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최준우 글, 스토리닷, 2023.6.17.



어젯밤부터 바람소리가 대단했다. 비는 그치고 구름은 걷히되, 바람으로 뒤덮는다. 밥을 차리고서, 아침에 책숲손님을 맞이한다. 부산에서 고흥으로 마실을 오셨다. 쌓은 짐을 살짝 추스르고서 등허리를 편다. 해가 질 무렵 바람이 잦아든다. 그렇지만 날이 다시 언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를 지난해에 읽고서 한참 자리맡에 놓았다. 여러모로 뜻있게 태어난 책일 텐데, 책이름이 자꾸 걸린다. 우리말씨가 아니다. 우리말로 손보자면 “그렇게 안 가르친다”이다. “이렇게 배우지 않는다”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는 일본스럽게 ‘학교·학생·선생’ 같은 이름을 쓰지만, 정작 배움터가 배움터라고 하기는 어렵다. ‘나라를 버티는 톱니바퀴’를 뽑아내어 길들이는 굴레이기 일쑤이다. 요새는 배움터마다 체육관에 도서관에 여러 특별교실을 잔뜩 짓는다. 그런데 이런 곳을 얼마나 제대로 쓸까? 마을에 깃든 배움터가 마을살림에 어떻게 이바지할까? 마을이 통째로 아이를 가르친다고들 으레 말하지만, 정작 이 나라 배움터는 마을하고 등진다. 아이들은 배움터하고 집하고 마을 사이를 잇지 못 하고, 길잡이(교사)도 이 대목은 시큰둥하다.‘학교버스·학원버스’를 몽땅 없애야 한다. 아이도 어른도 걸어서 다녀야 마을이 살아나고 서로 눈뜬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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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9.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 상식 500》

 브루크 칸 글·켈리 캔비 그림/김미선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23.1.20.



비가 그칠 동 말 동. 오늘은 아이들하고 〈웡카〉를 본다. 다들 〈웡카〉는 안 본다고 하더니 갑자기 궁금하단다. 기꺼이 보임꽃 꾸러미를 장만한다. 꾸러미는 ‘한 사람이 보임터에서 보는 값’보다 조금 눅은 듯싶다. 시골에는 보임터(극장)가 없으니 갈 일부터 없으니, 7000원이나 12000원은 안 비싸다. 더구나 두고두고 다시보기를 하면서 예전에 보다가 놓친 대목을 새롭게 헤아릴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로알드 달’ 《초콜릿 공장》을 둘러싼 세 가지 보임꽃을 다 보는 셈이고, 셋 모두 저마다 뜻있게 제때에 나왔다고 느낀다. 저물어 가는 하루에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 상식 500》을 돌아본다. 알뜰히 엮었다고 느끼면서도 ‘세계사 상식’이 아무래도 ‘우두머리 싸움질’에 지나치게 기운 대목은 아쉽다. ‘한국사 상식’도 거의 이런 틀이다. 몇몇 우두머리가 어떻게 나라이름을 이었는지 적을 뿐이다. ‘사람이 살아온 길’을 ‘상식’으로 짚는 글바치가 드물다. 〈웡카〉는 삶터 밑자락을 이루는 사람들이 보내는 하루를 잘 담아냈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보임꽃을 찍을 눈매를 기를 수 있을까? ‘살림하는 사람 하루’를 글로 언제쯤 담을까? 저녁부터 바람이 조금씩 세다. 밤에는 휭휭 우는 바람소리가 가득하다.


#WorldHistoryforKids500Facts #KellyCanby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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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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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8.


《마르지 1984―1987 1》

 마르제나 소바 글·실뱅 사부아 그림/김지현 옮김, 세미콜론, 2011.7.29.



빨래를 하고 밥을 차린다. 글손질 일을 부랴부랴 하다가 멈추고서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간다. 엊그제 읍내 신집이 닫았는데 오늘도 닫았다. 설마 고무신까지 시골 읍내에서 못 사는가? 한숨을 쉬다가 생각한다. 누리가게에서 살 수 있는 듯싶다. 헛걸음하는 품과 하루를 돌아보면, 앞으로는 시골 읍내 가게를 못 다닐 테지. 《마르지 1984―1987 1》를 오랜만에 되읽고서 큰아이한테 건넨다. 2024년에 살펴도 ‘2011년에 12000원으로 나온 책값은 비싸’다. 그러나 비싸게 매겼더라도 끝까지 옮겨야 하지 않나? 프랑스판은 읽기 버거워 영어판을 살 수 있나 살피지만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프랑스판 겉그림은 구경할 수 있네. 여태까지 여섯걸음이 나왔다는데, 《마르지 3∼6》은 끝내 안 옮긴 채 슬그머니 구렁이 담넘이를 할 듯싶다. 진작에 끊어진 판도 다시 나올 낌새가 없고, 다시 내더라도 책값을 또 얼마나 올려붙일는지 끔찍하다. 1979년에 태어났다는 마르지가 살아온 그곳 모습하고, 1975년에 내가 태어나서 살아간 이곳 모습이 비슷하다. 비슷비슷하게 굶고 가난하면서도 잘 놀고 스스로 생각하고, ‘똑같은 어른이 되지 않겠다’는 꿈을 품으면서 너을거리는 나라 한켠에서 ‘바뀔 수 있구나’를 알아차리는 하루는 다들 매한가지이더라.


