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1.3.20.



책은 어렵게 읽어야 하지 않고, 말은 어렵게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삶으로 배우고 나누면서 차근차근 누리면 어느새 익히는구나 싶어요. 외우지 않으면서 맞아들여 즐거이 익히는 말이기에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애써 어려운 말을 섞을 까닭이 없어요. 살림을 하듯이 쓰면 되고, 살아가듯이 나누면 되고, 사랑하듯이 이야기하면 됩니다. 온누리 아이들이 누리바다를 마음껏 누빈다면, 이 누리바다에서 스스로 누리말을 새롭고 즐거이 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누리그물은 열린 터예요. ‘열린터’나 ‘열린누리’라고도 할 수 있어요. ‘열린터·열린누리’는 바로 ‘아고라·광장’을 가리키지요.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얼마든지 모일 수 있으며, 누구나 얼마든지 어떤 목소리든 낼 수 있어요. 새롭게 꿈을 펼칠 수 있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웃음꽃을 피우는 ‘누리터’가 될 만하고, 재미난 누리모임을 세워서 씩씩하고 슬기로운 누리지기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은 앞으로 새로운 ‘누리말(인터넷 용어)’을 그야말로 곱고 멋지게 지을 수 있어요. (82쪽)



말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7)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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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곁에 삶

- 숲노래 책빛 2021.1.29.



동그랗게 생긴 ‘고리’입니다. 이 말이 어떻게 가지를 뻗나 하고 헤아리니, ‘고름(옷고름)’에 ‘골(물골·골짜기)’에 ‘공(구르다·고르다)’뿐 아니라 ‘코(바늘코·눈코입)’에 ‘콩’에 ‘곰·곱다·굽다’로 줄줄이 잇닿습니다. 말밑이며 말결을 하나씩 살피다가 생각해 보았어요. 어릴 적부터 이런 말결이나 말밑을 듣거나 배운 적이 없고, 열린배움터에서도 이러한 말길을 살피거나 다루지 않아요. 낱말책에서 이런 말길하고 말넋을 짚는 일도 없습니다. 우리는 늘 쓰는 우리말부터 가장 모르는 채 아무 말이나 그냥그냥 혀에 얹는 하루이지는 않을까요? 스스로 생각을 잃거나 잊지는 않나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바라’거나 ‘꿈꾸’거나 ‘비손합’니다. 속으로 어떤 일을 생각하면서 이루어지기를 기다리기에 ‘바랍’니다.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듯이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꿈꿉’니다. 잠을 자면서 다른 누리를 보듯이,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기다리기에 ‘꿈꾸다’라는 낱말을 써요. (194쪽)



말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 2016)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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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1.21.



새로 지어서 쓰는 낱말 가운데 ‘곁님’이란 말씨를 반기는 이웃님이 많습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저는 동생이나 어린이한테 말을 놓기가 매우 꺼림했습니다. 고작 나이를 앞세워 말을 놓아도 되나 싶더군요. 더구나 어른스럽지 않고 나이만 잔뜩 먹고서 말을 함부로 놓는 이들을 숱하게 마주하면서 더더욱 어린이한테 말을 놓기 싫었어요. 그래서 어린이한테도 ‘씨’나 ‘님’을 붙여서 불렀고, 이 말버릇이 무르익어 ‘곁님’ 같은 낱말을 짓는 바탕이 되었고, ‘이웃님·동무님’이나 ‘풀님·꽃님·비님·글님’ 같은 말도 부드러이 쓰는 오늘입니다. 어느 이웃님이 쓴 글을 읽다가, 곁에 둘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아름다웁구나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은 어른이 되더라도 아이하고 마음을 섞고 싶다면 모든 사람 말씨는 노래가 되리라고도 생각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일부러 쉽게 손질하지 않아도 돼요. 그저 어린이하고 노래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낱말을 알맞게 고르고 가다듬으면 될 뿐입니다.



누구를 도울 적에는 ‘위하다’가 아닌 ‘돕다’를 쓰면 됩니다. 도울 적에는 ‘헤아리’거나 ‘생각하’는 마음이 깃듭니다. ‘쓰다’라 하면 되니 ‘사용하다’는 손질합니다. 마음이나 힘을 알맞게 씀녀 되고, ‘할 것 같다’ 같은 말씨는 ‘할 듯하다’를 비롯해서 여러모로 손질해 볼 만합니다. (120쪽)



말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3》(자연과생태, 2018)을 곁에 두어 보셔요. 낱말책(사전)이 들려주는 노래를 같이 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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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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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1.11.



