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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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3.11.13.


다듬읽기 117


《책과 우연들》

 김초엽

 열림원

 2022.9.26.



《책과 우연들》(김초엽, 열림원, 2022)을 읽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예전에는 글발로 이름을 날렸다는 분들이 쓴 글은 ‘잡문’을 쓴다고 할 적에도 정갈하게 가다듬으려는 손길을 느꼈으나, 이제는 글발이며 이름값을 날린다고 하는 분들이 쓰는 ‘수수글(수수하게 삶을 적는 글, 삶글)’이 너무 허울스럽게 글치레에 글멋에 글발림입니다. 빈수레가 시끄럽다는 말처럼, 빈말이요 빈글이로구나 싶어요. 왜 자꾸 멋을 부리면서 꾸밀까요? 글을 꾸미는 사람은 말부터 꾸밉니다. 말을 꾸미는 사람은 겉모습과 옷차림을 꾸밉니다. 매무새(태도)를 번듯하게 꾸미고, 줄을 잘 서더군요. 글로 돈을 벌기에 나쁠 까닭이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글로 돈·이름·힘을 몽땅 거머쥐려 하면서 점잖은 척 가난팔이를 하거나 왼팔이(진보팔이)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낙엽을 태우며” 따위 글을 쓰던 옛 글바치는 눈속임을 하지 않고, 그들이 얼마나 배불리 잘사는가를 ‘우리말답게’ 추슬러서 다 드러냈습니다.


ㅅㄴㄹ


+


반드시 개봉일에 봐야 할 의무가 있었다

→ 반드시 첫날 봐야 한다

→ 반드시 첫단추에 봐야 한다

→ 반드시 첫맞이에 봐야 한다

7쪽


두 달이나 개봉이 늦은 것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 두 달이나 늦게 걸어 마음에 안 드는데

→ 두 달이나 늦게 올려 마음에 안 드는데

7쪽


장난감들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 장난감은 고비를 맞는다

→ 장난감은 아슬하다

→ 장난감은 벼랑길이다

8쪽


거의 자정이었다

→ 거의 밤이다

→ 거의 한밤이다

8쪽


그건 아마 형식조차 분명하지 않은, 추상적인 무언가였을 것이다

→ 아마 겉모습조차 또렷하지 않고 붕뜬 무엇이었다

→ 아마 얼거리조차 똑똑하지 않고 허울뿐이었다

→ 아마 틀조차 제대로 없이 빈껍데기였다

9쪽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 이야기를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 이야기를 왜 쓸까

→ 이야기를 무엇 때문에 쓸까

9쪽


내일의 피로는 예정되어 있지만 마음은 행복감으로 차 있었다

→ 이튿날은 고단하겠지만 마음은 즐겁다

→ 다음날은 고될 테지만 마음은 기쁘다

9쪽


그 기분, 그것을 재현하고 싶다는 바람이 나의 쓰고 싶다는 마음 중심에 있다

→ 나는 이 마음을 살려서 쓰고 싶다

→ 나는 이런 마음을 글로 살리고 싶다

9쪽


조그만 취향의 원 안에서 빙빙 돌며 좋아하는 것들만 좋아하던 편협한 독자였다

→ 조그만 울타리에서 빙빙 돌며 좋아하는 글만 좋아해 왔다

→ 조그맣게 맴돌며 좋아하는 글만 읽어 왔다

→ 좁게 빙빙 돌며 좋아하는 글만 읽었다

10쪽


처음에는 현실도피처럼 책을 읽었다

→ 처음에는 달아나듯 책을 읽었다

→ 처음에는 눈감듯 책을 읽었다

→ 처음에는 모르는 척 책을 읽었다

→ 처음에는 등지며 책을 읽었다

10쪽


읽기는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나의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낸다

→ 읽으며 품을 넓히고,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낸다

→ 읽기에 눈을 키우고,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낸다

10쪽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었다

→ 예전과 달랐다

→ 지난날과 다르더라

10쪽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했지만 그 앞에서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두려움을 겪어 본 이들에게

