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0.


《최무선》

 강학태 글, 자음과모음, 2006.10.16.



어쩐지 으슬으슬하다. 푹 쉬고 다시 쉰다. 빨래를 하고 또 쉰다. 밥을 차리고서 새로 쉰다. 책더미를 추스르고서 새삼 쉰다. 끙끙거리노라면 조금씩 풀린다. 바람이 휭휭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이제 해가 지고서 별이 돋는다. 쏟아지는 별을 하나씩 헤아린다. 여태 천천히 왔는데, 앞으로 더 찬찬히 걸어가자고 생각한다. 《최무선》을 읽었다. 문득 돌아보니 요사이는 우리 옛사람을 차근차근 다루는 책이 뜻밖에 얼마 없다. 어릴 적이던 1980년 무렵에는 마을 할아버지가 마을 어린이한테 최무선이며 문익점이며 강감찬이며 옛사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때 마을 할배는 ‘책으로 배운 대목’이 아니라 ‘입으로 물려받은 말’을 그대로 풀었다. 최무선이라는 옛사람이 어떻게 일본 싸울아비를 물리쳤느냐는 안 대수롭다고 본다. 그토록 온힘을 쏟는 동안, ‘최무선 집안’은 어떠했는지, 곁님하고 아이는 어떤 나날이었는지, 마을사람은 어떤 살림이었는지, 어리석은 웃대가리는 어떤 노닥질에 빠져서 넋이 나갔는지, 이 나라 들숲바다는 어떤 빛이요 숨결이었는지, 지난날에는 범도 곰도 늑대도 여우도 흔했을 텐데, 둘레 삶터가 어떠했는지 밝히면서 풀어내는 글이나 말이나 이야기는, 이제 찾아볼 수 없는지 모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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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9.


《오오쿠 14》

 요시나가 후미 글·그림/정효진 옮김, 서울문화사, 2017.11.30.



맑고 밝은 하루이다. 그저 폭 쉬려고 한다. 늦가을비가 지나간 요즈음 밤하늘은 눈부신 별밭이다. 고흥에 사는 어떤 분은 별을 보러 강원도에 간다는데, 불빛 없는 고흥 어디에서나 밤하늘을 품으면 된다. 왜 먼발치에서 별을 찾나? 왜 이 두멧시골 별자락은 눈여겨보지 않을까? 그러나 이 고장을 몰라보거나 등지는 사람을 탓할 일이 아니다. 이 고장 길잡이(교사)·벼슬아치(공무원)·고을지기(군수·국회의원·군의원)만 엉성하지 않다. 온나라가 싸움판으로 바뀌어 서로 미움질을 일삼는다. 한쪽만 옳아야 하고, 맞은쪽은 몽땅 죽거나 사라져야 한다고 여긴다. 어깨동무를 말하는 사람은 설 만한 자리가 없다. 이웃을 돕거나 동무를 사랑하자는 말은 마치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여긴다. 손전화를 쓰건 고기빵(햄버거)을 먹건 대수롭지 않다. 마음을 사랑으로 돌보면서 밝힌다면 모두 포근하게 풀어낸다. 《오오쿠 14》를 읽다가 그만둔다. 요시나가 후미 님이 선보인 그림꽃 가운데 《오오쿠》는 몹시 따분하고 떨어진다. 《어제 뭐 먹었어?》도 재미없다. 《사랑해야 하는 딸뜰》이나 《아이의 체온》처럼 토막그림꽃은 잘 그렸다. 《서양골동 양과자점》처럼 넉걸음 즈음으로 단출히 매듭을 지어야 어울릴 텐데, 질질 끌면 지질할 뿐인 줄 모르나.


#よしながふみ #大奥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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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8.


《올빼미와 부엉이》

 맷 슈얼 글·그림/최은영 옮김, 클, 2019.4.22.



바람을 본다. 구름을 읽는다. 하늘을 느낀다. 날씨를 품는다. 저잣마실을 나간다. 큰아이하고 읍내로 간다. 시골버스는 오늘도 시끌노래이다. 큰고장에서 버스를 타면 라디오로 시끄럽고, 시골에서는 ‘철없는 노래’를 크게 틀어서 시끄럽다. ‘고흥 꿈꾸는 예술터’에서 올해 여름·가을에 일군 열매를 펼쳐 보이는 자리에 가 본다. 가만히 서서 구경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요즈음 곁님은 ‘해리포터’ 엉터리 옮김말을 곰곰이 새기고 손질해서 큰아이한테 들려준다. ‘해리포터’를 쓴 분은 ‘영어로 틀리게 쓴 대목’을 사람들이 짚어 주면 바로잡는다더라.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틀린 옮김말을 사람들이 나무라거나 알려주어도 펴냄터에서 꼼짝을 안 한다더라. 우리나라 글바치(작가·번역가·기자·교수·학자) 가운데 ‘우리말을 늘 새롭게 배우고 익히고 가다듬고 갈고닦는’ 이가 몇이나 될까? 있을까? 없지 않나? 낡은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에 갇힌 채 꾸역꾸역 돈벌이만 하지 않나? 《올빼미와 부엉이》를 진작에 읽었지만 매우 따분했다. 새바라기 우리 집 아이들도 슥 훑다가 내려놓았다. 왜 이렇게 다들 ‘우리말을 엉터리로 쓰는 글버릇’에 사로잡혀서 헤매는지, 그저 딱할 뿐이다. 스스로 ‘전문 번역가·작가’란 허울을 붙이지 말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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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7.


