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발랄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 육아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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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29.

읽었습니다 339



  아기를 낳아서 돌보는 삶에는 끝이 없다. 모든 아이는 어버이랑 도란도란 살아가며 언제나 즐겁기를 바란다. 몇 살에 이르면 제금을 나려고 태어나는 아이는 없다. 어느 나이를 맞이하면 따로살기를 해야 하는 아이도 없다. 오늘날 이 나라는 모든 아이가 스무 살을 앞두고서 ‘돈벌잇자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듯이 몰아세운다만, 아이는 ‘돈을 벌려고 태어나는 숨결’이 아니다. 어버이도 아이한테 ‘돈벌잇자리를 가르치거나 알려주려고 낳지 않’는다. 이 대목을 잊어버릴 뿐 아니라, 나라에서 이 대목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탓에, 다들 힘겹고 고되고 벅찰 뿐 아니라, 배움수렁(입시지옥)이 무시무시하다. 《닥치고 군대육아》를 읽다가 한숨만 나왔다. 아이를 세 해만 돌보면 끝난다구? 터무니없다. 게다가 아이돌봄을 ‘자리(계급)’로 가를 수조차 없다. 몇 해쯤 아이를 보았으니 더는 안 보아도 된다면, 이미 어버이로서 끝장이다. 어버이가 아니지. 어른은 ‘아기 낳는 틀(기계)’도 아닐 뿐더러, 아이는 몇 살에 이르면 뭘 해내야 하는 틀(기계)일 수도 없다. ‘아이곁에서’ 살아가면 된다. ‘아이하고 함께’ 살림을 지으면 된다. ‘어른’으로서 사랑을 짓는 하루를 노래하면 된다. 제발 잔소리를 닥치고서 아이를 사랑하기를 빈다. 군대가 어떤 곳인가? 사람한테서 사랑을 빼앗고 지워서 오직 ‘싸움기계’로 길들이고 닦달하는 죽음터이지 않은가? 제발 아이하고 나란히 앉아서 아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아이한테서 배우기를 바란다. 어버이란, 아이하고 오래오래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사랑을 배우는 보람으로 이 삶을 노래하는 사람한테 붙이는 이름이다.



《닥치고 군대육아》(김선미, 알에이치코리아, 2023.1.4.)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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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 - 김훈 문장 엽서(부록)
김훈 지음 / 나남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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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28.

읽었습니다 338



  삶이 덧없이 지나간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삶도 덧없거나 부질없을 까닭이 없다. 그냥 흐르는 삶이 아닌, 저마다 다르게 배우는 삶이다. 쓸쓸하게 사라지는 삶이 아닌, 하루하루 새롭게 마주하면서 차분히 익히는 삶이다. 우두커니 지나가지 않는다. 멍하니 잊히지 않는다. 이 삶에는 꽃길과 가시밭길이 나란하다. 이 삶에는 눈물과 웃음이 함께 있다. 《허송세월》을 돌아본다. 2004년이나 1984년에는 ‘아무 글’이나 써도 덧없다고 못 느꼈을까? 예전처럼 술담배를 못 하기에 부질없다고 느끼는가? 어느 말이건 글이건 모름지기 ‘나’를 나로서 바라볼 적에, ‘나’란 누구인지 고스란히 느껴서 이야기를 남길 수 있다. 내가 먼저 ‘나’를 안 바라보면서 돈과 이름과 힘이라는 허울에 얽매이기에 헛되구나 싶은 허튼말글로 허수아비 노릇을 오래오래 하게 마련이다. 삶이 덧없다면 붓은 꺾기를 빈다. 아니, 이제는 제발 호미와 낫 좀 쥐기를 빈다. 이 땅에 왜 태어나서 살아가는가 하고 느끼고 싶다면, 날마다 머금는 밥과 바람과 물이 어떻게 온누리를 돌고돌아서 이녁 몸으로 스미는지 배우기를 빈다. 그 나이에 이르도록 흙살림과 풀살림에 다가서려고 아무것도 안 하니 부질없다는 푸념만 늘어놓고 만다. 왜 이 나라 흙사람은 봄을 놓고서 첫봄과 한봄과 늦봄이라 했을까? 왜 여름을 굳이 첫여름과 한여름과 늦여름이라는 이름으로 살폈을까? 글도 책도 집어치워도 된다. 바람을 읽고 흙을 읽고 비를 읽을 줄 안다면, 바람을 쓰고 흙을 쓰고 비를 쓰겠지. 먹물로는 멍을 때리는 글에 갇힐 테지만, 멧숲에 깃들어 머루를 바라볼 수 있다면 ‘머물’다가 내려놓을 몸을 어떻게 건사할 적에 나답고 사람답고 사랑다운 길인 줄 알아차리리라.



