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


《선생님, 동물 권리가 뭐예요?》

 이유미 글·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9.11.9.



어디를 바라보면 좋을까. 얼마나 바라보면 열릴까. 누구하고 바라보면 즐거울까. 어떻게 바라보면 아름다울까. 새해로 접어드는데 세 사람이 콜록댄다. 눕다가 일어나다가 다시 콜록대다가 눕기를 되풀이한다. 세 사람이 콜록대지만 한 사람이 멀쩡하니 이래저래 여러 일을 한다. 아이들 이마를 쓸어넘기고 이불을 여민다. 토닥토닥 달래고 오랫동안 부른 ‘햇볕’이며 ‘겨울 물오리’ 같은 노래를 새삼스레 부른다. 다들 잠들었다 싶을 적에 책도 슬쩍 편다. 《선생님, 동물 권리가 뭐예요?》를 넘기며 생각한다. 조금 더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말씨로 가다듬으면 좋겠는데, 여느 어른은 어린이 눈높이라는 말씨를 잘 못 느끼는구나 싶다. 어른 사이에서 하는 말이랑 어린이를 곁에 두고 하는 말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어린이하고 나누는 말로 어른하고도 생각을 나누면 거듭나기 쉽겠지. 바로 그런 눈썰미에 마음이 된다면, ‘사람길’이며 ‘짐승길’이며 ‘푸나무길’이나 ‘숲길’을 한결 새롭게 바라볼 만하리라. 오직 사람 눈길로만 바라보면 숱한 짐승이나 푸나무나 숲을 놓치기 쉽다. 어린이 눈높이일 적에 이 나라를 사랑으로 가꾸는 길을 찾듯, 푸나무에 숲에 짐승 눈길일 적에 사람도 사람다이 살아갈 길을 열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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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31.


《아나스타시아 10 아나스타》

 블라지미르 메그레 글/한병석 옮김, 한글샘, 2018.6.25.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아픈 작은아이. 이 곁에서 나란히 아픈 큰아이. 덩달아 아픈 곁님. 세 사람은 얼마나 무럭무럭 크려고 한꺼번에 골골댈까. 넷 가운데 멀쩡한 사람이 집일을 도맡고, 이래저래 심부름을 한다. 한참 드러누웠다가 문득 기운이 올라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은 기운을 다 썼는지 새로 눕는다. 이것을 먹고 싶으며 저것을 먹고 싶다 해서 이모저모 차려 주면 “다 맛없어.” 하면서 물린다. 아플 적에는 물도 안 마시지. 내가 얼결에 이것도 저것도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올해에는 마음읽기를 어느 만큼 틔웠으니 새해에는 마음노래를 한결 기쁘게 부르자고 생각한다. 한 해 마무리를 하는 노래꽃으로 냉이 이야기를 썼다. 냉이 마음을 읽고서 옮기는데, 참 많은 풀이 겨울바람을 품고서 더욱 푸르더라. 《아나스타시아 10 아나스타》를 아껴서 읽는다. 오롯이 숲아이로 태어나서 자라는 ‘아나스타’ 곁에는 갖은 푸나무하고 새하고 짐승이 동무이자 이웃으로 지낸다. 아나스타를 낳은 어머니 아나스타시아는 꽤 떨어진 채 즐거이 숲살림을 노래한다. 생각해 보니 오늘날 이 나라 어린이는 ‘학교 또래’만 있을 뿐, 새도 푸나무도 바람도 짐승도 벌나비도 동무나 이웃으로 못 삼는다. 이렇다면 마음읽기도 마음벗도 다 멀어지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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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30.


《아리송한 꽃》

 카와치 하루카 글·그림/별무리 옮김, 삼양출판사, 2014.6.27.



