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3 하루쓰기



  우리한테 익숙한 말씨를 그냥 쓸 적에는 이 말씨가 아직 안 익숙한 사람한테는 낯설거나 어려울 만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을 지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는 우리 말씨·글씨가 낯선 사람한테 생각을 새로 북돋울 만합니다. 언뜻 보면 똑같은 말이지만,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확 달라요. “둘레에서 다들 쓰니까 그냥 쓴다”고 할 적에는 우리 스스로 생각이 솟지 않습니다. ‘따라가기’일 뿐이니까요. “내 나름대로 바라보고 살펴보고 지켜본 끝에 내 마음을 담아낼 말을 찾아서 쓴다”고 할 적에는 우리 생각이 샘솟습니다. 둘레에서는 으레 ‘일기(日記)’라 하지만, 저는 아이들하고 ‘하루쓰기’를 합니다. 때로는 ‘오늘쓰기’를 하지요. 하루를 살아가며 보고 겪고 듣고 생각한 이야기를 쓴다는 뜻으로 ‘하루쓰기’입니다. 오늘을 살며 스스로 짓고 보고 겪고 살핀 이야기를 쓰니 ‘오늘쓰기’입니다. 소리만 같은 다른 한자말 ‘일기(日氣)’도 있으나, 저는 ‘날·날씨’라고만 합니다. 어린이부터 바로 알아들을 뿐 아니라, 낱말을 듣거나 읽으며 곧장 생각을 지피거나 북돋우도록 저부터 생각을 가다듬어 말 한 마디를 쓰려 하지요. ‘마음쓰기(명상록)’도 해봐요. ‘생각쓰기’랑 ‘사랑쓰기’도 즐겁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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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15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2 알고 모르고



  둘레에서 “아니, 어떻게 다 아는 듯이 말해요?” 하고 물으면 “네. 저는 제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찾고 깨닫고 배워서 아는 만큼 말해요. 저는 모르는 일은 하나도 못 말해요.” 하고 대꾸합니다. 참으로 그렇지요. 못 봤고 못 느꼈고 못 배우면 말할 턱이 없어요. 다만 “아는 만큼 말할” 뿐입니다. 이제 둘레에서 묻는 말에 보탭니다. “모르면 어떤가요? 모른다고 느끼면 부끄럽나요? 저는 무엇을 모른다고 느낄 적에 온몸이 찌릿찌릿해요. ‘이야, 오늘 새길을 보고 느끼고 만나는구나! 오늘까지 몰랐던 어떤 일이나 이야기를 배워서 내 앎빛으로 가꾸면서 신나는 하루일까?’ 하는 말이 터져나온답니다. 우리는 모르기에 배워요. 우리는 아직 모르기에 새롭게 배워서 처음으로 지어요. 우리는 이제 알기에 말해요. 우리는 참으로 알기에 아이한테 알려주고 이웃한테 얘기하지요. 이야기란, 우리가 아는 빛을 즐거이 나누려고 기쁘게 흩뿌리는 씨앗이 되는 생각이라고 할 만해요. 알기에 이야기하고, 모르기에 들어요. 들으면서 알아차리면 어느새 말길이 터지지요. 서로서로 이야기꽃이 피어요. 자, 그러니, 알아도 기쁘고 몰라도 기쁘답니다. 알기에 말하고 모르기에 눈을 반짝이면서 즐겁게 듣는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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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넋 2021.9.27.

