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6.


《샌드 카운티 연감》

 알도 레오폴드 글/이동신 옮김, 이다북스, 2023.2.9.



새벽에 옆마을로 걸어간다. 읍내로 건너간다.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저녁에 금정구 오륜동으로 갈 일이 있다. 사상에서 버스를 내려 전철로 갈아타고서, 서면 〈알라딘 중교샵〉을 살짝 들른다. 다른 책집에 들를 짬은 없다. 서면은 사람도 많고 잿집도 높은데, 이런 한복판 책집에 사람들도 많이 드나든다. 서면 같은 데에 여느 마을책집이 서기는 어렵겠지. 얼마 앞서 들른 마을책집에서 《샌드 카운티 연감》을 집다가 “자연은 스스로 조화롭고 이제 우리의 결정만 남았다” 같은 옮김말에 고개를 절레절레하고서 내려놓았다. ‘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옮긴 글자락이 이만큼이라면, 우리나라는 얼마나 서글픈가. 또는 옮기는 일은 아무나 하면 안 되는구나. 예전에 나온 “모래땅의 사계”나 “모래 군(郡)의 열두 달”을 떠올린다. “모래밭 열두달”이나 “모래밭 한 해”처럼 어린이도 알아볼 만하게 책이름을 붙이고서 글줄을 풀어내어야 비로소 글바치(지식인·작가·전문가·기자·교수)이리라 본다. 어느 날 우리 집 큰아이하고 곁님이 “옮기려는 사람부터 스스로 글을 못 알아보았기 때문에 얄궂은 옮김말씨를 쓰겠지요. 그런데 못 알아들었으면 알아들을 때까지 다시 읽고서 옮겨야 하지 않나요?” 하더라. 이 말씀이 옳다.


#A Sand County Almanac And Sketches Here and Ther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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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5.


《닥치고 정치》

 김어준 글, 푸른숲, 2011.10.5.



비는 그칠 동 말 동하다.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가는 길에 노래꽃을 새로 쓴다. 시끌벅적한 길이어도 손에 붓을 쥐면 시끌소리가 사라진다. 오직 마음소리에 온마음을 기울여 한 줄 두 줄 잇는다. 저잣마실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 일찍 자리에 눕는다. 조금씩 얼어붙는 듯한 겨울이다. 《닥치고 정치》를 2011년 아닌 2023년에 펴 보았다. 니캉 내캉 짝 갈라서, ‘니캉’이면 미워하고 ‘내캉’이면 그지없이 감싸는 얼거리이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너랑 나라는 자리가 다른 줄 느끼면서 살아갈 텐데, 다르기에 감싸거나 싸울 노릇이 아니라, 다르기에 어깨동무할 길을 찾을 일이지 싶다. 김어준 씨를 비롯한 이쪽이든 저쪽이든 으레 싸움을 붙이고, 싸움을 즐기고, 싸움을 부추긴다. 우리는 이들이 부추기는 싸움말에 신나게 휘둘리면서 “이쪽으로 가야 옳아!”나 “아니야, 저쪽이 옳아!” 하는 쳇바퀴에서 맴돈다. ‘싸우다·감싸다·싸다·쌓다’는 말밑이 같다. 네 낱말이 왜 같은 밑동인지 헤아려 본다면, 스스로 창피해서 싸움질도 감쌈질도 쌓음질도 멈추고서, 삶길과 살림길과 사랑길로 거듭나는 사람길을 찾으리라. 아직 창피를 모르기에 싸운다. 또는 창피를 잊기에 싸움놀이에 흠뻑 빠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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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4.


《전래놀이》

 함박누리 글, 홍영우 그림, 보리, 2009.3.17.