《허송세월》(김훈, 나남출판, 2024.6.20.)


ㅍㄹㄴ


내가 살아서 읽은 책 몇 권이 나의 마음과 함께 무無로 돌아가고

→ 내가 살아서 읽은 책 몇이 내 마음과 함께 덧없이 돌아가고

→ 살아서 읽은 책 몇 자락이 마음과 함께 고요로 돌아가고

7쪽


나무들은 꽃 피고 잎 지는 때가 제가끔이어서 숲의 빛과 냄새는 수시로 바뀐다

→ 나무는 꽃피고 잎지는 때가 제가끔이어서 숲빛과 숲냄새는 곧잘 바뀐다

→ 나무는 꽃피고 잎지는 때가 제가끔이어서 숲은 빛과 냄새가 늘 바뀐다

8쪽


나는 와인 두 잔 이상을 마시면 힘들어진다

→ 나는 포도술 두 모금이 넘으면 힘들다

→ 나는 포도술 두 모금부터 힘들다

→ 나는 포도술을 두 입도 못 마신다

12쪽


병이 들어서 의사에게 몸을 맡기게 된 신세의 설움이 복받쳤다

→ 몸이 아파 돌봄이한테 몸을 맡기는 꼴이 서럽다

→ 몸이 아파 돌봄이한테 몸을 맡겨야 하니 복받친다

18쪽


가끔씩 술 마시던 날들의 어수선한 열정과 들뜸이 그립다

→ 술마시며 어수선히 뜨겁고 들뜨던 날이 가끔 그립다

→ 어수선히 들끓고 들뜨며 술마시던 날이 가끔 그립다

20쪽


늙은이들이 너무 많아져서

→ 늙은이가 너무 늘어서

34쪽


여덞 명의 아이들을 생각함

→ 여덟 아이를 생각함

280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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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이옥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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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27.

읽었습니다 337



  우리는 누구나 아이요 어른이다. 처음 어버이 곁으로 태어나서 엄마아빠 품에서 자랄 적에는 아이라는 몸이라면, 차츰 철들고 눈이 밝으면서 둘레를 하나하나 알아보는 동안에 새롭게 어른으로 선다. 어느 나이에 이르러야 어른이지 않다. 철들면 어른이고, 철이 안 들면 일흔 나이여도 ‘철바보’이다. 《즐거운 어른》은 배를 곯지 않으면서 그냥그냥 조금 넉넉하게 살림을 꾸리며 살다가 할머니 나이에 이르러 글도 쓰고 책도 내고 책수다에 나들이도 다니는 하루를 들려준다. 글을 쓰는 할머니는 요사이도 부릉부릉 몰면서 홀가분히 돌아다닐 뿐 아니라, 나라밖마실도 심심찮게 다녀올 만하구나 싶다. 요새 나라밖마실을 못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나, 나라밖은커녕 옆고을이나 옆고장으로조차 나들이를 못 하는 할매할배도 수두룩하다. 내가 사는 두멧시골 할매할배는 걷기도 버거우나 지팡이나 아기수레로 어쩌저찌 집과 마을쉼터 사이를 한참 걸려서 겨우겨우 오간다. 읍내 저잣마실조차 드문 마을할매를 지켜보노라면,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일거리를 잡는다든지, 짝꿍이 살림돈을 넉넉히 벌어오는 집안에서 지내면서 예순이나 일흔이나 여든을 맞이한 할매는 참 다르구나 싶다. 이옥선 할머니가 쓴 글을 읽노라면 “즐거워 보인다”고도 할 수 있되, 이보다는 “힘있는 어른”이나 “돈있는 어른”이 좀더 어울리지 싶다. 힘과 돈이 있어서 나쁠 까닭이란 없다. 그저 힘도 돈도 이름도 없이 두멧시골에서 지팡이나 아기수레로 100미터를 1시간에 걸려서 엉금엉금 기듯 나아가는 마을 할매할배를 날마다 지켜보면서, 마을 할매할배가 문득 들려주는 토막말에 깃든 숨결을 헤아리면서, “즐거운 어른”이란 더 천천히 걷는 사람이며, 더 나긋이 멧새소리와 철바람을 읽는 사람이지 않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다.



