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5.


《해협, 한 재일사학자의 반평생》

 이진희 글/이규수 옮김, 삼인, 2003.9.20.



큰아이가 아침 일찍 부엌을 비질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걸레를 빤다. 아이 곁에서 마루를 훔친다. 빗자루가 지나간 자리는 걸레가 지나간다. 둘이서 바지런히 쓸고닦는다. 마루를 환하게 치운 뒤에는 몸을 씻고서 빨래를 한다. 마루깔개는 묵직하기에 석벌빨래를 한다. 등허리를 톡톡 두들기며 마당에 서자니 “꽉꽉! 끼룩끼룩!” 노랫가락이 퍼진다. 두리번거리다가 하늘을 보니, 우리 집 위로 오리떼가 둘 ‘ㅅ’을 그리며 날아간다. 쉰 마리쯤 된다. 낮 15시에 둘이서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오늘은 유난히 부릉부릉 넘친다. 시골에 갈수록 사람은 줄고 쇳덩이는 는다. 《해협, 한 재일사학자의 반평생》을 한 자락 더 장만해서 새로 읽는다. 푸름이한테 읽힐 책을 꼽아 달라고 묻는 이웃님이 있으면, 첫째로 《아나스타시아 1∼10》을 들고, 《우리 마을 이야기 1∼7》을 둘째로 들고, 《해협》을 셋째로 든다. 어른이 읽기에도 속이 깊고, 푸름이가 우리 삶자락과 푸른별을 고루 헤아리는 눈썰미를 다스리는 길잡이로 삼기에 넉넉하다. ‘어른’이란 이름을 듣고 싶다면, 글을 쓴 이진희 님처럼 이야기를 여밀 줄 알면 된다. 들풀 한 포기를 헤아리면 된다. 들꽃 한 송이를 바라보면 된다. 아름길은 늘 우리 마음자락에서 길어올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4.


《평화발자국 19 풀》

 김금숙 글·그림, 보리, 2017.8.14.



지난해 끝무렵부터 ‘글빛노래’라는 이름으로 노래꽃을 새로 쓴다. 글쓰기를 어떻게 하면 즐거울까 하는 이야기를 노래로 여민다. 글쓰기란, 숲살림하고 같다. 글읽기란, 아이 마음을 읽는 눈빛이랑 같다. 글짓기란, 사람으로서 이 별에서 사랑할 길을 찾는 몸짓하고 같다. 숲을 품듯 글을 쓰면 아름답다. 아이를 돌보는 손길로 글을 읽으면 속내를 환히 알아본다. 이 별에서 어깨동무하는 이웃을 그리는 길을 열기에 언제나 스스로 눈부시도록 이야기를 여민다. 《평화발자국 19 풀》을 읽고서 한숨을 쉬었다. ‘꽃할머니’를 ‘그림감’으로 삼을 뿐, 오늘 이곳에서 우리가 읽을 발자취에다가, 어제 우리가 잊은 눈물에다가, 앞으로 우리가 일굴 숲길을 하나도 못 잇는구나. 왜 이렇게 서둘러서 ‘만화 작품’으로 선보이려고 하는가? 꽃할머니 이야기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멍울과 눈물꽃 이야기는 더 찬찬히 삭히고 돌아보고 추스르면서 하나씩 내놓을 일이다. 마감에 치이고 바빠서 헐레벌떡 슥슥 그려내는 붓이라면, 아이들한테 뭘 보여줄 수 있겠는가? 무엇을 하는 하루인지 생각하자. 조용하면서 매캐한 하늘빛을 바라보자. 멧새를 보고, 멧새노래를 들으면서, 우리 마음밭부터 달래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3.


《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고미 타로 글·그림/황진희 옮김, 시공주니어, 2020.2.20.



