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게임 1
카이타니 시노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494



거짓말과 참말 사이에서

― 라이어 게임 1

 카이타니 시노부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6.10.25.



  참말은 어렵지 않습니다. 내 마음에서 흐르는 대로 말을 하면 참말이 됩니다. 거짓말은 어렵습니다. 내 마음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감추거나 가리거나 고치거나 바꾸어야 비로소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다.


  참말은 언제 어디에서나 부드럽게 흐릅니다. 내 마음에서 샘솟는 대로 하는 말이니까 참말입니다. 이와 달리 거짓말은 안 부드럽습니다. 거짓말을 하자면 이리 꾸미거나 저리 꾸미기 마련입니다. 마음에서 샘솟는 이야기를 그대로 할 수 없는 말이 거짓말이니, 이리 막고 저리 고쳐서 꺼내는 거짓말은 그야말로 거칠거나 엉성하기 마련입니다.



- ‘지금 나의 작은 소망, 그것은 아버지의 남은 인생이 부디 편안하고 안락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버지에게는 절대 이 말을 할 수 없다.’ (13∼14쪽)

- ‘무서웠다. 날마다 불안하고, 불안해서, 1억 엔을 숨긴 서랍 앞에서 한시도 떠날 수가 없었다. 밤잠도 못 자고, 나는 하루하루 쇠약해져 갔다.’ (21쪽)




  거짓말은 자꾸 커집니다. 처음 거짓말을 할 적에는 살짝 고비를 넘기려는 마음이었을는지 모르나,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고비는 다시 찾아오고, 고비를 다시 넘기려고 하다 보니 더 크게 거짓말을 합니다. 거짓말은 자꾸자꾸 커지고 고비도 자꾸자꾸 커져요. 이리하여 나중에는 어찌저찌 손을 쓸 길이 없다고 할 만해요.


  참말도 자꾸 커져요. 처음에 참말을 할 적이든 나중에 참말을 할 적이든 다 똑같습니다. 자꾸자꾸 커지는 참말은 커지면 커질수록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숨결로 퍼지면서, 우리 마음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노래가 흐르도록 북돋웁니다.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거짓말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참말을 하는 사람은 참말이 북돋우는 기운을 받아서 마음이 가볍습니다. 서로서로 ‘커지는 것’은 똑같은데, 거짓말은 우리 마음을 힘들게 하고, 참말은 우리 마음을 가볍게 합니다.



- “왜 그랬어?” “아키야마 씨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요.” “당신, 비정상이야. 보통 사람은, 눈치를 챈다고. 두세 시간쯤 지나면, 속았다는 걸.” “네? 뭐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미련스러우니 속고 다니는 거지!” (61쪽)

- “알 게 뭐야! 네 아버지가 어떻게 됐든, 내가 알 바 아니야! 나는 남의 일 같은 건 일절 관심 없으니까!” (72쪽)





  카이타니 시노부 님이 빚은 만화책 《라이어 게임》(학산문화사,2006) 첫째 권을 읽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기울입니다. 이 만화책을 바탕으로 영화와 연속극이 나왔습니다. 만화는 퍽 오랫동안 나오다가 갑작스레 마지막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차분하게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고들 말이 많습니다. 아무튼, 《라이어 게임》은 거짓말처럼(?) 첫 권이 나와서 거짓말처럼(?) 마지막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 만화를 그린 분은 너무나 힘들었을 수 있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참말이 아닌 거짓말을 하면서 저마다 삶을 새롭게 이끌려고 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하는 만화이니까, 언제나 거짓말을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이 사람이 하는 거짓말을 생각해야 하고, 저 사람이 하는 거짓말도 생각해야 해요. 수많은 사람들이 다 다르게 하는 거짓말을 끝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면, 그만, 이 만화를 그리는 분도 이녁 삶에서 거짓말만 가득 넘치고야 말 수 있습니다.



- ‘울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뭣보다, 믿음직한 사람이 내 편을 들어 주니까.’ (85쪽)

- “저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주시면 안 돼요? 이 작전의 의도를. 아키야마 씨는 작전이라고 했지만, 날이면 날마다 하는 말이라곤 그냥 선생님의 집을 감시하는 것뿐. 솔직히 저는, 무의미한 일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무의미, 하다? 사기꾼이 즐겨쓰는 수단 중 하나는, ‘상대를 이상한 심리 상태로 만들어서 속인다’라는 거야.” (96∼97쪽)




  거짓말은 삶을 살리지 못합니다. 거짓말로는 삶을 살릴 수 없습니다. 봄인데 봄이 아닌 겨울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겨울인데 겨울이 아닌 봄이라고 거짓말을 어떻게 될까요. 풀씨도 나무씨도 모두 죽겠지요. 풀씨와 나무씨가 모두 죽으면, 사람도 짐승도 벌레도 모두 죽고 말아요. 철에 맞추어 제대로 씨가 새로 트지 못하면, 지구별은 그저 시커먼 죽음더미가 될 뿐입니다.


  ‘착한 거짓말’이란 없습니다. 착하면 착한 말일 뿐이고, 거짓이면 거짓인 말일 뿐입니다.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말일 뿐이요, 거칠면 거친 말일 뿐이에요. 그러나, 아름답게 들린다고 해서 늘 사랑스러운 말이 되지는 않습니다. 거칠게 들린다고 해서 안 사랑스러운 말이 되지는 않습니다.


