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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노래 8 손끝에서 태어나는 그림



  그림을 잘 그리는 손이나 그림을 못 그리는 손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그리는 손’이 있습니다. 그림쟁이나 화가나 예술가인 손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숨결이라면 누구나 그림쟁이요 화가이며 예술가입니다. 붓을 들든 연필을 들든 크레파스를 들든 늘 활짝 웃는 마음이라면, 이 손끝으로 그림을 빚을 수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담는 그림을 빚고, 내 이야기를 나누려는 그림을 빚습니다. 즐겁게 이야기하는 그림을 빚고, 신나게 노래하는 그림일 빚습니다. 아이들은 예술품이나 창작품을 그려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늘 아침저녁으로 신나게 뛰노는 기쁨을 그림으로 담을 수 있으면 되고, 앞으로 새롭게 뛰놀 꿈을 그림으로 드러낼 수 있으면 됩니다. 4348.11.22.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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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노래 7 구름을 보며 사는 하루



  하늘을 볼 적에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땅을 볼 적에 땅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를 볼 적에 나무를 보고, 풀을 볼 적에 풀을 볼 수 있습니다. 문득 고개를 끄덕이면서 생각합니다. 하늘을 보려고 고개를 드는데 하늘을 가리는 건물이나 전깃줄만 가득하다면 어떤 마음이 될까요? 나무를 보려고 둘레를 살피는데 자동차나 가게만 가득하다면 어떤 마음이 될까요? 구름을 보고 싶어 고개를 듭니다. 마당에 서고, 대청마루에 앉습니다. 자전거를 달리고, 고샅을 거닐며, 논둑길을 아이들하고 함께 걷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하늘바람을 마시고, 구름빛을 먹습니다. 4348.11.1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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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노래 6 한가을 텃밭에



  가을을 앞두고 강냉이를 심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하고 묻는다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 번 심어 보고 싶었습니다. 워낙 따스한 고장인 고흥이다 보니, 한가을에도 강냉이가 익을 수 있으리라 느꼈어요. 해 보지 않고는 모르는 노릇이기에, 잘 마른 강냉이에서 스무 알쯤 훑어서 새한테 예닐곱 알을 준 뒤에 나머지를 텃밭에 옮겨심었지요. 그리고 이 아이들은 씩씩하게 무럭무럭 자라 주었고, 어느새 수꽃도 암꽃도 흐드러지면서 열매가 차츰 굵습니다. 씨앗은 참으로 멋지구나 하고 새삼스레 돌아보고, 이 작은 씨앗처럼 우리 아이들도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랄 뿐 아니라, 나도 어릴 적에 우리 어버이한테 작고 어여쁜 씨앗이었구나 하고 새롭게 배웁니다. 4348.11.2.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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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노래 5 걷고 또 걷는 길


  책순이가 마음에 드는 만화책을 두 손에 쥔 채 걷는 모습을 봅니다. 길에서 이처럼 책을 보며 함부로 걷지 말 노릇이지만, 자동차가 거의 안 다니는 우리 마을 큰길은 걱정스럽지 않습니다. 가만히 돌아보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동차 걱정을 하는 길이 아닌 하늘을 보고 숲을 느낄 수 있는 길을 누리고 싶어서 시골살이를 합니다.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고, 숲에서 베푸는 냄새를 맡으며, 흙을 밟는 삶을 짓고 싶어서 시골에서 삽니다. 만화책이 더없이 재미있다는 책순이한테, 얘야 책은 집에서 보기로 하고 이 길을 걸을 적에는 하늘이랑 바람이랑 구름을 보아야 하지 않겠니, 하고 살며시 말을 겁니다. 4348.10.3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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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노래 4 달 밝은 밤길에 우리는



  아이들은 걷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다른 놀이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그저 걸어도 좋고, 마냥 걸으며 노래가 터져나옵니다. 해가 기울어 달이 차츰 밝는 저녁에 아이들이랑 논둑길을 걷다가 아스라하게 옛 생각이 떠오릅니다. 나도 이런 달밤에 어머니랑 아버지하고 마을길을 천천히 거닐 적에 무척 좋고 기뻤다는 대목이 떠오릅니다. 아무 말이 없어도 됩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과자를 사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함께 걷고, 함께 바람을 마시고, 함께 별빛을 맞아들일 수 있는 나들이가 무척 즐거웠어요. 우리 집 두 아이도 아버지하고 천천히 달 밝은 밤길을 거닐면서 가슴속에 기쁜 노래가 흐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8.10.2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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