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8 ‘우리가’와 ‘우리만’



  우리말꽃에는 우리말을 담습니다. 바깥말(외국말)을 굳이 담을 까닭이 없습니다. 영어 낱말책이라면 영어를 담고, 일본 낱말책이라면 일본말을 담아요. 여기에서 ‘우리말’은 “우리‘가’ 쓰는 말”입니다. “우리‘만’ 쓰는 말”이 아닙니다. 어떤 토씨를 붙이는가 하고 읽을 노릇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말이라면 ‘텃말(고유어)’인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텃말꽃(고유어사전)’이라 하지 않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서 쓰는 말을 두루 다루기에 우리말꽃(우리 낱말책)입니다. 우리말꽃은 “모든 바깥말을 우리말로 바꾸는 길”을 들려주지 않습니다. “모든 삶·살림·사랑을 우리말로 그리는 길”을 들려줍니다. “바깥말을 우리말로 바꾸는 길”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살림하고 사랑하는 길을 우리 나름대로 생각해서 새롭게 말을 살피고 짓고 엮고 나누고 즐기는 길”을 밝히지요. 말꽃은 모름지기 길찾기라고 하겠습니다. “길을 못박는 책”이라면 틀(법·규정·규범·규칙)이지요. 틀은 맞춤길(맞춤법)이나 띄어쓰기입니다. 말꽃은 틀이 아니라 ‘길’이기에, 고장·사람·때·곳·삶·살림·사랑마다 다 다르게 어떤 낱말을 살피거나 가려서 생각을 마음껏 펴면서 즐겁고 아름다운가를 이야기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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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7 덧글 한 줄



  오늘날 누리그물은 셈틀(컴퓨터)이며 손전화로 글·그림을 손쉽게 띄울 뿐 아니라, 바로바로 읽고서 느낌을 글·그림으로 주고받습니다. 1994년에 ‘피시통신’이란 이름인 누리그물을 처음 마주하며 글을 올리고 덧글을 적을 때부터 “이곳은 새 만남터이자 이야기터로구나” 싶더군요.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덧글을 그냥 붙이는 일은 없습니다. 한 줄로 덧글을 붙이더라도 “이 한 줄은 노래(시)가 된다”고 여깁니다. 한줄노래(한줄시)를 이웃님한테 건네면서 스스로 누리려는 덧글을 써요. 이웃님이 쓴 아름글에 붙이는 덧글을 이내 잊을 때가 있지만, 따로 글판(문서편집기)을 열어서 차근차근 써서 옮겨붙이곤 합니다. 글판으로 적은 짤막한 덧글은 제가 새글을 쓰는 밑거름이 됩니다. 이웃님이 쓴 글을 읽다가 덧글을 쓰는 사이에 제 나름대로 마음에 피어나는 이야기가 샘솟으면서 글길을 연달까요. 말꽃이라는 책은 징검다리이자 샘물입니다. 말꽃을 읽는 이웃님이 이 말꽃에 깃든 낱말을 살피고 낱말풀이를 읽고 보기글을 헤아리는 사이에 이웃님 마음에 생각이며 글감이 새록새록 떠오르도록 북돋우거나 이끄는 징검다리요 샘물이지요. 말풀이 한 줄을 붙일 적마다 “한줄노래로 피어나는 다리가 되면 좋겠어” 하고 속삭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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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6 체르노빌 방사능 분유·산성비



