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5.


《버찌책방의 나날들, 두 번째 이야기》

 조예은 글·사진, 버찌책방, 2020.9.2.



읍내를 다녀오기로 한다. 조금 쉬고픈 마음이 굴뚝같으나 다녀오기는 해야 한다. 큰아이가 열다섯 살에 이르도록 ‘학교밖 청소년 지원’을 여태 한 적이 없던 고흥군·전남교육청에서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뒤늦게 ‘예산이 된다’면서 ‘한 달 10만 원 교육비 지원’을 해준단다. 글자락(서류)을 쓰러 고흥군 청소년센터를 가는데, 그나마 ‘한 달 10만 원’ 가운데 7만 원만 책값·종이값·붓값으로 쓸 수 있고 3만 원은 곁배움책(참고서)을 사야 한다는구나. 참 웃기다고 생각하면서 말은 안 하고 웃기만 했다. “너희들은 학교밖 청소년이 검정고시를 치러 졸업장을 따야 한다고 생각하는 틀에 갇혀서 사는구나” 같은 뜻을 에둘러서 부드러이 얘기하고 일어섰다.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옆마을에서 내려 들길을 걷는다. 보리이삭이 팬다. 하늘은 구름바다이다. 저녁나절에 바깥마루를 덮는다. 비가 올 듯싶다. 《버찌책방의 나날들, 두 번째 이야기》를 지난해에 읽었다. 오늘까지 책숲 아닌 집에 둔 이 책을 이제 책숲으로 옮겨야지. 대전 〈버찌책방〉은 지난해에 책집을 닫은 뒤에 새롭게 열려고 차근차근 살피며 느린걸음으로 나아간다. 밖에서 보면 느린걸음일 텐데, 걷는 사람으로서는 스스로 즐거이 내딛는 하루걸음이리라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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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4.


《셜리》

 모리 카오루 글·그림/김완 옮김, 북박스, 2007.9.27.



어느새 책더미가 겹겹이 있다. 이 책더미를 줄이려고 애쓰다가도 ‘책더미를 줄이려는 생각’은 새삼스레 책더미를 낳을 뿐일 텐데 하고 느낀다. 할 일을 차근차근 하고, 이 삶을 이 삶대로 바라보면서 어루만지면 어느 날 문득 모든 책이 책시렁에 알맞게 자리를 찾아서 떠나리라. 고흥은 진작 더운 낮이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하되, 낮은 여름이다. 우리 집 나무가 가지치기에 시달려 키가 몹시 작던 2013년 무렵까지는 봄부터 매우 더웠고, 겨울에 몹시 차가웠다. 나무가 우람하게 마당이며 뒤꼍을 덮는 2014∼15년 즈음부터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포근하다. 빛꽃(과학)을 다루는 이들은 나무 한 그루가 바람날개(에어컨) 서른보다 훨씬 시원하게 둘레를 감싼다고 말하지만, 포근불(난로) 서른이 저리 가라 할 만큼 따뜻하게 감싸는 대목은 말하지 못하더라. 《셜리》를 읽었다. 모리 카오루라는 분이 《신부 이야기》를 왜 그리는지 알 만하더라. 좋아하는 모습을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그리면 부드럽고, 이 좋아하는 눈빛을 차츰차츰 ‘사랑’으로 키우면 아름답겠지. 다만, 그림님은 늘 ‘좋아함’에서 그치고 ‘사랑’으로는 넘어서려 하지 않더라. 뭐,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나쁘지는 않지. 아름답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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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3.


《발명가 매티》

 에밀리 아놀드 맥컬리 글·그림/김고연주 옮김, 비룡소, 2007.2.6.



‘책공방 김진섭’ 님이 고흥마실을 하셨다. 어제그제 잇달아 자전거를 달리느라 몸을 안 쉬었더니 찌뿌둥하지만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나갔는데, 빛물결(와이파이)이 되는 읍내 버스나루에서 뒤늦게 쪽글을 읽고는 부랴부랴 전화를 해서 우리 책숲에서 만난 다음 읍내로 다시 나와서 저녁을 보냈다. 하루하루 새롭게 맺는 흰민씨를 새벽마다 반가이 훑고, 하루하루 새삼스레 터지는 후박꽃내음을 하루 내내 듬뿍 마신다. ‘책공방’은 전북 완주를 떠나야 했는데, 이 멋진 책밭을 품는 고을(지자체)이 아직 없다니 놀랍다. 알고 보면 다들 겉멋이나 겉치레일까? 고을마다 쇠밥그릇 벼슬꾼(공무원)만 있는 탓일까? 이제는 벼슬꾼을 줄이고 삶(문화)을 살찌울 때이다. 《발명가 매티》를 뒤늦게 읽었다. 이 그림책이 나오던 무렵을 돌아보니, 충청도를 떠나 인천 배다리로 옮기려고 손가락이 꽁꽁 얼면서 책짐을 쌌구나. 언손을 샅에 끼워 조금 녹이고서 다시 책을 쌌고, 이렇게 석 달 남짓 싼 책더미를 4월 5일에 인천으로 날라서 열흘 뒤에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처음 열었다. “발명가 매티”란 분이 이녁 일터(회사)를 차리기까지 걸은 가시밭길은 이녁을 담금질하는 나날이었겠지. 고흥군이 ‘책공방’을 품는다면 얼마나 멋질까.


