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3 어른



  ‘아이어른’이라고 할 적에 ‘아이’는 나이가 적거나 한창 크는 사람을 가리키고, ‘어른’은 나이가 많거나 몸이 다 자란 사람을 가리킵니다만, 이 뜻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이’는 “놀며 배우고 사랑하는 살림을 짓는 하루가 되려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으로, ‘어른’은 “철이 들어 스스로 삶을 짓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날마다 스스로 새롭게 배우면서 이를 즐거이 살림짓기로 잇는, 이러면서 아이를 이끄는 상냥한 넋.”으로 말결을 이어요. 낱말을 풀이할 적에는 ‘눈으로 보는 모습’부터 다루되 ‘마음으로 보는 모습’도 나란히 다룹니다. 낱말을 지어서 쓰는 바탕을 살피면서, 낱말을 살려서 생각을 가꾸는 길을 이어요. 오늘날 삶터에서 어른이 어른스럽지 못하다면 “몸이 덜 자란 탓”이 아니라 “철이 덜 든 탓”이면서 “새롭게 배우면서 즐거이 살림짓기로 못 가고 상냥하지 않은 탓”이라 할 만해요. 오늘날 터전에서 아이가 아이다움을 잃거나 잊는다면 “놀며 배우고 사랑하는 살림을 지을 하루가 아니라, 배움수렁(입시지옥) 쳇바퀴에 일찍부터 갇힌 탓”이겠지요. 낱말책은 말뜻을 풀어내면서 말씨(말씨앗)으로 생각을 지펴서 삶을 저마다 슬기롭고 즐거이 살찌우도록 잇는 몫입니다. 이음목이요 이음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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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2021.11.26.

나는 말꽃이다 62 쓰임결



  낱말책에 싣는 낱말은 ‘좋은말·나쁜말’이 없습니다. 이 대목을 살피지 않는다면 낱말책을 곁에 두면서 생각을 밝혀 마음을 가꾸는 글쓰기를 하지 못합니다. ‘좋은말·나쁜말’처럼 붙여서 적었습니다. 더 헤아려 보자는 뜻이요, 이렇게 새말을 지어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읽는 책도 ‘좋은책·나쁜책’을 가를 수 없고, 우리가 마주하는 사람도 ‘좋은이·나쁜이’를 나눌 수 없습니다. 말이건 책이건 사람이건 바탕을 이루는 숨결은 모두 빛씨앗이요 사랑입니다. 말을 다루거나 책을 쓰거나 펴거나 읽는 사람이 ‘좋거나 나쁜 길을 갈’ 뿐입니다. 모든 말은 어느 자리·때·흐름·모습·몸짓을 나타냅니다. 막말(욕)이라면 막짓을 하는 자리를 나타내는 말씨요, 꽃말(칭찬)이라면 기쁘거나 반갑거나 치켜세우는 때에 쓰는 말씨입니다. 낱말풀이를 하거나 보기글을 붙일 적에는 섣불리 ‘좋은말·나쁜말’이라는 토를 달지 않을 노릇입니다. 쓰임새를 찬찬히 밝히고, 쓰임결을 가만히 알릴 뿐입니다. 우리가 글을 쓰는 모습을 돌아봐요. “더 좋은 글을 쓰려”고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오늘을 고스란히 담아서 쓰려”고 하면 됩니다. “더 좋게 쓰려”고 생각하기에 자칫 꾸밈글로 흐르기 쉽고, 삶을 ‘좋고 나쁨’으로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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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1 땀으로 쓰다



