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12.5. 속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잘한 일이나 잘못한 일은 없다고 느끼면서 하루를 살아갑니다. 다 다르게 배우는 하루입니다. 곁님이나 아이들한테 으레 “잘못했습니다” 하고 말하되, ‘잘못’으로 뭉뚱그리기보다는 ‘어느 일을 어떻게 마음을 어디에 썼는가’를 하나하나 돌아보려고 해요. 서두르지 않되 미루지 않는, 날마다 스스로 할 몫을 살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일하고 저 일을 추스르다가 문득 잊어버리면서 제때를 놓치곤 합니다. 걸상에 앉아서 쓰는 셈틀을 꽤 오래 썼기에 이제 그만 쉬라 하고 새로 들이려고 했는데, 그만 두어 해를 슥 지나갔어요. 그동안 품을 들인 일감을 담은 속(내장 하드디스크)도 꽉 찬 지 제법 되었으나 바깥(외장 하드디스크)에 찔끔찔끔 옮기기만 하고, 정작 갈아 주지 않았고요.


  책을 덜 샀으면 모든 일이 수월했으려나 곱씹어 봅니다.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했으면 나았으려나 되새겨 봅니다. 그러나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에요. 처음 생각이 들 적에 바로 할 노릇이고, 그때 잊었다가 다시 생각이 나면 곧장 새롭게 나아갈 길을 살필 노릇입니다. ‘잘못’은 잘못이되 ‘생각을 했어도 안 했다’라 해야 옳구나 싶어요.


  소를 잃고서 외양간을 고친다고들 하는데, 부랴부랴 고쳐서는 또 말썽이 나겠지요. 느슨히 돌아봅니다. 속을 고치고 바깥을 들이는 길을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알아봅니다. 고친 속을 찾아오고 새로 장만할 바깥을 들여놓은 뒤에는, 일터전을 어떻게 다스리려 하는가 하고 하루하루 생각을 짓습니다. 서두르거나 미룰 일이 아니라고만 하기보다는, 더 찬찬히 생각을 안 했구나 싶고, 더 깊고 넓게 찾아보려 하지 않았구나 싶어요.


  2016년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선보이면서 ‘휘다·굽다’ 뜻풀이를 마쳤습니다만, ‘굽다 ㄱ’만 풀이를 하고 ‘굽다 ㄴ’은 아직 안 했습니다. ‘휘다’하고 얽힌 ‘회오리·휘파람·휩쓸다·호미·홀·호젓’은 풀어냈고, 이제 ‘굽다 ㄱㄴ’을 가다듬고서 ‘곱다·고르다·구르다·골·코·꼽다·꼬박·곰·공’을 여밀 때입니다. 얼추 석 달 즈음 ‘휘다·굽다’를 새로 붙잡는 나날이에요. 한 올씩 풀어야 엉키지 않습니다. 오늘도 아침저녁을 차리고 빨래를 하고, 이달치 바깥일을 그리면서 한 걸음씩 새로 딛자고 생각합니다.


  오래 쓴 셈틀이나 속(내장 하드디스크)을 못 바꾼 까닭 가운데 하나는 ‘새로 들일 돈이 없거나 모자라다’는 생각이었을 텐데, 스스로 ‘없거나 모자라다’고 생각했으니 참말로 없거나 모자랐겠지요. 고쳐야 하고 바꾸어야 할 때를 벼랑에서 미끄러지듯 닥치면 어떻게든 돈은 끌어모아서 고치고 바꾸어야겠더군요. 새삼스럽지만, 곁님을 배움마실 보내려고 여러 빚을 지고서 이태 동안 차근차근 갚은 적이 있으니,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생각을 짓는 밑마음을 다독이는 2022년 12월 첫머리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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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11.27. 이웃님 첫책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대구 이웃님이 첫책(또는 둘쨋책)을 선보입니다. 올해에 시집 《꽃의 실험》을 내놓았으니 둘쨋책이라 해야 할 텐데, 시집을 내놓은 곳은 펴냄터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입니다. 책이 책답게 꼴을 갖추면서 태어날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이는 곳은 처음 만나실 테니, 이런 뜻으로 본다면 이웃님 첫책입니다.


  숲노래 씨는 글쓴이가 아니지만, 이웃님 첫책을 거들려고 어느덧 다섯째 손질글(교정지)을 살핍니다. 12월 첫머리에 태어나리라 봅니다. 책이름은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입니다. 풀·꽃·나무이지요. ‘식물’도 ‘반려식물’도 아닙니다. ‘풀꽃나무’입니다. 책이 곧 태어나니, 이 책을 여러 이웃님이 품어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빛나는 글이고, 아름다운 삶이고, 즐거운 노래입니다. 숲노래 씨는 이런 책을 쓰고 엮는 분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풀꽃나무는 ‘학술·취미·농업’이 아닌 ‘살림·소꿉·사랑’으로 바라보려 할 적에 우리한테 마음을 엽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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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11.25. 구체적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지지난달까지 ‘몸’하고 얽힌 우리말 꾸러미를 살펴서 말밑찾기(어원분석)를 끝내려 했으나, 달포가 넘도록 더 손대지 않습니다. 차분히 기다립니다. 이동안 ‘휘다·굽다’ 두 낱말하고 얽힌 말밑찾기에 손을 댔고, 곧 마치겠거니 여겼으나 이 말밑찾기도 한 달을 훌쩍 넘도록 매듭을 미룹니다.


