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9.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풀꽃세상 기획/박병상·이상수·심재훈·이시우, 철수와영희, 2020.1.25.



날마다 바뀌는 바람이며 하늘이다. 문득 ‘날씨’란 말을 생각한다. ‘날 + 씨’인데, ‘마음씨·불씨·글씨·말씨·솜씨’ 같은 데에 붙는 ‘-씨’이다. 어쩜 이렇게 대단하고 깊은 낱말을 지었을까. 나날이 느끼는 씨란, 나날이 흐르는 씨란, 나날이 누리는 씨란, 언제나 다르면서 새롭게 맞아들이는 하루일 테지. 읍내로 저자마실을 다녀오며 시골버스를 탄다. 시골살이 열 해가 넘어서며 시골버스에서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을까. 구불구불 구비구비 오가는 길은 더없이 아늑하고 호젓한 책틈이다. 철마다 다른 빛을 멧골에서 지켜보고, 날마다 새로운 바람을 마을마다 느낀다. 마침 오늘 쥔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는 이런 바람결이며 날씨이며 하루를 읽는 눈썰미하고 어울리겠지. 그래, 우리는 숲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도 모두 숲이다. 숲은 시골에만 있지 않고 서울에도 있다. 물 한 모금이 숲이고, 바람 한 자락이 숲이며, 쌀 한 톨이 숲이다. 고기 한 조각도 숲이요, 달걀도 숲이며, 밥상맡 모든 먹을거리도 숲이지. 스스로 숲이면서 사랑인 줄 알아차린다면 우리 삶터를 저마다 곱고 즐거이 가꾸리라. 너도 나도 숲이면서 꿈인 줄 느낀다면 우리 보금자리에서 피어나는 노래가 골골샅샅 부드러우면서 상냥하게 어루만지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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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8.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

 이정하 글·슬리퍼 사진, 스토리닷, 2020.1.23.



지지난달에 마무리해 놓은 글꾸러미를 새로 읽으며 손질하고 조금 보탠다. 이 글꾸러미를 다시 받을 출판사에서는 ‘이제 볼만하다’고 여겨 줄까? 아침에 일어난 작은아이가 “오늘은 대나무로 배 만들래!” 하고 외친다. “아버지, 대숲에 언제 가요? 언제 가요?” 하고 조른다. 바삐 보내야 할 글을 얼른 마치고서 톱을 챙긴다. 해마다 쑥쑥 자라는 대나무는 그야말로 높고 크며 단단하다. 그러나 밑둥을 톱으로 슥슥 켜면 어느새 톡 소리를 내며 우두둑 넘어지지. 넉 그루를 베어 석 그루는 내가 들고 한 그루는 작은아이한테 맡긴다. 작은아이가 바라는 석 마디를 톱으로 켜서 건넨 뒤 지켜보니 아이 스스로 두나절쯤 걸려 끝! 훌륭하구나. 어머니이자 곁님이자 아주머니이자 딸, 여기에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꾼이라는 이름으로 다섯 해를 걸어온 1인출판사 스토리닷 지기님이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를 선보이셨다. 다섯 해 책살림을 280쪽 즈음으로 단출히 여미셨네. 담은 말보다 못 담은 말이 훨씬 많지 않을까? 책길을 걷고픈 이웃, 마을책집을 가꾸는 이웃,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웃, 책읽기가 신나는 이웃, 한길을 걸어가려는 이웃 들이 이 책을 곁에 둘 만하지 싶다. 작은 출판사가 내는 목소리가 겨울 한복판을 포근히 어루만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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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7.


《코럴-손바닥 안의 바다 3》

 TONO 글·그림/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3.7.10.