→ 일을 새롭게 하지만 미처 추스르지 않았다고 여겨 두려운 이한테

→ 새롭게 나아가지만 아직 덜되었다고 여겨 두려운 이한테

11쪽


순수하지 않은 목적으로 그런 우연한 순간들이 때로는

→ 깨끗하지 않은 뜻으로 그런 때가 문득문득

→ 참하지 않은 그런 자리가 얼핏얼핏

11쪽


그 우연의 순간들을 여기에 조심스레 펼쳐놓는다

→ 뜻밖인 날을 여기에 살짝 펼쳐놓는다

→ 얼핏 스친 하루를 여기에 슬쩍 펼쳐놓는다

→ 갑작스럽던 때를 여기에 가만히 펼쳐놓는다

11쪽


잠들기 전마다 곰팡이에 대한 책을 읽었다

→ 잠들기 앞서 곰팡이 책을 읽었다

→ 잠자리마다 곰팡이 책을 읽었다

17쪽


독서노트를 따로 만들어 문장들을 옮겨 적었다

→ 책하루꽃을 따로 마련해 글을 옮겨적었다

→ 책글담이를 따로 두어 글을 옮겨적었다

17쪽


정해진 출퇴근이 없는 프리랜서에게

→ 따로 다니지 않는 나래일꾼한테

→ 일터를 오가지 않는 바람꽃한테

17쪽


곰팡이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야기를 써 봐야지 마음먹던 차에

→ 곰팡이가 온누리를 쥐는 이야기를 써 봐야지 마음먹었는데

19쪽


모든 소설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일까

→ 모든 글은 사람 이야기일까

23쪽


약간은 어렵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 조금은 어렵지만, 그래도 어림할 수 있다

→ 살짝 어렵지만 헤아릴 수 있다

25쪽


주전자 물 끓는 소리로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인간 독자에게도 넌지시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 쟁개비 끓는 소리로 무슨 말을 나누는지 사람한테도 넌지시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

→ 가마 끓는 소리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사람한테도 넌지시 알려주고 싶은 듯싶다

→ 물동이 끓는 소리로 무슨 말을 하는지 사람한테도 넌지시 알려주고 싶은 듯하다

25쪽


그들이 어떤 존재이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 그들은 어떤 빛이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짚을 수 있다

25쪽


그럼에도 우리가 상상하고 지각할 수 있는 세계 바깥에 무수히 많은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가슴 벅차게 설레는 이들이라면

→ 그러나 우리가 그리고 느끼는 곳 바깥에 숱한 삶이 있어 가슴 벅찬 이라면

→ 다만 우리가 헤아리고 알아보는 누리 너머에 가없는 길이 있어 설레는 이라면

27쪽

.

.

글손질이 끝도 없어

여기에서 멈춘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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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 그림으로 사랑을 말하고, 사랑의 그림을 읽다,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선정도서
김수정 지음 / 포르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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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3.11.2.

다듬읽기 116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김수정

 포르체

 2022.8.3.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김수정, 포르체, 2022)를 읽으면서 글치레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굳이 멋있게 쓰려고 애쓸 까닭이 없습니다. 오래도록 남는 그림이 왜 아름다울까요? 멋지게 남기려 했기에 아름다운 그림이지 않아요. 마음을 다하여 사랑을 담기에 아름답습니다. 그림뿐일까요? 손멋에 겉치레가 가득한 빛꽃(사진)은 한때 반짝할는지 모르나 어느새 사라집니다. 책이름을 짚어 본다면, “우리는 사랑스런 얼굴이”고, “우리 얼굴은 사랑스럽”다고 해야겠지요. 얼굴은 얼굴이라고 합니다. “얼굴을 가졌다”는 옮김말씨(번역체)입니다. “사랑의 얼굴”은 일본말씨예요. 다들 이렇게 쓰는데 뭐 어떠냐 하고 여긴다면, 굳이 글을 쓸 까닭이 없겠지요. 다들 얼뜬 꼭두각시를 나라지기로 뽑아 준대서, 우르르 몰려가야 하지 않습니다. 다들 옮김말씨나 일본말씨를 버젓이 쓰더라도 우리까지 따라해야 하지 않아요. 사랑을 담은 그림처럼, 낱말 하나에 사랑을 실어서 쓸 뿐입니다.


ㅅㄴㄹ


부드럽고 순응적인 모습도 저의 일면입니다

→ 부드럽고 얌전한 모습도 제 한켠입니다

→ 저는 부드럽고 고분고분하기도 합니다

→ 저는 부드럽게 따르는 얼굴도 있습니다

10쪽


사랑이 아니라 로맨스의 영역에서요

→ 사랑이 아니라 달콤한 곳에서요

→ 사랑이 아니라 따스한 자리에서요

→ 사랑이 아니라 곰살가운 데에서요

10쪽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사랑이 시정잡배市井雜輩의 사랑보다 나을 것은 무엔가요

→ 우두머리 사랑이 조약돌 사랑보다 무엇이 나을까

→ 벼슬꾼 사랑이 들풀 사랑보다 무엇이 나은가

11쪽


사랑으로 아름답기를 선택한 순전純全한 사람들에게

→ 사랑으로 아름답기를 고른 맑은 사람들한테

→ 사랑으로 아름답기를 바란 꽃다운 사람들한테

13쪽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딸들이 학교에서 퇴학당할지언정 타협은 하지 않았다