  그래도 오늘은 ‘구체적’이라는 일본말씨를 다듬는 일을 마칩니다. ‘구체적’을 다듬자는 생각은 1994년에 처음 했고, 그때부터 하나씩 그러모은 보기글 31자락으로 추슬렀어요. 스물아홉 해가 걸린 셈이로군요.


  낱말풀이 하나를 놓고 서른 해가 걸릴 때도 있고, 손질말을 살필 적에 이렇게 서른 해가 걸릴 때도 있어요. 늘 그러려니 합니다. 일을 마치고서 문득 “아, 난 언제부터 이 낱말하고 씨름을 했을까?” 하고 돌아보다가 “어, 어느새 이만 한 나날을 살아왔네?” 하고 느낍니다.


  말꽃짓기(사전편찬)는 서두를 수 없으나 미룰 수 없습니다. 늘 기다리고 지켜보고 살펴보다가 불현듯 마음 깊은 곳으로 “이제 되었구나. 끝내자.” 하는 소리가 울리면 드디어 끝내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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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넋/숲노래 책읽기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8 자전거



  어릴 적부터 늘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운단다.”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넘어지면 아픈데, 넘어지면서 배우라구?” 하고 물으면 빙그레 웃기만 해요. 이러다가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또 일어서다 보면 어느새 더는 안 넘어지고서 달릴 텐데, 그때가 되면 안단다.” 하고 덧붙여요. 어느 날 드디어 더는 안 넘어지되 흔들흔들 앞으로 나아가다가 바람이 머리카락을 훅 날리고 눈앞이 환하게 트이면 “아! 이런 뜻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모든 아기는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익혔습니다. 아기처럼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또 일어서야” 비로소 삶을 배워요. 쓴맛(실패)을 보면서 어떻게 가다듬거나 고쳐야 하는가 하고 스스로 배우는 얼개입니다. 남이 이끌어 주면 얼핏 쉬워 보이나, 스스로 배울 일이 없어요. 밑바닥부터 뒹군 사람은 쓴맛에 가시맛에 매운맛을 잔뜩 보는 동안 다릿심이 붙고 팔심이 늡니다. 하늘을 나는 새도 처음에는 알에서 깨어나 어미 품에서 받아먹기만 했어요. 새도 둥지를 떠나는 첫 날갯짓이 아주 엉성해요. 부릉이(자동차)를 몰기에 나쁠 일은 없으나, 부릉이를 자주 몰수록 책읽기라는 맛하고 글쓰기라는 맛하고는 자꾸 멀 수밖에 없어요.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책맛이며 글맛이 맑아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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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숲노래 책읽기 2022.11.19.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7 에밀 파게



  오늘날은 마을책집(동네책방)이 책길을 새로 열도록 서로 북돋우는 길잡이·쉼터·수다터 구실이라면, 지난날에는 헌책집이 이 몫을 했습니다. 지난날에는 책숲(도서관)뿐 아니라 새책집에서도 입을 다물어야 했고, 글쓴이·그린이를 불러 책수다를 함께하는 자리조차 없었습니다. 이와 달리 헌책집에서는 글쓴이·그린이를 어렵잖이 만날 뿐 아니라, 궁금한 이야기를 묻고 들을 수 있었어요. 책동무나 책어른을 만나 생각을 나누는 즐거운 놀이터요 우물가였고요. 어느 날 책동무 한 분이 “최종규 씨 이 책 아나? 책 좋아하는 양반이라면 진작 알려나?” 하면서 1972년판 《讀書術》을 건네고, “요새는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속에는 한자가 하나도 없어도 책이름을 한자로 적은 예전 책은 거들떠도 안 봐.” 하고 덧붙입니다. 에밀 파게(1847∼1916) 님을 처음 만난 날입니다. 그 뒤 1959년 양문사 옮김판을 만났고, “L'Art de Lire”를 옮긴 영어 “The Art of Reading”를 1959년하고 1972년에 한자말로는 ‘독서술’로 풀었다면 2000년 눈길로는 ‘읽는길·읽음길’이나 ‘읽는눈·읽음눈’으로 새로 여미어야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문 글바치한테 ‘art’는 ‘術(기술)’일 테지만, 우리말로는 ‘길’이나 ‘눈’이거든요.


ㅅㄴㄹ

#LArtdeLire #TheArtofReading #EmileFaguet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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