  삶은 겉모습이나 겉치레가 아닙니다. 삶은 언제나 속사랑이요, 속마음이에요. 그러니까, “라이어 게임”에 휩쓸리는 사람들은 ‘거짓말쟁이’가 될 수 없습니다. 눈속임이나 말속임으로 한두 번쯤 옆사람을 속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눈속임이나 말속임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요. 눈속임이나 말속임으로 10억 원이나 100억 원을 손에 거머쥐면 기쁠까요? 내가 다른 사람한테 눈속임이나 말속임으로 큰돈을 거머쥔다면, 다른 사람도 나한테 눈속임이나 말속임으로 큰돈을 가로챌 수 있어요.



- “후지사와 선생님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글쎄, 1억 엔의 빚을 지게 됐으니, 평생을 바쳐 갚든가, 워낙 수상한 단체가 벌인 일이니 뒷세계로 팔려 가든가, 어찌 됐든 앞으로 그 작자의 인생은, 암흑이지.” (169쪽)




  거짓말은 거짓말로 갑니다. 참말은 참말로 갑니다. 사랑은 사랑으로 갑니다. 미움은 미움으로 갑니다. 마음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마음에 따라 삶이 새롭게 깨어납니다. 오늘 내가 두 손으로 고운 씨앗을 심으면 고운 풀이 돋고 고운 열매를 얻습니다. 어떤 씨앗을 심으려 하는지는 바로 내가 생각합니다. 네가 시켜서 씨앗을 심지 않습니다. 네가 이끄는 대로 씨앗을 심지 않습니다. 내 뜻에 따라 내 꿈을 심습니다.


  한꺼번에 큰돈을 손에 쥐려고 하는 생각이라면, 큰돈을 손에 거머쥐는 만큼 내 삶에서 잃는 것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큰돈을 얻으면서 사랑과 꿈을 잃는다면 삶이 즐거울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큰돈을 얻느라 이웃과 동무를 잃는다면 삶이 기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서로 돕고 아끼면서 보살피는 따사로운 삶이 없이 돈만 두 손에 쥘 적에는 웃거나 노래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삶과 사랑과 웃음입니다. 4348.4.17.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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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4-17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라이어게임..잘봤죠.
뭐..저런게 있어..했는데 만화가 원작인..드라마는 이중 구조를 가져가던데.
아무튼..선생님의 말로는 슬펐어요.

숲노래 2015-04-17 11:38   좋아요 1 | URL
연속극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으나
원작만화가
끝을 어영부영 갑자기 끝내고 말았습니다..

[그장소] 2015-04-1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선생님스토리가 끝이 아니고.몇개의 게임이 더 진행되요.
진짜 라이어게임을 하는 그 뒷 세계랑..아마도 시즌2나올듯..
 
오장원의 가을 문학과지성 시인선 70
복거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8년 10월
평점 :
품절


시를 말하는 시 92



시와 싸움터

― 五丈原의 가을

 복거일 글

 문학과지성사 펴냄, 1988.4.15.



  봄이 무르익으면서 동이 일찍 틉니다. 이제 새벽 다섯 시 반 무렵이면 어슴푸레한 빛이 드러나고, 곧 따스한 기운이 퍼지면서 붉은 해님이 떠오릅니다. 다시 아침입니다. 어제에도 찾아온 아침이고 오늘도 찾아오는 아침입니다. 이 아침은 모레에도 새롭게 찾아오겠지요.


  아침볕을 쬐고 아침바람을 마시려고 마당에 서면,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는 새들이 푸르륵 날갯짓 소리를 내면서 날아오릅니다. 처마에서 우듬지로 옮기고, 마당에 선 나무에 있다가 지붕으로 옮기며, 지붕에 있다가 지붕 너머 전깃줄로 옮깁니다.



.. 떨어지는 것은 으레 / 맨 아래 단추다. / 원래 공평하지 못한 게 삶이다. / 마음에 걸리면서도 며칠을 미적거리다, 눈 감고 찬물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 바늘을 찾는다 ..  (하숙 2)



  감나무를 바라봅니다. 새봄을 맞이한 감나무는 매화꽃이 모두 지고 매화잎이 푸르게 돋아서 짙게 퍼질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움이 틉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늑장을 부리는 나무라 할 테지만, 감나무보다 무화과나무는 잎이 더 늦게 돋습니다. 감나무는 새봄 사월에 이르러 비로소 조그맣게 잎사귀를 내밀면서 보들보들한 옅노랑빛을 보여주는데, 무화과나무는 아직 겨울눈이 터지지 않습니다. 대추나무를 보면 대추나무는 훨씬 늦어요.


  가만히 나무를 바라봅니다. 지난해에도 보고 지지난해에도 보던 나무를 바라봅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봄이니 해마다 똑같은 모습을 본다고 할 텐데, 해마다 새로 피어나는 꽃은 그야말로 새롭게, 해마다 새로 돋는 잎도 그야말로 새롭습니다. 봄이 새롭고, 하루가 새로우며, 꽃과 잎과 나무가 모두 새롭습니다.



