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5.


《개미 세계 탐험북》

 국립생태원 엮음, 강은옥 그림, 국립생태원, 2015.11.23.



밀린 잠을 모처럼 느긋이 누린다. 어제 읍내 가게에 깜빡 놓고 나온 어깨짐을 찾으러 저녁에 다시 읍내로 간다. 어깨짐을 찾으며 이 가게에 노래꽃(동시)을 새로 써서 내려놓고 집으로 온다. 오늘 어린이날을 맞이해 노래꽃 ‘숲빛노래(생명 동시)’를 쓴다. 곰하고 범 이야기부터 쓴다. 서울사람 틀거리에 짜맞추는 억지스러운 동심상업주의가 아닌, 들숲바다를 품고서 하늘빛으로 살림을 짓는 이웃숨결 눈빛으로 노래꽃을 쓰려고 한다. 집에 닿아 다시 일찌감치 곯아떨어진다. 바깥일을 볼 적에는 더 일찍 일어나서 낮잠이 없이 몸을 쓰니 어둑살이 낄 무렵이면 벌써 졸립다. 《개미 세계 탐험북》을 작은아이한테 장만해 준다. 개미를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개미가 워낙 작으니 개미를 지켜본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드물기도 할 테지만, 개미를 오롯이 개미로 바라보려는 사람부터 드물다. 참새는 참새 마음이 되어 마주해야 참새살림을 배우겠지. 개구리는 개구리 마음이 되어 만나야 개구리살림을 배울 테고. 골목사람은 골목사람 마음이 되어 사귀어야 골목살림을 배운다. 벼슬꾼(정치꾼·공무원)을 보라. 그들은 마을사람 마음도 가난사람 마음도 아닌 벼슬꾼 마음이기에 늘 엇나가거나 헛발질이다. 아이를 사랑하려면 아이 마음일 노릇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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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4.


《똥 누고 가는 새》

 임길택 글·조동광 그림, 실천문학사, 1998.12.5.



노래꽃(동시)을 쓰는 전주 이웃님이 찾아온다. 두 아이랑 읍내에서 먼저 만난다. 멧새노래를 들으며 함께 걷는다. 우람 고인돌하고 우람 느티나무 곁을 걷고서 발포 바닷가로 간다. 바닷바람에 파란하늘을 누리고서 우리 책숲으로 간다. 김륭 님이 쓴 “곰이 사는 동굴에도 거울이 있을 거야”를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느낄는지 궁금하다고, ‘동물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아이들은 “곰은 곰인데 왜 사람처럼 거울을 보거나 침대에서 자거나 멋을 부리려 하지요? 곰은 곰 그대로 멋져요.” 하고 얘기한다. 척 봐도 억지스럽다. ‘인권처럼 동물권’을 말하려는 듯싶으나 ‘서울사람처럼 도시문명생활’을 해야 동물권이지 않다. ‘굳이 사람을 흉내낼 까닭이 없는 숲짐승을 짐짓 사람처럼 꾸미며 억지스레 말장난을 엮으며 웃기려는 티’가 물씬 흐른다. 지난날 윤석중 동시는 ‘동심천사주의’였다면, 오늘날 동시는 ‘동심상업주의’라고 느낀다. 《똥 누고 가는 새》를 읽으며 마음을 달랜다. 임길택 님처럼 ‘아이사랑노래’를 쓰기가 어려울까? 아이들은 장난감이 있어야 빛나지 않는다. 맨손으로 무엇이든 지으면서 따스히 품고 포근히 나눈다. ‘어린이처럼 꾸미기’보다는 ‘스스로 어린이 숨빛을 되살리’면 온누리는 그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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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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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3.


《나는 안동에 삽니다》

 김락종과 여섯 사람, 리윤익, 2021.11.14.



잠이 모자란 몸을 일으키고 씻는다. 아침나절에 면사무소에 간다. 가난살림(저소득층)에 이바지한다는 ‘희망 통장’을 알려준다고 한다. 4월에 넣는 일은 마감이고 가을에 넣어 준다면서 미리 글자락(신청서)을 받아놓겠다고 한다. 고마우면서 찜찜하다. 나라(정부)에서는 우리 집을 2007년부터 가난살림(차상위계층)으로 금을 매겼는데 이런 ‘희망 통장’이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고, 더구나 며칠 늦게 알려주며 4월 마감이 지났다고 하니까. 군수뽑기를 앞두고서 ‘여태 하나도 안 챙겨 주던 저소득층 복지혜택’을 슬그머니 챙기는 시늉을 하는 줄 뻔히 느낀다. 우체국에 갔더니 낮밥때라고 아예 닫아걸었다. 놀랐다. 시골 우체국이 낮밥때라며 닫다니! 여긴 서울이 아니라 시골이라고! 시골사람은 하루를 새벽 서너 시 무렵이면 여는데 벼슬집(관청)이 그때 여나? 자전거로 집으로 돌아와 시골버스로 다시 읍내로 가서 우체국에 들렀고, 집에 돌아와 쓰러진다. 《나는 안동에 삽니다》를 읽었다. 고흥에서 사는 사람이 “나는 고흥에 삽니다”란 책을 쓴다면 무슨 이야기를 담을까? ‘군수님 해바라기’를 실으려나, 속낯을 고스란히 실으려나? 안동을 사랑하는 이야기가 물씬 흐르는 하얀 책을 살살 쓰다듬는다. 안동마실을 그려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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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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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2.


