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358 : 새벽 여명


새벽 여명과 함께 구름이 엷어지면서 비행기 창 아래로 대륙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희은-어디에도 없던 곳》(호미,2013) 15쪽


여명(黎明) : 희미하게 날이 밝아 오는 빛

새벽 : 먼동이 트려 할 무렵

먼동 : 날이 밝아 올 무렵 동쪽

새벽빛 : 날이 새려고 먼동이 트는 빛


 새벽 여명과 함께

→ 새벽빛과 함께

→ 새벽에 찾아드는 빛과 함께

→ 새벽을 밝히는 빛과 함께

→ 새벽녘 빛과 함께

 …



  ‘새벽 여명’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이 글월에서는 이러한 모습으로 나오지만, ‘새벽 여명’은 말이 안 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한자말 ‘여명’은 ‘새벽빛’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월대로 말을 한다면 ‘새벽 여명’은 “새벽 새벽빛”이라고 하는 셈입니다.


  한국말은 ‘새벽빛’입니다. 이를 한자말로 옮기면 ‘黎明’입니다.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여명과 함께”처럼 글을 쓸 노릇이고, 한국말로 쓰고 싶다면 “새벽빛과 함께”처럼 글을 쓸 노릇입니다. 꾸밈말을 넣고 싶다면 “새벽에 찾아드는 빛과 함께”라든지 “새벽을 밝히는 빛과 함께”처럼 쓸 수 있습니다. 4348.5.25.달.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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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과 함께 구름이 엷어지면서 비행기 창 아래로 넓은 땅이 천천히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대륙(大陸)’은 ‘뭍’이나 ‘넓은 땅’으로 손보고, ‘서서(徐徐)히’는 ‘천천히’로 손봅니다. “그 모습”에서 ‘그’는 ‘대륙’을 받는 대이름씨 구실을 하는데, 한국말에서는 이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그’ 없이 “대륙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처럼 쓰거나 “대륙이 천천히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처럼 씁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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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49) -의 : 이중삼중의 짐


당신이 열심히 순방하고 계시는 세계 곳곳의 여성들은 여전히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이중삼중의 짐들과 불이익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페트라 켈리/이수영 옮김-희망은 있다》(달팽이,2004) 107쪽


 이중삼중의 짐들과

→ 이중삼중으로 짐과

→ 두세 겹으로 짐과

→ 두 겹 세 겹으로 짐과

→ 두세 겹 짐과

→ 두세 겹에 이르는 짐과

 …



  한자말 ‘이중(二重)’은 ‘두 겹’을 뜻합니다. ‘삼중(三重)’은 ‘세 겹’을 뜻합니다. 그러니, ‘이중삼중’처럼 적는다면 ‘두 겹 세 겹’이나 ‘두세 겹’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짐이나 불이익이 있다면 “이중삼중‘으로’” 있거나 “두세 겹‘으로’” 있습니다. “두 겹‘의’ 불이익이 있다”나 “세 겹‘의’ 짐이 있다”가 아니라 “불이익이 두 겹‘으로’ 있다”나 “짐이 세 겹‘으로’ 있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4348.5.24.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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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바지런히 돌아다니는 세계 곳곳에서 여성은 아직도 사회 거의 모든 곳에서 맞닥뜨리는 두세 겹에 이르는 짐과 푸대접에 맞서 싸웁니다


“당신(當身)이 열심(熱心)히 순방(巡訪)하고 계시는”은 “그대가 바지런히 돌아다니는”으로 손보고, “세계(世界) 곳곳의 여성들은”은 “세계 곳곳에서 여성은”이나 “온누리 곳곳에서 여성은”으로 손봅니다. ‘여전(如前)히’는 ‘아직도’로 손질하고,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分野)에서”는 “사회 거의 모든 곳에서”로 손질하며, “맞닥뜨리게 되는”은 “맞닥뜨리는”으로 손질합니다. ‘불이익(不利益)’은 이익이 안 되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대로 둘 수 있으나 글흐름을 살펴서 ‘푸대접’이나 ‘따돌림’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싸우고 있습니다”는 “싸웁니다”로 다듬습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50) -의 : 어른의 다른 목적


누가 억지로 시키거나 어른의 다른 목적이 없다면,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즐겁겠니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소녀의 마음》(양철북,2004) 125쪽


