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온전 穩全


 그 터전이 온전하길 바라겠소 → 그 터전이 고스란히 있길 바라겠소

 온전하리란 장담도 못 할 일이다 → 고스란히 있으리란 생각도 못 할 일이다

 정신이 온전하고서야 → 정신이 옳고서야 / 마음이 똑똑하고서야

 아직 온전한 직업이 되지 못했다 → 아직 오롯한 일이 되지 못했다

 온전히 보관하다 → 고스란히 간직하다 / 그대로 두다

 하루를 온전히 쉬다 → 하루를 고스란히 쉬다 / 하루를 오롯이 쉬다

 맡은 일을 온전히 수행했다 → 맡은 일을 옳게 해냈다 / 맡은 일을 똑똑히 해냈다


  ‘온전(穩全)하다’라는 한자말은 “1. 본바탕 그대로 고스란하다 2. 잘못된 것이 없이 바르거나 옳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로는 ‘고스란하다(고스란히)’나 ‘바르다’나 ‘옳다’로 쓰면 되는 셈입니다. 흐름을 살펴서 ‘똑똑히’나 ‘제대로’로 손볼 수 있고, ‘그대로’로 손볼 수 있습니다. 2016.3.15.불.ㅅㄴㄹ



온전히 사람이 되려면

→ 오롯이 사람이 되려면

→ 고스란히 사람이 되려면

→ 옳게 사람이 되려면

《이경림-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중앙북스,2011) 36쪽


이 모든 어려움을 온전히 잊을 수 있다

→ 이 모든 어려움을 말끔히 잊을 수 있다

→ 이 모든 어려움을 깨끗이 잊을 수 있다

→ 이 모든 어려움을 모두 잊을 수 있다

→ 이 모든 어려움을 몽땅 잊을 수 있다

《한미화-아이를 읽는다는 것》(어크로스,2014) 128쪽


기뻐서 온전히 자신을 잊고 몰입하는

→ 기뻐서 오롯이 나를 잊고 빠져드는

→ 기뻐서 고스란히 나를 잊고 빠져드는

→ 기뻐서 나를 온통 잊고 빠져드는

→ 기뻐서 나를 모두 잊고 빠져드는

《정경조·정수현-살맛 나는 한국인의 문화》(삼인,2016) 44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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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후 後


 며칠 후에 다시 → 며칠 뒤에 다시 / 며칠 지나 다시

 십 분 후에도 → 십 분 뒤에도 / 십 분 지나서도

 한참 후에야 들었다 → 한참 뒤에야 들었다 / 한참 지나서야 들었다

 과제를 마친 후 → 과제를 마친 뒤 / 과제를 마친 다음

 졸업한 후에도 → 졸업한 뒤에도 / 졸업을 하고도

 후에 연락하마 → 나중에 연락하마 / 다음에 연락하마

 후에 딴 말씀 하지 마십시오 → 나중에 딴 말씀 하지 마십시오


  ‘후(後)’는 “1. 뒤나 다음 2. = 추후”를 뜻한다고 합니다. ‘추후(追後)’는 “1. 일이 지나간 얼마 뒤 2. 뒤를 쫓음”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후’이든 ‘추후’이든 ‘뒤’나 ‘다음’으로 손질하면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나중’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이 다음’이나 ‘그 다음’이라든지 ‘조금 뒤’나 ‘얼마 뒤’로 손질할 수도 있어요. 2016.3.15.불.ㅅㄴㄹ



잠시 후 사람들이 수군거리더니

→ 얼마 뒤 사람들이 수군거리더니

→ 조금 뒤 사람들이 수군거리더니

→ 살짝 있다가 사람들이 수군거리더니

《베른트 M. 베이어/유혜자 옮김-숲이 어디로 갔지?》(두레아이들,2002) 11쪽


후에 본체의 모델은 바꾸지 않고

→ 나중에 본체 모델은 바꾸지 않고

→ 이 다음에 본체 모델은 바꾸지 않고

《자이쓰 마사키/김활란 옮김-1% 당신은 그 안에 있습니까》(창조문화,2004) 92쪽


후에 망명해서 인도에 거주하게 될

→ 뒤에 망명해서 인도에 살게 될

→ 나중에 망명해서 인도에 살게 될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204쪽


그 후 브룩은 곤충을 주의 깊게 살폈다

→ 그 뒤 브룩은 벌레를 꼼꼼하게 살폈다

→ 그 다음부터 브룩은 벌레를 찬찬히 살폈다

→ 그때부터 브룩은 벌레를 차근차근 살폈다

《조안 엘리자베스 록/조응주 옮김-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민들레,2004) 61쪽