《즐거운 어른》(이옥선, 이야기장수, 2024.8.26.)


ㅍㄹㄴ


50대 초반에 집안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질 때쯤 동네 문화센터에서

→ 쉰 언저리에 집안일이 조금씩 줄어들 때쯤 마을 너른마당에서

→ 쉰을 지나 집안일이 조금씩 사라질 때쯤 마을 배움마당에서

5쪽


결과부좌를 하고 앉아서 단전호흡을 했다

→ 반듯하게 앉아서 배꼽숨을 했다

→ 틀어앉아서 배꼽밑숨을 했다

5쪽


누군가 말했듯이 가족이라 다 좋아 사는 건 아니고, 타인은 어차피 견디어주는 거라고 했다

→ 누가 말하듯이 한집이라 다 즐거워 살지 않고, 남은 뭐 견딘다고 했다

→ 누가 그러듯이 집사람이라 다 반갑지 않고, 놈은 그냥 견딘다고 했다

8쪽


젖가슴이 큰 게 그리 좋은가

→ 젖가슴이 크면 그리 기쁜가

→ 젖가슴이 그리 커야 하나

→ 젖가슴이 왜 커야 하나

50쪽


나의 해외여행 분투기

→ 이웃마실로 애쓰다

→ 바깥마실로 구슬땀

→ 나라밖마실로 발품

21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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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 세상 끝 서점을 찾는 일곱 유형의 사람들
숀 비텔 지음, 이지민 옮김 / 책세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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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25.

까칠읽기 73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숀 비텔

 이지민 옮김

 책세상

 2022.8.31.



  처음부터 책집이라는 데가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누구나 쓰고 읽는 책”이지 않았으니까. 처음에는 “누구나 말하고 듣는 이야기”만 있었다. 그래서 온누리 모든 슬기와 빛과 살림은 “입으로 들려주고 귀로 들어서 마음에 새기고 온몸에 남기는 말씨(말씨앗)”으로 물려주고 물려받았다.


  손수 살림을 짓는 사람은 ‘말’만 들려주고 들어도 안 잊는다. 잊을 까닭도 터럭도 없다. 손수짓기를 하는 사람은, 아이어른이 함께 일하고 같이 쉬고 나란히 노래하고 서로 북돋우면서 보금자리를 일군다. 손수짓기를 안 하는 사람이기에, 아이하고 어른을 가를 뿐 아니라, 아이가 어른한테서 못 배우고, 어른도 아이한테서 못 배운다. 이른바 벼슬아치와 임금과 나리와 글바치는 아이어른이 쫙 쪼개진 얼거리로 살았으며, 바로 이들이 ‘글’을 거머쥔 나날을 살았다.


