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별도의


 방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 방이 따로 마련되었습니다

→ 방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이 문제는 별도의 기구에서 다룰 예정

→ 이 일은 다른 곳에서 다루려 함

→ 이 일은 다른 자리에서 다룰 생각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별도의 적금을 들어 두었다

→ 입학금을 마련하려고 따로 적금을 들어 두었다

 별도의 잣대

→ 새로운 잣대 / 다른 잣대 / 또 다른 잣대

 별도로 생각해 볼 문제

→ 새롭게 생각해 볼 일 / 따로 생각해 볼 일 / 더 생각해 볼 일


  한자말 ‘별도(別途)’는 “1. 원래의 것에 덧붙여서 추가한 것 2. 딴 방면”을 뜻한다고 하는데, ‘추가(追加)’는 “나중에 더 보탬”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 말풀이는 겹말입니다. “더 붙이거나 넣을” 적에 ‘별도’를 쓰는 셈입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리면 ‘별도’는 ‘더’나 ‘딴’이나 ‘다른’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더 보태는’이나 ‘덧붙이는’을 가리킨다고도 할 만합니다.


  곰곰이 따지면, ‘별도’는 ‘다를 別 + 길 途’입니다. “다른 길”을 한자로 옮겼을 뿐입니다. 한국말로는 처음부터 ‘다른(다르다)’인 셈이고, 이 같은 얼거리를 찬찬히 읽는다면 ‘별도 + 의’처럼 쓸 일이 없으리라 느낍니다.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 다른 말이 있을 때까지

→ 더 말이 있을 때까지

→ 따로 얘기가 있을 때까지

《류춘도-벙어리새》(당대,2005) 66쪽


40%의 별도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 40%는 다른 넋이다

→ 40%만큼 다른 숨결이 있다

→ 40%는 따로 움직이는 넋이다

→ 40%는 딴 마음이 있다

→ 40%는 또 다른 넋이 있다

《권윤주-to Cats》(바다출판사,2005) 41쪽


 별도의 책을 만들지

→ 책을 따로 만들지

→ 책을 새롭게 만들지

→ 책을 더 만들지

《레몽 드파르동/정진국 옮김-방랑》(포토넷,2015) 116쪽


서로 겹쳐 있는 것임에도 종종 별도의 것으로 느껴집니다

→ 서로 겹쳐서 있지만 가끔 다른 것으로 느낍니다

→ 서로 겹치지만 더러 다르다고 느낍니다

→ 서로 겹치는데도 때때로 다르다고 느낍니다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눌민,2015) 166쪽


별도의 서문이 왜 필요한지 궁금한 분도

→ 따로 머리말이 왜 있어야 하는지 궁금한 분도

→ 새 머리말을 왜 써야 하는지 궁금한 분도

《질베르 리스트/최세진-경제학은 과학적일 것이라는 환상》(봄날의책,2015) 5쪽


이 대목에 대해서는 심화된 별도의 독서가 필요하다

→ 이 대목을 놓고는 더 깊이 책을 읽어야 한다

→ 이 대목은 더욱 깊이 책을 읽어야 한다

→ 이 대목을 말하려면 한결 깊이 책을 읽어야 한다

《장정일-장정일의 악서총람》(책세상,2015) 270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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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나중의


 나중의 가치에 대하여 → 이다음 가치를 놓고 / 나중 가치와 얽혀

 나중의 노래를 들으면 → 나중 노래를 들으면 / 나중에 흐르는 노래를 들으면

 나중의 승리 → 마지막 승리 / 나중에 이김

 나중의 일이었다 → 나중 일이었다 / 나중이었다


  ‘이다음’이나 ‘뒤’나 ‘끝’을 가리키는 자리에 쓰는 한국말 ‘나중’에는 ‘-의’를 붙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어사전을 살피면 ‘after’를 풀이하면서 “[형용사] 뒤의, 나중의”처럼 적기도 해요. 한국말사전에서도 ‘나중’을 “1.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2. 다른 일을 먼저 한 뒤의 차례 3. 순서상이나 시간상의 맨 끝”처럼 풀이하면서 ‘-의’를 자꾸 붙입니다. 이 말풀이는 “얼마쯤 시간이 지난 뒤”나 “다른 일을 먼저 한 뒤에 오는 차례”나 “순서나 시간에서 맨 끝”으로 손질해 주어야지 싶습니다. 2016.2.26.쇠.ㅅㄴㄹ