점심 급식 후

→ 점심 급식 뒤

→ 점심 급식을 하고

→ 점심 급식한 다음

→ 낮밥을 먹은 뒤

→ 낮밥을 먹은 다음

→ 낮밥을 함께 먹고

→ 낮밥을 먹고 나서

〈마을회관〉 8호(과천주민,2005.11.25) 1쪽


이별 후 네가 그려 준 나의 얼굴

→ 이별 뒤 네가 그려 준 내 얼굴

→ 헤어진 뒤 네가 그려 준 내 얼굴

《김중일-내가 살아갈 사람》(창비,2015) 30쪽


후에 프랑스 정부는

→ 나중에 프랑스 정부는

→ 다음에 프랑스 정부는

→ 그 뒤로 프랑스 정부는

《테리 이글턴/이미애 옮김-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책읽는수요일,2016) 77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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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동경의


 동경의 대상 → 동경하는 대상 / 그리운 대상

 동경의 봄 → 그리운 봄 / 바라던 봄 / 꿈꾸던 봄


  ‘동경(憧憬)’은 “1.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여 그것만을 생각함 2. 마음이 스스로 들떠서 안정되지 아니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리움’을 한자말 ‘동경’으로 나타내는 셈입니다. 2016.3.14.달.ㅅㄴㄹ



그야말로 동경의 바다였다

→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바다였다

→ 그야말로 보고 싶던 바다였다

→ 그야말로 가고 싶던 바다였다

→ 그야말로 바라고 바라던 바다였다

→ 그야말로 꿈 같은 바다였다

→ 그야말로 꿈결 같은 바다였다

→ 그야말로 아름다운 바다였다

→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바다였다

《사사키 미쓰오·사사키 아야코/정선이 옮김-그림 속 풍경이 이곳에 있네》(예담,2001) 60쪽


꿈에 그리던 동경의 땅이었다

→ 꿈에 그리던 땅이었다

→ 꿈에 그리던 애틋한 땅이었다

→ 꿈에 그리던 사랑스러운 땅이었다

→ 꿈에 그리던 멋진 땅이었다

→ 꿈에 그리던 새로운 땅이었다

→ 꿈에 사무치게 그리던 땅이었다

→ 꿈에 그렇게도 그리던 땅이었다

→ 꿈에 몇 번이고 그리던 땅이었다

→ 꿈에 수없이 그리던 땅이었다

《이진희/이규수 옮김-해협, 한 재일 사학자의 반평생》(삼인,2003) 101쪽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내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내가 우러른 분이었어요

→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내가 닮고픈 분이었어요

→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우러러보았어요

→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닮고 싶었어요

《테라사와 다이스케/서현아 옮김-미스터 초밥왕 7》(학산문화사,2003) 229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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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결정적


 범인이라는 결정적 단서를 발견하였다 → 범인이라는 뚜렷한 단서를 찾았다

 우리의 승리는 결정적이다 → 우리 승리는 굳어졌다 / 우리는 틀림없이 이긴다

 결정적 실수 → 뼈아픈 잘못 / 크나큰 잘못 / 틀림없는 잘못

 결정적 기회 → 다시 없는 기회 / 좋은 기회 /

 결정적 순간 → 틀림없는 순간 / 바로 그때 / 바로 이 한때

 분위기를 결정적으로 해치다 → 분위기를 크게 망가뜨리다 / 분위기를 아주 망치다


  ‘결정적(決定的)’은 “1.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이 바뀔 수 없을 만큼 확실한 2. 일의 결과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을 뜻한다고 합니다. ‘확실(確實)하다’는 “틀림없이 그러하다”를 뜻하고, ‘중요(重要)하다’는 “귀중하고 요긴하다”를 뜻합니다. ‘귀중(貴重)하다’는 “귀하고 중요하다”를 뜻하고, ‘요긴(要緊)하다’는 “= 긴요하다”를 뜻하며, ‘긴요(緊要)하다’는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매우 중요하다’로 순화”를 뜻합니다. ‘결정(決定)짓다’는 “어떤 일이 결정되도록 만들다”를 뜻하고, ‘결정(決定)되다’는 “행동이나 태도가 분명하게 정해지다”를 뜻하며, ‘분명(分明)하다’는 “1. 모습이나 소리 따위가 흐릿함이 없이 똑똑하고 뚜렷하다 2. 태도나 목표 따위가 흐릿하지 않고 확실하다 3. 어떤 사실이 틀림이 없이 확실하다”를 뜻합니다.


