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뒹굴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운차게 놀던 아이들이 잔다. 저마다 이렇게 뒹굴고 저렇게 뒹굴면서 잔다. 아이들은 뒹굴뒹굴 구르는 사이 이불을 걷어찬다. 또는, 이불을 걷어차며 뒹굴뒹굴 구른다. 나는 자는 틈틈이 손을 뻗는다. 아이들 얼굴과 몸을 만진다. 이때에 이불이 잡히면 마음을 놓으며 그대로 내처 자고, 아이들 살갗이나 옷자락이 잡히면 부시시 일어나 어느 만큼 뒹굴었나 살피며 이불을 여민다. 작은아이가 한 바퀴 뒹굴었다. 제자리뒹굴기를 했니. 문득 큰아이가 내 발에 걸린다. 넌 어떻게 아버지 발밑까지 굴러가서 뒹구니. 꿈속에서 얼마나 신나게 날아다니기에 이렇게 뒹굴까. 꿈나라에서도 펄쩍펄쩍 뛰고 나비랑 함께 훨훨 날기에 이렇게 뒹굴까. 4346.9.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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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 옷가지

 


  작은아이가 똥오줌을 가린다. 서른 달을 함께 살아온 이 아이가 씩씩하게 두 가지를 가린다. 큰아잊는 스물넉 달 즈음 밤오줌을 가렸지만, 열넉 달 즈음부터 낮에 똥오줌을 가렸다. 큰아이를 생각하면 작은아이는 퍽 오래도록 똥오줌을 안 가리면서 빨랫감을 내놓은 셈이다. 가까운 나들이를 하더라도 작은아이 옷가지에다가 기저귀를 꽤 챙겨서 다녀야 했다. 작은아이와 나들이를 다니면 오줌에 젖은 바지를 몇 벌씩 비닐봉지에 담아야 했다. 이제 작은아이는 나들이를 다니더라도, 또 낮잠을 자더라도, 웬만해서는 오줌바지를 내놓지 않는다. 너무 신나게 논 날에는 그만 이불에 쉬를 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반 해쯤 지나면 이불에 오줌 싸는 일도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고흥부터 음성까지 여덟 시간 먼길 나들이를 하는 동안 작은아이 빨랫감이 한 벌도 안 나온다. 몸도 마음도 홀가분하고, 내가 짊어지는 가방도 한결 가볍다. 얘야, 참으로 고맙구나.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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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9-18 09:32   좋아요 0 | URL
이런 이야기를 엄마가 아닌 아빠가 쓰다니 참 대단하시다 싶어요
모든 육아를 저혼자 도맡아 하는 저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숲노래 2013-09-18 11:24   좋아요 0 | URL
집일과 아이돌보기를 혼자서 하고
거기다가 돈벌이까지 도맡아서 하는걸요 ^^;;;

슈퍼맨은 아니지만...
새벽녘에 온몸 쑤신 채 썼다가
아버지(애들 할아버지) 볼일 보실 적에
모처럼 컴퓨터 켜고 글을 띄웠어요.

@.@
 

짐가방

 


  한가위를 앞두고 마실을 가려고 짐을 꾸린다. 아이들이 많이 어리니, 아이들이 쓸 것들은 모두 아버지 가방에 들어간다. 아이들 옷가지부터 아이들 먹을 여러 가지를 아버지 가방에 챙긴다. 오가는 동안 마실 물을 챙긴다. 손닦개를 챙기고, 수저랑 잇솔이랑 아이들 만화책과 공책과 크레파스까지 챙긴다. 크레파스와 함께 종이를 알맞게 잘라 챙긴다. 공책에 쓸 연필을 챙기고, 두 아이 치마저고리와 바지저고리를 챙긴다. 신을 한 벌 더 챙긴다. 기차에서 먹일 밥은 따로 기차역 둘레에서 장만할 테니, 짐은 자꾸 늘어난다.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가 이것저것 챙겨 주시면, 오히려 더 무거운 짐이 되리라. 4346.9.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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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17 14:31   좋아요 0 | URL
추석 잘 보내고 오세요~*^^*

숲노래 2013-09-18 09: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후애 님
늘 사랑과 꿈 가득한 하루와
한가위 누리소서~~

appletreeje 2013-09-17 16:22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저도 미리 인사를 드립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고 오셔요~*^^*

숲노래 2013-09-18 09: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여덟 시간 걸려 음성까지 잘 왔어요 @.@

appletreeje 님도 아름다운 한가위 누리셔요~~
 

[시골살이 일기 25] 배롱나무 곁에서
― 나무이름을 생각한다

 


