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4.


《그렇게 그림 한 장으로 시작되었어》

 쿄 매클리어 글·줄리 모스태드 그림/김희정 옮김, 청어람아이, 2021.9.24.



큰아이하고 오래붓(만년필)을 살피러 순천마실을 가기로 한다. 누리가게에서 볼 수 있되, 손으로 만져서 살피는 글붓을 돌아보기로 한다. 이 김에 코코넛물을 장만하려고 생각한다. 가까워도 먼 순천마실이니, 길에서만 한나절(4시간)을 보내야 한다. 요즈음 틈삯을 헤아리면 누리가게에서 사는 쪽이 훨씬 낫다. 그러나 순천 마을책집 〈취미는 독서〉에도 들르려고 움직인다. 볕은 가득하고, 길에 부릉부릉 넘친다. 걷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으나, 사람보다 쇳덩이가 훨씬 많다. 《그렇게 그림 한 장으로 시작되었어》는 뜻있는 줄거리를 다루는데 어쩐지 잘 와닿지 않는다. ‘후지카와 쿄’ 님이 미국 그림밭에 씨앗 한 톨을 심은 대목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느끼면서도, 이런 씨앗은 훨씬 일찍 ‘닥터 수스’ 님이 심었다. ‘내로라할 손꼽히는 순이’를 치켜세우려는 뜻을 앞세우는 바람에 자꾸 엇갈린다고 느낀다. 아름다운 사람은 순이여도 돌이여도 아름답다. 그저 ‘쿄’ 님이 삶을 사랑으로 노래하려는 아름붓이라는 숨결에 다가서되, ‘싸움바다를 일으킨 일본’이란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함께 짚을 때라야 이 그림책이 빛나겠지. 두루뭉술 넘어가지 말자. 이와사키 치히로 님과 테즈카 오사무 님처럼 똑바로 보고서 그려야 한다.


#ItBeganwithaPage #HowGyoFujikawaDrewtheWay

#KyoMacLear #JulieMorstad #후지카와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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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3.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시모어 번스타인·앤드루 하비 글/장호연 옮김, 마음산책, 2017.7.5.



지난밤에 별을 보니 뿌옇더라. 비가 뿌리고 바람이 불어도 밤빛이 트이지 않는다. 아침에 해가 뜬 뒤에도 낮빛이 안 열린다. 새파란 하늘이 아닌 먼지가 잔뜩 끼어 얼룩진 무늬이다. 이제 사람들은 걸어다니지 않으니 하늘을 못 볼까. 하늘을 안 쳐다보니까 하늘이 그만 찡그리면서 바랠 수 있다. 어른은 어른대로 부릉부릉 몰면서 하늘빛을 잊고, 아이는 아이대로 ‘어버이랑 어른’이 모는 쇳덩이에 얹혀서 다니니 하늘빛을 잃는다. 해가 지는 저녁에 가만히 올려다보는데, 밤빛이 뿌옇구나.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을 읽으면서 ‘번스타인 목소리’인지 ‘옮김말씨’인지 오락가락한다. 이른바 ‘동시통역’이라면 문득 옮김말씨가 섞이더라도 그때그때 나눌 말빛을 살피느라 넘어간다지만, ‘책’이라면 애벌옮김을 두벌이고 석벌이고 넉벌이고 손질하고 추스를 노릇이라고 본다. 글님이 책 하나 꾸리기까지 적어도 여러 해를 글다듬기를 하듯, 옮김책도 한 자락마다 여러 해를 들여야 마땅하다. 이렇게 해서는 다 굶어죽을 판이라서 못 한다면, 우리나라 책마을은 그냥그냥 무덤이라고 느낀다. 이야기를 지어서 두고두고 나누려는 뜻이니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에 글을 앉힌다고 여긴다. 부디 아무 글이나 종이에 얹지 말자. 나무가 불쌍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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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2.


《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글/이정환 옮김, 에이지21, 2007.3.5.