.. 겨울엔 / 겨울 마음으로 설 일이다 ..  (눈사람)



  나뭇줄기를 어루만집니다. 어느 나무이든 지난해와 대면 줄기가 굵고 가지가 넓게 퍼졌습니다. 나무는 해마다 차츰차츰 자랍니다. 봄이 저물고 여름이 되면, 나뭇가지가 드리우는 그늘도 한결 넓어지겠지요.


  나무를 어루만지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나무처럼 아이들도 해마다 무럭무럭 자랍니다. 지난해에 입던 옷이 올해에 안 맞기 일쑤이고, 봄에 입던 옷이 가을에 안 맞기 마련이에요.


  그러면, 어른은 얼마나 자랄까요. 어른도 몸이 자랄까요. 아니면, 어른은 뱃살이 늘까요. 아니면, 어른은 늘 똑같은 몸으로 나이만 먹을까요. 아마, 어른도 아이처럼 해마다 새로운 철이 찾아온다고 느끼면서 기쁘게 웃으면 한결 튼튼하면서 씩씩한 몸으로 거듭나리라 생각합니다.



.. 퇴직금 봉투를 품에 넣어도, / 서른여덟 나이를 덮기엔 / 옷이 얇아라 ..  (사표 2)



  복거일 님이 쓴 시집 《五丈原의 가을》(문학과지성사,1988)을 읽습니다. 복거일 님이 처음 내놓은 시집이라고 합니다. 한글이 아닌 한자로 ‘五丈原’이라 적는 복거일 님은 서울대 상대를 마치고 은행과 기업체와 연구소에서 일하다가 1983년에 사표를 내고 ‘오직 글만 쓰겠노라’ 하고 외쳤다고 합니다. 회사원을 그만두고 글쟁이가 되는 삶을 놓고 복거일 님은 ‘자유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면, 복거일 님이 쓰는 글에 ‘자유’나 ‘자유인’이나 ‘자유주의’ 같은 낱말이 자주 나옵니다.


  ‘자유(自由)’는 한자말입니다. 이 낱말은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고 합니다.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모습을 ‘자유’라고 한답니다. 그러니까, 글만 쓰며 살든 회사원으로 살든, 또 시골에서 흙을 일구며 살든 학교에서 교사 노릇을 하든, 우리 스스로 ‘다른 것에 얽매이지 않고 내 뜻을 살리면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유’입니다. 글만 쓰고 살더라도 ‘얽매이는 것’이 있다면 자유가 아닙니다.



.. 빈 책상들을 치우고 / 새 자리를 잡으면, / 삼차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던 入社同期도 / 추억이다 ..  (감원)



  시집 《오장원의 가을》은 자유를 노래한 글일까 궁금합니다. 사표를 내고 회사를 뛰쳐나온 이야기가 흐르는 시, 회사에서 겪은 여러 이야기가 흐르는 시, 추상과 비유가 흐르는 시, 오직 글만 쓰겠노라 외치는 이야기가 흐르는 시, 이러한 시는 ‘어떤 자유’일까 궁금합니다.


  한자말로는 ‘자유’인데, 한국말로는 ‘홀가분’입니다. 한겨레도 예부터 ‘얽매이지 않으면서 제 마음대로 일구는 삶’을 가리키는 낱말이 있고, 이러한 삶을 ‘홀가분’으로 나타냅니다.


  ‘홀가분’은 “홀로 가벼움”입니다. 홀로 날갯짓을 하며 날듯이, 홀로 삶을 일굴 수 있는 모습이고, 홀로 삶을 일구기에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아, 스스로 옥죄는 짐덩이 같은 무게가 없는 모습이기에 ‘홀가분’입니다.


  홀가분한 사람은 싸우지 않습니다. 참다이 홀가분한 사람은 사랑을 합니다. 내가 홀가분하니 너를 홀가분하게 맞이합니다. 내가 홀가분하기에, 이 아름다운 홀가분함으로 너와 어깨동무를 합니다. 내가 홀가분하니까, 다 함께 홀가분하게 꿈을 꾸고 노래를 할 수 있는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 “우리 고향에 있는 얘긴데, 능금을 먹으려면, 삼대가 걸린답니다. 능금나물 심는 사람, 가꾸는 사람, 능금을 따 먹는 사람.” 내 얼굴을 흘긋 살피고서, 박형은 말을 이었다. “지금 능금나물 심어서 따 먹잔 얘긴데…….” 말끝을 흐리면서, 그는 밖을 내다보았다. 나도 따라 내다보았다 ..  (능금나무)



  나는 우리 시골집에 나무를 심습니다. 내가 이듬해나 몇 해 뒤에 따먹을 열매를 얻으려는 마음으로 심는 나무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이 물려받을 나무를 심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새롭게 돌보면서 저희 아이를 새롭게 낳아서 새롭게 물려줄 나무를 심습니다. 나무는 언제나 똑같이 ‘한 그루’이지만, 나부터 새롭게 마주하고, 우리 아이들이 새롭게 마주하며, 우리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도 새롭게 마주할 나무입니다. 같은 나무 한 그루를 마주하는 사람마다 다 다르면서 모두 새로운 숨결이 됩니다.


