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23] 칠칠하다



  “나무나 풀이나 머리카락이 잘 자라서 알차고 길다”고 할 적에 ‘칠칠하다’라는 낱말을 써요. ‘칠칠맞다’는 ‘칠칠하다’를 힘주어서 가리키는 낱말이에요. 그러니 “너는 참 칠칠하구나” 하고 말한다면, 너는 머리카락이 잘 자라서 보기에 좋다는 뜻이 돼요. 텃밭에 심은 남새가 잘 자랐다고 할 적에도 ‘칠칠하다’를 쓸 만해요. 이러한 뜻을 바탕으로 삼아서 “깨끗하거나 말끔한 차림새”를 가리키는 자리라든지 “일을 반듯하고 야무지게 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자리에도 ‘칠칠하다·칠칠맞다’를 쓸 만해요. 그런데 말이지요, 우리는 흔히 ‘칠칠하지 못하다’라든지 ‘칠칠맞지 못하다’ 꼴로만 쓰곤 해요. 보기에 안 좋거나 깔끔하지 못하거나 반듯하지 못하거나 야무지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칠칠하지 못한 놈!”이라든지 “칠칠맞지 못한 녀석!” 하고 말하지요. 칠칠하지 못하다면 ‘칠칠한’ 모습으로 거듭날 노릇이고, 칠칠맞지 못하다면 ‘칠칠맞은’ 의젓하고 야무진 모습으로 달라질 노릇이에요. 2016.5.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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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며칠의 따뜻한 날씨


며칠의 따뜻한 날씨가 늦여름이 아니라 봄이라는 것을

→ 며칠 따뜻한 날씨가 늦여름이 아니라 봄인 줄을

→ 며칠 동안 따뜻한 날씨가 늦여름이 아니라 봄인 줄을

《페터 볼레벤/장혜경 옮김-나무 수업》(이마,2016) 190쪽


  ‘-의’를 붙일 까닭이 없는 자리입니다. 사이에 다른 말을 넣고 싶다면 ‘동안’을 넣으면 되지요. “봄이라는 것을”은 “봄인 줄을”로 손봅니다.


수천 그루의 가문비나무와 너도밤나무

→ 수천 그루 가문비나무와 너도밤나무

→ 수천 그루에 이르는 가문비나무와 너도밤나무

→ 가문비나무와 너도밤나무 수천 그루

《페터 볼레벤/장혜경 옮김-나무 수업》(이마,2016) 7쪽


  “수천 그루 나무”처럼 쓰면 됩니다. 또는 “수천 그루에 이르는 나무”나 “수천 그루나 되는 나무”처럼 쓸 만합니다. 말짜임을 바꾸어서 “나무 수천 그루”로 적어도 되고요.


나무의 잎을 갉아 먹고

→ 나뭇잎을 갉아 먹고

→ 나무에 달린 잎을 갉아 먹고

《페터 볼레벤/장혜경 옮김-나무 수업》(이마,2016) 151쪽


  나무에 돋는 잎은 ‘나뭇잎’입니다. “나무의 잎”이 아니지요. 풀에 있는 잎은 ‘풀잎’입니다.


선생님의 잔소리가 시작되면

→ 선생님이 잔소리를 하면

→ 선생님이 잔소리를 늘어놓으면

→ 선생님 잔소리가 흐르면

《문현식-팝콘 교실》(창비,2015) 20쪽


  이 보기글은 토씨를 잘못 붙였구나 싶습니다. ‘선생님’을 임자말로 삼아서 토씨 ‘-이’를 붙여야지요. “선생님‘이’ 잔소리‘를’ 하면” 같은 꼴로 손질해 줍니다. 또는 “선생님 잔소리가 흐르면”이나 “선생님 잔소리가 쏟아지면”처럼 적어 볼 만합니다. 2016.6.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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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오늘의


 오늘의 날씨 → 오늘 날씨

 오늘의 운세 → 오늘 운세

 오늘의 명언 → 오늘 명언 / 오늘 하루 명언

 오늘의 경제 발전 → 오늘날 경제 발전


  “오늘의 모습”을 말한다면 “내일의 모습”이나 “어제의 모습”도 말할 수 있겠지요. “내년의 모습”이나 “지난해의 모습”처럼 쓸 수도 있을 테니, ‘-의’를 붙이면 참으로 수월하게 온갖 말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토씨 ‘-의’를 스스럼없이 붙이거나 딱히 잘못되었다고 안 느끼는구나 싶어요.


