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0.


《이야기로 익히는 논리 학습 1 반갑다, 논리야》

 위기철 글·김우선 그림, 사계절, 2023.3.30.



오늘도 가랑비가 잇는다. 비를 맞으면서 ‘보수동책골목’으로 간다. 이곳은 “부산 자랑”일 텐데, 부산에서 이곳을 살리는 길을 생각조차 못 한다. 〈대영서점〉에 깃든다. 1960∼70해무렵에 신나게 배움길을 걷던 어느 분 손자취가 듬뿍 밴 일본책이 꽤 있다. 예전 임자는 이 땅에 안 계시리라. 가볍게 목절을 하고서 품는다. 빗발이 더 굵다. 빗길에 사상나루로 옮기고,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조금 눈을 붙인 뒤에, 어제오늘 장만한 책을 실컷 읽고서 하루글에 노래꽃을 쓴다. 고흥읍에서 바나나 한 손을 산다. 요즈음 과일값이 장난이 아니라, 귤이나 능금은 엄두도 못 낸다. 시골버스를 탄다. 드디어 호젓하다. 《반갑다, 논리야》가 다시 나왔다고 한다. 1992년에 처음 나왔는데, 그무렵은 떠올리기만 해도 끔찍하다. 배움불굿이 새로 퍼지던 물결에 발맞춘, 그러니까 “입시지옥이 ‘학력고사’에서 ‘본고사’로 바뀔 즈음 틈새를 노리고 나온 끔찍한 ‘논술교재’”로 널리 팔린 《논리야》 석 자락이다. 또래들은 이 책을 많이 사서 읽더라. “너도 이 책 봐. 재미있어!” 하는 동무한테, “야, 스스로 길을 찾고 말하지 않으면 무슨 논리가 있니? 논리·논술이 두려운 사람한테 장사하는 책일 뿐이야!” 하고 잘라말했다. 쓸쓸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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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9.


《함께한 시간을 기억해》

 재키 아주아 크레이머 글·신디 더비 그림/박소연 옮김, 달리, 2020.10.20.



밤 한 시에 일어나서 글살림을 추스르고 짐을 꾸린다. 가랑비가 내린다. 책짐을 조금 우리 책숲으로 옮기고서 07:05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간다. 07:50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타는데 오늘 따라 늦다. 부산 건너가는 시외버스를 놓친다. 부랴부랴 칙폭나루로 옮긴다. 부산 부전역에 12:23에 내린다. 내리자마자 떠나는 동해선을 보며 20분 더 기다린다. 안락동 〈스테레오북스〉에 들른다. 이윽고 부산 시내버스로 서면을 거쳐 중앙동으로 건너가서 〈곳간〉에 닿는다. 곧 새로 낼 《우리말꽃》을 마지막으로 다듬는 이야기를 편다. 이윽고 19시부터 ‘살림씨앗, 함께 쓰는 우리말 살림사전’ 모임을 한다. 《함께한 시간을 기억해》를 돌아본다. 어떤 이는 어린이한테 죽음이 무엇인가를 들려주기 어렵다고 밀하지만, 스스로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못 들려줄 뿐이다. 죽음은 생채기나 멍울일 수 없고, 어둠이나 싫음도 아니다. 몸뚱이를 고스란히 흙한테 돌려주고서, 넋이 새빛으로 깨어나는 길이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꽃얘기 〈모아나〉는 죽음을 어질게 들려주었다. 모아나 할머니는 무엇으로 다시 태어났는가? 꿈을 그려서 얻는 새몸으로 가는 길이 죽음이기도 하다. 미움이나 불길은 죽음하고 먼, 그림자일 뿐이다.


#TheBoyandTheGorilia #JackieAzia Kramer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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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8.


《우리 안의 친일》

 조형근 글, 역사비평사, 2022.10.31.