《자각몽, 삶을 깨우는 기술》

 앤드류 홀레첵 글/이현주 옮김, 샨티, 2023.10.12.



새벽에 여수로 건너간다. 이 날씨가 춥다고 여기는 분이 참 많다. 마음이 얼어붙은 탓 아닌가. 걷지 않는 탓 아닌가. 한 발짝 더 걸으면서, 아니 쇳덩이(자가용)는 제발 내려놓고서 마을도 들길도 거닐면서 어린이랑 이웃을 하고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마음을 스스로 잊으니 춥지 않은가. 여수에서 이야기꽃을 마치고서 고흥으로 돌아온다. 길에서 7시간을 보내는 바깥일이다. 집에 닿으니 온몸이 결린다. 한 시간쯤 드러눕고서 저녁에 포두면으로 간다. ‘고흥고 말썽’ 속얘기를 듣는다. 암말을 안 한다. 몇몇 길잡이(교장·교사)만 탓할 일이 아니라, ‘시골 배움터 한 곳을 지나치게 키워 인문계 진학고’로 올린 고름부터 짜내야 한다. 이제는 아이(학생)도 어른(교사)도 시골에서조차 나락꽃을 모르는데 무슨 할 말이 있나. 《자각몽, 삶을 깨우는 기술》을 읽었다. 왜 ‘자각몽’으로 옮겼을까? 이렇게 옮기면 외려 더 ‘꿈빛’하고 멀다고 느낀다. 꿈을 ‘꿈’이라 안 하니, ‘꾸리다·가꾸다’나 ‘일구다’하고 얽힌 ‘꾸’를 다들 모른다. 나를 깨닫는 꿈이라면 ‘나깨꿈’이라든지 ‘나꿈·참나꿈’처럼 이름을 붙일 만하고 ‘밝은꿈·밝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art’를 ‘기술’이란 한자말이 아닌 ‘길’이란 우리말로 옮기자.


#LucidDreamingWorkbook #AndrewHolecek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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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6.


《늙은 떠돌이의 詩》

 서정주 글, 민음사, 1991.11.10.



아침나절에 비를 뿌린다. 아침은 차갑게 얼어붙는다. 해가 넘어갈 즈음부터 비가 그치고 날이 개려 한다. 구름밭이 배롱빛으로 물든다. 아름답구나. 이 아름다운 노을빛을, 셈겨룸(시험)을 크게 치르는 하루에, 이웃 푸름이가 고루 마주할 수 있기를 빈다. 사람들 마음이 고스란히 날씨로 나타난다. 차갑게 얼어붙으니 날이 차다. 사르르 풀리니 바람이 푸근하다. 《늙은 떠돌이의 詩》를 차근차근 되읽었다. 왜 아직도 ‘서정주 섬기기’가 안 걷혔나 했더니, ‘서정주 섬기기’에 앞장선 이가 ‘고은’이더라. ‘고은 섬기기’를 해대는 이가 우글우글하니, ‘서정주·고은’이라는 늙은이 글자락이 곳곳에 버젓이 걸리는 셈이로구나. ‘어른 아닌 늙은이’는 글(문학)이 아닌 굴레(권력욕)를 썼다. ‘어른 아닌 꼰대’는 글씨가 아닌 불씨를 뿌렸다. 가만히 보면, 그토록 추레한 짓을 일삼은 김동인을 놓고서 ‘동인전집’에 ‘동인문학상’을 내건 이들은 ‘글밭(문단권력)’이었다. 우리는 이제부터 굴레를 벗고서 글빛을 펴는 길을 열 수 있을까? 길들이는 굴레로 휘두르려는 허울(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을 치우고서 사랑씨앗을 심는 수수한 글자락을 나눌 수 있을까? 가랑잎은 스스로 흙으로 돌아가지만, 늙은이는 다들 죽기를 싫어하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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