《실수투성이 엄마 아빠지만 너를 사랑해》

 사토신 글·하지리 도시가도 그림/한귀숙 옮김, 키위북스, 2019.12.10.



포항에서 대구로 건너간다. 햇빛을 받으며 〈럼피우스의 책장〉으로 걸어간다. 골목길이 호젓한 곳에 반짝이듯 깃든 마을책집이로구나. 책집 앞을 걸어가는 푸름이가 문득 다리를 쉬려고 드나들면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올해 5월에 새로 연다고 하는 〈북셀러 호재〉로 찾아간다. 살짝열기(가오픈)를 한다기에 들른다. 김광석거리 밤저자(야시장) 어귀라서 밤이면 둘레가 붐비고 시끄럽다는데 낮에는 그저 조용하다. 두류쉼터로 건너가서 대구에 사는 글동무를 만난다. 북적거리는 데에서 비껴 안쪽으로 걸어가니 꾀꼬리 노랫소리가 번진다. 얼마만인가. 반갑구나. 개구리처럼 꾀꼬리도 노랫소리로 이름을 붙인 우리 이웃이라고 느낀다. 고흥으로 돌아가려면 대구서 광주를 거쳐야 한다. 멀다. 버스때를 맞추려고 ‘더나은(프리미엄)’ 버스를 탄다. 1만 원 웃값이지만 참말로 더 낫네. 돌고돌아 집에 닿으니 한밤. 별잔치를 이룬 보금자리로 오고서야 기지개를 켠다. 아이들이 여태 안 자고 노셨네. 대구부터 들고 온 김밥을 한밤에 나란히 둘러앉아서 누린다. 《실수투성이 엄마 아빠지만 너를 사랑해》를 되새기며 잠자리에 든다. 잘못투성이란 엉성하거나 어설프다는 뜻. 어버이도 늘 새롭게 배운다. 아이한테서 배우기에 어버이란 이름을 얻는다.


ㅅㄴㄹ

#羽尻利門 #ごめんなさい #佐藤信 #サトシ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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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1.


《자연 낱말 수집》

 노인향 글, 자연과생태, 2022.4.21.



대구에서 포항으로 간다. 칙폭길은 가깝다. 오늘도 시내버스를 타고 포항을 누빈다. 시내버스는 넓다란 미닫이로 바깥을 둘러보면서 이 골목 저 길을 달리니 1250원이나 1350원으로, 때로는 1700원이나 2000원으로 누리는 ‘이웃마을구경’이라고 느낀다. ‘현대제철’ 앞에서 버스를 갈아타라고 해서 내리는데, 쇳가루가 확 번진다. 아, 어릴 적 인천에서 맡은 냄새를 여기서 새삼스레 맞이하네?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검은꽃을 본다. 쇳가루를 뒤집어쓰고도 빛나는 씀바귀란 얼마나 놀라운가. 쇳집(제철소) 앞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기에 포항 한켠을 새록새록 느낀다. 〈지금책방〉에 깃든다. 오천에 사는 이웃님을 만난다. 느긋이 머물다가 〈달팽이책방〉으로 건너가서 노래잔치(동시전시)를 꾸민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누리고서 골목지짐집에 들어가 오랜만에 막걸리를 마신다. 오늘 길손집은 어제하고 달리 토막값만 받는다. 아리송하지만 고맙게 드러눕는다. 《자연 낱말 수집》을 읽었다. ‘숲말’을 살핀 꾸러미이다. 영어는 ‘내추럴’, 중국·일본말은 ‘자연’, 우리말은 ‘숲’이다. 이뿐이다. 낫거나 높은 말은 없이 저마다 다른 숨결이 서로 다른 낱말로 피어난다. 눈귀로만 마주할 적하고 늘 살며 마음으로 보는 말은 확 다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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