곧 새해이고 이맘때는 시골이건 서울이건 다 붐비기 마련이라 오늘 저자마실을 다녀오기로 한다. 그런데 나처럼 생각한 분이 많았을까. 오늘 따라 읍내가 북적거린다. 집으로 돌아와 숨을 돌린다. 언제나 우리 보금자리가 으뜸이다. 모든 사람이 매한가지일 테지. 아무리 조그마한 곳이라도 우리 숨결이 느긋이 쉬는 곳에서 마음이며 몸에 새롭게 기운이 돌리라. 《아리송한 꽃》은 꽤 투박한 그림결이다. ‘19세 미만 구독불가’란 딱지도 붙는다. 뭔 만화이기에 그런가 하고 들추니 그럴 수 있겠네 싶으면서도, 《어제 뭐 먹었어?》 같은 만화는 왜 이런 딱지를 안 붙이는지 아리송하다.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도 이런 딱지를 붙여야 하지 않나? 잣대가 그야말로 아리송하다. 카와치 하루카 님 만화책을 곧잘 장만하는데, 살살 엉뚱하다 싶으면서도 상큼한 멋이 있다. 이분은 왜 이렇게 손을 떨면서 그리는가 싶지만, 이분 나름대로 그리는 멋이겠지. 늘 그렇듯 그림결이 깔끔하더라도 줄거리가 없으면 볼 수 없다. 그림결이 엉성해 보여도 줄거리가 있으면 생각날개를 펼 만하다. 어릴 적에 즐긴 종이인형이 요정처럼 살아나서 같이 지내는 이야기를 단출하게 잘 담았구나 싶다. 살섞는 얘기는 굳이 안 곁들여도 좋으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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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29.


《크다! 작다!》

 장성익 글·이윤미 그림, 분홍고래, 2018.11.16.



도끼 한 자루를 장만하면서 생각한다. 아, 시골에서도 좋은 손도끼를 장만하기 어렵구나. 나무를 패서 장작을 쓰는 이가 드물기에 도끼 한 자루를 제대로 벼리던 솜씨가 사라졌을는지 모른다. 도끼도 손수 벼려서 써야 할까? 아니면 노르웨이로 날아가서 그곳에서 도끼 몇 자루를 사서 들고 와야 할까? 틀림없이 노르웨이나 핀란드나 아이슬랜드나 캐나다 같은 나라에서는 도끼를 잘 벼리리라 본다. 이래저래 생각하며 면소재지 철물점을 들러 집으로 오는 길에 잘린 길나무를 본다. 자전거를 멈추고 줄기 끝을 팬다. 곁님이 뜨개바늘을 한창 깎으니, 이 나무도 좋을 듯하다. 턱턱턱 나무살이 터진다. 좋구나. 톱, 망치, 도끼, 손드릴, 낫, 숫돌. 투박한 연장이 손맛을 살린다. 《크다! 작다!》를 읽었다. 우리 삶터를 이루는 바탕이 무엇일 적에 아름다울까 하고 묻는 책이다. 그래, 큰 것도 작은 것도 없지. 커야 하지 않되 작아야 할 까닭이 없지. 그저 삶을 바라보면 되고, 살림을 지을 노릇이다. 언제나 사랑으로 하루를 맞이할 일이요, 서로 손을 맞잡고 숲을 가꿀 줄 알면 즐겁겠지. 그나저나 손도끼는 아이들한테 꽤 묵직할 듯하다. 찬찬히 다루도록 천천히 이끌어야지. 서두르면 다치지만, 느긋하면 겨울볕을 머금으면서 나무소꿉을 누리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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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2.28.


《고양이 노트 5》

 이케후지 유미 글·그림/김시내 옮김, 시리얼, 2019.11.25.



저물저물 한 해가 스러진다. 2019년은 얼마나 대단한 나날이었나 하고 돌아보니 2018년은 견줄 수 없고, 2017년이나 2016년도 댈 수 없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2020년도 어마어마하겠지. 그 다음에 누릴 2021년도 그러할 테고. 해마다 새로운 빛이 엄청나게 우리 아이들이며 곁님이며 나한테 찾아오겠지. 그리고 우리 이웃님한테도. 《고양이 노트 5》을 읽었다. 아니, 아이들이 먼저 읽었다. 아이들은 이 만화책이 오기 무섭게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언제 볼 수 있어?” 하고 묻더라. 웬만한 책은 아버지가 먼저 훑고서 건네는데, 여태껏 네걸음을 돌아보건대, 굳이 끝까지 안 훑고 그냥 건네도 좋으리라 여겼다. 아이들이 여러 판 읽고서야 비로소 손에 쥐다가 ‘고양이를 따라서 지붕을 걷다가 하늘을 난 사내’ 이야기가 재미있기에 곁님한테 이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니, 곁님은 이 얘기를 며칠 앞서 말했단다. 참말? 그러나 나는 이제 막 읽고서 들려주는데? 문득 생각한다. 그렇구나. 곁님은 ‘앞날에 일어날 일을 미리 보았’지 싶다. 난 참말 아이들이 먼저 읽느라 줄거리를 하나도 몰랐거든? 고양이하고 마음으로 나눈 말과 생각과 삶을 다룬 이 만화책은 참 곱다. 다만! 옮김말은 너무 얄궂어서 숱하게 고치고 손질해서 아이들한테 알려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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