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63. 솜씨


  우리는 솜씨 좋게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솜씨 좋게 밥을 짓거나, 솜씨 좋게 글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솜씨 좋게 자전거를 달리거나, 솜씨 좋게 말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솜씨 좋게 멋을 부리거나, 솜씨 좋게 노래를 부르지 못해도 됩니다. 스스로 즐거운 길을 찾아서 하루를 지으면 됩니다. 스스로 즐겁게 사진기를 쥐면서 사진 한 장 찍으면 됩니다. 솜씨가 좋은 뜨개질도 멋있을 텐데, 솜씨가 안 좋아도 즐거움과 사랑을 담아서 한 땀 두 땀 손을 놀릴 수 있다면 이곳에서 아름다움이 피어나요. 아름답구나 싶은 사진이 있다면, 솜씨 좋게 찍어서가 아니라 즐겁고 사랑스레 마주하면서 찍었기 때문입니다. 2017.2.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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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2. 비 오는 날


  따스한 날은 따스한 볕을 누립니다. 추운 날은 추운 바람을 누립니다. 봄이기에 봄을 누리고 가을이기에 가을을 누립니다. 철마다 다른 날씨를 누리는 하루이고, 날마다 다른 하루를 맞이하면서 누리는 삶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달릴 수 있어서 재미난 놀이입니다. 맑은 날에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달릴 수 있으니 신나는 놀이예요. 볕이 좋아서 사진을 찍기에 가장 알맞은 때가 있을는지 모르지만, 다 다른 철이나 날씨나 하루이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우면서 다른 이야기를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있다고 할 만해요. 꼭 어느 때에 쥘 사진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느낄 적에 쥘 사진기입니다. 2017.1.1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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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1. 뒤로 본다



  앞을 보면서 앞으로 걸어요. 옆을 보면서 옆으로 걷지요. 뒤를 본다면 뒤로 걷습니다. 보는 자리에 따라서 걷는 몸짓이 바뀌어요. 걷는 몸짓에 맞추어 놀이가 새롭게 깨어나요. 하늘을 보면 하늘 같은 마음이 돼요. 바다를 보면 바다 같은 마음이 되지요. 숲을 보면 숲 같은 마음이 되고요.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져요. 바라보는 눈에 담으려는 생각 하나는 우리 마음으로 가만히 스며들어 새로운 이야기로 피어난다고 느껴요. 사진을 찍으려는 우리가 걷는 길을 생각해 봅니다. 사진기를 손에 쥔 채 무엇을 바라보려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 봅니다. 2017.1.1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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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0. 두 감꽃



  늦봄 어느 날, 밥상에 올려서 함께 먹으려고 감꽃을 줍다가 문득 알아챕니다. 우리 집에서 떨어지는 감꽃은 두 가지로구나 하고요. 제대로 말하자면 하나는 ‘감꽃’이요, 다른 하나는 ‘고욤꽃’이에요. 여태 이를 제대로 가르지 않고 그냥 ‘감꽃’이라고만 했어요. 생김새가 다르고 꽃받침이 붙나 안 붙나도 다른데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이름을 헤아리지 않았어요. 아마 이름을 더 몰랐으면 감꽃이나 고욤꽃도 아닌 ‘노란 꽃’이라 했을 테고, 빛깔을 가릴 줄 몰랐으면 ‘꽃’이라고만 했을 테며, 꽃인지 아닌지 몰랐으면 그냥 지나쳐 버렸으리라 싶습니다. 2017.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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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59. 들딸기돌이



  사진이 태어나는 곳은 바로 늘 오늘 이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먼 나라가 아니요, 대단한 다큐멘터리 주제가 아니며, 두멧자락 시골이나 패션화보나 모델이 아니라고 느껴요. 내가 사는 곳에서 사진이 태어나고, 내가 사랑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니 다큐사진을 찍더라도 ‘남이 사는 곳’이 아닌 ‘내가 사는 곳’을 찍으면 되고, 패션사진이나 모델사진을 찍더라도 ‘남이 멋지게 보는 사람’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찍으면 돼요. 작품을 빚을 생각을 하지 말고, 늘 살림을 즐겁게 짓는 바로 오늘 내 보금자리에서 사진기를 손에 쥐면 누구나 새로우면서 아름다운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6.12.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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