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집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골목집 안쪽과 바깥쪽이 어떻게 다른가를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 한창 더운 여름날은 집집마다까지는 아니나 제법 많은 집이 문을 반쯤 열어 놓고 지낸다. 이때에 비로소 적잖은 골목집 '마당 살림'까지 엿본다. 살며시 엿보면서 '마당 살림'을 비롯해 '안 살림'이 얼마나 아기자기하며 어여쁠까를 헤아려 본다. 

- 2010.8.27. 인천 중구 송월동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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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글쓰기


 아이를 안고 비알진 멧기슭을 천천히 탄다. 아이는 아빠가 하듯 나뭇가지를 한손으로 들어서 앞을 틔운다. 판판한 길이 나오니 아빠 등에 붙은 나뭇잎과 잔가지를 털어 준다. 아이는 어디에서 이런 몸짓을 배웠을까. 엄마나 아빠가 하는 양을 보다가 따라했을 테지. 엄마나 아빠가 다른 양을 보여주었다면 다르게 움직였겠지. 그리 굵지 않은 나무가 띄엄띄엄 선 풀숲 한복판에 조용히 앉아 우리 살림집을 내려다본다. 멧기슭을 고작 조금 올라왔을 뿐인데 사뭇 다르게 보인다.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아이가 자라나고, 내가 바라보는 곳에서 아이 눈높이가 자라며, 내가 사랑하는 글을 아이가 읽으며 큰다.

 잠자리에 들기 앞서 아이를 품에 안으며 엉덩이와 등을 토닥인다. 아이한테 바라는 말을 조곤조곤 들려주고, 아이가 얼른 고뿔이 나아 더 씩씩하게 놀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천천히 이부자리에 앉아 아이를 눕힌다. 아이 이마와 가슴과 어깨에 살며시 성호를 그리니 “또또와 또또와 아멘.” 한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참답고 착하며 고운 사랑을 물려주어야 한다. 내가 쓰는 글을 먼 뒷날 아이가 커서 읽을 무렵에 아이는 내 글에 참답고 착하며 고운 사랑이 깃들어 있다고 느낄 수 있겠는가. (4343.10.19.불.ㅎㄲㅅㄱ)
 

(그래, 너 세 살이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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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동네마다 꽃잔치집이 있어 동네를 환하면서 곱게 빛내어 줍니다. 제아무리 큰돈을 들이거나 대단하다는 재개발정책을 내놓아도 꽃잔치집을 만들지 못합니다. 

- 2010.10.8. 인천 남구 숭의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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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집으로 스며드는 아침햇살을 바라봅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아침햇살을 비롯해, 골목집 안쪽에 조촐하게 마련되어 있는 텃밭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텃밭 위쪽으로 높직하게 피어나는 자그마한 골목꽃 봉우리 또한 들여다볼 수 없겠지요. 자가용을 타는 사람들은 제아무리 '출사'를 한다며 골목마실을 하더라도 골목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 2010.10.15. 인천 남구 주안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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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과 글쓰기


 인천 골목동네에서 살던 때 늘 전기불빛에 가려진 달빛을 보려고 바둥거렸다. 아마 골목동네 작은 달삯집이 아닌 아파트숲에서 살았더라도 달빛은 얼마든지 볼 수 있었을는지 모른다. 어쩌면 골목동네 낮은 집들은 아파트에 가려 달을 올려다볼 수 없고, 골목동네 낮은 집들을 가로막은 높직한 아파트에서만 달을 살필 수 있을는지 모른다.

 멧기슭에 깃든 시골집에서 살며 언제나 달을 보고 별을 본다. 아마 몽골이라든지 티벳이라든지 아프리카라든지 칠레 멧기슭 같은 데에서 달이나 별을 본다면 한국땅 시골과 견줄 수 없이 아주 많이 보고 느끼며 가슴이 젖어들는지 모른다. 어쩌면 이 나라에서 올려다보는 달은 달답지 않다 할 만하고 별은 별답지 않다 하여도 틀리지 않다. 달처럼 생긴 작은 동그라미 하나에 별처럼 생긴 소금가루 몇몇을 보는 밤하늘일는지 모른다.

 아침부터 집 옆 고구마밭에서 고구마를 함께 캐며 놀던 아이는 낮까지 고구마밭에서 함께 어울려 논다. 아침 먹을 무렵을 보내고 낮잠 무렵이 지나면서도 흙을 맨발로 밟고 마음껏 뛰노는 재미에 푹 빠진다. 저녁에는 음성읍내 장날 마실을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하루 내 거의 안 먹은 밥을 억지로 먹인다. 아이가 가까스로 잠들었나 생각하면서, 지친 아빠는 먼저 까무룩 잠이 든다. 그러다가 밤 열 시와 열한 시와 새벽 두 시에 세 번 깬다. 아이가 자지러지듯 울어대기 때문.

 고단한 아기는 제대로 잠들지 못한다. 한참한참 울고 불며 칭얼거린 끝에 겨우 다시 잠들어 코를 곤다. 잠이 깨어 울어댈 때마다 한 시간씩 함께 잠이 깨어 토닥거리며 달랜다. 아이 울음이 가까스로 잦아든 다음에는 잠들기 어렵다. 이불을 무릎에 덮고 한참 가만히 앉아 있는다. 어설프게 쳐 놓은 창문가림천 사이로 달빛이 비쳐 든다. 조각 달빛 한 자락 내 잠자리로 비춰 든다. 달빛 어린 이부자리를 살살 어루만진다. 달빛에 기대어 내 마음을 몇 마디로 갈무리한다.

 고단한 아기 한참한참
 울고불며 칭얼거린 끝에
 겨우 잠들어 코 고는
 깊은 저녁 조각 달빛 한 자락
 내 잠자리로 비춰 든다.


 (4343.10.1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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