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4.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별 가이드》

 멜 콜린스 글/이강혜 옮김, 샨티, 2021.4.22.



전주에서 아침맞이를 한다. 전주책집을 두 곳쯤 들를까 어림하다가 “아냐. 그러다가 또 하루 늦어. 아이들한테 돌아가자.”고 생각한다. 버스나루 뒤켠 오랜 골목가게에 드리우는 아침햇살을 바라보고서 광주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에 내리자마자 고흥 버스로 갈아탄다. 고흥읍에서 내리고서 또 곧바로 시골버스를 탄다. 우리 마을 앞으로는 안 가지만, 이웃마을은 스친다. 집에 전화했더니 두 아이가 저 먼 논둑길을 따라 달려온다. 반가워. 고마워. 모내기를 하는 사내가 낯설다 싶더니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다. 그래, 시골에서 모내기하는 사람도 이웃일꾼으로 바뀐 지 한참 되었다. 낮밥을 먹고 빨래를 마친 뒤에 곯아떨어진다. 저녁에 일어나서 나무를 쓰다듬고 하늘바라기를 한다.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별 가이드》를 되돌아본다. 자리맡에 쌓아 놓고서 한동안 잊었다. 다시 읽어 보는데, 몇몇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저마다 이 별을 느낄 줄 알 텐데, 사람들 스스로 ‘넋을 잊은 나날’을 살아간다고 느낀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어떨까? 살짝 겉만 스치는 ‘푸른별 이야기’가 아니라, 온마음으로 풍덩 뛰어들면서 스스로 빛날 마음을 그리는 이야기를 책으로 여미면 어떨까? 못내 아쉽지만, 이만 한 책도 드물다.


ㅅㄴㄹ

#TheHandbookForHighlySensitivePeople #MelCollin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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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3.


사과꽃 당신이 올 때

 신현림 글, 사과꽃, 2019.2.25.



고흥 돌아가는 길을 살핀다. 갑자기 시외버스가 잔뜩 생겼으나 빈자리가 없다. 뭘까? “아하! 놀이철(연휴)이로구나!” 스물∼서른 사이에 서울에서 살 적에도 달종이는 잘 안 봤다. 나한테 달종이란 ‘오늘 찾아간 책집이름을 적는 칸’일 뿐이다. 수원으로 가자고 생각한다. 서울시청 앞에서 전철로 수원 세류동에서 내려 골목을 걷는다. 이곳 수원골목빛도 반짝인다. 골목사람 스스로 돌본 꽃밭이며 지붕 높이만큼 자란 나무는 더없이 곱다. 곳곳에서 작은 새가 날며 노래한다. 〈책 먹는 돼지〉가 옮긴 곳은 수수하게 빛나는 마을 한복판이로구나. 이따금 날개(비행기)가 하늘을 찢는 소리를 내지만, 이 소리를 빼면 아늑하고, 새노래를 들을 수 있다. 책집에 들르고서 수원버스나루로 갔더니, 광주 가는 버스가 다 사라졌네. 뭘까? 마침 전주로 가는 16시 20분 시외버스가 있다. 얼른 끊어서 탄다. 〈동시 먹는 달팽이〉 일을 하시는 전주 이웃님을 만나 ‘동시 수다’를 나누고서 잠든다. 《사과꽃 당신이 올 때》를 읽었다. 앞선 《반지하 앨리스》를 생각하자니, 노래(시)가 뒷걸음을 쳤구나 싶다. 노래는 노래일 뿐, 외침도 소리도 아니다. 새삼스레 맛보신 가난은 ‘나쁜삶’이 아닐 텐데, 아직 사랑을 못 그리신다. 오늘노래가 사랑노래인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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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2.


《Steven Universe : The Tale of Steven》

 Rebecca Sugar·Angie Wang·Elle Michalka 그림, Abrams, 2019.