#MarvelousMattie #HowMargaretEKnightBecameanInven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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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2.


《민들레 피리》

 윤동주·윤일주 글, 조안빈 그림, 창비, 2017.12.30.



5월 1일부터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노래꽃잔치(동시 전시회)’를 연다. 노래꽃을 나누는 자리를 열기에 반갑고,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어렵게 시문학’이 아니라 ‘즐거이 노래꽃’을 이야기하는 마당을 함께하기에 기쁘다. 노래꽃잔치에 맞추어 그림잎(그림엽서)을 마련했다. 사름벼리 씨가 담아낸 동박새 그림을 넣었다. 책숲 이웃님한테 그림잎을 부치려고 글자루에 담았고,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에서 부친다. 고흥은 다른 고장보다 유난스럽게 ‘군의원·도의원 예비후보 걸개천’이 커다랗다. 전라남도는 온통 민주당인데 ‘탄소 걱정’으로 호들갑을 떤 이들은 왜 ‘플라스틱 쓰레기 걸개천’을 커다랗게 내걸까? ‘썩어서 흙이 될(생분해) 밑감’으로 걸개천을 달아야 옳지 않나? 풀죽임물을 뿌리면서 시끄러운 옆밭을 느끼다가, 후박꽃이 피는 우리 집 마당나무를 쓰다듬는다. 우리 나무를 보자. 《민들레 피리》를 지난 책마실길에 장만했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크고작은 펴냄터마다 ‘윤동주 장사’가 지나치다. 윤동주 님은 틀림없이 아름글님인데, 손꼽을 아름글님을 이렇게 망가뜨려도 될까? 이만큼 우리 책마을이 망가졌다는 뜻이요, 글빛이 아니라 돈셈이 눈이 흐려 갈피를 잃었다는 소리일 테지. 썩었다. 문드러졌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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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21.


《민물고기를 찾아서》

 최기철, 한길사, 1991.1.10.



어젯밤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전 마을책집 두 곳이 어떠한 숨빛으로 책이웃을 마주하는가 하고 헤아리면서 ‘책집노래’를 적었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에 노래꽃(동시)을 손질해서 옮겨적는다. 집안일을 한참 하다가 마감을 앞둔 우체국으로 바람처럼 달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천천히 발판을 구른다. 옆마을 논둑 흰민들레가 씨앗을 동그랗게 맺으며 퍼지는 모습을 본다. 봄볕을 듬뿍 안으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저녁을 차리고서 등허리를 토닥이고 새삼스레 눕는다. 《민물고기를 찾아서》를 오랜만에 되읽어 보았다. 1994년에 이 책을 처음 만났다. 그때에는 인천부터 서울 이문동까지 전철을 달리는 길에 으레 책 서넛을 읽었는데, 어느 날 이 책을 쥐고서 서울로 가던 납작길(지옥철)에 누가 말을 걸었다. 그분은 생물학을 배운다고 하면서, 마른오징어처럼 납작이가 되는 이 끔찍한 전철길에 민물고기책을 읽는 젊은이가 다 있네 싶어 놀랍고 반가워서 말을 걸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제 와 돌아보면, 무시무시한 납작길에 나비도감도 읽고 들꽃을 다룬 책도 읽고, 갖가지 책을 읽었다. 사람이 사람한테 찡겨 숨막히는 곳이었으나 한 손을 위로 뻗어 손가락으로 살살 다음 쪽을 넘기며 책을 읽었기에 불구덩에서 살아남았을 수 있다.


ㅅㄴㄹ


덧말 : 

나한테 말을 건 분은 

ㄱ대학교 생물학과를 다니는 윗내기였는데, 

내가 생물학을 하는 대학생이 아닌,

통번역 공부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런 쪽을 배우는 사람이

어떻게 민물고기책을 읽느냐고

더 놀라워했다.

그래서 나는 통번역을 배우기 때문에

통번역을 하려면 모든 갈래 모든 앎길을 꿰어서

우리말하고 바깥말을 잇는 다리가 될 테니

가리는 책이 없이 다 읽는다고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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