  나부터 홀가분하고 너도 함께 홀가분한 노래라 한다면, 바로 나무를 심는 노래이리라 느낍니다. ‘나는 자유야!’ 하고 외치는 노래가 아니라, ‘나는 사랑이야!’ 하고 노래하면서, ‘너도 나도 우리도 모두 사랑이야!’ 하고 외치는 노래일 때에 비로소 참다이 홀가분하면서 아름답게 퍼질 수 있는 씨앗 한 톨이라고 느낍니다.


  복거일 님은 요즈음도 시를 쓸까요? 부디 조용히 시를 쓸 수 있는 넋이 되기를 빕니다. 싸움터에서 조용히 벗어나서, 아름다이 꿈을 꾸는 삶노래꾼이 될 수 있기를 빕니다. 4348.4.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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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4-16 10:22   좋아요 0 | URL
아..지난 시간 88년 이면 호돌이 굴렁쇠.
늦은 4학년.먼지나는 신작로.무궁화꺽꽂이.
또..내 기억폴더에..뭐가있더라....

숲노래 2015-04-16 11:22   좋아요 1 | URL
88년에 전두환이 권좌에서 내려왔지만
다른 독재자가 들어서면서
나라는 그대로 얼어붙고
어디에서나 최루탄 냄새가 자욱했지요...

[그장소] 2015-04-16 11:50   좋아요 0 | URL
그들은 그저 바톤 터치만 할 뿐 이란걸..새삼스럽게...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 .
를 읽다..웃다 울다..그랬어요.
복거일시인의 시선 번호가88년이면 몇번이 붙는지 몰라도 황시인은 32번 째 문지 시선 입니다.
개정도 있고 재판인쇄도 있으나..그건 그렇다 치고 83년9월
자서를 시작으로 열죠.만
웃어요.그저..시간의 흐름을 막론하고 어쩌면 지금 현대를 그대로 읊나..
싶어서. 이런 시간차 공격을 뭐라 표현하는가 싶어서..서늘해지죠.

숲노래 2015-04-16 17:23   좋아요 1 | URL
먼 옛날도 없이
오늘도 없이
늘 흐르는 하루라고 느낍니다.

이 시집을 새삼스레 읽는 동안
`1980년대 첫무렵에 회사에 사표를 쓰고 당차게 나온` 그분이
오늘은 어떤 일을 하는가를
곰곰이 돌아보았습니다.

[그장소] 2015-04-16 17:45   좋아요 0 | URL
아..모든 글을 업으로 사는 이들은..시대를 타고 난다 아니 산다..던가?요.. 그것이 저항이든 순응이든...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 괜찮아, 괜찮아 6
헬레나 그랄리즈 글, 수지 브리젤 그림 / 두레아이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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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16



두려움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

 헬레나 그랄리즈 글

 수지 브리젤 그림

 한결 옮김

 두레아이들 펴냄, 2015.4.20.



  아이를 다그치는 일은 참으로 나쁩니다. 그러나, 나쁜 줄 알면서 다그치는 어른이 많습니다. 아이가 어떤 일을 잘못했다 싶으면 먼저 꾸짖거나 나무라고 맙니다.


  아이는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아이는 잘못인 줄 알까요? 아이는 아직 모릅니다. 모르니 어떤 일을 ‘잘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잘 못했다’고 해서 아이를 나무라거나 꾸짖으면 아이는 주눅이 듭니다. 주눅이 드는 아이는 ‘잘 못한’ 일을 차츰 말하지 못합니다. ‘잘 못한’ 일을 한 번 두 번 말하지 못하며 지내다 보면, 어느새 ‘잘못 한’ 일까지 말을 못합니다. 이러면서 한 번 두 번 거짓말이 나오거나 ‘숨기는 말’이 나오고, 아이는 차츰차츰 ‘참말’하고 멀어집니다.



.. 그때 톰은 주머니에 기타 교습비가 있다는 게 생각났어요. 누군가 자기보다 먼저 이 장난감 자동차를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 톰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했어요 ..  (6쪽)




  잘 못했으면 잘 못했을 뿐입니다. 잘못했으면? 잘못했을 뿐입니다. 잘 하면 잘 할 뿐입니다. 잘 하건 잘 못하건 모두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이웃과 동무가 어떤 일을 잘 못할 적에도, 그저 ‘잘 못할’ 뿐이에요.


  다리가 느려서 달리기를 ‘잘 못하는’ 어른이 많습니다. 자전거를 ‘잘 못 타는’ 어른도 많습니다. 돈을 잘 못 번다든지, 어떤 일을 솜씨있게 잘 못하는 어른도 있겠지요. 아무렴, 다 좋습니다. 다 우리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어떤 일을 ‘잘못 했으’면, 이를 잘 바로잡거나 잘 추스르면 됩니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 곁에는 ‘잘못을 다독여 줄’ 이웃과 동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이웃과 동무로 지내는 까닭을 헤아려 보셔요. 우리는 이웃과 동무를 다그칠 마음이 아닙니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건 이웃이 잘못을 저지르건 똑같아요. 그래, 한 번 두 번 열 번 백 번 잘못을 저지를 수 있어요. 너그러이 봐주어야 합니다.