  한국말사전 뜻풀이를 살피면 ‘결정적 = 확실한 + 중요한’인 셈인데, ‘확실한 = 틀림없이’이고, ‘중요한 = 귀중한 + 요긴한’인데 ‘귀중한 = 귀한 + 중요한’이고 ‘요긴한 = 긴요한 = 중요한’이에요. 말풀이가 빙글빙글 돌지요. 그리고 ‘결정짓다’ 뜻풀이를 살피는 동안 ‘분명한 = 뚜렷한 + 확실한 + 틀림이 없이 확실한’이라는 대목을 엿볼 수 있는데, ‘확실한 = 뚜렷한’이니까, ‘분명한 = 뚜렷한 + 뚜렷한 + 틀림없는 + 뚜렷한’인 꼴이 됩니다. 그야말로 뒤엉킨 겹말풀이입니다.


  ‘결정적’이라는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쓸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한국말로는 ‘뚜렷한’이나 ‘틀림없는’을 가리키는 셈이고, 흐름을 살펴서 ‘크나큰’이나 ‘큰’이나 ‘다시 없는’이나 ‘둘도 없는’으로 손볼 만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매우’나 ‘몹시’로 손볼 수 있고, ‘뼈아픈’이나 ‘좋은’으로 손볼 수도 있습니다. 2016.3.14.달.ㅅㄴㄹ



결정적인 계기였지 않나

→ 더없이 큰 계기였지 않나

→ 틀림없는 발판이었지 않나

→ 뚜렷한 발판이었지 않나

→ 바로 그 때문이었지 않나

《오광수-소정 변관식》(열화당,1978) 11쪽


결정적인 거절장이었다

→ 틀림없는 거절장이었다

→ 매몰찬 거절장이었다

→ 차가운 거절장이었다

→ 차디찬 거절장이었다

→ 끔찍한 거절장이었다

《드니 랑글로와/전채린 옮김-자살에 관한 어두운 백서》(종로서적,1981) 231쪽


결정적 역할을 하니까요

→ 큰 노릇을 하니까요

→ 기둥 구실을 하니까요

→ 엄청난 일을 하니까요

《산바치 카와/정선희 옮김-4번 타자 왕종훈 9》(서울문화사,1994) 127쪽


결정적인 실수였다

→ 뼈아픈 잘못이었다

→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었다

→ 가장 큰 잘못이었다

→ 몹시 아픈 잘못이었다

→ 대단한 잘못이었다

《이란주-말해요 찬드라》(삶이보이는창,2003) 124쪽


맛은 결정적으로 달라요

→ 맛은 틀림없이 달라요

→ 맛은 뚜렷이 달라요

→ 맛은 하늘 땅처럼 달라요

→ 맛은 크게 달라요

《테라사와 다이스케/서현아 옮김-미스터 초밥왕 7》(학산문화사,2003) 191쪽


내 인생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끈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 내 삶을 그릇된 쪽으로 이끈 뼈아픈 일이었다

→ 내 삶을 그릇된 길로 이끈 둘도 없는 까닭이었다

→ 내 삶을 그릇된 길로 이끈 바로 그 까닭이었다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내가 만난 아이들》(양철북,2004) 31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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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16] 룰루랄라



  신나는 일이 있으면 저절로 노래가 나와요. 콧노래도 나오고 입으로도 온갖 가락이랑 말이 기쁘게 흐르지요. 이때에 ‘랄랄라’ 노래하기도 하고, ‘라랄라’나 ‘라라라’ 노래하기도 해요. ‘룰루루’ 노래하거나 ‘루룰루’ 노래하거나 ‘루루루’ 노래하기도 합니다. ‘랑랑랑’ 노래할 수 있고, ‘라리랄라’ 노래할 수 있으면 ‘리리리리’ 노래할 수 있어요. 신나거나 즐겁거나 기쁘면 ‘ㄹ’로 여는 말이 모두 노랫가락이 되어서 재미나게 춤추어요. 그래서 이를 갈무리해서 ‘룰루랄라’처럼 쓰기도 해요. 모두 ‘ㄹ’이 첫머리에 들어간 ‘룰루랄라’인데 ‘루룰라랄’처럼 말해도 재미나고, ‘라랄룰루’라든지 ‘라리랄라’라든지 ‘로리롤로’처럼 꼴을 살짝 바꾸면서 마음껏 놀 수 있어요. 때로는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하면서 노래하고, ‘랑랑랑 랑랑랑’ 노래한다든지 ‘름름름 름름름’ 노래할 만하지요. 자, 또 어떤 ‘ㄹ’ 노래를 부르면 재미있을까요? 발을 구르고 손을 흔들면서 밝게 웃는 낯으로 다 함께 모여서 신나게 ‘ㄹ’을 노래해요. 4349.2.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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