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평화주의자 2024.1.22.달.



겨우내 모든 풀과 나무가 고요히 쉬는구나. 봄부터 가을까지 모든 풀과 나무가 골고루 피고 지면서 푸르게 삶을 잇네. 봄내 모든 풀과 나무가 곱게 일어나는구나. 여름을 앞두면서 잎빛이 맑고, 해도 바람도 비도 기쁘게 맞이하면서 새롭게 살림을 짓네. 여름내 모든 풀과 나무가 북적북적 어울리는구나. 새도 나비도 개구리도 풀벌레도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즐겁게 사랑을 펴네. 가을에도 사랑노래를 펼치고 겨울에는 포근히 잠드는구나. 가으내 모든 풀과 나무가 놀랍게 반짝이는구나. 겨울을 기다리면서 느긋하고도 넉넉하게 씨앗을 내놓고 열매를 베푸니 갸륵하구나. 모름지기 ‘평화’라는 말이 없을 적에 바로 ‘평화’란다. 평화를 꺾거나 밟는 싸움·죽임·총칼이 판치는 자리에서 ‘전쟁에 맞서는 길’인 평화가 태어났어. 그래서 ‘평화주의 = 전쟁반대’란다. 전쟁이 있기에 평화를 말하고, 전쟁을 끝내려는 평화를 외치지. 그렇다면 “전쟁이 사라지면 언제나 평화로울까?” 하고 생각해 보렴. 봄여름가을겨울을 철마다 새롭게 보고 느끼고 누리고 나누는 마음도 생각해 보렴. 철들고 어질어 슬기롭게 삶·살림·사랑을 짓는 숲빛길을 생각해 보렴. 아름다이 어우러지는 하루에는 ‘주의·주의자’가 없어. 살림꾼은 ‘생활주의자’가 아닌 ‘살림사랑’이요 ‘살림빛’이란다. 새처럼 나비처럼 풀꽃나무처럼 바다처럼 바람처럼 네 숨빛을 고요히 고즈넉이 곱게 다독이렴. “외치는 길”이 아닌, “살림하는 하루·오늘”이면 넉넉하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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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전초전 2024.1.21.해.



한바탕 달려들면서 먼저 쥐려고들 하더라. 자리를 차지하려고 눈에 불을 켜는데, 먼저 차지하면 무엇이 즐거울는지 생각해 보렴. 느긋이 가면 자리가 없을 수 있어. 남보다 먼저 달려들지 않아서 놓친다고 여기기도 하지. 그래서 처음 마주할 적에 기운을 꺾겠다며 으름장을 놓거나 불꽃튀는 눈초리이기도 하네. ‘마주붙기’는 몸뿐 아니라 마음으로 “하나인 너른 곳”에 있으면서 어울리는 길이란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붙다 = 싸우다’ 쪽으로 여기려고 하네. 마음을 붙여서 함께 땀흘리기에 활짝 웃을 텐데. 두 손바닥이 마주붙어야 짝짝 소리가 우렁차고 시원할 텐데. 사람들은 “다른 두 나무”를 붙여서 “하나로 자라는 나무”로 키우지. 왜 이렇게 하는지도 생각하렴. 열매를 맺거나 씨앗이 굵으려면, 암꽃하고 수꽃이 만나서 새빛을 이룰 노릇이란다. 아주 다른 두 넋이 하나로 맞붙기에, “혼자서는 마냥 꿈이던 빛”이나 “혼자서는 꿈조차 못 꾸던 빛”을 이룰 수 있어. ‘붙임·붙음’이란, 서로 이제까지 못 보던 곳을 깨워서 보이는 길이란다. 아주 다르기에 ‘맞붙음 = 싸움’을 벌여야겠니? 싸우면 스스로 다치고 서로 죽여. 어우러지면 스스로 깨어나고 서로 살려. ‘미리붙기(전초전)’로 으르렁거리려 하면, 눈이나 마음 모두 시들하고 바랜단다. 가만히 힘을 풀고서 느긋이 바라보는 눈길을 뜨기에 꿈에 부푸는 별이 떠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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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찬양 2024.2.14.물.



