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9.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글·프레데릭 백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두레아이들, 2002.7.23.



멧새소리가 없는 아침을 인천에서 맞이한다. 어제 장만한 책을 간밤과 새벽에 읽는다. 아침글을 조금 여미고서 일찍 길손집을 나선다. 어제 못 들른 〈모갈1호〉에 찾아가는데, 아침에 다른 일이 있으셔서 늦게 여시는 듯하다. 배다리에서 서성이다가 〈아벨서점〉 작은지기님하고 길에서 마주친다. 꾸벅 절을 하고서 〈아벨〉에 깃든다. 내가 읽을 책보다 작은아이한테 읽히면서 들려줄 책을 한가득 살핀다. 바야흐로 나보다 두 아이한테 맞추는 책을 눈여겨본다. 뭐, 어버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책을 살피고 읽으면서 보금자리를 돌볼 테지. 쇳길(전철)로 서울로 건너가며 갈아탈 적에 안 놓치려고 눈을 부릅뜨고서 책을 읽는다. 드디어 14:40 고흥버스를 타고 나서야 온몸힘을 빼고서 까무룩 잠든다. 정안쉼터에 닿을 즈음 개운하게 일어나서 다시 책을 읽는다. 마지막으로 고흥읍에서 19:20 시골버스를 타고서 옆마을에 내려 논두렁을 걷는다. 두 아이가 마중을 온다. 함께 짐을 나누어 논둑길을 거닌다. 잘 익은 보리밭을 본다. 달빛이 비추는 논을 바라본다. 논둑길을 슬렁슬렁 걸어서 우리집으로 돌아온다. 《나무를 심은 사람》을 생각해 본다. 꽤 오래 읽히는 그림책이다. 이 책을 읽고서 서울을 떠난 분은 몇쯤 될까? 이 책을 읽은 뒤에 나무를 심은 아이어른은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을 알든 모르든, 이 나라 곳곳을 나무숲으로 일굴 때라야 함께 노래하는 살림꽃을 피울 수 있다.


#TheManWhoPlantedTrees #JeanGiono #FredericBack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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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8.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

 코다마 하츠미 글·그림/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2.28.



새벽 다섯 시 언저리에 택시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나가려는데 큰아이가 일어났다. 고맙게 배웅을 받고서 움직인다. 고흥읍에서 첫 순천버스를 기다린다. 술에 전 아재가 버스나루 바닥에 드러누웠다. 순천에서는 07:30 서울버스를 탄다. 시골 사이를 잇는 시골버스는 없다시피 하지만, 서울 가는 버스는 어디서나 미어터진다. 북적거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바로 쇳길(전철)로 갈아타서 인천으로 건너간다. 모처럼 송현2동 골목을 살살 에돌면서 배다리책거리로 간다. 〈삼성서림〉에 들른다. 밭게나마 책마실을 하고서 〈마을사진관 다행〉으로 옮긴다. ‘배다리책거리 흥망성쇠’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어떤 책집이 있었고, 내가 책벌레로서 1980해무렵부터 2020해무렵 사이에 마흔 해를 마주한 책집마실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잘(흥성)’은 옛일이라고 치기보다는, 아직 ‘잘’이 온 적이 없다고 여길 노릇이라고 본다. 이름값을 내려놓고서 그저 책을 책으로 품는 길을 이제 처음으로 열 때라고 본다. ‘한철 참고서 장사’로 책집지기가 집을 장만할 수 있던 지난날을 ‘전성기’로 보아서는 안 될 일이라고 느낀다. 아직 온나라 온책집에 빛날(전성기)이 온 적이 없다고 여긴다.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를 읽고서 두걸음도 읽었다. 내내 스스로 억누르면서 시달리고 들볶이던 아가씨가 “이제 이렇게 살 까닭은 없어! 차라리 죽자!” 하고 마음을 먹는 날부터 삶을 바꾸는 줄거리이다. “싸울 값어치가 있다”는 말마디란 “싸울 값어치가 없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싸울 값어치가 없는 이 나라라면 뭘 해야 할까? 바로 하나이다. “싸울 값어치가 없는 나라”이지만, “살아갈 까닭이 있는 나”이다. ‘나라’가 아닌 ‘나’를 바라보면 된다. 여태 ‘나’를 안 쳐다보면서 ‘나라’하고 ‘남’만 바라보느라, 여태껏 ‘나’를 죽이고 억누를 뿐 아니라, “좁쌀보다 작은 ‘나’는 아무 값어치가 없구나!” 하고 스스로 깎아내리고 갉아먹는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 스스로 ‘나라·남’이 아닌 ‘나’를 바라볼 적에, 나부터 나대로 사랑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바라보기에, 이때에 비로서 ‘너’를 느끼고 알아보면서 만난다. ‘너’랑 ‘남’은 다르다. 나하고 동떨어진 저 차디찬 굴레인 ‘나라’하고 마찬가지인 놈이라서 ‘남’이다. 이와 달리, ‘너’란 ‘나’랑 다르면서 같은 사랑이라는 하늘빛이다. 너를 알아보려면 내가 나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너랑 만나려면 내가 나부터 속빛으로 만나야 한다.


#この世は戰う價値がある

#こだまはつみ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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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7.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

 앨런 테인 더닝·존 라이언 글/고문영 옮김, 그물코, 2002.3.5.