아직 낱말책(사전)을 쓰는 일로 밥벌이를 하기 앞서인 2000년 겨울까지 ‘사전에 나온 올림말’에 꽤 시큰둥했습니다. 우리말꽃(국어사전)이라면서 정작 우리말을 허술히 다룰 뿐 아니라 깔보는 티가 물씬 났거든요. 한문쟁이조차 안 쓰는 중국 한문에 일본 한자말을 새까맣게 억지로 실으면서 ‘한자말을 아득바득 50% 넘게 실으려고 용쓴’ 자국을 숱하게 보았거든요. 국립국어원을 비롯해 대학교수는 왜 ‘우리말꽃에 한자말을 아득바득 더 실어서 우리말을 죽이려’고 했을까요? 그들은 여느 사람인 우리가 쉽고 맑으며 고운 말결로 생각을 새롭게 짓는 길을 알아채거나 깨달으면 ‘먹물힘(문자 기득권)’이 사그라드는 줄 일찌감치 알았거든요. 누구나 책을 읽고 누구나 글을 쓰는 때가 찾아오면 ‘먹물힘’은 쪼그라들다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낱말책 하나는 무척 대수로우며, 우리나라를 뺀 온누리 모든 나라에서는 ‘나라(중앙정부)’가 말꽃짓기(사전집필)에 터럭만큼도 못 끼어들도록 막아요. 말꽃이 말꽃다울 적에는 사람들이 맑고 곱게 눈을 뜨면서 생각날개를 훨훨 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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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즈음 되자 비로소 신문이 뭔지 알았으나 뜻은 몰랐지요. “새로 듣는다”고 해서 ‘신문(新聞)’이던데요,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신문에 거짓글이 실리는 줄 까맣게 몰랐습니다. 이때에 ‘정론직필’이란 말을 들었고 ‘바른붓’이란 말도 함께 들었어요. 힘으로 눌러도 눌리지 않고, 돈으로 꾀어도 흔들리지 않는 붓이기에 바르겠지요. 거짓이 아닌 ‘참글’이요, 바람이 불어도 곧게 나아가는 ‘곧은길’입니다. 참소리, 참말, 참붓, 참길이 삶을 가꿉니다.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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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 2019)를 곁에 두어 보셔요. 낱말책(사전)이 들려주는 노래를 같이 누려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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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1.9.



2004년 5월에 첫 책을 내놓았습니다. 2003년이나 2002년이나 2001년에 내놓을 수도 있었으나 다 손사래쳤습니다. 이무렵 사흘에 두 가지씩 ‘1인 소식지’를 엮어서 내놓았는데, ‘책 아닌 작은 소식종이’로 그때그때 이야기를 여미려고만 했습니다. 책을 내기로 한 뜻은 아주 작고 쉽습니다. ‘책으로 엮어서 내놓으면 똑같은 말을 굳이 더 안 해도 되겠네’ 싶더군요. 책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쓰는 이웃님이 있다면, 큰책집이 아닌 작은책집을, 또 새책집이 아닌 헌책집을, 또 누리책집이 아닌 마을책집을, 기꺼이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달려 천천히 품을 들여 찾아가서, 다시 천천히 품을 들여 책짐을 짊어지고서 집으로 조용히 돌아가는 책마실맛을 누리도록 징검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큰책집·누리책집은 다 같은 책을 더 많이 팔아치우려는 뜻이 드세다면, 작은책집·마을책집은 다 다른 지기가 책집을 일구면서 다 다른 책을 다 다른 이웃한테 다 다른 손길하고 눈빛으로 나누려는 뜻이 깊고 넓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을 나누려고 첫 책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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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헌책일 때는 달라요. 서울에서 파는 헌책과 제주에서 파는 헌책과 대구에서 파는 헌책과 청주에서 파는 헌책이 다릅니다. 같은 서울이지만 동대문구 헌책방과 서대문구 헌책방이 다르며 서대문구 안에서도 홍제동과 연대 앞과 신촌이 다릅니다. 신촌에서도 골목길과 대학교 앞이 다르며, 주택가 안도 달라요.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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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 2004)를 곁에 두어 보셔요. 다만 이 책은 이제 헌책집에서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인 저한테도 책이 없으니 저한테 살 수도 없는 책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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