도화초등학교에 어김없이 ‘취학유예신청서’를 내러 간다. 올해 열네 살 작은아이가 “교과서 그림이 너무 엉성하다”고 얘기한다. 요새는 하도 배움책을 안 보기에 눈을 끌려고 이렇게 엮는구나 싶으나, 오히려 어지러우니 더 볼거리가 없다고 느낀다. 2011년 무렵에는 200쯤이던 시골 어린배움터인데, 2024년에는 마흔 밑이다. 시골을 떠난 어린이는 모두 서울로 갔을까? 시골은 왜 어린이가 남으려 하지 않을까? 시골이 오래오래 이으려면, 시골에서 나고자라는 아이가 이 고장에서 자란 다음에 사랑으로 짝을 맺어서 오롯이 사랑으로 아이를 낳는 살림을 수수하게 짓고는, 새 아이들이 새롭게 하루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온나라 ‘인구소멸대책’은 하나같이 엉터리이다. 《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를 곱씹는다. 스스로 어떤 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지 어린이랑 손을 맞잡고서 생각해 보자는 뜻을 느긋이 들려주는 얼거리이다. 나라가 살려면 ‘아무 그림책’이 아닌, ‘아름다운 그림책’을 같이 읽어야지 싶다. ‘이름난 책’이 아닌 ‘아름다운 책’을 손에 쥐고서 되읽을 적에 비로소 마을도 나라도 산다.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사람답게 사랑을 하려면, 스스로 아름글을 쓸 일이고, 이웃이 쓴 아름글을 챙겨 읽으면 된다.


#きみののぞみはなんですか #GomiTaro #五味太郞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


《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 2020.7.12.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시골버스가 북적인다. 날도 포근하고, 시골 어린이·푸름이가 놀러다닌다. 바람이 가볍고 볕이 넉넉하다. 한겨울에 이렇게 드는 볕이란 오롯이 사랑이다. 문득 ‘고흥에서 시골버스를 열네 해째 타는데, 버스일꾼한테도 노래를 드려야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척척 새로 쓰고 옮긴다. 내릴 적에 건넨다. 저녁에는 구름이 덮는다. 겨울빛을 헤아리며 《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를 돌아본다. 일본사람이 엮은 ‘철학’이란 한자말을 우리말로는 어떻게 옮길 만할까? 얼핏 ‘생각’을 떠올릴 수 있되, 이보다는 ‘길·길눈·길꽃’이라는 말씨가 어울린다고 느낀다. 배움갈래 가운데 ‘철학’은 우리가 스스로 어느 길로 나아갈 적에 스스로 빛나는 사람인가를 밝힌다고 여길 만하다. 그러니 ‘길눈’이요 ‘길꽃’일 테지. 어린이는 길눈을 뜨는 나날을 누릴 적에 즐겁다. 푸름이는 길꽃을 피우는 하루를 살리면서 아름답다. 길눈하고 길꽃을 거쳐서 스무 살을 지나고 서른마흔을 가로지르는 사이에, 천천히 길빛을 일구는 삶을 누리겠지. 남이 시키는 대로 길들면 바보이지만, 스스로 나아갈 실마리를 찾는 길이라면 어질다. 새해에 갈고닦을 길을 돌아본다. 생각을 추스르고 마음을 다독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이오덕 글, 길, 2004.4.20.



바람이 잠들고 볕이 넉넉히 퍼지는 아침이다. 새한테 줄 과일이 떨어졌다. 우리 집 마당에 내려앉는 새마다 “뭐야? 어제도 오늘도 없잖아?” 하면서 소리친다. 읍내를 다녀올 적에 좀 장만해 놓아야겠다. 나도 먹고 아이도 먹고 새도 먹는다. 벌레도 먹고, 흙도 먹고, 나무도 새롭게 먹는다.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가 나온 지 벌써 스무 해가 흘렀다. 책이름에 왜 ‘-서’가 빠졌는지 아리송했지만, 그만큼 ‘-한테·-한테서’를 옳게 가누는 글바치가 적다. 이오덕 어른이 떠난 뒤에 나온 책이니 이오덕 어른이 글손질을 못 봐준다면, 엮는이가 더 살필 노릇일 텐데,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차근차근 익히는 사람이 뜻밖에 매우 적다. 요즈막에 〈티쳐스〉라는 풀그림을 곧잘 들여다보는데, 숱한 아이들이 ‘영어·수학’에는 그야말로 온힘을 쏟되, 막상 ‘우리말’에는 그리 마음도 힘도 안 쏟거나 덜 쏟는다. 무엇보다도 온갖 책을 고루 읽는 매무새도 차츰 줄어든다. 몇몇 책만 읽어서는 글눈을 못 틔운다. 글눈을 못 틔우면 이야기를 못 읽고, 삶도 살림도 사랑도 숲도 못 읽게 마련이다. 왜 아이들한테서 배워야겠는가? 어린이 눈높이로 삶을 짓고, 어린이와 어깨동무하는 말빛을 살찌울 적에, 누구나 어진 어른으로 일어설 만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