 어른의 다른 목적이 없다면

→ 어른한테 다른 목적이 없다면

→ 어른한테 다른 뜻이 없다면

 …



  목적이든 뜻이든 마음이든 생각은 바로 우리한테 있습니다. 나한테 마음이 있고, 너한테 뜻이 있습니다. 그대한테 생각이 있고, 우리 모두한테 사랑이 있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한테’나 ‘-에게’라는 토씨를 붙여야 올바릅니다. 4348.5.24.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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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억지로 시키거나 어른한테 다른 뜻이 없다면,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즐겁겠니


‘목적(目的)’은 ‘뜻’이나 ‘마음’이나 ‘생각’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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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48) -의 : 아빠의 감독 아래


모든 게 아빠의 감독 아래 되어 가고 있어. 아빠는 우리를 너무 쉽게 생각해

《귄터 그라스/장희창 옮김-암실 이야기》(민음사,2015) 196쪽


 아빠의 감독 아래 되어 가고

→ 아버지가 감독해서 되어 가고

→ 아버지가 이끄는 대로 되어 가고

→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되어 가고

→ 아버지 뜻대로 되어 가고

 …



  한자말 ‘감독(監督)’은 “일이나 사람 따위가 잘못되지 아니하도록 살피어 단속함”을 뜻합니다. ‘단속(團束)’은 “주의를 기울여 다잡거나 보살핌”을 뜻합니다. 그러니, ‘살피다’나 ‘보살피다’를 가리키려고 하는 ‘감독’인 셈인데, 이 보기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헤아린다면, ‘아버지가 모든 일을 이끈다’라고 할 때에 가장 잘 어울리지 싶습니다.


  “감독 아래”는 “감독 下에”처럼 쓰는 일본 말투에서 ‘下’만 ‘아래’로 바꾸어 적은 말투입니다. ‘下’가 아닌 ‘아래’로 적는다고 해서 한국말이 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감독해서”처럼 적든지 “아버지가 이끌어서”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4348.5.24.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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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아버지가 이끄는 대로 되어 가네. 아버지는 우리를 너무 쉽게 생각해


“모든 게”는 “모든 일이”로 손보고, “가고 있어”는 “가”나 “가네”나 “가는구나”나 “가잖아”로 손봅니다. ‘아빠’는 ‘아버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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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50) -의 : 쌀의 최초 상태


쌀의 최초 상태는 벼다. 탈곡한 벼의 껍질을 방앗간에서 깎아내면 그제서야 쌀이 된다

《정혜경-밥의 인문학》(따비,2015) 316쪽


 쌀의 최초 상태는 벼다

→ 쌀은 처음에 벼이다

→ 쌀은 맨 처음에 벼이다

→ 쌀은 벼에서 비롯한다

 …



  보기글을 보면 “최초 상태”로 적습니다. “최초의 상태”처럼 적지 않습니다. 이 대목은 반갑지만 바로 앞에서 ‘쌀 + 의’처럼 적은 대목이 아쉽습니다. 적어도 “쌀 최초 상태”처럼 적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쌀 최초 상태”라고 적어도 어딘가 어설픕니다. 이런 말은 안 쓰니까요. 벼에서 겨(쌀껍질)를 벗기면 쌀입니다. 그러니, 겨를 벗기지 않았으면 벼일 뿐이요, 쌀이 아닙니다. “쌀은 처음에 벼”인 셈입니다. 또는 “쌀은 벼에서 비롯한다”라 할 만합니다. 4348.5.24.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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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처음에 벼이다. 낟알을 떨군 벼를 방앗간에서 껍질을 깎아내면 그제서야 쌀이 된다


“최초(最初) 상태(狀態)는”은 “첫 모습은”이나 “처음에”으로 손질합니다. ‘탈곡(脫穀)한’은 “낟알을 떨군”으로 손봅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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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79) 개 6


그때 학생들은 연필 한 개에 25센트를 지불해야 했다

《에드워드 월도 에머슨/서강목 옮김-소로와 함께한 나날들》(책읽는오두막,2013) 62쪽


 연필 한 개

→ 연필 한 자루

→ 연필 하나



  ‘자루’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천이나 헝겊으로 엮어서 물건을 담는 주머니입니다. 다른 하나는 손잡이가 있거나 길다랗게 생긴 연장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연필 한 자루”와 “칼 두 자루”와 “호미 세 자루”와 “도끼 네 자루”와 “낫 다섯 자루”처럼 말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연필을 ‘개’로 셌으니, 잘못 적었습니다. 4348.5.23.흙.ㅅㄴㄹ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때 학생들은 연필 한 자루에 25센트를 치러야 했다


‘지불(支拂)해야’는 ‘치러야’나 ‘내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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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967) -회會 1


밤에는 부모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 차츰 신뢰가 쌓여 주민자치회가 만들어질 때는

《하종강-길에서 만난 사람들》(후마니타스,2007) 323쪽


 부모회

→ 부모모임

 주민자치회

→ 주민자치모임



  부모가 모이면 ‘부모모임’입니다. 아주머니가 모이면 ‘아주머니모임’이에요. 모이니까 ‘모임’입니다. 때로는 ‘동아리’를 써서 ‘할아버지 동아리’나 ‘할머니 동아리’라 할 수 있습니다.