곡소리들을 개발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 곡소리들은 나중에야 지었다

→ 곡소리들은 나중에 가서야 지었다

→ 곡소리들을 지은 때는 나중이었다

《자케스 음다/윤철희 옮김-곡쟁이 톨로키》(검둥소,2008) 182쪽


맨 나중의 문제였다

→ 맨 나중 문제였다

→ 맨 나중이었다

→ 맨 나중에 따질 일이었다

→ 맨 나중에 생각할 일이었다

《그레그 마리노비치·주앙 실바/김성민 옮김-뱅뱅클럽》(월간사진,2013) 233쪽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을 쓴 것은 나중의 일이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을 쓴 때는 나중이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은 나중에 썼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은 나중에 이르러 썼다

→ ‘링과 불가리스’라는 말은 나중에서야 썼다

《이반 일리치/노승영 옮김-그림자 노동》(사월의책,2015) 107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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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납득 納得


 납득이 가도록 설득하다 → 알 수 있도록 설득하다

 납득이 안 가는 행동을 한다 → 알 수 없는 몸짓을 한다

 누구에게나 납득될 수 있도록 → 누구한테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아무래도 납득되지 않는다는 → 아무래도 알 수 없다는

 만인이 납득할 만한 → 누구나 알아들을 만한


  ‘납득(納得)’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형편 따위를 잘 알아서 긍정하고 이해함. ‘이해’로 순화”를 뜻한다고 해요. ‘이해(理解)’는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2. 깨달아 앎. 또는 잘 알아서 받아들임”을 뜻한다고 합니다. ‘긍정(肯定)’은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옳다고 인정함”을 뜻한다고 하며, ‘인정(認定)’은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납득’은 “잘 알아서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그렇다고 여겨 잘 알아서 받아들임”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여러모로 말이 안 되는 풀이입니다. 다만, ‘알다’나 ‘받아들이다’나 ‘알아듣다’를 가리키는 줄 헤아릴 만합니다. 2016.2.26.쇠.ㅅㄴㄹ



왜 그래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지만

→ 왜 그래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 왜 그래야 하는지 알아낼 수 없었지만

→ 왜 그래야 하는지 헤아릴 수 없었지만

《정청라-할머니 탐구생활》(샨티,2015) 176쪽


저래 가지곤 납득할 수 없어요. 다시 닦아 주세요

→ 저래 가지곤 받아들일 수 없어요. 다시 닦아 주세요

→ 저래 가지곤 안 되겠어요. 다시 닦아 주세요

《이와오카 히사에/송치민 옮김-토성 맨션 5》(세미콜론,2015) 36쪽


독자에게 납득시키려면

→ 독자한테 알아듣게 하려면

→ 독자가 알아듣도록 하려면

→ 독자가 알도록 하려면

→ 독자가 알아차리게 하려면

《이반 일리치/노승영 옮김-그림자 노동》(사월의책,2015) 145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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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이분의 주선


이분의 주선으로

→ 이분이 주선하여

→ 이분이 힘써서

→ 이분이 애써서

→ 이분이 다리를 놓아

→ 이분이 힘을 써서

《이계삼-고르게 가난한 사회》(한티재,2016) 139쪽


  ‘주선(周旋)’이라는 한자말을 그대로 쓰려면 “이분이 주선하여”로 손보고, 이 한자말을 덜려 하면 “이분이 힘써서”나 “이분이 다리를 놓아”로 손보면 됩니다.