  어느 삶터에서도 굳이 글이 있어야 할 까닭이 없다. 그러나 ‘삶터’나 ‘살림터’가 아닌 ‘나라(정부·국가)’를 세우고 보면, 이들은 저희끼리 찧고 빻으며 일구었다는 보람(업적)을 내세우거나 자랑해서 남기려고 한다. 벼슬아치와 임금과 나리와 글바치가 어떤 글을 남겼는지 보라. 하나같이 땅따먹기(전쟁·영토확장)를 기리는 따분한 글이다. 모조리 누가 임금이었고 누가 뭘 베풀었는지 읊는 재미없는 글이다. 모름지기 처음부터 남긴 글이란, 그들(권력자)끼리 주고받은 굴레일 뿐이다.


  나라가 아닌 ‘나’를 바라보고 아끼면서 ‘너’를 마주하고 돌아본 삶터에서는, ‘우리’로서 아우르는 포근한 한울타리를 지었다. 그래서 ‘한울타리 = 한울 = 하늘’이라는 얼거리이다. 모든 살림은 말(말씀·말씨)로 지었다. 밥도 옷도 집도 처음에는 말씨앗으로 짓게 마련이다. 이윽고 눈과 손과 발을 거쳐서 온마음으로 스미고, 온몸으로 퍼지면서, 온사랑을 이루는 터전으로 빛난다.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를 읽으며 갸우뚱했다. 책이름이 좀 엉뚱하다 싶어서 다시 살피니, 워낙 “Seven Kinds of People You Find in Bookshops”였네. 책을 덮고서 한숨을 쉰다. 누구한테 이바지하려고 이처럼 멍청하게 책이름을 바꿔 달았을까? 책손을 일깨우려고 붙인 책이름인가? 책집지기 마음을 달랠 수 있다고 여기는 책이름인가?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다.


  “손님은 임금”인가? ‘임금’이라는 놈은 ‘나는 새’를 떨어뜨리는 망나니인데, 손님이 망나니여도 될까? 손님은 그저 사람이다. 지기도 그저 사람이다. 책집이란, 책을 사이에 놓고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이다. 숱한 책이 있듯, 책집지기는 다 다르고, 책손도 다 다르다. 얄궂은 사람이란 어디에도 있을 만하니, 굳이 책손 가운데 얄궂은 사람을 몇 갈래로 나누어서 호박씨를 까야 할는지 아리송하다. 이 얼거리를 뒤집으면 “얼간이 책손”과 나란히 “얼간이 책집지기”를 깔 수 있다는 뜻이지 않은가?


  왜 서로 얼간이라고 여기면서 뒤에서 손가락질을 해야 할까? 왜 서로 ‘사람’으로 마주하면서 책빛을 가꾸는 길하고는 동떨어진 굴레로 치달려야 할까?


  사람을 가르지 말자. 사람은 그저 사람으로 여기자. 오늘 비록 얄궂거나 안타까운 매무새를 보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럴 때에는 이런 모습이 얄궂구나 하고 여기면서 이야기를 하자. 서로 다스리거나 바로잡거나 고칠 모습을 이야기를 하면서 알려주고 듣자. 이러면 된다. 뒷말로는 둘 다 망가지는 지름길일 뿐이다.


ㅍㄹㄴ


쉬운 어휘로 설명해도 충분한 상황에서 어려운 단어를 늘어놓는 것만큼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일도 없다. 그들은 우표 수집을 우취라고, 새 관찰을 조류학이라고, 동물을 향한 불건전한 집착을 곤충학이라 말한다. (14쪽)


정말로 그렇다면 그들이 우리 서점에서 판매하는 이 한정판에 그토록 눈독 들이는 건 참으로 이상한 일 아닌가. 다른 곳에서 더 싸게 파는 걸 봤다며 투덜댄다고 서점 주인이 책값을 깎아주지는 않는다. (27쪽)


되도록이면 이들을 전부 피하는 편이 좋다. 나에게도 어린 자녀가 있다. 나는 종종 가족 모두와 거리를 두기 위해 꽤 애쓰는데 가족들 역시 똑같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후세를 남기는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다들 이해할 것이다. (40쪽)


전적으로 믿기 힘든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그들의 태도를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하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들은 고독한 존재로 늘 혼자 서점을 찾는다. 물론 이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57쪽)