  한자말을 그대로 살려서 ‘송별모임’이나 ‘환영모임’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송별(送別)’은 떠나 보내는 일을 가리키고, ‘환영(歡迎)’은 반가이 맞이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뜻과 느낌을 살려서 ‘끝모임’이나 ‘첫모임’ 같은 이름을 새롭게 쓸 수 있고, ‘보내는 모임’이나 ‘맞이하는 모임’처럼 말뜻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떠나 보내거나 반가이 맞이하거나 ‘새걸음 모임’ 같은 이름을 붙여도 잘 어울립니다. 4340.9.23.해/4348.5.22.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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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부모모임을 열었다 … 차츰 믿음이 쌓여 주민자치모임이 생길 때에는


‘활동(活動)했다’는 ‘일했다’나 ‘함께했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신뢰(信賴)’는 ‘믿음’으로 다듬습니다. 모임은 ‘만들다’로 나타내지 않습니다. “모임을 열다”나 “모임을 꾸리다”라 말하고, “모임이 생기다”나 “모임이 되다”처럼 적습니다.



-회(會)

1. ‘단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부인회 / 청년회 / 노인회

2. ‘모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 송별회 / 환송회 / 환영회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091) -회會 2


그밖에도 여러 가지 새 소리가 뒤섞여서 숲속의 아침은 마치 음악회라도 열린 듯했지요

《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은미경 옮김-숲에서 크는 아이들》(파란자전거,2007) 113쪽


 음악회라도 열린 듯

→ 노래잔치라도 열린 듯

→ 노래마당이라도 열린 듯

→ 노래판이라도 벌어진 듯

→ 노래놀이라도 하는 듯

 …



  ‘음악회(音樂會)’는 “음악을 연주하여 청중이 음악을 감상하게 하는 모임”이라고 해요. 그런데, ‘음악’은 한자말입니다. 한국말은 ‘노래’예요. 영어로는 ‘뮤직’입니다. ‘음악회’를 영어로 ‘콘서트’라고도 하는데,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로 짓는 ‘노래마당’이나 ‘노래잔치’나 ‘노래판’ 같은 낱말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사진잔치 . 사진마당 . 사진판 . 사진놀이

 그림잔치 . 그림마당 . 그림판 . 그림놀이


  사진을 즐기면 ‘사진잔치’입니다. 그림을 즐기면 ‘글마당’입니다. 글을 즐기면 ‘글판’이나 ‘글놀이’가 됩니다. 자전거를 즐기면 ‘자전거잔치’이며 꽃을 즐기면 ‘꽃잔치’입니다. 4341.4.18.쇠/4348.5.22.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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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여러 가지 새소리가 뒤섞여서 숲속 아침은 마치 노래잔치라도 열린 듯했지요


“숲속의 아침”은 “숲속 아침”으로 다듬어 줍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73) -회會 3


개구리 음악회라, 그것 정말 좋은 구경이겠는걸

《임혜령-이야기 할아버지의 이상한 밤》(한림출판사,2012) 30쪽


 음악회

→ 노래모임

→ 노래잔치

→ 노래마당

→ 노래 큰잔치

→ 노래 한마당

 …



  개구리는 노래를 합니다. 개구리가 들려주는 소리는 ‘노래’입니다. 그러니, 개구리가 모여서 노래를 부른다면 ‘노래모임’이 될 테고, ‘노래잔치’나 ‘노래마당’이 됩니다. 때로는 ‘노래 큰잔치’나 ‘노래 한마당’이 될 테지요. ‘노래마을’이라든지 ‘노래꾸러미’ 같은 이름도 재미나게 써 볼 수 있습니다. 4348.5.22.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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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노래잔치라, 그것 참 좋은 구경이겠는걸


‘정(正)말’은 ‘참’이나 ‘참말’로 다듬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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