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168. 모깃불 마당



  모깃불을 피우는 마당은 놀이를 하는 마당입니다. 놀이를 하는 마당은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는 마당이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이 마당에서 시멘트를 걷어내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마당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시멘트를 말끔히 걷어내어 살뜰한 풀밭이 될 만하겠지요. 개구리도 두꺼비도 구렁이도 찾아드는 풀마당이 된다면, 이곳은 개미도 풀벌레도 한껏 어우러지는 자리가 될 테고요. 아득히 먼 옛날부터 마당은 무엇이든 벌어지거나 하는 너른 터였어요. 이 ‘집마당’을 우리 스스로 잊거나 잃기에 ‘마을마당’을 잊거나 잃고, ‘나라마당’까지 잊거나 잃지 싶어요. 오늘날 우리는 사진 한 장에 마당을 얼마나 담아낼 만할까요? 마당을 모르면서 자란 사람이 마당을 사진으로 찍을 엄두나 낼 수 있을까요? 2017.4.1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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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7. 낯을 씻는 샘터



  물을 긷는 샘터입니다. 물이 늘 흘러서 사람뿐 아니라 새나 마을고양이나 들짐승한테도 목을 축이는 샘터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샘터에서는 물을 긷고, 바로 옆 빨래터에서는 빨래를 하지요. 시골지기는 빨래터에서 연장을 씻기도 합니다. 손발에 묻은 흙을 씻기도 합니다. 시골아이는 신나게 뛰어놀며 흘리는 땀을 훔치려고 샘터에 다가앉아 낯을 씻습니다. 이 샘터에는 다슬기가 사니, 아마 예전에는, 시멘트로 덮지 않은 흙바닥 샘터요 빨래터일 적에는 반딧불이도 이 둘레에 함께 살았을 테지요. 샘터랑 빨래터가 있는 마을에서 살면서 늘 새롭게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2017.3.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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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6. 흙내



  흙놀이를 하기에 흙내를 맡아요. 모래놀이를 하면 모래내를 맡지요. 꽃놀이를 하면 꽃내를 맡습니다. 물놀이를 하면 물내를 맡고, 바람처럼 달리면서 바람이 되는 바람놀이를 하면 바람내를 맡고요. 술을 마시는 어른은 술내를 맡고, 달걀찜을 먹으면 달걀내를 맡으며, 밥을 새로 지으면 밥내를 맡습니다. 우리는 늘 우리 스스로 하는 일이나 놀이에 맞추어 숱한 냄새를 맡고 받아들이면서 헤아립니다. 이리하여 흙놀이를 하거나 흙일을 하지 않은 채 흙내 나는 사진을 못 찍어요. 골목마을에서 살며 골목살림을 짓지 않은 채 골목내 퍼지는 사진을 못 찍어요. 책방마실을 즐거이 누리며 책 하나 가슴에 품지 않는다면 책내 흐르는 사진을 못 찍습니다. 2017.3.2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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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5. 국수꽃


  동백나무에 피는 꽃은 ‘동백꽃’이라 합니다. 살구나무에 피는 꽃은 ‘살구꽃’이라 하지요. 감나무에 피는 꽃은 ‘감꽃’이고요. 그러면 멀구슬나무나 탱자나무나 후박나무나 국수나무에 피는 꽃은 어떤 꽃일까요? 바로 ‘멀구슬꽃·탱자꽃·후박꽃·국수꽃’일 테지요. 사람들이 꽃으로 더 아끼거나 좋아하거나 가까이하는 꽃은 ‘○○꽃’처럼 붙이는 이름이 익숙해요. 이와 달리 꽃이 해마다 피지만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나무나 풀이라면 ‘○○꽃’이라는 이름이 아무래도 낯설기 마련입니다. 가시나무나 화살나무에 피는 꽃이라든지, 벼나 보리에 맺는 꽃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켜보거나 사랑할까요? 그러나 모든 꽃은 꽃이요, 꽃을 보는 눈길은 ‘꽃눈’이 되며, 꽃을 사진으로 담는 손길은 ‘꽃노래’를 길어올립니다. 2017.3.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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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64. 두 놀이


  한 손으로는 장난감 자동차 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다른 한 손으로는 꽃송이 놀이를 하고 싶습니다. 아이는 손이 둘이니 두 놀이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한 번은 오른손을 들어서 놀고, 다른 한 번은 왼손을 들어서 놉니다. 우리한테는 눈이 둘이기에 두 눈으로 바라봅니다. 한 눈으로는 이곳을 보고, 다른 한 눈으로는 저곳을 봅니다. 우리한테 눈이 하나 더 있다면, 그러니까 왼눈 오른눈에 마음눈이 있다면, 이 셋째 눈으로는 무엇을 보면서 사진을 한 장 즐거이 찍을 만할까요? 그리고 우리한테 왼손 오른손 말고 마음손이 있다면, 또는 사랑손이나 꿈손이 있다면, 우리가 쥔 사진기로 무엇을 찍을까요? 2017.2.1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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