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0.


《시골 쥐의 서울 구경》

 방정환 외 글, 정가애 그림, 창비, 2014.8.22.



대전은 서울보다 하늘이 잘 보이지만, 새노래도 개구리노래도 풀벌레노래도 없는 아침이다. 길손집을 나선다. 대전 시내버스를 타고 〈중도서점〉으로 간다. 아침에 갓 연 책집에서 마수를 한다. 대전 헌책집에서는 대전을 비롯해 충청도에서 두고두고 지은 살림길을 ‘비매품 책’으로 고마이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없는 알뜰한 책을 잔뜩 만난다. 이 모든 책은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롭게 엮는 길에 이바지하리라. 그림책집 〈노란우산〉으로 옮긴다. 가볍게 들러서 고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책집지기님하고 한참 책수다를 폈다. 스물 몇 해 앞서 펴냄터 일꾼으로 지낼 적에 ‘교보 일꾼’이나 ‘영풍 일꾼’뿐 아니라 ‘이웃 펴냄터 일꾼’하고 책수다를 나눈 일이 없다. 왜? 다들 책을 안 읽더라. 기차로 순천을 거쳐서 고흥으로 돌아가니, 밤노래 흐르는 보금자리로구나. 별도 풀벌레도 풀꽃나무도 새도 가득한 우리 집이네. 《시골 쥐의 서울 구경》을 읽으며 몹시 아쉬웠다. 이제 ‘근현대 한국동화’는 아이들한테 읽힐 만하지 않구나. 글결도 줄거리도 이야기도 낡았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쓴 글’이 아닌, ‘어른글꽃(성인문학)을 펴는 이들이 곁벌이(부업)처럼 쓴 글이라는 티가 물씬 나더라. 슬픈 우리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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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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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9.


《문방사우》

 이겸노 글, 손재식 사진, 대원사, 1989.5.15.



서울에서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일꾼을 만났다. 이오덕 어른 글이랑 책을 놓고서 아직 안 끝난 슬픈 실랑이를 지켜보았다. 이오덕 따름이(제자)라 밝히는 분이나 몇몇 펴냄터는 왜 그렇게 ‘이오덕 이름을 내건 장사’에 목을 매달까? ‘이오덕 이름을 내세우는 장사’가 아닌 그들 삶을 걸면서 새길을 스스로 기쁘게 지어서 나누는 아름길을 펼 일이 아닐까? “어른을 따른다”고 말하지만 막상 “어른을 울궈먹는” 이들은 나이가 일흔이나 여든 살이어도 철들지 않은 얼치기라고 느낀다. 대전으로 건너온다. 오늘 고흥으로 돌아가지 못하겠구나. 〈우분투북스〉에 들러서 책바람을 쐰다. 서울은 파란하늘을 한 조각조차 못 보았다면 대전은 파란하늘을 살짝 볼 수 있다. 저녁에 길손집을 들려고 미리 잡았는데, 똑같은 이름이되 꽤 먼 데 떨어진 두 집이 있다고 해서 한참 헤맸다. 《문방사우》를 새로 읽었다. 푸름이로 살던 지난날에는 ‘글벗(문방사우)’을 알아야 한다고 읊는 어른이 많았다면, 이제는 ‘글벗’을 살피는 눈길이 없다시피 하다. 붓이 아니어도 글을 쓰고, 종이가 아니어도 책을 읽으니까. 그런데 ‘붓·먹·벼루·종이’란 우리말이 어떤 뿌리요 결인가를 배우지 않은 채 글만 읽거나 쓰면 ‘글’조차 모르는 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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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8.


《한국생활사박물관 10 조선생활관 2》

 편찬위원회 엮음, 사계절, 2004.2.6.