서울도서전에 간다. 이웃님인 대구 〈서재를 탐하다〉 분들이 ‘손으려 여민 작은책’을 꼭 100자락 마련하셨다고 한다. 손여밈책 100자락을 다 팔지 못할까 걱정하시기에 틀림없이 다 팔 만하다고 여쭈었는데, 몸으로 찾아가서 기운내라고 하자고 생각하며 길을 나선다. 2022년 서울책잔치는 여러모로 엉성해 보인다. 애써 나온 여러 책일꾼하고 펴냄터 구슬땀이 아니라면 진작 빛이 바래겠더라. 날개책(베스트셀러)이 아닌 살림책을 바탕으로 판을 확 뒤집어야 하지 않을까. 서울 〈새벽고양이〉 지기님을 뵌다. 더숲·나는별·달달북스·향출판사·찰리북 일꾼을 뵙는다. 사람이 넘치는 코엑스에서 나오자니 지하철도 사람물결이다. 사람밭에 치인 끝에 서울시청 앞 ‘뉴국제호텔’에 닿는다. 짐을 내려놓고 빨래를 한 뒤에 서울이웃님을 만난다. 가게를 활짝 열어젖힌 노닥술집(단란주점)이 놀랍다. 우리는 창피한 줄 모르는구나. 돌이로서 더 창피하다. 스티븐 유니버스를 만화영화로만 보다가 《Steven Universe : The Tale of Steven》을 장만해서 천천히 읽었다. 그림책으로 새롭게 잘 엮었네. ‘스티븐 유니버스’는 ‘박 누리’ 같은 이름이겠지. 모든 사람은 저마다 온누리(우주)를 담은 숨빛이기에 스스로 사랑할 적에 새롭게 깨어난다.


ㅅㄴㄹ

#레베카슈거 #엘미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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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1.


《전나무의 특별한 생일》

 옥사나 불라 글·그림/엄혜숙 옮김, 봄볕, 2020.12.21.



‘고을지기 뽑기(지자체장 선거)’를 하는 날이다. 낮밥 무렵에 자전거로 찾아간다. 뽑기를 하려는 사람이 아예 없다시피 하다. 읍내 저자마실을 한다. 고흥버스나루는 이제부터 18시면 일꾼이 없단다. 재미있다. 바깥에서 고흥을 찾아오는 사람한테 얼굴이라 할 고흥버스나루는 지저분하고 엉성하고 좁을 뿐 아니라, 담배내음이 자욱하다. 예전부터 군청에서 목돈을 들여 버스나루를 옮기려 했으나 ‘고흥군내버스’에다가 버스나루를 거머쥔 이가 손사래치면서 틀어졌다지. 곰곰이 보면 여태 모든 고흥군수에다가 벼슬꾼(공무원·군의원)이 일삯·뒷돈만 챙기고서 팔짱을 낀 탓이다. 고을지기뿐 아니라 벼슬꾼을 통째로 물갈이할 수는 없는가? 고흥·보성·곡성은 나라에서 손꼽을 만큼 밑바닥(청렴도 제로)인데, 순천시 그늘(통합 순천시)로 들어가야지 싶다. 세 곳은 군수를 치우고 벼슬꾼을 확 줄여야 한다. 《전나무의 특별한 생일》은 우크라이나 그림책이다. 우크라이나 숲살이를 보여준다. 요즈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짓밟느라 숲이며 들이며 마을도 안타깝게 무너지는데, 미친싸움꾼은 어떻게 걷어내야 슬기로울까. 어린이책을 옮기는 분은 으레 ‘뇌조’라고만 하는데, ‘들꿩’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 ‘뇌조’란 이름은 너무 안 어울린다.


ㅅㄴㄹ

#OksanaB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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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5.31.


《봄 선물이 와요》

 도요후쿠 마키코 글/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21.1.20.



자전거 앞뒤 바람이를 고친다. 앞바퀴는 바람이를 갈지 않고 구멍을 때운다. 뒷바퀴는 닳고 헐어서 통째로 간다. 이제 두 다리를 새롭게 찾았으니 들길을 달려 볼까. 먼저 우체국에 간다. 책짐을 부치려는데 쌈지가 안 보인다. 어라, 집에 놓고 왔네. 어쩔 길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서 챙긴다. 다시 우체국에 들러 나래삯(우편요금)을 치르고서 녹동으로 달린다. 땡볕에 자전거를 달리면 즐겁다. 땀이 날 듯하면 바람이 씻어 주고, 오르막에 이은 내리막에서 등판이 시원하다. 내달리는 맛으로 올라가고, 들바람을 쐬다가 바닷바람을 누린다. 〈더바구니〉에 닿는다. 미리 여쭌 책을 받는다. 다릿심이 새로 오를 즈음 집으로 돌아간다. 오늘은 60킬로미터 즈음 가볍게 달린 셈. 《봄 선물이 와요》는 바로 〈더바구니〉에서 만난 그림책이다. 봄빛이 영그는 숲살림을 부드럽고 아기자기하게 담았다. 숲에서 여러 짐승이 서로 동무로 어울리면서 함께 숲내음을 맡고 숲노래를 즐기는 하루를 들려준다. 이웃나라에서 낸 이 그림책하고 우리나라 그림책이 다른 대목을 사람들이 읽어내기를 빈다. 우리나라는 아직 ‘숲 비슷한 수목원으로 구경하러 가는 서울손님 눈길’이라면, 이웃나라는 ‘가만히 숲에 깃들어 살림하는 숲아이 마음’으로 빚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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