  이웃님한테 새로 쓴 노래꽃(동시)을 즐겁게 건넵니다. 큰아이가 첫돌을 맞이한 2009년부터 큰아이한테 가르칠 한글을 노래꽃으로 여미었습니다. 돌잡이한테 벌써 한글을 가르칠 생각이 아닌, “아버지가 늘 붙잡고 살아가는 글을 돌잡이 아이가 궁금히 여기고 저도 따라서 쓰겠노라 하”기에 “아이가 읽든 못 읽든 글씨를 또박또박 큼직큼직 써서 아이한테 노래처럼 들려주었”어요. 이렇게 아이한테 노래처럼 들려준 짤막한 글자락을 이웃님이 좋아하시기에 문득 건네었고, 어느새 “아이하고 이웃님한테 나란히 드리는 글꽃(글선물)이 됩”니다. 어느 이웃님은 “정성도 대단하지요. 이게 다 손으로 쓰고, 게다가 저 커다란 등짐으로 지고 날라서 주잖아요?” 하고 말씀하기에 “글쎄, 저는 ‘정성’으로 쓴 적은 없어요. 늘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랑’으로 썼고, 이렇게 판에다 옮겨적어서 드릴 적에는 ‘땀’으로 짊어져서 건넬 뿐이에요. 무엇보다도 아이들 기저귀를 손수 갈고 빨고 해바람비에 말리며 건사했듯, 늘 손으로 쓰고 등으로 나르고 다리로 찾아가서 드리지요. 저는 글을 ‘사랑땀’으로 써요. 다른 말로는 ‘새벽이슬’로 노래꽃을 쓴다고 할 만합니다.“ 하고 대꾸합니다. 사람한테는 땀방울이고, 풀꽃나무한테는 이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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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60 만들기 짓기



  말꽃을 쓰기에 말결을 늘 새로 바라보고 느끼고 배웁니다. 저는 우리말을 “다 알지 않”고, “언제나 새로 보고 배워”요. 얼추 스물다섯 살 무렵까지 ‘만들다’를 썩 잘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에는 그냥 써도 되겠거니 여겼는데, ‘만들다·짓다·빚다·꾸미다·가꾸다’처럼 비슷하지만 다른 여러 낱말을 뜻풀이를 하려고 보니 섣불리 써서는 안 되겠더군요. 둘레(사회)에서는 으레 “요리를 만들다” 같은 말을 쓰더라도, 밥차림은 밥짓기인 만큼 “밥을 짓다·밥을 하다”로 추스릅니다. 생각해야지요. 밥차림이란 마음차림이면서, 밥짓기란 마음짓기예요. 우리 손으로 펴는 자리라면, 밥옷집을 ‘만들’지 못해요. ‘만들다 =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다’이거든요. “논밭에서 열매를 만들지 못하”지요. “논밭을 지어 열매를 얻”어요. 말빛을 보면 ‘만들다 = 겉치레·꾸미다’요, ‘짓다 = 사랑·가꾸다’입니다. 수수하게 짓는 손길이기에 밥옷집을 펴서 즐겁게 나누면서 스스로 살림이 피어나요. 수수하게 쓰는 낱말이기에 생각을 펴고 즐겁게 북돋우면서 이야기로 빛나요. 생각도 못 만들어요. “생각 만들기 = 사람을 길들이는 틀·사슬”입니다. “생각 짓기 = 스스로 살림을 사랑하는 삶길”이고요. 그래서 ‘말짓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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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9 삶벗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낯선 일본 한자말을 잔뜩 만나야 합니다. ‘필요·존재’에 ‘사회·문화·정치’가 다 일본 한자말입니다. 일본 한자말이기에 잘못일까요? 아닙니다. 영어는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저희 터전에 맞게 지은 말입니다. 일본 한자말은 일본말을 쓰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저희 터에 맞게 엮은 말이에요. 우리는 우리 삶과 터와 터전을 헤아려 얼마든지 새말을 짓거나 옛말을 추스르면 됩니다. 어린이한테는 ‘삶·터(←사회)’하고 ‘살림(←문화)’하고 ‘길(←정치)’로 가다듬어 들려줄 만합니다. 수수한 우리말로 우리 삶자락을 그리면 됩니다. 우리가 있는 곳이 모두 터·터전입니다. ‘사회’는 따로 있지 않습니다. 수수하게 삶을 읽고 생각을 잇는다면 ‘삶벗·삶동무·삶지기·삶님’처럼, 또 ‘집벗·집동무·집지기·집님’처럼 새말을 빚어요. ‘길벗·길동무·길지기·길님’도 생각할 만하고 ‘살림벗·살림동무·살림지기·살림님’도 헤아려 봅니다. 이러한 새말과 새이름은 우리 손으로 이 터전을 즐겁게 짓는 밑거름입니다. 낱말책에 담는 낱말이란, “이런 말이 있습니다”를 알려주면서 “이렇게 말을 지어서 써 봐요” 하고 들려주는 얼거리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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