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는 책 2017.12.5.


경기도 광주에서 전라도 광주로 가는 시외버스를 찾을 수 없다. 광주에서 광주로 가려고 성남으로 간다. 광주 서재도서관 ‘책읽는 베짱이’ 지기님이 차로 태워 주신다. 고맙게 움직이는데, 경기 광주서 성남으로 나오니, 성남은 엄청나게 크고 시끄러운 도시이네. 서울만 하겠느냐만 서울하고 꼭 닮았구나 싶다. 어쩌면 이 나라 도시는 모두 서울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성남서 광주로 세 시간 반 즈음 달리는 길에 《10대와 통하는 심리학 이야기》를 다 읽는다. 나는 10대 아닌 40대라 할 텐데 이 책을 읽는다. ‘10대’라는 말머리가 붙었대서 10대만 읽으란 법은 없을 테지. 그리고 푸름이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내는 심리학 이야기는 푸름이뿐 아니라 누구나 한결 쉬우면서 부드럽게 읽을 만하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책은 어린이한테 맞추는 책으로 태어나지만, 우리 삶을 다루는 이야기를 더욱 쉬우면서 재미나게 풀어내는 책이 되곤 한다. 청소년책은 인문을 다루는 책이 나아갈 길을 새롭게 보여준다고 느낀다. 힘을 빼고, 어려운 말을 줄이고, 군말을 덜면서, 책 하나가 더욱 책다울 수 있도록 가다듬는 길을 보여준다고 할까. 《10대와 통하는 심리학 이야기》를 읽을 푸른 벗님이 스스로 아끼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디에서 샘솟아 어떻게 흐르는가를 잘 살필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어른도 더욱 넓으면서 따사로운 마음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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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3.


고흥읍에서 순천으로 나오는 시외버스를 달리면서 《혀 내리는 촘마》를 마저 읽었다. 짤막한 이야기 가운데 북녘 옛이야기도 한 꼭지 있다. 깜짝 놀랐다. 일본 옛이야기를 적바림한 일본사람이 일본 어린이한테 북녘(한국) 옛이야기를 한 자락 들려주네? 이런 마음결이 오늘날 우리한테도 아직 있을까? 우리 옛이야기를 아이들한테 들려주면서 ‘이웃나라 옛이야기도 한 자락 들려줄까?’ 하면서 일본이나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라오스 옛이야기를 들려줄 만한 지음이는 얼마나 될까? 순천서 청주 가는 시외버스를 두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한다. 두 시간 동안 맞이방에 있어야 하는 셈이지만, 이 길이 가장 빠르다. 이동안 시집 《젊은 날의 시인에게》를 읽는다. 이 시집을 쓴 분은 아직 늙은 날이 아니라고 본다만, 아무튼 젊은 날을 돌아보면서 이녁 시를 그러모아서 엮었다고 한다. 비정규직이 되거나 해고되는 이웃을 바라보면서 타는 속마음을 고스란히 그린 시가 얇은 시집에 가득하다. 어찌 보면 우리는 ‘비정규직’이나 ‘정리해고’라는 이름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촛불 한 자루로 낡은 우두머리를 끌어내렸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 비정규직이나 정리해고는 좀처럼 안 사라진다. 그리고 내가 사는 전남 고흥 같은 고장은 공무원이 너무 많다. 오늘날 한국은 어느 시골이든 마을사람은 적은데 읍내·면내 공무원은 참 많다. 이 숫자를 줄여야 하지 않나? 이 숫자를 안 줄인다면 알맞게 돌려야 하지 않나? 할 일이 없어서 하루 내내 인터넷만 누비다가 밥 먹고 칼퇴근을 하는 시골 공무원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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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빨래터에서 읽은 책 2017.12.2.


작은 개구리가 작은 풀벌레를 날름 잡아먹는다. 처음에는 한 마리, 이윽고 두 마리, 어느새 세 마리 ……. 그런데 이렇게 먹어도 되나? 이렇게 끝없이 잡아먹어도 되나? 보이는 대로 온갖 벌레를 잡아먹는 작은 개구리는 조용한 못에 갑자기 나타난 악어를 보고 깜짝 놀라니! 알록달록 이쁜 그림에 작은 개구리하고 개구리 배에 갇힌 여러 벌레가 나란히 어우러지는 그림이 재미나다. 아이들 마음을 잘 읽으면서 빚은 그림책 《개구리 한 마리》로구나 싶다. 이 겨울에 마을 빨래터를 치우고서 그림책을 편다. 낫지 않은 몸살이라 물이끼하고 억새씨를 걷어내면서도 끙끙대는데, 용케 일을 마치고 담벼락에 걸터앉았다. 히유. 발이 다 마를 때까지 있지 못한다. 덜 말랐어도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집으로 돌아와 드러눕는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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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마당에서 읽는 책 2017.11.30.