.. 톰은 일단 아무 버스나 올라탔어요. 그러고는 자신의 거짓말을 어떻게 고백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져 있었어요. “톰!” 톰의 등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불렀어요. “네가 기타를 치는지 전혀 몰랐어.” 이웃에 사는 니카였어요 ..  (14쪽)




  헬레나 그랄리즈 님이 글을 쓰고, 수지 브리젤 님이 그림을 그린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두레아이들,2015)를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거짓말은 자꾸 커진다고 합니다. 참말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커지기만 합니다. 그러면, 참말도 커질까요? 참말도 하고 또 하면 자꾸 커질까요?


  네, 그렇지요. 참말도 커집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은 커집니다. 참말이든 거짓말이든 커집니다. 수수한 말이든 대단한 말이든 커집니다. 말은 사람들 입을 거쳐서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르면서 커집니다.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말 한 마디에 빚을 다 갚는다고 하는 한편, 말 한 마디로 큰빚을 진다고 해요.



.. 톰은 가슴속에 있는 돌덩이를 없앨 수가 없었어요. 그것은 날마다 점점 더 커져만 갔어요 ..  (18쪽)




  네가 나한테 들려주는 따사로운 말은 언제나 나한테 힘이 됩니다. 따사로운 말을 듣고 다시 듣고 새로 들으면서 내 마음은 아름답게 자랍니다. 내가 너한테 들려주는 넉넉한 말은 늘 너한테 힘이 되어요. 넉넉한 말을 듣고 또 듣고 거듭 들으면서 네 마음은 넉넉하게 자랍니다.


  우리가 서로 주고받을 말은 ‘사랑’이 깃든 말입니다. 우리가 함께 나눌 말은 ‘사랑’이 가득한 말입니다. 왜 그러할까요? 사랑이 깃든 말을 주고받아야 서로서로 사랑스럽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말을 나누어야 다 함께 사랑으로 기뻐요.


  밉거나 거친 말을 해 보셔요. 밉거나 거친 말을 듣는 사람뿐 아니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한테도 미움과 거친 숨결이 자랍니다. 곱거나 포근한 말을 해 보셔요. 곱거나 포근한 말을 듣는 사람뿐 아니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한테도 곱거나 포근한 숨결이 자라요.



..“좋아, 앞으로 매주 화요일에 삼촌이 기타를 가르쳐 줄게. 그리고 네 아빠의 쉰 번째 생일에 우리 다시 생일 축가를 연주하는 거야. 어때?” 그제야 톰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어요. “고마워요, 삼촌.” ..  (24쪽)




  어린이책 《거짓말은 왜 자꾸 커질까?》를 보면, 주인공 아이는 끝내 ‘참말’을 털어놓습니다. 거짓말 때문에 오래도록 스스로 짓누르던 시커먼 돌덩이를 치웁니다. 그런데, 이때에, 주인공 아이를 둘러싼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무 말을 못 해요. 그저 멍하니 아이를 바라봅니다. 너무 놀랐기 때문일까요? 오랫동안 거짓말 때문에 스스로 괴로웠던 아이가 비로소 돌덩이를 스스로 치웠는데, 왜 아무 말을 못 할까요?


  가만히 보면, 어버이라고 해서 모두 슬기롭지는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지만, 아이 마음을 제대로 못 읽는 어버이도 있어요. 바로 이때, 작은아버지(삼촌)가 슬기롭게 나섭니다. 작은아버지가 아이한테 ‘거짓말을 내려놓고 참말로 일어선’ 모습을 기쁘게 맞이해 줍니다.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를 북돋웁니다. 이제 거짓말을 내려놓았으니, 앞으로 참말로 아름답게 피어나자고 어깨를 토닥입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까닭 가운데 하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참말을 털어놓을 적에 어버이나 어른이 ‘참말을 안 받아들이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거나 두려워 하니까 자꾸 거짓말을 합니다.


  아이가 그동안 거짓말을 했어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참말을 하면 다 됩니다. 이제부터 참말을 하면 반가우면서 사랑스럽습니다. 지난날은 아이한테 아름다운 발자국, 그러니까 ‘고마운 경험’으로 여기면 돼요. 아이는 앞으로 걸어갈 길이 멉니다. 아이는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이제부터 씩씩하게 일어서서 새롭게 삶을 가꾸면 돼요.


  아이가 참말을 늘 할 수 있도록 어버이와 어른이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아이가 걱정없이 참말로 노래할 수 있도록 어버이와 어른은 마음을 활짝 열고 웃어야 합니다. 언제나 따스한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4348.4.1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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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 59. 교과서에 ‘한자’를 넣을 까닭이 없다

