.

아이가 `으 떫어 입안이 써!` 하고 외친 말을 듣고
무척 재미있어서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

옆구리왕짜 2015-11-09 21:08   좋아요 0 | URL
저 지금 때마침 감 먹고 있어요~ ㅋㅋ

숲노래 2015-11-09 22:27   좋아요 0 | URL
저희는 날마다 감을 열 알쯤 넉넉히 먹는 듯합니다 ^^;;
 

[시로 읽는 책 260] 자유 평등 평화 민주



  두 손에 힘이 있을 적에

  씨앗 한 톨을 심어

  석 달 뒤에 열매를 얻지



  한국 사회에서는 자유도 평등도 평화도 민주도, 정치권력자나 지식인이 늘 억누르기만 한 나날이었다고 느낍니다. 정치권력자나 지식인은 이녁 두 손에 힘이 있을 적에 그 힘을 슬기롭거나 아름답게 쓰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언제나 정치권력자나 지식인으로서 이녁 밥그릇을 살찌우는 데에만 온힘을 쏟았다고 느낍니다. 어느 씨앗을 심든 열매를 맺으니, 시샘이나 미움이라는 씨앗을 심으면 시샘이나 미움이라는 열매를 맺어요.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으면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고요. 이제부터 수수한 여느 사람들이 바로 이런 씨앗을, 사랑을 자유를 평등을 평화를 민주를, 그리고 꿈을 노래를 웃음을 씨앗 한 톨로 곱게 심는 삶이 될 수 있기를 빌어요. 아름다운 사랑은 언제나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할 테지요. 4348.11.8.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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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80. 시골아이 웃음노래


  아이들은 그냥 걷기만 해도 웃음을 터뜨립니다. 웃을 일이 무엇이 있나 하고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웃을 일이 따로 없어도 얼마든지 웃을 만합니다. 웃음은 그냥 터뜨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도 웃고, 업혀도 웃고, 배고파도 웃고, 배불러도 웃고, 졸려도 웃고, 자다가도 웃습니다. 들길을 천천히 걷다가도 웃고, 들길을 달리면서도 웃습니다. 아이들은 천천히 자라면서 웃음꽃을 먹습니다. 웃음꽃을 먹으면서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마음껏 앞으로 갑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시골마을에서 우리 집 두 아이는 온 마을이 울리도록 웃으면서 재미나게 걷습니다. 나는 아이들하고 함께 이 길을 걸으며 사진 한 장을 고마이 얻습니다. 4348.11.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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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1-07 10:09   좋아요 0 | URL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숲노래 2015-11-07 10:39   좋아요 0 | URL
뒷모습 사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살며
아이들이 늘 멀리 앞장서서
저희끼리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때마다
언제나 고마우면서 기쁩니다 ^^

하늘바람 2015-11-07 10:39   좋아요 0 | URL
저도 뒷 모습 사진 참 좋아합니다
 

[시로 읽는 책 259] 아픈 아이들



  웃으면서 자라고

  아프면서 자라니

  늘 새롭게 눈을 뜬다.



  아이들이 아픕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아니라 온누리 아이들이 아픕니다. 이 나라 아이들이 아프고, 입시지옥으로 내달려야 하는 아이들이 아픕니다. 입시지옥을 지나가도 수많은 지옥이 새삼스레 찾아와서 몸이며 마음이며 아플 수밖에 없는 아이들입니다. 가만히 보면, 오늘 이곳에서 어른으로 사는 사람도 얼마 앞서까지 아이였고, 아픈 아이였다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아픈 아이로 살던 어른들은 아프면서도 씩씩하게 뛰놀며 웃었고, 아프면서도 동무끼리 서로 도우면서 어깨를 겯었어요. 오늘 아이로 지내는 숨결은 틀림없이 아프고 벅찰 텐데, 이 아이들도 곧 스스로 웃음을 터뜨리고 동무를 아끼는 손길을 내밀 테지요. 아프면서도 웃고, 웃으면서 새로 깨어나는 씩씩한 몸짓이 되어 아름다움에 눈을 뜨겠지요. 4348.11.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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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79. 꽃밭 숨바꼭질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할 적에 머리만 살짝 숙이면 제가 안 보이는 줄 아는 듯합니다. 가만히 보면, 나도 이 아이들만 하던 어린 나이에 이렇게 숨바꼭질을 했구나 싶어요. 내가 밖을 안 보면 남도 내가 안 보이리라 여겼어요. 고개를 살짝 내밀다가 히죽히죽 웃고는 살짝 고개만 숙이는 다섯 살 작은아이는 숨바꼭질을 할 적에 맨 먼저 잡힙니다. 그래서 일부러 못 찾은 척하면서 옆으로 비껴서 걷고, 꽃내음을 큼큼 맡다가 아이를 둘러싸고 빙빙 돌면 “나 여기 있는데?” 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나서서 잡혀 줍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연출을 할 까닭이 없이, 그저 놀면 됩니다. 4348.11.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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