  그러면 이런 말도 생각해 보셔요. “오늘 모습, 어제 모습, 내일 모습, 이듬해 모습, 지난해 모습”을요. 토씨 ‘-의’만 덜어낸 말을 가만히 곱씹어요. 다음으로 “오늘 같은 모습, 어제 같은 모습, 내일 같은 모습, 이듬해 같은 모습, 지난해 같은 모습”을 생각해요. 어떤가요? 2016.5.26.나무.ㅅㄴㄹ



오늘의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 오늘날 어린이들은 어떻게 사는가

→ 요즘 어린이들은 어떻게 사는가

→ 요즈음 어린이들은 어떻게 사는가

→ 요새 어린이들은 어떻게 사는가

→ 요사이 어린이들은 어떻게 사는가

→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어떻게 있는가

→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은 어떻게 있는가

《이오덕-삶·문학·교육》(종로서적,1987) 87쪽


오늘의 모습을

→ 오늘날 모습을

→ 오늘 이 모습을

→ 오늘 같은 모습을

→ 이러한 모습을

→ 이 모습을

《폴카르스/이계숙 옮김-열반》(불일출판사,1988) 17쪽


오늘의 면접은

→ 오늘 면접은

→ 오늘 치를 면접은

→ 오늘 볼 면접은

→ 오늘 하는 면접은

《다카하시 신/박연 옮김-좋은 사람 1》(세주문화,1998) 8쪽


오늘의 ‘오늘의 커피’는 뭔가요

→ 오늘은 ‘오늘 커피’는 뭔가요

→ 오늘은 ‘오늘 커피’가 뭔가요

→ 오늘 내린 ‘오늘 커피’는 뭔가요

→ 오늘 선보일 ‘오늘 커피’는 뭔가요

《기선-오늘의 커피 3》(애니북스,2013) 183쪽


오늘의 나는 무척이나 운이 좋구나

→ 오늘 나는 무척이나 운이 좋구나

→ 오늘은 내가 무척이나 운이 좋구나

《슬구-우물밖 여고생》(푸른향기,2016) 5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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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작성 作成


 시간표 작성 → 시간표 짜기

 서류 초안 작성 → 서류 밑그림 쓰기 / 서류 밑그림 짜기

 보고서 작성 → 보고서 쓰기 / 보고서 꾸리기

 프로그램 작성 → 프로그램 짜기 / 프로그램 엮기

 기사 작성 → 기사 쓰기

 계약서 작성 → 계약서 쓰기 / 계약서 꾸미기

 신기록 작성 → 새기록 이룸 / 새기록 세움 / 새기록 짓기


  ‘작성(作成)’은 “1. 서류, 원고, 계획 따위를 만듦 2. 운동 경기 따위에서, 기록에 남길 만한 일을 이루어 냄”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는 ‘만듦’으로 풀이하는데, ‘作’이라는 한자는 “짓다”를 뜻해요. 그러니까 서류나 원고나 계획은 ‘짓다’로 나타내야 옳고, 때로는 ‘세우다·쓰다·짜다·적다·꾸미다·꾸리다’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밖에 ‘작성(鵲聲)’이라는 한자말은 “= 작어(鵲語)”라는 뜻풀이로 오르는데, ‘작어’는 “까치의 지저귀는 소리”를 뜻한답니다. 까치가 지저귀는 소리라면 ‘까치소리(까칫소리)’라는 낱말을 새로 지어서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올바르리라 느낍니다. 2016.5.22.해.ㅅㄴㄹ