― ‘입시공부’ 아닌 ‘넋 살찌우는 말’을 살펴야



  숲을 그릴 수 있으면 모든 말이 고운 숨결이 되리라 느낍니다. 숲을 그리지 못하면 어느 말을 쓰든 고운 넋이 못 되는구나 싶어요. 그러니까, 어른이 먼저 어떤 말을 써야 하고, 아이한테 어떤 말을 물려주어야 하는가를 슬기롭게 살핀다면, 어른과 아이 모두 슬기로우면서 고운 넋이 됩니다. 어른부터 스스로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깨닫지 않는다면, 어른과 아이 모두 어리석거나 바보스러운 말을 쓸 뿐 아니라, 넋과 삶 모두 어리석거나 바보스러운 길로 흐르고 맙니다.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든 영어를 가르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한자와 영어를 외국말로 옳고 바르면서 슬기롭고 아름답게 가르치면 됩니다. 그러나, 이 나라 정치권력은 초등학교에서 한자와 영어를 외국말로 똑똑히 가르치거나 제대로 가르칠 뜻이 아닙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초등학교에서 한국말부터 옳거나 바르거나 슬기롭거나 아름답게 가르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고등학교에서도 한국말을 제대로 가르치는 얼거리가 없고, 교사는 교사대로 대학입시에 매달리느라 한국말은 뒷전으로 밀어두기 마련입니다.


  나라(정치권력)에서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쓰려고 하는 까닭은 아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차근차근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아이들이 ‘교과서만 들여다보도록 하는 입시교육’에 일찍부터 길들도록 하려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창조력)을 펼치지 못하도록 짓누르려는 뜻입니다.


  아이와 어른은 모두 ‘한자 하나’를 더 알거나 ‘알파벳 하나’를 더 알아야 지식이 늘지 않습니다. ‘한자말 하나’를 더 익히거나 ‘영어 하나’를 더 익혀야 생각이 자라지 않습니다. 지식을 늘리려면 지식을 늘릴 수 있도록 가르칠 노릇입니다. 생각을 키우려면 생각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끌 노릇입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말’을 제대로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달달 읊거나 교과서를 통째로 외워야 하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살다’라는 낱말이 하나 있으면, 이 낱말로 ‘함께 살다’나 ‘모여 살다’를 그리고, ‘책삶’이나 ‘노래삶’이나 ‘숲삶’을 그리며, ‘마을살이’와 ‘꿈살이’와 ‘사랑살이’를 그릴 수 있도록 말을 슬기롭게 가르쳐야 합니다. ‘기쁘다’라는 낱말이 하나 있으면 ‘기쁘네·기쁘구나·기뻐·기쁘지·기쁘지롱·기쁘다네·기쁘구마·기쁘요·기쁘다’처럼 말끝을 바꾸면서 느낌을 바꾸는 결을 살가이 가르쳐야 합니다.


  가는 말이 고울 때에 오는 말이 고운 줄 가르치고, ‘말이라는 씨앗’을 심은 대로 넋이 자라고 삶이 피어나는 흐름을 가르치며, 모든 생각은 말로 짓는다는 얼거리를 가르칠 노릇입니다.


  학교 문턱에 처음 발을 내딛는 여덟 살 아이가 무엇을 보고 생각하면서 삶을 익혀야 하는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여덟 살 아이 마음에 어떤 숨결이 깃들도록 할 때에 이 아이가 아름답게 자라서 사랑스러운 꿈을 키울 만한가를 헤아려야 합니다. ‘학습 목표’가 아닌 ‘삶’을 살펴야 합니다. ‘학력 높이기’가 아닌 ‘꿈’을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나아갈 곳은 ‘경제 성장’이 아니라 ‘삶을 사랑하면서 스스로 알차게 가꾸는 길’이어야 합니다.


  아이는 어른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톱니바퀴나 부속품이나 종(노예)이 아닙니다.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손수 삶을 지을 줄 아는 철들고 슬기로운 사람으로 자라야 합니다. 이제 학교에서는 ‘교과서 지식을 머릿속에 들이밀어 입시지옥으로 내모는 짓’을 그만둘 노릇입니다. 초등학교부터 학교 텃밭을 일구고, 학교 운동장 둘레를 숲으로 가꾸면서, 아이들이 밭과 숲을 스스로 돌보는 손길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고작 한자 몇 가지를 교과서에 넣느니 마느니 하면서 애먼 돈과 품과 겨를을 바칠 까닭이 없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제대로 할 몫을 제대로 보아야 하고, 아이들이 참답게 배워서 참다운 사람으로 크는 길을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교과서에 한자를 밝혀서 알려주느냐 마느냐 하고 따지기 앞서, 교과서를 이룬 글이 아이 눈높이에 맞도록 쉽거나 바르거나 아름다운가를 따져야 합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조차 한자를 밝혀서 써야 할 만큼 그 한자말을 꼭 써야 하는가를 따져서, ‘한글로 적을 때에 곧바로 알아보면서, 이렇게 알아본 대로 생각을 밝히도록 이끄는 글’로 교과서를 고쳐쓰도록 마음을 기울일 노릇입니다. 교과서에 한자를 밝혀서 써야 한다면, 교과서 글(문장)이 엉망이라고 스스로 밝히는 셈이니까요.


  우리는 ‘삼월’을 ‘삼월’로 적고 이렇게 알면 될 뿐입니다. ‘三月’로 적고 이렇게 읽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글쓰기’를 ‘글쓰기’로 적고 이렇게 알면 됩니다. ‘作文’으로 적고 이렇게 읽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시와 소설도 그저 ‘시’와 ‘소설’이지, ‘詩’나 ‘小說’로 적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만화’와 ‘사진’을 ‘漫畵’와 ‘寫眞’으로 적을 줄 알기에 문화나 예술을 잘 알지 않습니다.