  전라남도 시골마을에서 살기 앞서까지 ‘배롱나무’라는 이름은 거의 못 들었습니다.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도 ‘배롱나무’라는 이름을 쓰는 분이 제법 있지만, 으레 ‘백일홍나무’나 ‘목백일홍’이라고 말합니다. 백 날 동안 꽃을 붉게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이요, 이 백일홍이라는 꽃이 나무에서 피어나기에 ‘목백일홍’이라 해요. 그런데, 시골마을 어르신들 어느 누구도 이런 말은 안 써요. 하나같이 ‘배롱나무’라고만 하고 ‘배롱꽃’이라 합니다. 때로는 ‘간지럼나무’라고 이야기해요.


  똑같은 나무를 놓고 사람들이 쓰는 이름이 다르다 보니 처음에는 알쏭달쏭했습니다. 저마다 다른 나무를 가리키는가 하고 여겼는데, 한 해 두 해 지나며 생각하고 살피니, 다 같은 나무를 다 다른 이름으로 가리킬 뿐이었습니다.


  대학교에서 학문을 하는 분들은 어떤 이름으로 이 나무와 꽃을 가리킬까요. 서울이나 도시에서 신문·잡지·책·방송을 만드는 분들은 어떤 이름을 붙이며 글을 쓸까요. 초·중·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분은 어떤 이름으로 아이들한테 가르칠까요.


  예전에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따뜻한 마을에서만 자랐다고 하는 배롱나무라고 하지만, 요사이는 서울까지도 이 나무가 치고 올라간다 합니다. 예전에는 감나무가 충청도를 넘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요새는 서울이나 인천 골목집에서도 감나무를 곧잘 키워요. 서울에서도 고운 꽃나무 구경하니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으나, 곰곰이 살피면 날씨가 엄청나게 무너졌다는 뜻이에요. 그나저나, 서울에서까지 배롱나무가 자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배롱나무’라는 이름은, 또 ‘간지럼나무’라는 이름은, 남녘에서 북녘으로 얼마나 제대로 퍼지는가 모르겠습니다. 따순 남녘 마을에서만 자라던 고운 꽃나무 가리키는 예쁜 이름을 북녘 마을에서도 살뜰히 아낄 수 있기를 빕니다. 4346.9.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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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야

 


  세 살 작은아이가 여섯 살 누나를 자꾸 괴롭힌다. 큰아이가 마루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려 하니, 다른 짓 하며 놀다가 어느새 마루로 뾰로롱 와서는 크레파스 상자를 가로챈다. 요놈 보게나. 너 누나가 좋으니 누나 곁에서 알짱거리면서 이렇게 놀지? 가만히 한참 지켜보다가 작은아이한테 말한다. “보라야, 네가 쓰는 그 크레파스, 보라 것 아니고 아버지 것이야. 너, 아버지 것을 가지고 그리면서 누나하고 같이 안 그리는구나. 그 크레파스 얼른 아버지한테 줘.” 작은아이는 이 말을 듣자마자 누나를 부른다. “누나야, 같이 그리자!”


  두 아이한테는 두 아이 몫 크레파스가 있지만, 작은아이가 이래저래 몰래 씹어먹으며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이번에 새 크레파스를 장만했는데, 또 이렇게 하는구나 싶어, 이번에는 아예 ‘아버지 것’으로 못박는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적에 으레 아버지도 함께 그림을 그리니까, 이 아이들로서는 ‘아버지 것 새로 산 크레파스’를 곁에서 함께 빌려서 함께 쓰는 셈이 된다.


  아이들이 안 싸우게 하는 법이란 없다고 느낀다. 그런데, 가끔 이렇게 ‘누구 것’ 아닌 ‘아버지 것’ 또는 ‘어머니 것’이라 하니까, 아이들 사이에 다툼질이 1초도 안 되어 마무리되곤 한다. 4346.9.1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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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16 11:42   좋아요 0 | URL
ㅎㅎ 세 살이면 그럴 나이지요~그래도 넘 귀여워요!
저희집 아이들도 아주 꼬맹이였을때 종종 씹어 먹었는데..흐흐..왜 그럴까요~?^^
'아버지 것' '어머니 것'이라 말씀하시며 아이들 다툼 정리하시니~지혜로우십니다!

숲노래 2013-09-16 14:01   좋아요 0 | URL
크레파스가 아이들 잡아당기는 무엇인가 있나 봐요...
이냥저냥 아이들과 살며
문득문득 배우거나 깨닫는 이야기가 참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