비오는 하루이다. 읍내로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큰아이하고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추스르면서 하루를 보낸다. 끙끙거리던 몸은 풀렸다. 천천히 기스락숲을 거닐고, 찬찬히 구름무늬를 본다.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에 1971년판 〈윌리 웡카〉를 함께 본다. 2005년에 나온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잘 찍었다고 여기지만, 1971년판은 아름답구나. 1971년판이 있기에 2005년판은 군말이요, 2024년판 〈웡카〉는 아주 뜬금없구나 싶다. 로알드 달 님이 아이어른한테 함께 들려주려고 하는 속빛을 잊은 채 반짝이는 그림을 꾸미기만 한다면, 오히려 사람들을 홀려 벼랑으로 내모는 셈이다. 《우리 안의 친일》을 읽었다. 못 쓴 책은 아니되, 목소리만 앞서간다. “반일을 넘어 탈식민의 성찰로”처럼 작은이름을 붙이는데, ‘탈식민의 성찰’이 일본말씨인 줄 모르는구나 싶다. 요새 일본말씨나 일본 한자말 없이 어떻게 글을 쓰느냐고 따지는 분도 많지만, 생각조차 안 하니 우리말씨로 제 뜻을 실어서 펴는 길을 안 찾는다고 여겨야 맞다. 익숙하다고 여겨 그저 길들기에 일본바라기로 뒹굴었고, 일본이 물러갔어도 찌끄러기가 단단히 들러붙고 말았다. 언제쯤 이 찌끄러기를 씻고 털어서 새길을 열 셈인가? 우린 아직 마음씻이를 한 적이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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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7.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

 이유미 글·장고딕 그림, 철수와영희, 2023.10.14.



고즈넉이 쉬면서 숨을 돌린다. 오른뒷목과 등을 큰아이하고 곁님이 주무르고 토닥여 준다. 으레 다른 사람을 주무르고 토닥이며 살다가, 다른 사람 손길을 받으니 새롭다. 스스로 몸을 다스릴 적에는 결리고 쑤시고 아픈 데만 풀어낸다면, 다른 사람 손길을 받을 적에는 안 결리고 안 쑤시고 안 아픈 데도 토닥이기에, 엎드린 채 속으로 ‘어느 곳이 찌릿하구나. 어느 곳을 제대로 눌러야겠구나.’ 하고 헤아린다. 뒷목하고 날개죽지 사이로 결릴 적에도 말을 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목소리를 내려 할 적에 목힘줄이 다 얽혀서 찌릿한다. 몸이 아프거나 여린 사람이 내는 말소리란, 그야말로 더 쥐어짜는 숨빛이 서리겠구나.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를 읽으며 여러모로 답답했다. 글쓴이는 여태 ‘채식 + 동물권’을 줄기차게 말하지만, ‘식물권’은 생각조차 없는 듯싶고, 서울사람이 누리는 푸성귀를 비닐집에서 어떻게 길러내는지 영 모르는 듯하다. 마냥 푸성귀만 먹으면 될까? 숨빛(생명권)이라고 하는 틀을 복판에 놓지 않는다면 엇나갈 텐데. 사람 사이에서도, 사람이랑 짐승 사이에서도, 사람이랑 짐승이랑 푸나무랑 헤엄이 사이에서도 매한가지이다. 물 한 방울에도 숱한 숨결이 흐른다. 목소리만 내지 않기를 빌 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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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6.


《블리스 씨 이야기》

 존 로널드 루엘 톨킨 글·그림/조명애 옮김, 자유문학사, 1998.5.30.



오른목하고 오른어깨죽지가 결린다. 풀고 일하고 쉬기를 되풀이한다. 올해에 태어날 《우리말꽃》 애벌손질을 마치고서 펴냄터로 보낸다. 어제오늘은 저녁나절에 기운이 다하느라 일찍 눕는다. ‘우리집 글눈뜨기’를 이틀 쉰다. ‘이웃·이무롭다(이물없다)’나 ‘딸·아들’ 같은 낱말이 어떻게 태어나서 오늘에 이르는가 하는 말밑을 가만히 풀어낸다. 그리 어렵지 않은 말밑풀이일 텐데, 뜻밖에 쉬운말을 모르거나 헤매거나 등지는 사람이 많다. 쉬운말부터 마음에 담아서 이야기를 여미는 매무새를 잃는다면, “마음을 나누는 말”이 아닌 “많이 안다고 자랑하는 소리”로 뒤바뀌게 마련이다. 《블리스 씨 이야기》를 읽었다. 옮김말에 마음을 기울였으면 퍽 재미있을 만한데, 판박이처럼 척척 찍어내듯 얄궂은 말씨가 춤춘다. 아이들도 재미없다고 하더라. 책을 덮고서 여러 달 헤아려 보았다. 오늘날은 배움터도 일터도 삶터도 ‘말다운 말’을 등지고 ‘말씨’를 짓뭉갠다. 아직 논은 비닐을 씌우지 않지만, 논에서 거두는 나락은 ‘볏짚’을 못 쓸 만큼 짜리몽땅하고 여리다. 비닐집에 갇힌 채 알만 굵어가는 낟알이나 열매가 사람한테 이바지하리라 여긴다면 바보이다. 오늘날 들숲바다가 망가진 민낯에 등을 돌려도 바보이다.


#JohnRonaldReuelTolkien #MrBlis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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