#SevenKindsofPeopleYouFindinBookshops #ShaunBythell


+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숀 비텔/이지민 옮김, 책세상, 2022)


근근이 생계를 꾸리기로 한 처량하고 불운한 소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 겨우 먹고사는 가엾고 슬픈 몇 사람 이야기가 아니다

→ 살림이 빠듯하여 딱하고 안쓰러운 몇몇 이야기가 아니다

8쪽


이 종류의 손님은 대체로 자신의 지식을 뽐낼 단골 청중을 보유하지 못한 자칭 전문가다

→ 이런 손님은 으레 많이 안다고 뽐낼 말을 들어줄 단골을 거느리지 못했다

→ 이런 손님은 다들 스스로 뽐낼 말을 들어줄 단골을 곁에 두지 못했다

13쪽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 다를 수도 있다

→ 가끔 있게 마련이다

→ 벗어날 때도 있다

14쪽


전부 잘 팔리는 S급 매물이다

→ 다 잘팔린다

→ 모두 잘팔린다

→ 다 잘팔리는 으뜸이다

→ 모두 잘팔려 첫손이다

23쪽


바로 이들처럼 문자 언어를 이용해 실용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위해 개발됐어야 한다

→ 바로 이들처럼 글로 일하는 사람을 헤아려 지어야 했다

→ 바로 이들처럼 글씨로 일하는 사람한테 맞춰 지어야 했다

33쪽


자신의 의견을 설파할 완벽한 무대가 된다

→ 제 뜻을 떠들 훌륭한 자리가 된다

→ 제 마음을 펼 멋진 곳이 된다

35쪽


아이의 문해력을 높이고 싶어 하는

→ 아이 글눈을 높이고 싶어 하는

→ 아이가 잘 읽기를 바라는

49쪽


공정을 기하기 위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 똑바르게 다시 말하지만

→ 올바르게 다시 말하지만

49쪽


서점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걸하며

→ 책집에 들어가고 싶다고 빌며

→ 책집에 들어가자고 울며

5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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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 동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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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25.

까칠읽기 70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동녘

 2017.4.17.



내가 거북하거나 성가시거나 싫으니, 남도 거북하거나 성가시거나 싫기를 바랄 수 있다. 내가 즐겁고 아름답거나 사랑이기에, 누구나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이기를 바랄 만하다.


바로 내가 나부터 어떻게 보고 느끼느냐에 따라서, 내가 둘레를 바라보는 눈이 바뀐다. 남이 나를 바꾸지 못 하고, 내가 남을 바꾸지 않는다. 누구나 스스로 바꾸고 가다듬고 추스른다.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를 읽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왜 굳이 ‘남’을 들추어야 할까? 남을 따지거나 말하기보다는 ‘나’는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하면서 이 삶을 어떻게 사랑으로 짓는지 풀어놓으면 넉넉하지 않을까?


순 사내들이란 제멋대로라고 여기면 그냥 끝이다. 거꾸로 보아도 같다. 순 가시내들이란 멋대로라고 여기면 그저 끝장이다. 남이 쌓은 담벼락도 틀림없이 있을 텐데, 내가 쌓은 담벼락도 나란히 있다. 둘이 서로 쌓은 담벼락이 두 겹이기에 서로 안 만나기 일쑤이다.


자꾸 이야기할 일이다. 다시 이야기할 노릇이다. 또 이야기를 걸고, 새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걸어갈 길을 찾으면 된다. 온나라 책수다를 보면, 거의 순이밭이다. 돌이는 책수다에 거의 안 오거나 아예 안 오기 일쑤이다. 그 많은 사내는 어디에 있을까? 이 나라는 순이돌이가 나란히 있는데, 왜 배움자리만큼은 사내가 안 끼려고 할까? 순이는 한갓지고 일이 없어서 배움자리나 책수다에 가지 않는다. 순이는 참으로 스스로 새로 배우고 다시 익히려는 마음이기에 자꾸자꾸 배움자리나 책수다에 찾아간다.