새가 떨군 매꽃을 줍는다. 가만히 냄새를 맡고서 살근살근 씹는다. 낮에 읍내 나래터로 나간다. 큰아이랑 《AI의 유전자 1∼6》를 놓고서 이야기를 한다. 테즈카 오사무 님이 남긴 《아톰》하고 《블랙잭》을 섞은 듯한 그림꽃인데, 오사무 님은 늘 바탕에 ‘사랑’을 놓고서, 모든 앙금하고 멍울을 풀어내는 실마리이자 빛과 밤인 ‘사랑’으로 나아간다면, 《AI의 유전자》는 어쩐지 뒤죽박죽 헤매기만 한다. 바람이 이따금 세차면서 부드러이 뻗는 볕이 어루만지는 하루이다. 《천상의 바이올린》을 돌아본다. 진작에 읽었으나 여태 느낌글을 여미지 않았다. 활가락(바이올린)을 깎고 여민 손길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돌아보려고 한다면, 가락을 손에 얹기까지 어떤 살림길을 여투는가를 알고자 한다면, ‘진창현’이라는 사람을 눈여겨볼 노릇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이분 책이 새로 나오거나 다시 나올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한우물을 판 보람이 대단하다기보다는, 손끝에 사랑이라는 숨빛을 담고서 하루하루 땀흘린 길이 아름답다고 할 만하다. ‘하늘활’이라고 하겠지. 글이라면 하늘글로, 말이라면 하늘말로, 마음이라면 하늘마음으로, 늘 하늘빛으로 물든 하루를 살아낼 줄 안다면 반짝반짝하리라 본다.


#陳昌鉉 #天上の弦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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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1.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

 친치아 기글리아노 글·그림/유지연 옮김, 지양어린이, 2016.11.5.



가볍게 구름이 모인 흐린 아침이다. 마당하고 뒤꼍에 서서 새소리를 듣는다. 새는 늘 새삼스레 노래한다. 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새록새록 스민다. 큰아이가 문득 “우리 집에 온갖 새가 모여드나 봐요.” 하고 말한다. 마을에서 새가 쉴 만한 데는 우리 집이다. 예전에는 이웃집에서도 쉴 만했으나, 다른 집은 자꾸 나무를 베거나 뽑아내더라. 늦은낮부터 가랑비가 듣는다. 저녁에는 제법 내린다. 작은아이가 바라는 짜장국수를 한 솥 가득 끓이면서 밥자리를 차린 뒤에 곯아떨어진다. 《나는 비비안의 사진기》를 읽었다. 여태 나온 다른 ‘비비안 마이어’ 책은 사나웠다. 조용히 살다가 떠난 사람을 마구 파헤치면서 낄낄거린 듯했다. 이 그림책은 부드러이 속삭이는 얼거리에 줄거리이다. 마음으로 마주하려는 손길이 있구나. ‘사진·작품·예술……’을 허울처럼 붙이는 모든 글과 책은 그저 허울이다. 빛꽃을 멧더미로 남기고서 흙으로 떠난 그분은 ‘허울’이 아닌 ‘하늘’을 보면서 찰칵 담았다. 어린이가 알아들을 수 없는 글치레로 멋부리는 사진비평이나 문학비평이 아닌, 늘 아이들하고 함께 지내면서 문득 찰칵 찍어서 온삶을 온살림으로 녹여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느긋이 품고서 빛줄기를 보는 분이 늘기를 빈다.


#LeiVivianMaier #CinziaGhigliano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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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0.


《빛의 자격을 얻어》

 이혜미 글, 문학과지성사, 2021.8.24.



찬바람은 거의 물러난 듯싶다. 바깥마루에 앉거나 서서 해바라기를 하면 뭇새가 우리 둘레로 내려앉다가 날아간다. 이따금 바람개비(드론) 소리를 듣는다. 풀죽임물을 흩날리는 바람개비가 있고, 좀 먼발치에서 하늘을 찢는 소리를 내는 바람개비가 있다. 어제는 ‘메·뫼’를 새삼스레 돌아보았고, 오늘은 ‘검불·검질’을 짚는다. ‘검쥐다·거머쥐다’처럼 쓰기도 하는 ‘검’은 ‘감’으로도 잇고 ‘곰·굼’으로도 잇는다. 단군 옛이야기에서 ‘곰’이 ‘사람’이 되는 뜻이 있다. 곰은 ‘고마(고맙다)’요, ‘님(하늘)’이고, ‘꼭두(머리·마루)’이자 ‘고운’ 길이다. 《빛의 자격을 얻어》를 돌아본다. 예나 이제나 이렇게 써야 ‘시’가 된다고 여기는 듯싶다. 그래, ‘시’가 되려니 이렇게 말을 짜겠지. 그러나 옷을 짜듯 말을 짜는 길이 아닌, 눈물을 쥐어짜듯 억지로 말을 짜개려 하면, 말도 노래도 없다. 짜내는 글조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짜개는 글자락을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을까? “문학적 성취”가 아닌 “살림노래로 사랑을 풀어내는 글빛”을 밝힐 적에라야, 글님 스스로도 읽님 이웃한테도 노을빛으로 느긋느긋 노느는 글길을 열리라 본다. 짜맞추는 틀은 스스로 갇히는 수렁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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