나는 말꽃이다 51 갓벗·아이어른



  뒷간(화장실)을 가르는 그림을 보면 순이(여자)가 드나들 곳에는 치마차림·빨강이요, 돌이(남자)가 드나들 곳에는 바지차림·파랑입니다. 이 씨가름(남녀구분)은 옳을까요? 바지를 즐기거나 치마를 안 입고 머리카락을 짧게 치기를 즐기는 순이가 많습니다만, “긴머리 치마 차림”을 순이로만 못박아도 될까요? ‘긴머리’인 돌이가 부쩍 늘었고 “치마 차림”인 돌이가 있는데, 이제는 겉모습·옷차림으로 갓벗·순이돌이(남녀)를 가를 수 없습니다. 억지로 순이차림·돌이차림을 몰아세우면 부질없어요. 우리말 ‘아이’나 ‘어른’은 순이나 돌이 한 쪽만 가리키지 않습니다. 굳이 순이하고 돌이를 가르지도 않아요. 따로 ‘갓벗·가시버시’나 ‘순이돌이’처럼 갈라서 쓸 수 있습니다만, ‘사내아이·계집아이’처럼 앞말을 덧달기도 합니다만, 겉모습·겉차림으로 구태여 가를 마음이 없는 우리말 밑넋을 읽을 만합니다. 우리도 이러한 말결을 찬찬히 읽으면서 이웃을 마주하면 아름답습니다. 긴머리에 배롱꽃빛 옷을 즐기고 곱상하게 생긴 아이를 애써 순이인지 돌이인지 가르기보다 ‘아이’라고만 하면 돼요. ‘어른’한테도 똑같아요. 뒷간을 비롯한 모든 곳에 ‘갓벗·순이돌이’를 가르는 그림·빛깔을 치우고 글씨만 크게 적으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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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0 어린이 눈높이



  낱말책은 모름지기 열 살 언저리부터 누구나 읽도록 쓰고 엮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마친 사람조차 알아보기 어렵도록 써서는 안 되고, 배움수렁(입시지옥)에 갇혀 어려운 말씨를 잔뜩 외워야 하는 푸름이마저 읽어내기 어렵도록 엮어서는 안 되지요. 더 헤아린다면, 한글을 익힌 아이 누구나 읽도록 할 적에 비로소 말꽃답다고 할 만합니다. 여느 글도 열 살 어린이를 이웃으로 생각하면서 쓴다면 매우 쉽고 부드러우면서 상냥한데다가 아름답겠지요. 일고여덟 살 아이를 동무로 삼으면서 쓰면 그야말로 깔끔하고 고우면서 사랑스러울 테고요. 시골 할매 할배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눈높이로 글을 쓰고 낱말책을 엮으면 눈부신 책이 태어난다고 하겠습니다. 뜻밖에 “어린이 눈높이로 쓰기가 더 어렵다”고 하는 분이 많은데, 어른이라면 모두 어린이로 살았습니다. 아기로 안 태어나고 어린이로 안 살고서 어른이 못 됩니다. 모든 사람 마음밭에는 어린이가 숨쉬지요. 스스로 마음을 틔워서 ‘어린이 눈길’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일고여덟 살이나 열 살이 되어 어떻게 글을 여미고 말을 가다듬으면 어울릴까 하고 생각하기를 바라요. 어린이를 품은 어른이란 몸과 마음이기에 비로소 ‘철든 사람’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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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49 척척척



  글이 척척척 나온다면 생각을 숨기지 않고 척척척 드러낸다는 뜻입니다. 글이 꽉꽉꽉 막히거나 멈춘다면 생각을 숨기려 하거나 창피해 한다는 뜻이고요. 생각이 술술 흐른다면 삶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사랑한다는 뜻이지요. 생각이 마르거나 샘솟지 않는다면 삶을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면서 좀처럼 못 받아들이고 안 사랑한다는 뜻이지 싶어요. 글을 쓰기란 매우 쉽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오늘 하루가 좋았다거나 나빴다고 가르지 않으면서 스스럼없이 풀어내면 됩니다. 창피하다거나 부끄럽다고 여기는 느낌을 하얗게 씻어내고서 우리가 짓고픈 꿈을 즐겁게 그리면 됩니다. ‘글’은 ‘그림’이기도 합니다. 생각을 눈으로 읽을 수 있도록 그렸기에 글이에요. 생각을 누구나 눈으로 읽도록 즐겁게 그리기에 글이란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낱말책을 쓰자면 척척척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생각을 감추지도 숨기지도 덧씌우지도 꾸미지도 말아야지요. 술술 흐르는 생각을 차분히 가다듬어서 한 올씩 엮기에 낱말책입니다. 여느 글책도 모두 매한가지라서, 우리가 짓고 누리며 나누는 삶을 그저 즐겁게 마주하기에 써냅니다. 도마질할 적에 망설이나요? 쌀을 씻으며 머뭇거리나요? 척척척 밥을 짓고 바느질을 하고 빨래를 하고 아이를 사랑할 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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