신문기사들은 누가 작성하고 도대체 얼마나 현실과 일치하는가

→ 신문기사들은 누가 쓰고 참으로 얼마나 삶과 맞닿는가

→ 신문글들은 누가 쓰고 참말로 얼마나 삶과 이어지는가

《손석춘-신문편집의 철학》(풀빛,1994) 24쪽


저작자가 작성한 저작물을

→ 글쓴이가 쓴 글을

→ 글쓴이가 일군 글을

→ 지은이가 써낸 글을

《김성재-출판 현장의 이모저모》(일지사,1999) 27쪽


아이가 원하는 선물을 목록으로 작성하도록 한다

→ 아이가 바라는 선물을 목록으로 쓰도록 한다

→ 아이가 바라는 선물을 목록으로 적도록 한다

→ 아이가 바라는 선물을 목록으로 꾸미도록 한다

《폴 제닝스/권혁정 옮김-책벌레 만들기》(나무처럼,2005) 136쪽


이 서식을 작성해 주십시오

→ 이 서식을 써 주십시오

→ 이 서식을 꾸며 주십시오

→ 이 서식을 꾸려 주십시오

《자닌 테송/정혜용 옮김-수화가 꽃피는 마을》(한울림스페셜,2010) 13쪽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나눠 주는 것은 사업주의 의무 사항입니다

→ 근로계약서를 쓰고 나눠 주는 일은 사업주한테 의무 사항입니다

→ 근로계약서를 쓰고 나눠 주는 일은 사업주가 꼭 해야 합니다

→ 사업주는 근로계약서를 꼭 써서 나눠 주어야 합니다

《이수정-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철수와영희,2015) 24쪽


함께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 함께 계획서를 쓰면 좋다

→ 함께 계획서를 짜면 좋다

《페니 심킨/정환욱 옮김-출산 동반자 가이드》(샨티,2016) 5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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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26] 종이두루미



  집에서 종이로 노는 아홉 살 아이는 곧잘 종이접기를 하고 싶어서 책을 펼칩니다. 책에 나온 ‘종이학’ 접기를 해 보려는데 잘 안 된다면서 자꾸 도와 달라 합니다. 한 번 두 번 돕다가 아이한테 말합니다. “책을 덮으렴. 책을 보면서 하면 아예 못 접어.” 나는 책 없이 접는 손놀림을 아이한테 보여줍니다. 어릴 적부터 손에 익은 대로 종이를 네모반듯하게 자르고, 세모를 두 번 접어서 자국을 내며, 네모를 두 번 접어서 또 자국을 냅니다. 다시 세모를 접고, 잇달아 수많은 세모를 넣어 자국을 낸 뒤에 비로소 하나씩 새로운 꼴로 접습니다. 이러는 동안 어느새 예쁜 ‘종이두루미’가 태어납니다. 종이두루미를 다 접고 나서는 거꾸로 ‘펼친 종이’가 되도록 하나씩 풉니다.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손으로 만지면서 몸에 익혀야 눈을 감고도 접을 수 있어.” 한나절 동안 함께 종이를 접고 나서 ‘종이학’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봅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종이학’ 접기인데, 일본에서는 ‘오리츠루(おりづる·折り鶴·折鶴)’라는 이름을 써요. “접는 두루미”라는 뜻입니다. 일본에서는 종이접기를 ‘오리가미(おりかみ·折り紙·折紙)’라고 말해요. 종이로 두루미를 접는 놀이가 일본에서 건너왔어도 ‘두루미’라는 이름을 쓰면 되었을 텐데, 처음에 ‘학(鶴)’이라는 한자를 쓴 바람에 이제는 ‘종이학’이라는 이름만 널리 퍼졌구나 싶습니다. 2016.5.1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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