적잖은 사내는 배움자리나 책수다에 한걸음을 떼고는 다시 안 찾아오기 일쑤이다. 한걸음 들었으면 되었거니 여기는데,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한걸음 듣고서 ‘다 알았’다면 이 나라가 아름답게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한걸음 듣고서 ‘다 알았’다고 여기는 마음이라면, 밥을 한 그릇 먹었으니 이제 배고플 일이 없을 테니, 앞으로는 아주 안 먹어도 되는지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다 알았’다는 사내는 왜 아직도 집안일을 그렇게 못 하거나 안 할까? ‘다 알았’다는 아저씨는 왜 아직도 아이를 돌보는 일을 그렇게 못 하거나 안 할 뿐 아니라 꼬랑지를 빼는가? ‘다 알았’다는 아저씨는 왜 길바닥에 가래와 꽁초를 그렇게 많이 내뱉을까?


갑갑하고 답답해서 죽을 노릇이기에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같은 책을 썼다고 느낀다. 그러나, 내가 갑갑하기에 너더러 갑갑하라고 한다면, 이런 말이 오히려 ‘말주먹’으로 번지기 쉽다. 내가 여태 이렇게 답답했으니 너도 이제부터 답답해야 한다고 몰아세우면, 언제나 다툼으로 번지고 싸움으로 도진다. 끝없는 앙갚음으로 쳇바퀴에 갇힌다. 앙갚음이라는 사슬은 남(너)이 먼저 끊어야 하지 않는다. 남(너)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다 안 끊고 안 바꾸리라.


박근혜도 김건희도 ‘년’이 아닌 ‘순이’에 ‘가시내’이다. 박정희도 윤석열도 ‘놈’이 아닌 ‘돌이’에 ‘사내’이다. 그들한테 섣불리 ‘년놈’ 같은 말을 붙이지 않을 줄 아는 마음으로 일어설 적에 이 나라를 갈아엎은 다음에, 아름답게 돌볼 수 있다. 그들이 일삼거나 저지른 ‘잘못’을 짚고 따지되, ‘사람’을 할퀴거나 갉지 않을 줄 아는 마음으로 서야, 비로소 아이들한테 이 나라를 아름답게 일구면서 물려줄 만하다. 그들이 참으로 못나거나 나쁘더라도 그들을 ‘년놈’으로 할퀴거나 깎아내리려고 하면, 이 말씨는 늘 우리한테 고스란히 돌아온다. 끝없는 싸움수렁으로 뒹군다.


홍승은 씨는 ‘어느 시인’과 ‘활동가 진보 진영’ 사람들이 겉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삶을 온몸으로 겪어 보았다고 밝힌다. ‘그 시인’ 하나만 그와 같지 않다. 틀림없이 아니다. 사람들이 우러르거나 섬기거나 모시는 숱한 ‘시인과 소설가와 기자와 평론가와 교수’ 무리는 매한가지이다. 그러면 생각해 봐야지. 겉속이 다른 ‘시인’과 ‘진보’를 어떻게 해야 갈아엎을까? 갈아엎은 자리에는 무엇을 심어야 할까?


갈아엎는 몸짓으로 끝이 아니다. 갈아엎은 땅에는 씨앗을 심을 노릇이고, 씨앗을 심었으면 돌볼 노릇이다. ‘갈아엎기(개혁·혁명·번혁)’만 진보이지 않다. ‘심기·씨앗·돌봄·지킴’만 보수이지 않다. 모든 사람은 ‘진보·보수’가 나란하기에 스스로 빛난다. 갈아엎은 데를 또 갈아엎으면 다 죽는다. 돌보기만 할 뿐 안 거두고 안 갈아엎으면 이때에도 다 죽는다. 그러니까, 둘 다 해야 사람이고, 남(너)을 미워하는 일만 하려고 든다면, 나부터 쓰러지고 죽을 테지.