인천에 사는 형한테서 다람쥐랑 글판을 선물로 받는다. 새해부터는 새로 쓸 사전이 잔뜩 있다. 그야말로 앞으로 글을 쓸 일이 많고, 아이들도 앞으로는 무릎셈틀을 저희 셈틀로 삼아서 쓸 터이니,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로 지은 다람쥐랑 글판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서 나오는 다람쥐랑 글판을 찾다가 끝내 못 찾아 형한테 손을 뻗었다. 형은 놀랍게도 나무 다람쥐하고 나무 글판을 찾아 주었다. 다만 이를 찾아 주면서 형이 한 마디 붙였다. “그런데 동생도 알다시피, 요새는 다 중국에서 만들어.” 중국에서 중국 대나무로 지은 다람쥐하고 글판을 받아서 책상셈틀에 붙인다. 플라스틱 다람쥐나 글판하고 댈 수 없이 조용할 뿐 아니라, 부드럽다. 손가락도 덜 아프다. 아쉬운 대목이 하나라면 줄이 아닌 건전지로 움직이는 터라 다람쥐는 살짝 묵직하다. 기쁜 선물을 누리고서 마당에 나온다.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을 볕을 쬐면서 읽는다. 몸살이 낫지 않아 이부자리에 누워서도 읽다가, 형한테서 받은 멋진 선물을 셈틀에 붙이면서 들뜬 마음으로 더 읽다가, 햇볕을 먹으며 기운을 차리자는 마음으로 평상에 앉아 읽는다. 우리가 제대로 된 살림을 손수 지어서 쓴다면 쓰레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살림짓기’를 할 적에는 쓰레기가 없다. 이와 달리 살림짓기 아닌 ‘사서 쓰기’에서는 으레 ‘사서 쓰고 버리기’로 이어지곤 한다. 우리 집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먹으면서 쓰레기가 나올 일이란 없다. 읍내 과일집에 가서 과일을 장만해서 먹으려면, 군내버스를 타야 하고 이래저래 품이 들면서 저절로 ‘생태 발자국’을 남기면서 쓰레기가 나온다. 과일을 장만하면서 비닐에 안 담고 천바구니에 담겠다고 하면 “그 이쁜 천바구니 더러워지잖아요?” 하고 물으시는데, 꽤 아찔하다. 그러면 비닐자루에 넣으면 안 더러워지나? 비닐자루는 한 번 쓰고서 어떡하면 될까?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막상 학교에서 제대로 못 가르친다. 초등학교에서는 좀 가르친다 싶어도 중학교하고 고등학교는 대학바라기나 취업 준비에 휩쓸리니까. 푸름이한테 푸른 살림을 북돋우도록 쓰레기나 살림짓기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주고 가르치고 함께할 수 있는 배움 얼거리가 되기를, 그리고 이러한 길에 이 작은 책이 좋은 길동무책이 될 수 있기를.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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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29.


서울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호된 몸살로 걷기조차 벅차지만 끝내 시외버스역에 닿았고, 시외버스를 탔으며 두 시간 반 즈음 신나게 곯아떨어진다. 살짝 눈을 뜨고서 넋을 차린 뒤에 《혀 내미는 촘마》를 읽는다. 처음에는 얼마나 대단한 어린이문학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막상 읽는 내내 눈물샘을 터뜨린다. 씩씩한 아이들이 나오고, 아픈 아이들이 나온다. 아름다운 아이들이 나오고, 다부진 아이들이 나온다. 요즘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이 만한 어린이문학을 쓰는 이가 있을까? 글쎄. 모르겠다. 가벼운 말재주하고 흔한 줄거리에 사로잡힌 문학은 넘치지만, 두고두고 아름다운 삶을 지피는 바탕이 되는 어린이문학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몽실 언니’ 같은 아이가 나오고, ‘삐삐’ 같은 아이가 나온다. ‘닐스’ 같은 아이가 나오고, ‘럼피우스’ 같은 아이가 나온다. 이 어린이문학은 일본에서 가난하거나 힘든 아이들한테 얼마나 큰힘이 되었을까. 어쩌면 오늘날 한국은 가난하거나 힘든 살림을 모르거나 등돌리는 흐름으로 치달으면서 이 놀라운 어린이문학을 눈여겨보지 못하거나 제값을 못 읽지 싶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민란을 일으킨 집안’은 끔찍하게 찢겨 죽였는데 이를 어린이문학에 제대로 또렷하게 담아낸 어린이문학가가 있을까? 있다면 딱 한 사람이 있다. 이원수 한 사람.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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