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자전거 타며 읽는 책 2017.11.10.


만화책 《맛의 달인》을 1권부터 100권까지 한꺼번에 장만했다. 만화책은 값이 안 비싸다 하더라도 한꺼번에 100권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그러나 한두 권씩 띄엄띄엄 사다가는 아무래도 사이에 판이 다 끊어질는지 모르니 목돈을 들였다. 책숲집에 백 권을 이쁘게 꽂아 놓고서 하루에 두 권쯤 가져다가 읽는다. 저녁에 아이들을 이끌고 별바라기 자전거를 타러 나오면서 또 두 권을 챙긴다. 차츰 밤이 길어지면서 이제 구름이 없는 날에는 날마다 미리내를 실컷 누릴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시골에서 살며 이 밤빛을 지켜볼 수 있으니 반갑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어릴 적에 별빛으로 밝은 밤하늘을 누릴 수 없었다. 도시에 별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마 1985년이었지 싶은데, 국민학교 4학년 여름에 꼭 하루 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서 잠을 잔 적이 있다. 예전에 학교에서 하룻밤을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손수 천막을 치도록 가르치면서 바깥잠을 자는 날이 있었는데, 이때 밤 두 시인가 세 시 즈음에 모두 일어나라고 해서 일어났더니, 집마다 불이 거의 다 꺼지고 자동차도 안 다니는 깊은 밤에 인천에서도 별을 제법 많이 볼 수 있었다. 별자리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때 교장 선생님 말씀으로는 인천도 더 예전에는 별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날 인천에서 밤하늘 별을 보면서 ‘나중에 내가 아이를 낳아서 돌본다면 밤에 별을 제대로 잔뜩 볼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살짝 했다고 떠오른다. 오늘 별바라기 자전거 마실은  이런 즐거움을 누리는 길이라고 할까.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는 《기지 국가》라는 두툼한 책을 읽어 본다. 두툼하니 다 읽으려면 좀 걸릴 듯싶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구별 곳곳에 얼마나 많은 군사기지를 거느리는가를 짚은 책이다. 미국이 국방비에 돈을 쓰면 쓸수록 미국 스스로 경제가 휘청일 뿐 아니라 평화하고도 동떨어진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엇비슷한 길을 걷는단다. 그러면 왜 미국을 비롯한 숱한 나라가 국방비에 돈을 쓰고 전쟁무기를 자꾸 만들까? 틀림없이 뒤에서 이를 꾀하면서 이끄는 다른 우두머리가 있을 테지. 그나저나 촛불힘으로 대통령이 된 분이 공식으로는 안 밝히고 비공식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한테 ‘첨단무기 30만 달러어치 사 주기로 했다’는 말을 트럼프가 먼저 밝혔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사드를 미국에 돌려보낼 생각은 안 하고, 다른 첨단무기를 사들이는 데에 30만 달러? 이뿐일까? 촛불을 뭘로 알고 이런 바보짓을 일삼을까?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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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8.


순천으로 마실을 가려고 시집 한 권을 챙겼다. 군내버스에서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 부는》을 읽는다. 순천에 있는 책방에서 27만 원어치 책을 사면서, 내가 책값에 돈을 너무 많이 쓰는가 하고 생각하다가, 나 스스로 새롭게 배우려고 책을 살 뿐이야 하고 생각하다가, 배우려면 호미 쥐고 흙이랑 배우면 되지 않니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책방에 놓인 오늘치 신문 머릿글을 읽는다. 책방에 놓인 오늘치 신문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미국 무기를 한국이 수십억 달러 어치를 사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흐른다. 수십억 달러라. 재미있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한국 정부가 먼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라는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얼결에 내뱉은 말이다. 트럼프라는 사람도 처음부터 미리 생각하거나 셈하고서 한 말 같지는 않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촛불힘으로 독재 권력자라는 이를 끌어내렸으나, 정작 새로 대통령이 된 사람은 우리가 모르게 ‘수십억 달러라는 미국 무기’를 우리 몰래 사기로 했단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는 미국 무기 몇 가지를 이만 한 돈을 들여서 사기로 했다뿐이다. 이밖에 우리가 알 수 없는 데에 어떤 돈을 얼마나 썼는지는 하나도 알 길이 없다. 더 생각해 본다면, 이제껏 어느 한국 대통령도 미국 무기를 사거나 주한미군 유지비로 얼마나 쓰는가를 밝힌 적 없고, 미국 대통령도 이를 안 밝혔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이 대목을 궁금해 하지 않을 뿐더러 묻거나 따지지도 않았다. 순천을 돌고서 고흥으로 돌아와서 읍내에서 엉덩쉼을 했다. 큰아이가 한 마디. “아버지, 우리 버스를 너무 많이 타서 힘들어. 좀 쉬었다 가자.” 집에서 고흥읍 거쳐 순천으로 한 시간 반. 순천에서 고흥으로 시외버스 삼십 분. 큰아이는 오늘 두 시간 탄 버스로도 힘들어서 괴롭단다. 미안하네. 네 마음이랑 몸을 너무 몰라 주었네. 알맞게, 쓸쓸하게, 바람이, 살몃 분다. 시집에 흐르는 바람도, 시골에 부는 바람도, 이 나라에 부는 바람도, 그리고 이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가는 모든 목숨한테 부는 바람도, 따사롭기를.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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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8.