ㅍㄹㄴ


스무 살은 무조건 대학생이거나 재수생이어야 하고, 여자는 머리가 일정 정도 이상 길어야 함은 물론, 예뻐지길 욕망할 거라는 견고한 편견들. 아무 생각 없이 뱉은 질문은 정말 생각이 없어서 폭력이 된다. (11쪽)


서점에는 남성 수도권·중산층·고학력·이성애자 저자가 ‘여의도 정치’를 비판하거나 경제적 불평등·철학을 다룬 책이 가득하다. (15쪽)


잘 차려진 밥상 앞에서 바로 맛을 평가하기 전에, 재료를 사오고 손질하고 씻고 썰고 재우고 볶고 양념하고 찌고 설거지하는 누군가의 지난한 노동이 우선 눈에 보인다. (86쪽)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고분고분한 대상을 찾는 심리는, ‘내 뜻을 거스를 때 혼낼 수 있다’는 당위를 전제한다. (134쪽)


집회 현장에서 박근혜와 최순실을 ‘년’으로 욕하지 말라는 발언이 집회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거라는 식의 글을 당당히 올릴 수 있는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275쪽)


활동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는 일베나 새누리당 쪽 사람들보다 같은 진영의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들이 많았다. 친구 D는 종종 “마이크·피켓·펜을 내려놓았을 때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이 무섭다”며, “다른 무엇보다 그런 모습에서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278쪽)


한 시인을 만났다. 그는 세월호의 슬픔에 누구보다 가슴 절절한 시구를 뱉어내는 사람이었다. 시에서 느껴지는 진심에 감동해서 그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처음 마주한 그는 다짜고짜 ‘어린’ 내게 반말을 했고, 먹을 것 좀 사오라며 대뜸 카드를 내밀었다. 그 뒤로도 쭉 이어진 그의 무례한 말과 행동에 한 번 놀라고, 본 행사 때 진심 어린 표정으로 슬프게 시를 읽는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랐다.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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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홍승은, 동녘, 2017)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지방에 남아 있겠다고

→ 서울곁으로 가지 않고 작은고장에 남겠다고

→ 서울밭으로 가지 않고 마을에 있겠다고

10쪽


엄마 혹은 누군가가 기쁘도록 말을 잘 들을 거라는 어린 나의 다짐을 보며 마음이 쓸쓸해졌다

→ 엄마나 누가 기쁘도록 말을 잘 듣겠다는 어린 다짐을 보며 쓸쓸했다

→ 엄마나 남이 기쁘도록 말을 잘 듣겠다는 어린 다짐을 보며 쓸쓸했다

30쪽


보통의 존재라고 못박기에 나와 너는 고유하다

→ 흔하다고 못박는데 나와 너는 반짝인다

→ 수수하다고 못박지만 나와 너는 빛난다

→ 그냥이라고 못박으나 나와 너는 다르다

33쪽


악력이 약하고 손바닥 살이 연해서요

→ 손힘이 여리고 손바닥살이 여려서요

→ 아귀힘이 없고 손바닥살이 여려서요

36쪽


그때부터 집중 포화가 이어졌다

→ 그때부터 쏟아붓는다

→ 그때부터 퍼붓는다

→ 그때부터 들이붓는다

51쪽


상대적으로 더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 있다 보면 시선이 확장되기 마련이다

→ 더 눈치를 봐야 하는 자리에 있다 보면 눈길이 넓게 마련이다

→ 더욱 눈치를 봐야 하다 보면 눈길을 넓히게 마련이다

86쪽


상대가 여성일 경우 으레 가르치려고 드는 남성의 특성을 일컫는 맨스플레인은 그래서 중요하다

→ 그래서 가시내를 마주하면 으레 가르치려고 드는 꼰대질을 눈여겨본다

→ 그래서 순이와 마주하면 으레 가르치려고 드는 잘난척을 들여다본다

134쪽


어떤 존재가 사회적으로 배제된다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금기시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어떤 사람이 이곳에서 막히고, 보이지 않고, 묶인다면 어떤 뜻일까

→ 어느 누가 이 삶에서 빠지고, 보이지 않고, 가로막히면 어떤 뜻일까

30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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