  체르노빌에서 꽝 하고 터지던 1986년을 떠올려 봅니다. 그즈음 배움터나 새뜸(언론)은 “산성비 맞으면 머리카락 빠진다”는 말을 비오는 날마다 읊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산성비 아닌 방사능비”였구나 싶어요. 산성비를 맞아서 머리카락이 빠질 일이 없어요. 방사능비였기에 머리카락이 빠집니다. 체르노빌이 터지고 푸른별(지구)에 방사능이 널리 퍼질 즈음 하늬녘(유럽) 여러 나라는 소젖(우유)이 온통 방사능으로 물들고, 이를 가루젖(분유)으로 바꾸어 우리나라에 웃돈을 얹어서 그냥 줍니다. 다른 모든 나라는 “체르노빌 방사능 가루젖”을 손사래치거나 내버리려 했는데, 우리나라만큼은 거저로 받을 뿐 아니라 웃돈까지 챙겨서 “유제품 장사”를 했습니다. 말꽃은 말밑만 파지 않습니다. 말을 쓰는 사람이 짓는 삶에 흐르는 밑자락을 살핍니다. 나라에서 숨기거나 속이는 짓을 파헤칠 말길이요, 눈가림이나 거짓을 벗길 말살림입니다. 말에 깃든 삶을 읽기에 말풀이를 차근차근 합니다. 삶을 그리는 말에 서린 속내를 읽으면서 말밑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숨겨서 푸는 일은 없습니다. 환하게 드러내어 따지고 짚고 다룰 적에 실마리를 풉니다. 누구를 탓할 말넋이 아닌, 서로 슬기를 모두어 새길을 푸르게 찾아나서려는 말빛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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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55 경솔과 무례



  어느 글바치가 매우 가볍게 글을 쓰기에 그이한테 누리글월을 보냈습니다. 글이나 책에 기대지 말고 삶과 사람을 보면서 글을 쓰십사 하고 여쭈었습니다. 이 글바치는 제가 띄운 누리글월(인터넷편지)이 “경솔과 무례”라면서 “사과하라”고 하더군요. 모름지기 글이나 책에는 우리 삶이 아주 조금 깃듭니다. 하루를 살아낸 사람이 쓰는 글보다는, 글꾼이 쓰는 글이 훨씬 많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이야기를 글로 쓰는 이 가운데 스스로 “성폭력 피해자”인 분이 얼마나 될까요? 거의 다른 글(자료)·말(증언)에 기대어 쓰지요. 이 글바치도 스스로 겪거나 해본 일이 아닌 다른 글·말에 가볍게 기대에 글을 썼기에 넌지시 누리글월을 띄웠습니다만, 스스로 안 겪거나 안 치른 삶이라면 섣불리 다른 글·말에 기대어 쓰지 않을 노릇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겪거나 치른 삶을 차근차근 갈무리하면서 나누어야지요. 저는 어릴 적부터 으레 ‘노리개(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수렁을 살아내야 했다가 이를 까맣게 잊으려 했는데, 잊힐 일은 아니더군요. 그렇다고 때린이(가해자)를 미워하거나 밝힌대서 풀릴 일도 아니에요. 이러한 마음을 낱말풀이에 새롭게 담습니다. 가볍거나 방정맞지 않고, 미움도 아닌, 어진 사랑길을 뜻풀이에 얹으려 하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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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54 나으면 돼



  배움터에 안 다니는 아이는 아마 100 가운데 1도 안 될 테고, 1000 가운데 1도 안 될 수 있습니다. 10000 가운데 1일 수도 있어요. 어린배움터부터 안 가는 이 아이는 열린배움터(대학교)에 갈 마음도 없습니다. 늘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살림을 지을 길을 걷습니다. 배움터에 안 다니는 아이는 미리맞기(예방주사)를 거의 다 안 합니다. ‘미리맞기 = 나쁜조각을 몸에 미리 넣어서 앓기’인 줄 아니까 안 하지요. 어떤 몸앓이에 걸리든 스스로 이기거나 씻으면 될 뿐 아니라, 그 몸앓이에 걸릴 까닭이 없도록 하루를 즐겁고 아름다우면서 해맑게 살아가면 넉넉합니다. 고뿔이나 돌림앓이에 걸린대서 ‘나쁘’지 않습니다. 걸릴 뿐입니다. 여느때에는 즐겁고 튼튼하게 삶을 돌보되, 앓거나 아플 적에는 어떻게 왜 얼마나 앓거나 아픈가를 들여다보면서 나으면 돼요. 앓거나 아파 보았기에 이웃을 더 헤아립니다. 앓거나 아파 보았기에 돌봄풀(약초)을 익히고, 돌봄손(간호)을 배워요. 걱정은 걱정을 낳지만, 돌봄빛은 돌봄빛을 낳지요. 삶터가 어수선하며 말이 어수선할 적에는 ‘어수선’이 아닌 ‘새길’을 바라본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게 ‘새말’을 마주하고 지으며 가다듬습니다. 아플 적에는 나으면 되고, 없을 적에는 지으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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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15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