#MarziCompilations #MarzenaSowa #SylvainSavoia

2008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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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7.


《아니온 듯 다녀 가소서》

 안재인 글·사진, 호미, 2007.4.18.



해날을 잇는다. 작은아이가 손수 빨래한 신은 잘 안 마른다. 해는 나되 빨래가 다 마르지는 않는다. 큰아이는 이제 박새랑 쇠박새가 노래하는 소리가 다른 줄 가린다. 눈여겨보고 귀담아들을 적에는 문득 번쩍 하듯 마음을 가로지르면서 깨어날 수 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에 ‘낱말 ㄱㄴㄷ’을 붙인다. 퍽 힘이 드는 일이되 곧 마쳐야겠지. 쉬어가며 기운을 내자. 서두르면 놓친다. 얼른 끝내려 하면 어렵다. 바람결을 따르고 빗줄기를 품고 햇살이 퍼지듯 일손을 다스리면 알맞게 매듭을 짓는다. 《아니온 듯 다녀 가소서》를 되읽는다. 힘을 빼면서 찰칵 찍는 길은 어렵지 않다. 그저 힘을 빼면 된다. 이 꾸러미에도 힘이 좀 들어갔되, 이만큼이라도 힘을 빼면 빛결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찰칵찰칵 찍는 이들은 하나같이 힘이 잔뜩 들어갔다. 멋있게 안 찍으면 안 된다고 잘못 여기는 이가 수두룩하다. ‘무엇’을 ‘왜’ 찍어서 ‘누구’하고 ‘무슨 마음’을 나누려 하는가는 못 들여다보는구나 싶다. 위에 올라앉아서 내려다보는 마음이랄까. 윗마음도 마음이겠지만, 어깨동무도 살림길도 아니다. 아니온 듯 다녀가기보다는, 살며시 다녀가면 된다. 아닌 척하지 말고, 바람과 해와 비와 별처럼 부드러이 사랑으로 다녀가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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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6.


《생쥐들의 뉴턴 사수 작전》

 박병철 글·한태희 그림, 한솔수복, 2020.2.14.



이레 만에 찾아온 해날을 반긴다. 해를 쬐고 빨래를 널고, 밥을 차리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큰아이가 빚는 그림꽃을 놓고서 그림감을 어떻게 다룰 만한지 이야기한다. 느긋이 바라보며 가면 된다. 막히거나 아리송한 대목을 만나면 쉬엄쉬엄 붓을 놓고서 둘레를 지켜보면서 기다리면 된다. 작은아이가 “왜 ‘참새’라는 이름이에요?” 하고 묻는 말에 ‘참나무·참깨’ 같은 이름이 붙은 밑뜻을 풀어내어 들려준다. 《생쥐들의 뉴턴 사수 작전》을 읽었다. 굳이 뉴턴을 들면서 빛꽃(과학)을 다루지 않아도 되리라 여기는데, 꽤 잘 여민 줄거리라고 느낀다. 어느 모로 보면 ‘뉴턴’하고 얽힌 줄거리는 군더더기 같다. 생쥐 살림길을 바탕으로 ‘사람과 뭇짐승과 숲이 맺는 사이’를 줄거리로 짜서 이야기를 편다면 훨씬 빛날 만하지 싶다. 이렇게 하고서 책끝에 ‘뉴턴이란 누구인가?’를 가볍게 붙이는 쪽이 어울릴 테지. ‘가벼운 위인전’으로 엮더라도 똑같이 위인전이다. 훌륭한 사람을 다루는 글은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아이들 삶하고 매우 멀다. ‘훌륭’이 아닌 ‘살림’을 복판에 놓고서, 어린이도 오늘부터 즐겁게 추스르고 꾸리고 나누고 베풀고 펼 만한 길을 들려주면, 저절로 아름답게 나아갈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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