마음이 없는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자꾸 올리려 하더라. 마음이 죽은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굳이 높이려 하더군. 마음을 잊은 사람은 누구나 무엇을 애써 섬기려 하지. 마음이 있는 사람은 올리지도 않고 낮추지도 않아. 마음이 산 사람은 높이지도 않고 깎지도 않아. 마음을 살피는 사람은 섬기지도 않고 얕잡지도 않아. 텅텅 빈 마음이니, 스스로 제 마음을 볼 줄 모르고, 둘레 마음을 읽을 줄 몰라. 마음을 안 보느라 마음을 잊다가 그만 마음을 잃지. 올리거나 높이거나 섬긴다는 ‘찬양’이란, 스스로 얼마나 바보스레 죽어서 뒹구는 마음인지 보여주는 민낯이란다. 아기는 엄마아빠를 떠받들지 않아. 그저 엄마아빠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느끼려 한단다. 엄마아빠는 아기를 받들 까닭이 없어. 그저 아기 마음을 읽고서 함께 사랑으로 살아갈 하루를 그리지. 그러나 어쩐지 마음을 잊은 채 떠받들거나 치켜세우는 허수아비가 늘어나는구나. 왜 스스로 죽음수렁에 잠기는 ‘찬양’에 사로잡히려고 하니? ‘찬양’이란, 독재자가 사람들 눈을 다 찔러서 종살이로 부리려고 펴는 못난 굴레질이야. 스스로를 높일 일도 낮출 일도 없어. 스스로를 보고 느끼고 읽어서 이어갈 적에 아름답단다. 헛짓에 사로잡히니까 자꾸 올림질로 치달아. 헛말에 홀리니 그만 섬김질에 갇혀. 사랑으로 사귀려는 사이라면,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어깨동무로 가겠지. 네 모습을 고스란히 돌아보렴. 네가 보고 느낄 곳을 제대로 보고 느끼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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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짜는 길 2024.2.15.나무.



그물을 짜면 그물로 낚고 담아. 천을 짜면 천으로 옷을 지어. 눈물을 짜면 어쩐지 모든 일이 슬프고 눈물이 자꾸 나와. 이야기를 짜면 두런두런 오가는 말에 새록새록 그림이 태어나. 하루틀을 짜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스로 어떻게 보내면서 즐거울는지 환하게 알아봐. ‘짜임새’란 ‘짜는 길’이야. 엉성하게 짜니 엉성할 테지. 꼼꼼하게 짜서 꼼꼼할 테고. 겨울옷은 어수룩하게 짜다가는 찬바람이 숭숭 들어와.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바라보고서 받아들이려는 마음일 때라야 짤 수 있어. 아주 작은 한 코라도 슬쩍 넘기려 하다가는, 그만 뜨개질이 통째로 엉성하단다. 나비나 새를 보겠니? 날개를 다는 몸으로 거듭나거나 자랄 적에는 왼오른날개가 나란하고 같아야 해. 한쪽이 크거나 작으면 못 날아. 사람몸은 왼손과 오른손을 나란히 고르게 써야 제대로 지어. 왼발과 오른발을 나란히 고르게 뻗어야 제대로 걸어. 어느 쪽을 좋아한다면서 그쪽으로 기울거나 쏠리면 그만 무너진단다. 좋아하는 길이나 안 좋아하는 길을 자꾸 만들면서 스스로 흔들리다가 쫄딱 무너지지. 너희는 으레 “어떻게 ‘좋아하는 길’이 없을 수 있느냐?“고 묻더라. 그러나 스스로 되묻기를 바라. “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해야 하지?” 하고 곰곰이 짚어 보렴. 꿈·사랑·살림·숲은 좋아하거나 안 좋아할 길이 아니란다. 오롯이 삶이라는 길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품을 노릇이야. ‘일’을 하고 ‘놀이’를 하면 될 뿐이야. ‘좋아하는 일’이나 ‘싫어하는 일’을 자꾸 가르다가는 죽어간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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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졸업식 2024.2.16.쇠.



네가 배우는 사람이라면, 날마다 배워. 무엇이든 배우고, 언제나 배워서, 스스로 자라. 네가 배우는 사람이라면, 웃고 울며 배워. 환하게 배우고, 기쁘게 배워서, 놀랍게 자라. 네가 배우기를 바라니, 날마다 배울거리를 맞아들여 빗물을 배우고, 바람을 배워서, 별빛을 읽는 길을 알아본단다. 네가 배우려고 나서니, 너로서는 부아나는 일이 없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앞세우지 않는구나. 네가 배우면서 자라니, 느긋이 걷고, 차곡차곡 일구어, 넉넉히 베풀 줄 알아. 네가 더는 배우려 하지 않을 적에 ‘졸업식’을 하네. 너희 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모든 나라는 ‘입학·졸업’이라는 틀을 세우는데, 그곳(학교)에 들어가기에 오로지 안 배우기 일쑤야. 일어나고 일하고 쉬고 자는 집이야말로 배움터인걸. 너희 집과 이웃사람 집이 어우러진 마을은 늘 배움터야. 졸업장은 덧없어. 아니, 졸업장은 네가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알리는 덫이로구나. 졸업장을 받은 너는 무엇을 하니?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졸업장을 받기에 ‘배움살림’이 넉넉하다고 여길 수 있니? 생각해 봐. 아기를 돌보는 어버이한테 ‘입학증서’나 ‘졸업장’을 주지 않아.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비질을 할 적에 입학증서·졸업장 하나 없어. ‘졸업 = 죽음’이고, ‘입학 = 죽으로 가는 길’이란다. 배움터를 다니고 싶다면, 네 삶터에서부터 스스로 하루를 배우고 가꾸면서 노래하기를 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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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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