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8.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
코다마 하츠미 글·그림/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2.28.
새벽 다섯 시 언저리에 택시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나가려는데 큰아이가 일어났다. 고맙게 배웅을 받고서 움직인다. 고흥읍에서 첫 순천버스를 기다린다. 술에 전 아재가 버스나루 바닥에 드러누웠다. 순천에서는 07:30 서울버스를 탄다. 시골 사이를 잇는 시골버스는 없다시피 하지만, 서울 가는 버스는 어디서나 미어터진다. 북적거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바로 쇳길(전철)로 갈아타서 인천으로 건너간다. 모처럼 송현2동 골목을 살살 에돌면서 배다리책거리로 간다. 〈삼성서림〉에 들른다. 밭게나마 책마실을 하고서 〈마을사진관 다행〉으로 옮긴다. ‘배다리책거리 흥망성쇠’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어떤 책집이 있었고, 내가 책벌레로서 1980해무렵부터 2020해무렵 사이에 마흔 해를 마주한 책집마실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잘(흥성)’은 옛일이라고 치기보다는, 아직 ‘잘’이 온 적이 없다고 여길 노릇이라고 본다. 이름값을 내려놓고서 그저 책을 책으로 품는 길을 이제 처음으로 열 때라고 본다. ‘한철 참고서 장사’로 책집지기가 집을 장만할 수 있던 지난날을 ‘전성기’로 보아서는 안 될 일이라고 느낀다. 아직 온나라 온책집에 빛날(전성기)이 온 적이 없다고 여긴다.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를 읽고서 두걸음도 읽었다. 내내 스스로 억누르면서 시달리고 들볶이던 아가씨가 “이제 이렇게 살 까닭은 없어! 차라리 죽자!” 하고 마음을 먹는 날부터 삶을 바꾸는 줄거리이다. “싸울 값어치가 있다”는 말마디란 “싸울 값어치가 없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싸울 값어치가 없는 이 나라라면 뭘 해야 할까? 바로 하나이다. “싸울 값어치가 없는 나라”이지만, “살아갈 까닭이 있는 나”이다. ‘나라’가 아닌 ‘나’를 바라보면 된다. 여태 ‘나’를 안 쳐다보면서 ‘나라’하고 ‘남’만 바라보느라, 여태껏 ‘나’를 죽이고 억누를 뿐 아니라, “좁쌀보다 작은 ‘나’는 아무 값어치가 없구나!” 하고 스스로 깎아내리고 갉아먹는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 스스로 ‘나라·남’이 아닌 ‘나’를 바라볼 적에, 나부터 나대로 사랑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바라보기에, 이때에 비로서 ‘너’를 느끼고 알아보면서 만난다. ‘너’랑 ‘남’은 다르다. 나하고 동떨어진 저 차디찬 굴레인 ‘나라’하고 마찬가지인 놈이라서 ‘남’이다. 이와 달리, ‘너’란 ‘나’랑 다르면서 같은 사랑이라는 하늘빛이다. 너를 알아보려면 내가 나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너랑 만나려면 내가 나부터 속빛으로 만나야 한다.
#この世は戰う價値がある
#こだまはつみ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