새벽에 아이들 배웅을 받으며 서울로 바깥일을 보러 간다. 바깥일에 앞서 먼저 신림동 〈새고서림〉을 찾아간다. 이 마을책집이 처음 열 적에 누리글집(인스타)으로 바로 알았으나 서울길에 영 발걸음하고 안 맞물려서 못 갔는데, 올해에는 다달이 강아랫마을로 바깥일이 있다 보니, 이래저래 길그림을 보니 먼저 들를 만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책집마실을 마치고 전철로 〈서울책보고〉로 가며 하루쓰기를 하다가 ‘잠실새내’에서 잘못 내렸다. 잘못 내리고서 “아니, 왜 내가 가야 할 곳이 안 보이지?” 하고 어리둥절하다가 “아, 나루(역) 이름을 잘못 봤네!” 하고 깨달았다. 바깥일을 마치고 하남 마을책집으로 가려 했는데 다시금 엉뚱한 길로 가는 전철을 타는 바람에 “또 잘못 탔구나. 이런! 시골내기란!” 하고 혼잣말을 했다. 일찌감치 길손집으로 깃들어 빨래를 하고 누웠다. 《한국생활사박물관 10 조선생활관 2》을 돌아본다. 틀림없이 뜻깊게 나온 꾸러미인 ‘한국생활사박물관’이지만, ‘생활사’란 ‘역사책에 이름이 안 남은 수수한 사람들 살림길’이어야 알맞을 텐데, 그만 임금님·벼슬아치·먹물꾼 발자취를 담는 틀에서 끝났다. 매우 아쉬웠다. 이제라도 ‘수수한 순이돌이 살림살이’를 담은 책으로 다시 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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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7.


《아내의 시간》

 이안수 글·사진, 남해의봄날, 2021.11.30.



새벽하고 저녁·밤으로 소쩍새 노래를 듣는다. 스스로 삶걸음을 돌아보면, 스물아홉 살 무렵까지는 ‘새노래’보다는 ‘새소리’라는 말을 썼다. 그때까지는 인천·서울을 오가며 일터하고 책집에서 온하루를 보내었다. 그때에는 이웃 숨결인 멧새가 ‘소리’를 낸다고만 느꼈다면,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려고 충청살이를 할 즈음부터 “그래, 난 여태 ‘소리’만 드문드문 들었다면, 이제부터 ‘노래’를 듣는구나. 이오덕 어른이 《나무처럼 산처럼》이란 책을 써낸 밑넋을 알겠어.” 하고 생각했다. 이오덕 어른이 숨을 거둔 다음 나온 노래책(시집)을 보면 ‘딸(딸기)’ 이야기가 그득하다. 어쩌다 보는 들딸이나 멧딸이 아닌, 삶터에서 봄빛으로 맞이하는 딸빛이니 저절로 노래하고 사랑하면서 이 기쁨을 이녁 이웃한테 들려주고 싶으셨겠지. 저녁에 우리 책숲을 다녀오는 길에 하늘을 보며 빛무지개(오로라)를 보는 듯한 구름빛을 누린다. “벼리 씨, 보라 씨. 저 밤구름이야말로 빛무지개네!” 《아내의 시간》을 읽고서 한참 생각해 보았다. 뜻깊은 책이되 글님이 곁님 마음으로 스미지 못한 채 내놓았다고 느낀다. 글님은 아직도 곁님을 ‘이쁘게’만 보시더라. ‘이쁘게’가 아닌 ‘사랑스럽게’ 보시면 글도 빛꽃(사진)도 아주 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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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16.


《케스―매와 소년》

 베리 하인즈 글/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1998.8.20.



어제 해놓은 빨래를 아침볕에 말린다. 잘 마르는 빨래를 보다가 이불을 꺼내어 펑펑 털고서 나란히 말린다. 이불을 말리는 곁에 누워서 볕을 쬔다. 내 몸도 말리자. 읍내를 다녀온다. 돌아오는 길에는 무를 한가득 장만해서 손질한다. 두 아이는 곁에 앉아서 신나게 깍둑썰기를 한다. 너희 손으로 돌보렴. 너희 손길로 가꾸렴. 너희 손빛으로 지으렴. 《케스―매와 소년》을 오랜만에 다시 편다. 꽤 예전에 읽었지. 열흘쯤 앞서 전주마실을 하며 〈잘 익은 언어들〉 지기님한테 이 책을 건네었다.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책 가운데에는 바로 이 《케스―매와 소년》하고 ‘이시무레 미치코’ 님이 쓴 《신들의 마을》 두 가지를 읽으면 넉넉하다고 본다. 그러나 바로 이 두 가지 책은 그렇게 안 팔리고 안 읽히더라. 아이를 아이답게 돌보고 사랑하는 눈빛을 가꾸고픈 마음이라면 《케스―매와 소년》을 먼저 읽을 노릇이요, 마을이 어떻게 마을로 살아나는가를 헤아리고 싶은 마음이라면 《신들의 마을》을 먼저 읽으면 된다. 아이는 배움터(학교)를 갈 까닭이 없다. 아이는 집에서 어버이 사랑을 물려받으면 된다. 아이는 나라(사회·정부)에 이바지할 까닭이 없다. 아이는 스스로 숲으로 살아가며 동무하고 마을을 이루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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