  어떤 분은 아이들이 ‘思慮’를 모른다고 걱정하지만, 어른도 ‘사려’가 무슨 뜻인지 제대로 모릅니다. 한자를 밝힌대서 이 한자말을 알 수 있지 않습니다. 한자말 ‘사려’는 “깊게 생각함”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깊게 생각하다”라 말해야 누구나 알아들을 만하지, ‘사려(思慮)하다’처럼 적어야 알아들을 만하지 않습니다.


  시는 그저 ‘시’입니다. 시를 ‘시’로 적으면서, 시란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라고 가르쳐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시’라는 글짜임에 맞추어서 즐겁게 쓸 수 있도록 이끌 때에 참답고 아름다운 교육입니다.


  아이들이 앞으로 걸어갈 아름다운 길을 생각해야 합니다. 어른들이 꾸려서 아이들한테 베풀 교과서는 어른들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지으면서 깨달은 슬기를 담은 책이어야 합니다. ‘한자를 밝혀서 적느냐’는 둥 ‘영어로도 함께 적느냐’는 둥 이런 철없는 소리는 그치고, ‘삶을 이루는 바탕이 될 생각을 짓는 말’을 어떻게 알차면서 알뜰히 다스려서 가르칠 때에 아름다울까 하는 대목을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말을 슬기롭게 제대로 배워야 영어나 중국말도 슬기롭게 제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말부터 슬기롭게 제대로 쓸 줄 모르면, 외국말을 아무리 잘 배운다고 하더라도 통역이나 번역을 못 합니다. 한국말을 슬기롭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교과서를 바로잡으면, 아이들은 스스로 어떤 외국말이든 슬기롭게 제대로 배우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랍니다. 4348.3.31.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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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4-15 11: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번역된 글 보면 바로 알겠더라구요. 우리말을 모르고 뒤쳐놓아 읽어도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해요.

숲노래 2015-04-15 16:47   좋아요 0 | URL
한국말을 제대로 모르는 채
외국책을 옮기려 하면
참말... 뭔 소리인지 알 길이 없기 마련이에요...
그렇지요...
 
만화왕국 일본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 만화규장각지식총서 3
이현석 지음 / 부천만화정보센터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삶읽기 183



‘일본만화’가 아닌 ‘만화’를 보아야

― 만화왕국 일본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

 이현석 글

 부천만화정보센터 펴냄, 2007.11.30.



  이현석 님이 쓴 《만화왕국 일본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부천만화정보센터,2007)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 책은 퍽 얇습니다. 얇은 책 한 권으로 ‘만화왕국 일본’을 어느 만큼 보여줄는지 궁금한 노릇이고, 이 얇은 책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들려줄는지 궁금한 노릇입니다. 두께가 얇기에 모든 이야기를 못 담지는 않습니다. 작은 책이기에 수수께끼를 못 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만화왕국 일본을 버티는 뼈대’와 ‘만화왕국 일본이 서는 바탕’을 다루는구나 싶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 아니라 ‘다 알려진 이야기’를 다루고,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여러모로 퍼진 정보를 그러모았다고 느낍니다.



.. 주간 연재를 중심으로 짜인 일본의 만화 체제에 맞추려면 어시스턴트라 불리는 제작 스태프가 3∼4명 정도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우선 이런 인력을 수용할 일정한 넓이의 사무실이 필수인데, 전세 등의 주택 임대 개념이 없는 일본이다 보니 대부분 8∼9만 엔 이상 하는 비싼 월세를 내고 사무실을 임대해서 사용한다 … 작가들은 이 짧은 작가 수명 안에 만화를 그만둔 뒤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이익을 최대치로 만들어 둬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  (21, 24쪽)



  ‘만화왕국 일본’ 이야기는, 만화가 스스로 낱권책 뒤에 붙이는 ‘뒷이야기’나 ‘끝말’을 보아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만화가 스스로 ‘도쿄에서 방을 얻을 때에 얼마나 힘든지’를 밝힙니다. ‘도쿄 아닌 시골에서 만화 그리는 삶’을 스스럼없이 밝혀 주기도 합니다. 시골에서 도쿄로 와서 만화를 그리면서 월세나 물건값이나 시끄러운 도시나 이런저런 것들을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대목도 만화가 스스로 다 밝힙니다. 이런 이야기는 ‘신인 작가’뿐 아니라 ‘인기 작가’인 분들도 곧잘 털어놓습니다.