아침에는 가늘게 오는 비요, 낮부터 주룩주룩 오는 비이고, 하루 내내 적시는 비이다. 빗살을 바라본다. 빗발을 느낀다. 빗줄기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는다. 모든 자잘한 소리를 치우는 비. 땅을 씻고 하늘을 씻는 비. 이 비를 가르는 새. 조용히 감기는 시골이다. 빗물이 고인 길을 밟으면서 걷는다. 바깥에 감알을 내놓는다. 새밥으로 삼는다. 《전래놀이》는 제법 품을 들인 꾸러미라고 느끼는데, 어쩐지 여러모로 덧없지 싶다. 예부터 모든 소꿉놀이는 어린이 스스로 짓고 나누고 가꾸고 퍼뜨렸는데, 이제는 아이들 손이 아닌 어른들이 가르치는 틀로 굳는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이 대목을 얼마나 느끼는가? 어른이 가르치거나 이끌면 ‘어린이놀이’일 수 없다. 숱한 놀이는 늘 어린이가 느긋이 생각하고 살피고 뛰고 달리고 드러눕고 노래하다가 문득문득 지어 왔다. 왜 놀이를 따로 가르쳐야 할까? 왜 어린이가 실컷 놀 겨를을 모조리 빼앗았는가? 왜 어린이한테 놀이와 놀틈을 돌려줄 마음이 여태 없는가? 어린이한테 놀이를 돌려주려면 배움터를 닫아걸어야 할 수 있다. 어린이가 놀틈을 누리려면 나라(정부)부터 걷어치워야 할 수 있다. 생각해 보자. 배움터도 나라도 몽땅 쓸어내고서, 어린이 스스로 꿈을 키우는 사랑누리로 갈 수 있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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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3.


《미래 세대를 위한 인공지능 이야기》

 배성호·정한결 글, 방승조 그림, 철수와영희, 2023.10.25.



어제는 별밤이고, 오늘은 저녁부터 구름하늘이다. 새삼스레 내리는 겨울비는 먼지띠를 씻어 준다. 먼지띠가 가시고 나면, 이 하늘을 어떻게 바라보고 품는 우리 하루일까.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오늘은 버스나루에서 담배 꼬나문 아재하고 할배가 안 보인다. 드디어 고흥군청에서 일을 하나? 그제 고흥군수 누리집에 아주 세게 글을 올렸다. 누가 글을 안 쓰더라도 살필 줄 알아야 벼슬아치이리라. 나는 그들이 걷는 꼴을 본 적이 없다. 뽑기철에만 얼굴을 내밀려고 걷는 시늉을 하고, 뽑기철이 끝나자마자 부릉부릉 다닌다. 그들 못지않게 우리 스스로 거의 다 안 걷는다. 안 걸어다니면서 마을과 나라와 이웃을 어떻게 만날까? 《미래 세대를 위한 인공지능 이야기》를 읽었다. 사람들이 으레 놓치는데, 사람도 사람이 낳지만, 사람틀(인공지능)도 사람이 낳는다. 우리 스스로 안 아름답게 살아가면 아이들도 안 아름다울밖에 없다. 우리 스스로 사랑을 나누고 짓는다면, 아이들도 사랑을 물려받아 사랑터로 일군다. 사랑을 잊은 채 이웃하고 등돌리는 오늘날 서울나라에서는, 아이를 낳거나 안 낳거나 일그러지게 마련이요, 사람꽃(인공지능)을 만들어도 얼토당토않게 비틀리기 쉽다. 우리 스스로 먼저 사람답게 서는 사랑이라면 다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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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2.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

 김슬기 글, 스토리닷, 2023.10.31.



빗줄기가 가늘다. 싱그러이 씻고 포근하게 보듬는다. 오늘 ‘고흥 교육대토론회’를 고흥교육청에서 여는데, 몇 시부터인지 살피지 않았다고 떠오른다. 13시부터 하는 줄 14시에 이르러 깨닫고, 부랴부랴 읍내로 간다. ‘작은학교 살리기’나 ‘교육발전기금’은 거의 헛도는 말 같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사는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씁쓸하다. 교육청과 군청만 ‘아이 데려오기’를 애써야 하나. 배움수렁(입시지옥)이 버젓한 얼개에, ‘서울 열린배움터(in 서울 대학교)’로 보내려고 용쓰는 모든 몸짓이 시골을 한결 빠르게 무너뜨리는 줄 모를까. 아무 ‘제도권 교육’이 없어도 된다. 아이들이 들숲바다하고 집살림을 어릴 적부터 차근차근 살피고 익히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울 읽었다. 어느 글이건 스스로 지은 삶을 차곡차곡 여미면 알뜰하고 반갑다. 꾸며서 쓸 수 있는 글이란 없다. 꾸미면 다 겉치레로 맴돈다. 고스란히 쓰면 된다. 시골사람은 시골말로, 서울사람은 서울말로, 다 다르게 사투리로 쓸 일이다. 잘 읽혀야 할 글이 아니다. 잘 읽을 노릇인 글이다. 말솜씨가 빼어나야 하지 않다. 듣는 귀를 열면 되고, 보는 눈을 틔우면 된다. 글을 굳이 어렵게 꾸미거나 한자말을 끼워넣는 버릇을 털면 될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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