시골밤은 서늘하다. 어느덧 새여름이지만, 새벽 너덧 시 즈음에는 바닥에 불을 넣는다. 두 아이와 살아온 열여덟 해를 돌아보면, 지난해까지는 ‘우리나라 날씨’를 아이들한테 알려주기 어려웠는데, 올봄과 올여름은 ‘오랜 우리나라 날씨’인 줄 알려줄 만하다. 워낙 봄여름이 이런 날씨였다. 낮에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갈까 했으나 혼자 나선다. 작은아이한테 집안일 몇 가지를 맡으라고 이르고는 시골버스를 탄다. 졸린 몸을 다독이며 노래를 쓰고 책을 읽는다. 오늘은 유난히 짐이 많다. 이튿날에 다시 바깥일을 보러 길을 나서는 터라, 저잣짐이 앞뒤로 넘친다.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부리고서 씻는다. 곯아떨어지기 앞서 아이들하고 살림살이와 시골빛과 마음돌봄 이야기를 한다.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를 되읽는다. ‘민주시민’이며 ‘세계시민’이라는 이름을 들을 적마다 ‘녹색시민’이란 이름이 떠오르는데, 일본스런 한자말 ‘시민’은 ‘도시민’을 줄인 얼개이다. 우리는 이제 ‘바른사람(←민주시민)’과 ‘온사람(←세계시민)’과 ‘푸른사람(←녹색시민)’처럼 ‘사람’으로 새롭게 설 때라고 본다. 서울내기(도시민·시민)라는 틀을 내려놓고서 그저 사람으로서 이 별과 마을과 보금자리를 가꿀 수 있기를 빈다.


#Stuff

#AlanTheinDurning #JohnCRya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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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6.


《어린이의 비밀》

 마리아 몬테소리 글/구경선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11.30.



시골버스가 안 다니는 쉼날이다. 고흥군수한테 글월을 적으려고 한다. 온나라는 버스회사에 이바지돈(지원금)을 해마다 대는데, 버스회사는 왜 시골에서 쉼날과 해날에 버스를 멈출까? 쉼날과 해날에 버스를 멈추면 이바지돈을 뱉어서 시골사람한테 택시삯으로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낮에 두바퀴를 달린다. 논두렁을 가르면서 수박을 장만하러 다녀온다. 집으로 오는 길에, 뜸부기는 왼논에서 오른논으로 가로지르고, 나는 뜸부기 옆으로 스치고, 둘은 눈이 마주친다. 뜸부기랑 내가 서로 바라보는 줄 서로 알아차린 3초가 마치 3만 해 같았다. 온몸이 찌릿찌릿하면서 온마음이 환하게 깨어났다. 《어린이의 비밀》을 읽으면서 몹시 아쉬웠다. ‘지만지’ 책이 으레 이런 줄 알기는 했지만, 엮은이가 너무 자르고 줄였다. 이른바 ‘간추림(요약판)’으로는 무엇을 읽거나 나눌 만한가? 몬테소리 님이 남긴 글이 너무 길어서 쳐내거나 잘라야 하나? 아닐 텐데? 또한 몬테소리 님은 ‘글을 어렵게’ 안 썼다고 느낀다. 하늬나라 사람들이 글줄마다 라틴말을 잔뜩 욱여넣지 않을 텐데, 우리는 왜 한글판에 일본말씨에 일본한자말에 중국한자말에 옮김말씨로 범벅을 이뤄야 할까? “어린이 수수께끼”를 알려면, 우리 스스로 “우리 어린날”을 떠올리면 된다.


#Il segreto dell'infanzia

#MontessoriMaria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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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5.


《화가들의 꽃》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엮음/안진이 옮김, 푸른숲, 2025.3.11.



노래꾸러미(시창작수첩)를 집에서 찾는다. 아주 잘 놓았으리라 여기면서 책더미를 주섬주섬 들여다보니 아주 잘 나온다. 잃지 않도록 책더미 사이에 지긋이 눌러 놓았구나. 읍내 나래터를 찾아가서 책을 부친다. 저잣마실을 본다. 얼추 이레 만에 저잣마실을 하노라니 묵직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넷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서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화가들의 꽃》을 물끄러미 읽는다. 꽃을 그리지 않은 그림지기란 없다고 할 만큼, 다들 꽃을 그린다. 그런데 나는 ‘꽃그림’이라고 하면 꽃등으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을 떠올린다. 이다음으로는 ‘존 제임스 오듀본’이며 ‘어니스트 톰슨 시튼’에 ‘장 앙리 파브르’를 떠올린다. 오듀본 님이 남긴 ‘새그림’을 보면 으레 풀꽃나무가 나란히 있고, 시튼 님이 남긴 ‘들숲짐승’ 그림 곁에도 으레 풀꽃나무가 남실거린다. 더구나 《파브르 식물기》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파브르 동물기》에도 풀벌레가 깃드는 풀꽃나무를 참으로 그윽히 담아낸다. 풀과 꽃과 나무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붓끝에 아무 기운이며 빛이 없지 싶다. 해바람비를 읽고 머금기에 뭇숨결이 푸르고, 별빛과 밤빛을 살피고 품기에 온숨결이 포근하구나 싶다.


#theBookoftheFlower #FlowersinArt #AngusHyland #KendraWilso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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