.. 하류 사람들이 즐겨보는 매체에 무슨 표현이 어떻게 실리든 관심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일본만화·애니메이션에서 폭력이나 성 묘사가 자유로운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서라기보다는,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층의 무관심에서 나오는 방치의 결과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 우익적 색채의 만화들은 아주 넓고 다양한 일본만화 독자층 중에서 이런 만화를 좋아하는 일부 고정 계층 독자들을 노리고 만든 것으로, 결코 폭넓은 대중적인 지지를 얻는 만화들은 아니다 ..  (40, 65쪽)



  일본만화는 ‘표현 자유’를 거리낌없이 펼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마 ‘동인지’라면 그야말로 거리낌없이 펼치겠지요. ‘동인지’가 아닌 ‘잡지 연재’에서는 ‘표현 자유’를 모두 드러낸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본만화는 ‘표현 자유’가 아니라 ‘표현 한계를 찾으려고 애쓰는 몸짓’으로 바라보아야 옳지 싶습니다. ‘자유롭게 그리는 만화’라기보다 ‘한계가 없이 그리는 만화’라고 하겠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자유’라고 할 적에는 이웃을 괴롭히거나 옭아매지 않습니다. 《만화왕국 일본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에서도 다루는 ‘우익 색채 만화’는 ‘자유로운 표현’으로 그리는 만화가 아니라 ‘한계가 없는 표현’으로 그리는 만화입니다. ‘우익 색채 만화’는 일본에서도 다른 이웃을 괴롭히려는 뜻이 깃들고, 이웃 여러 나라를 깎아내리는 뜻이 깃듭니다.


  일본만화를 읽을 적에는 ‘한계가 없이 그리려는 손길’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참말 일본만화는 ‘줄거리’와 ‘이야기’가 끝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줄거리와 이야기가 아주 많습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이야기, 골프 이야기, 도시락 이야기, 전통술 이야기, 높은 봉우리를 타는 이야기, 소방관 이야기, 온갖 짐승 이야기, 먼 옛날 공룡 이야기, 새와 함께 사는 이야기, 인류 발자국 이야기, 연금술 이야기, 삶과 죽음 이야기, 미래 지구 이야기, 우주와 양자역학 이야기, 흙과 풀과 꽃 이야기, 바다 이야기, 어버이한테서 아픔을 물려받은 아이가 씩씩하게 서는 이야기, 고전 동화를 되살리는 이야기, 책과 책방과 헌책방과 도서관 이야기, …… 그야말로 끝이 없습니다.


  《만화왕국 일본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쓴 이현석 님이 일본만화를 더 넓고 깊게 읽었다면, 이 작은 책도 더 넓고 깊게 엮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온갖 갈래 여러 일본만화를 두루 읽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짙습니다. 수천 가지도 아닌 수만 가지도 아닌 수십만 가지가 나오는 일본만화입니다. 이러한 갈래를 찬찬히 살피면서 ‘즐기는’ 눈길이 될 때에, 비로소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를 짚으리라 봅니다.



..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가장 쉽게 많은 이윤을 올리는 쪽은 따로 있다. 바로 콘텐츠를 받아서 송출하기만 하면 되는 방송국이다. 이들은 전파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받는데, 이 액수가 상당하다 … 굳이 왜 일본식의 만화, 일본의 시스템으로 그들과 경쟁을 하여야 하는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시스템, 우리가 만들어낸 규칙으로 게임을 한다면 우리네 만화는 일본과는 전혀 다르게 좋은 결과물을 양산할 수 있을 것이다 ..  (102, 123∼124쪽)



  《만화왕국 일본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읽으면서 ‘다카하시 신’ 만나보기 하나가 눈에 뜨입니다. 다른 이야기는 그동안 한국에도 ‘다 알려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하나도 새롭지 않았습니다. ‘다카하시 신’이라는 만화가와 나눈 이야기에서 비로소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애써 이렇게 일본 만화가 한 사람하고 만났어도 더 깊이 파고들어서 건져올릴 만한 이야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구나 싶습니다.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 “만화가를 하는 이상에는 어떤 일이든지 필요없는 경험이란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카하시 신/27쪽)

-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고집 부려서 실었는데, 결과적으로 인기도 전혀 없고 단행본도 팔리지 않게 되면, 그것도 물론 문제이거니와, 독자 무시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만 실어서 될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독자는 정말로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매달 애독자 앙케이트도 열심히 하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역시 ‘독자가 가르쳐 주는 것’이지요.” (유리 고이치/83쪽)



  애써 책 한 권을 내놓으려 한다면, 알맹이를 더 튼튼히 채워서 북돋울 수 있기를 빕니다. 일본 만화가 만나보기도 더 많은 작가하고 만나보면서 더 깊고 너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한결 나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책을 끝맺으면서 ‘일본 시스템’과 다른 ‘한국 시스템’이 있다고 한 줄로 짤막하게 말하는데, ‘한국 시스템’이 있고 이 틀거리가 ‘좋은 결과물’을 낳는다면, 이 틀거리가 무엇인지 따로 다루어야 하지 않을는지요? 한국에서 만화를 그리는 멋진 틀거리가 있다는 말을 고작 한 줄로 슬쩍 읊고 지나간다면, 일본만화와 한국만화가 어떻게 다른가를 알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일본만화와 한국만화가 ‘경쟁’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일본에서 만화를 그리고 책을 빚는 문화와 삶이 놀랍거나 대단하다면, 이러한 문화와 삶을 기쁘게 바라보면서 즐겁게 배울 수 있으면 됩니다. ‘만화왕국’이니 ‘만화대국’이니 하면서 괜히 멀리할 까닭이 없습니다. 만화로 보여줄 수 있는 ‘끝없는(한계 없는)’ 꿈과 노래와 사랑이 무엇인가를 바라볼 수 있으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4348.4.1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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