《밀리턴트》의 독자가 매우 적기는 했지만

→ 《밀리턴트》는 독자가 매우 적기는 했지만

→ 《밀리턴트》를 보는 사람이 매우 적기는 했지만

→ 《밀리턴트》를 읽는 사람이 매우 적기는 했지만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68쪽


  ‘독자(讀者)’는 “읽는 사람”을 뜻해요. 이 한자말을 살리려 한다면 “-는 독자가 매우 적지만”으로 손봅니다. 이 한자말을 굳이 안 써도 된다면 “-를 보는 사람이 매우 적지만”으로 손봅니다.


헨리의 생각은 달랐다

→ 헨리는 생각이 달랐다

→ 헨리는 달리 생각했다

→ 헨리는 다르게 생각했다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206쪽


  이 자리에서는 ‘-의’가 아니라 ‘-는’을 붙여야 합니다.


꽃의 향기가 내 눈꺼풀을 올리고

→ 꽃 내음이 내 눈꺼풀을 올리고

→ 꽃 냄새가 내 눈꺼풀을 올리고

→ 꽃 내가 내 눈꺼풀을 올리고

《여정-몇 명의 내가 있는 액자 하나》(민음사,2016) 36쪽


  꽃에서 나는 ‘향기(香氣)’라면 ‘꽃 향기’이고, 한 낱말처럼 붙여서 써도 돼요. ‘꽃 내음·꽃 냄새·꽃 내’나 ‘꽃내음·꽃냄새·꽃내’처럼 쓰면 ‘-의’가 들러붙는 걱정은 말끔히 사라져요. 2016.2.2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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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고려 考慮


 아직 고려 중이다 → 아직 생각해 본다

 진지하게 고려를 좀 해 줘 → 차분하게 생각을 좀 해 줘

 전혀 고려되지 않은 → 조금도 살피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서 계획을 세우다 → 현실을 헤아려서 계획을 세우다


  ‘고려(考慮)’는 “생각하고 헤아려 봄”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더 들추면 ‘생각하다’를 “사람이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다”로 풀이하고, ‘헤아리다’를 “짐작하여 가늠하거나 미루어 생각하다”로 풀이해요. ‘판단(判斷)’은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을 내림”으로 풀이하는데, ‘인식(認識)’은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으로 풀이하고, ‘판정(判定)’은 “판별하여 결정함”으로 풀이하며, ‘판별(判別)’은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여 구별함”으로 풀이합니다. 자, 이러한 말풀이를 살피면 ‘고려 = 생각하기 + 헤아리기 = 헤아리기 + 판단 + 헤아리기 = 헤아리기 + 판단 + 판정 + 생각하기’인 꼴입니다. 더우기 ‘판단·인식·판정·판별’까지 돌림풀이로 빙글빙글 어지럽습니다.


  한국말사전에는 ‘고사(考思)’라는 한자말도 싣는데, “고사 = 고려(考慮)”로 풀이해요. 곰곰이 돌아본다면, ‘고려·고사’를 비롯해서 ‘판단·인식·판정·판별’은 거의 덧없다고 할 만하지 싶습니다. ‘생각하다’와 ‘헤아리다’를 알맞게 쓸 노릇이고, ‘살피다·가누다·가리다·가늠하다·보다·판가름하다·돌아보다’ 같은 낱말을 찬찬히 쓰면 돼요. 2016.2.26.쇠.ㅅㄴㄹ



헨리에게 고려해 달라고 했지만

→ 헨리한테 봐주라고 했지만

→ 헨리한테 헤아려 달라고 했지만

→ 헨리한테 살펴 달라고 했지만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206쪽


식물을 맛볼 때 고려할 또 다른 것은

→ 풀을 맛볼 때 헤아릴 또 다른 것은

→ 풀을 맛볼 때 생각할 또 다른 대목은

→ 풀을 맛볼 때 살필 또 다른 대목은

《팸 몽고메리/박준신 옮김-치유자 식물》(샨티,2015) 181쪽


전문가가 결코 고려하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조금도 살피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하나도 헤아리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거의 생각하지 않는 것은

→ 전문가가 도무지 돌아보지 않는 것은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151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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