홀가분하게 바깥바람을 쐬려고 마실을 나온 하루. 멀리 가지는 않고 순천까지 가는데, 고흥이라는 시골에서는 이래저래 두 차례 버스를 갈아타고 오래 달린다. 함께 바깥바람을 쐬는 큰아이는 “버스를 이렇게 오래 타야 해?” 하면서 힘들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한 시간 반 즈음 버스를 탔는데, 나도 좀 어질거리기는 했다. 고흥서 서울로 한 번에 가는 기나긴 버스보다, 이래저래 갈아타서 한 시간 반인 버스길이 외려 머리가 지끈거리기는 하다. 이러니 아무래도 사람들이 자가용을 몰겠구나 싶다. 순천 낙안으로 가는 시골마을에 〈형설서점〉이 새롭게 옮긴 지 여러 달 된다. 큰아이하고 이곳으로 나들이를 왔고, 오늘 이곳에서 만난 《우체부가 사라졌어요》를 시외버스에서 읽는다. 와, 이렇게 재미나게 이야기를 엮은 책이라니. 멋지네. 이렇게 멋진 책이 2008년에 처음 나왔고, 어느새 판이 끊어졌으며, 나는 2017년인 오늘에서야 알아보고서 장만하네. 비록 판이 끊어진 이쁜 책이어도 헌책방에 이 책이 들어와서 고맙게 장만할 수 있었다. 시외버스에도, 집으로 돌아와서도, 자꾸자꾸 되읽으면서 즐거운 맛을 누린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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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6.


이웃님한테 책을 부치려고, 또 읍내에서 ‘게살’을 알아보려고 군내버스를 탄다. 담양에 계신 이웃님이 책을 새로 두 권 사신다고 해서 부치기로 한다. 담양이라는 시골에는 책방이 없지만 누리책방에서 책을 사실 수 있을 텐데, 굳이 나한테서 사신다. 이렇게 나한테서 사면 나는 지은이로서 책에 이름하고 말을 적어 드릴 수 있다. 굳이 지은이한테서 책을 사시는 뜻이라면 글씨를 얻는 기쁨 때문일 테지. 품을 들여서 읍내로 다녀오며 책을 부치지만 이런 일은 즐겁다. 작은아이가 ‘게맛살’을 좋아하기에, 맛을 내는 살점이 아닌 참말 게살을 먹이자는 뜻으로 큰게 값을 알아본다. 1㎏에 48000원이라 한다. 이 값이 싼지 비싼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어릴 적에 인천에서는, 1980년대를 돌아본다면, 그때에는 꽃게 아닌 참게를 아주머니들이 여느 골목에서까지 함지박에 담아서 팔곤 했다. 게잡이를 많이 하는 바닷마을에 살던 이들도 게를 매우 쉽고 흔하게 먹으며 자랐겠지. 이런 일을 떠올리면 1㎏에 48000원, 큰게 한 마리에 12∼13만 원을 한다는 값은 제법 셀 수 있다. 오늘은 큰게 한 마리를 장만하지 못하고 값만 알아보았다. 우체국을 들르고, 아이가 배고프다 하여 순대랑 김밥이랑 떡볶이를 먹는다. 아이는 짜장면집, 김밥집, 빵집, 밥집, 햄버거집 가운데 김밥집을 골랐다. 읍내로 나오는 길에는 군내버스를 타며 《탈향과 귀향 사이에서》를 읽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버스때하고 안 맞아 택시를 기다리면서 더 읽는다. 이 책을 쓴 분은 중국에서 학자라 한다. 학자가 아니고서는 ‘농민공(도시 노동자로 일하는 농민)’ 이야기를 쓸 수 없을는지 모른다. 오랫동안 현장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현장조사를 넘어서, ‘시골에서 흙지기로 지내는 살림을 누리면서 도시에서 공장 일꾼으로 보내는 삶’을 몸으로 겪어 본다면, 어쩌면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엮은 논문인 이 책으로 밝히지 못하는 숱한 이야기를 담을 만하리라 생각한다. 학문은 학자로서 취재원하고 알맞게 떨어져야 한다고들 하는데, 몸으로 생생하게 농민공 삶을 지내 본다면, 학문이 어떤 길을 가면서 어떤 이야기를 담을 적에 참말로 이 땅에 땀방울로 스며들 만한가를 새롭게 볼 수 있겠지.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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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11.5.


《자전거 타는 CEO》라는 책을 무척 설레며 기다렸다. 대만에서 ‘GIANT’라는 자전거 회사를 일군 할아버지가 이녁 발자국을 돌아본 이야기를 갈무리한 책이다. 여든이 넘었어도 자전거로 일터를 오간다고 하는 터라, 이 책은 회사를 꾸리는 바탕뿐 아니라 자전거를 사랑하는 마음을 다루리라 여겼다. 그렇지만 막상 책을 손에 쥐어 첫 쪽부터 끝 쪽까지 읽는 내내 ‘자전거 이야기’는 너무 적다. 게다가 같은 얘기를 너덧 차례나 되풀이한다. 어쩌면 더 되풀이했을는지 모른다. 나중에는 또 나오는 대목은 건성으로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밥상을 차려 놓고서 아이들 먼저 먹으라 하고 이 책을 읽다가, 마지막 쪽까지 덮은 뒤에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그처럼 커다란 회사를 일구는 대표인데, 이녁이 쓴 글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얼개로 책을 내놓아도 될까? 텁텁하다. 까끌까끌하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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