때를 놓친 만화책을 뒤늦게 알아보기 일쑤이다. 만화책만 그러할까. 모든 책을 그때그때 알아보지는 못한다. 책을 숱하게 읽는 사람이더라도 놓치는 책은 있기 마련이요, 책을 뜸하게 읽는 사람이라면 모르고 못 만나는 책이 매우 많겠지. 늘 느끼는데, 우리 마음에 들어맞는 책을 만나고 싶으면 스스로 책집마실을 하거나, 손수 누리책집에서 ‘새로 나온 책’을 하나하나 살펴야 한다. 그런데 만화책을 알려주는 기자나 비평가란 없으니, 만화책을 그때그때 안 놓치려면 언제나 스스로 샅샅이 알아보아야 한다. 《코럴-손바닥 안의 바다》를 세걸음째 읽으며 생각한다. 2013년 그해에 아이들하고 살림놀이를 하느라 매우 복닥이던 나날이니 놓치거나 미룬 만화책이 참 많았다. 《코럴》도 이 가운데 하나였을 테지. 바다에서 살아가는 숨결, 이 가운데 인어를 다루는 만화는 웬만하면 다 챙기려 하는데, 바다님을 담아내는 만화에는 남다른 빛이 흐르기 마련이다. 머리나 재주로는 그릴 수 없는, 마음으로 바다를 읽고 느껴서 사랑하는 그림이 된다고 할까. 저 바다에 찰랑이는 노래가 있다. 이 뭍에 넘실대는 춤이 있다.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있다. 이 가슴에 초롱이는 눈망울이 있다. 우리는 다같이 모여서 새롭게 퍼지는 씨앗 한 톨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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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6.


《산골 총각》

 백석 글·오치근 그림, 산하, 2004.3.10.



임금님 귀를 외치는 옛이야기가 있다. 어릴 적에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귀가 긴들 뭐가 대수롭다고?’ 하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달리 생각한다. ‘고작 귀 이야기 하나조차 말을 못하도록 꽁꽁 틀어막는 무시무시한 짓’이라고. 말길을 틀어막는 우두머리인 셈이랄까. 고흥군수는 이녁이 말잘못을 한 일을 바깥에 알린 공무원을 ‘손전화 빼앗기’까지 시켜서 찾아내려 한 다음, 이 공무원을 고흥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신안군 외딴섬 홍도로 보냈다지. 게다가 고흥군수는 한 해 사이에 2억 원이 넘는 돈을 더 벌었단다. 예전 고흥군수도 요즘 고흥군수보다 더하면 더한 잘못을 일삼았는데, 이들은 작은 시골 지자체 우두머리로 온갖 주먹힘을 휘두른다. ‘당나귀 귀 임금님’처럼 말길을 틀어막으면서 돈바라기로 달리는 꼴이다. 그림책 《산골 총각》을 오랜만에 되읽는다. 그린님 오치근 님은 지리산 자락에서 이녁 아이들하고 그림살림을 즐겁게 꾸리시겠지. 백석 님 밑글을 바탕으로 엮은 이 그림책은 멧골 사내가 우락부락 괘씸한 도깨비를 거꾸러뜨리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이야기를 애틋하게 다룬다. 그렇지. 촛불이든 밀물결이든 아주 조그마한 힘이다. 우두머리는 이녁 주머니를 챙기느라 바쁘시겠지만 그렇게 가는 앞길이란 뻔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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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5.


《골목 하나를 사이로》

 최영숙 글, 창작과비평사, 1996.6.25.



바람이 슬슬 바뀐다. 며칠 앞서 작은아이하고 자전거마실을 할 적에도 느꼈고, 오늘 새삼스레 느낀다. 이 바람은 퍽 포근하다. 머잖아 온누리가 촉촉하면서 보드랍게 풀어지도록 바꾸는 바람이 훅 끼치겠구나 싶다. 달력으로는 1월 한복판이어도 남녘마을 바람결이 다르며, 이 바람결은 골골샅샅 퍼지겠지. 모쪼록 이 고장 저 마을에 두루 퍼지면서 삶터이며 마음이며 모두 따사롭게 어루만져 주면 좋겠다. 《골목 하나를 사이로》를 읽었다. 읍내 다녀오는 길에 시골버스에서 읽었다. 이런 시를 쓰는 분이 다 있네 하고 놀란다. 그렇지만 요새는 이분 이름을 들은 적이 없다고 느껴 살펴보니 퍽 이른 나이에 이승을 떠나셨구나. 이승에 발 딛고 사는 동안 시집을 꼭 한 자락 남기셨네. 이만 하게 시를 쓰는 분이 꾸준하게 글길을 걸었다면 말치레나 겉치레로 가득한 오늘날 시밭에 겨울을 녹이는 새봄바람 같은 이야기를 지피지 않았을까. 글 한 줄이란 언제나 바람결 같다. 대수롭잖은 한 줄이란 없다. 마음을 포근히 녹이는 바람이 있고, 마음을 차갑게 얼리는 바람이 있으며, 마음에 겉멋을 부리도록 이끄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무슨 바람이 있을까? 아마 남을 좇는 바람이나, 눈치를 보는 바람이 있겠지. 바람을 읽어야 시를 쓸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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