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사랑 피어나는 숲집 (2013.8.3.ㄱ)

 


  선물할 그림을 하나 그린다. 선물받을 분 삶을 가만히 헤아린다. 그분한테 아름다울 삶이란 나한테도 아름다울 삶이리라 여기면서, 내가 마음속으로 바라는 한 가지 “사랑 피어나는 숲집”을 그리기로 한다. 글씨를 적고, 무지개비 내리는 하늘을 그린 뒤, 잎사귀·사마귀·잠자리·거미 나란히 어울리는 밑에 해·달·별이 어우러지는 그림을 그린다. 마지막으로는 무지개 빛살 드리우는 바탕을 채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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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23 22:40   좋아요 0 | URL
'사랑 피어나는 숲집'이란 제목도, 그림도 참 좋습니다!
선물 받으실 분의 삶을 가만히 헤아리시며, 마음빛으로 그리신 그림이니
선물 받으실 분도 정말 기뻐하시리란 생각이 듭니다~^^

숲노래 2013-08-24 00:34   좋아요 0 | URL
어느 집에서나 고운 사랑이 몽실몽실 피어나기를 빌어요~
 

[시골살이 일기 22] 감 떨어지는 소리
― ‘집나무’ 바라는 마음

 


  아침 낮 저녁마다 지붕을 쿵 하고 때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뒤꼍 감나무에서 풋감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풋감은 떨어져서 뒤꼍에서 천천히 썩습니다. 다 익고 나서 우리한테 맛난 밥을 주면 얼마나 고마우랴 생각하는데, 아마 다른 이웃집처럼 줄기가 위로 뻗지 않도록 끊고 잘라서 난쟁이로 만들면, 이렇게 감알 떨어지는 일은 드물 수 있겠지요. 사람이 먹자고 심은 감나무인 만큼, 먹는 데에 모두들 더 눈길을 두어요.


  나도 우리 집 뒤꼍 감나무를 바라보면서 한 해에 한 알이라도 우리한테 남길 수 있겠니 하고 물어 보곤 합니다. 집임자가 드러누워 감나무 가지치기를 못 했다 하고, 집임자가 저승나라로 간 지 오래되어 감나무는 그저 죽죽 뻗기만 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죽죽 잘 뻗은 감나무가 예쁩니다. 워낙 모든 나무는 이렇게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씩씩하게 자라니까요.


  우리 집 뽕나무도 모과나무도 모두 하늘바라기를 하며 자라기를 바랍니다. 우리 집 매화나무와 무화과나무도 이웃들이 우리 몰래 가지치기를 해 주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 나무들이 가장 나무답게 천천히 자라는 결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나는 이 나무들이 스스로 씩씩하게 가지를 뻗으며 우람하게 크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나무열매도 대수롭지만, 나무그늘도 대수롭습니다. 나무열매가 높은 데에 맺히면 사다리를 받치고 따면 돼요. 못 딸 만한 자리는 새밥으로 두면 돼요. 아이들이 커서 나무타기를 하며 열매를 딸 수 있겠지요.


  그러니까, 나는 아이들이 나무타기를 하며 열매를 딸 만한 우람한 나무를 바랍니다. 손을 뻗으면 닿는 데에 열매 주렁주렁 달리게 하는 난쟁이 나무 아닌, 햇볕과 바람과 빗물 실컷 누리면서 튼튼하게 자라는 나무를 바랍니다.


  지붕에 감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몇 알이 가을까지 남을까 궁금합니다. 뒤꼍 감나무가 기운을 되찾아 굵고 튼튼한 ‘집나무’ 되어 우리 식구한테 소담스러운 감알 베풀 이듬해(또는 그 다음해, 또는 그 다음 다음해)를 기다립니다. 4346.8.2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고흥집에 갓 들어와서 살던 무렵. 집 뒤꼍 감나무는 해롱해롱 많이 아프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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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기다리기

 


  유월 열이튿날에 미국으로 배움길 떠난 옆지기가 팔월 스물이튿날에 돌아오기로 했지만, 여드레쯤 미뤄 팔월 서른날 즈음 돌아오기로 했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왜 아직 안 오느냐고 날마다 한두 차례 묻는다. 어머니가 더 배우고 돌아오느라 늦는다고 말하면서 달래는데 잘 기다려 준다.


  어머니를 많이 보고픈 큰아이는 종이에 어머니 모습을 그려 가위로 오린다. 한참 어머니 종이인형 들고 다니면서 놀다가 저녁나절 마룻바닥에 흘린다. 큰아이 그림과 내 그림을 문 한쪽에 붙이다가 어머니 그림인형을 보고는 주워서 큰아이 그림에 살짝 끼운다.


  얘들아, 이제 이레만 더 기다리자. 그러면 어머니 즐겁게 만날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신나게 하루하루 놀면서 무럭무럭 자라면, 어머니도 마음과 몸이 한껏 자란 채 시골집으로 돌아온단다. 4346.8.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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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기차에서 (2013.8.17.)

 


  기차에서 그림놀이를 한다. 서울에서 순천까지 오는 네 시간 남짓 한 기찻길에서 아이들이 따분해 하지 않도록 종이 한 장을 주고 크레파스를 꺼낸다. 큰아이는 조금 그리다가 그치고, 작은아이도 조금 끄적거리다가 만다. 작은아이가 끄적거리다가 만 종이를 내가 받아서 이모저모 덧바르면서 새 그림을 그린다. 작은아이가 끄적인 자리는 추임새라 여기면서 우리 아이들 마음속에 깃들 고운 ‘결’을 하나씩 헤아린다. 물결, 바람결, 숨결, 꿈결, 이렇게 네 가지를 바라면서 해와 달과 제비와 사마귀를 차근차근 그려 넣어 마무리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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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한 마리

 


  아이들이 자다가도 모기 소리를 깨닫고는 잠에서 벌떡 깨어 아버지를 찾곤 한다. 동생이 모기 소리를 듣는 일은 드물고, 언제나 누나가 모기 소리를 듣고는 아버지를 부른다. 나는 아이들더러 “괜찮아. 들어가서 누워. 아버지가 모기 잡을 테니까.” 하고 말한다. 아이들이 다시 잠자리에 누우면, 나는 마루 쪽 불을 켜고는 가만히 서며 귀를 기울인다. 이놈 모기 어디에서 나타나 우리 아이들 잠을 못 자게 하느냐. 몇 분쯤 꼼짝 않고 서서 기다리면 모기는 다시 잉 소리 가늘게 내면서 찾아든다. 이즈음 두 팔을 살며시 뻗는다. 내 팔에 모기가 앉도록 하려는 생각이다. 그러면 참말 모기는 내 팔 가운데 하나를 골라 내려앉고, 나는 몇 초를 더 기다린 뒤 철썩 소리가 나도록 때려잡는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내는 철썩 소리를 듣고는 느긋하게 잠이 든다. 때로는 모기가 큰아이나 작은아이 몸에 내려앉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가볍게 찰싹 때려서 잡는다. 모기를 잡고 나서는 “자, 모기 잡았어. 이제 마음 더 쓰지 말고 잘 자렴.” 하고 말한다. 아이들은 홀가분한 얼굴이 되어 색색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든다. 4346.8.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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