→ 이름을 고치지 않은 딸이 배움터에서 쫓겨날지언정 무릎꿇지 않았다

→ 이름을 안 바꾼 딸이 배움터에서 내쫓길지언정 물러나지 않았다

21쪽


이처럼 아름다운 프러포즈는 없다고 믿는다

→ 이처럼 아름다운 사랑찾기는 없다고 믿는다

→ 이처럼 아름다게 물은 말은 없다고 믿는다

21쪽


사랑하기 위헤 꼭 유일한 대상이 존재할 필요는 없다

→ 사랑할 사람이 꼭 하나여야 할 까닭은 없다

→ 사랑할 님이 꼭 하나뿐이어야 하지는 않다

32쪽


결국 그녀에게 거절을 표했지만 그 순간 여자의 절박함을 읽었다

→ 끝내 손사래쳤지만 그때 얼마나 막다랐는지를 읽었다

→ 끝내 물리쳤지만 그때 얼마나 벼랑끝인지를 읽었다

61쪽


새삼 스무 살의 내가 아쉬워진다

→ 새삼 스무 살 내가 아쉽다

65쪽


모든 화가는 절정絶頂을 화폭에 담는다. 절정의 순간, 절정의 공간, 절정의 시간을 붓질한다

→ 모든 그림님은 빛을 그림에 담는다. 빛나는 때, 빛나는 곳, 빛나는 하루를 붓질한다

84쪽


그 이야기에 우리는 자신을 정확히 대입한다

→ 이 이야기에 우리 스스로를 맞춘다

→ 이 이야기에 우리를 따박따박 담는다

→ 이 이야기에 우리를 꼭 넣는다

93쪽


사랑이란 이름의 교통사고는 발생해 버렸다

→ 사랑이란 이름으로 부딪히고 말았다

→ 사랑이란 이름으로 달려들고 말았다

→ 사랑이란 이름으로 들이치고 말았다

143쪽


5성 호텔 결혼식도, 하와이 신혼여행도

→ 닷별 마실채 잔치도, 하와이 꽃마실도

24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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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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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3.10.30.

다듬읽기 18


《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백수린 옮김

 한겨레출판

 2018.5.9.



《문맹》(아고타 크리스토프/백수린 옮김, 한겨레출판, 2018)은 단출한 줄거리입니다. 얇고 작게 꾸밀 만한 부피인데, 크게 부풀리고 껍데기를 두껍게 씌워서 장사를 합니다. 딱한 노릇입니다. 더구나 한글판은 우리말 같지 않고 어쩐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헝가리사람 아고타 크리스토프 님은 프랑스말로 글을 썼다는데, 이분은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을 모르겠지요. 옮김말씨(번역체)도 모를 테고요. 우리는 왜 이웃말을 우리말로 안 옮기거나 못 옮길까요?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는 어느 나라 말일까요? 한자말을 굳이 쓰고 싶다면 “나는 읽는다. 병이다.”라 할 노릇입니다. 낱말 하나를 고를 적마다 ‘나는 어떤 뿌리인 나무로 사는 사람인가?’ 하고 헤맨 글님일 텐데, 뜬금없어 엉성한 말씨로 옮긴 책이 있는 줄 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녁도 이 나라도 종잡을 길 없이 수렁에 잠깁니다.


ㅅㄴㄹ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 나는 읽는다. 앓는 듯 읽는다

→ 나는 읽는다. 끙끙대며 읽는다

→ 나는 읽는다. 곯으며 읽는다

9쪽


프록코트의 커다란 주머니에서

→ 저고리 커다란 주머니에서

→ 두루마기 커다란 주머니에서

12쪽


아주 어린 나이부터 이미, 나는 좋아한다. 내가 지은 이야기들을

→ 나는 아주 어린 나이부터 이미 내가 지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19쪽


+


다른 도시의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

→ 다른 고장 모둠채에서 지낸다

→ 다른 고을 덧살이집에서 지낸다

29쪽


우리들은 10인실이나 20인실에서 묵는데

→ 열사람칸이나 스무사람칸에서 묵는데

→ 우리는 열칸이나 스무칸에서 묵는데

30쪽


휘파람을 불고 감탄하는 말이나 외설적인 말을 외친다

→ 휘파람을 불고 놀라는 말이나 추레한 말을 한다

→ 휘파람을 불며 놀라거나 지저분한 말을 외친다

31쪽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필독’도서들뿐인데, 그것들은 금세 읽어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 우리는 ‘꼭’책만 읽었는데, 슥 읽어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1쪽


집시들이 오지그릇이나 갈대로 짠 바구니를 팔기 위해 마을에 올 때면

→ 바람새가 오지그릇이나 갈대로 짠 바구니를 팔려고 마을에 올 때면

→ 바람꽃이 오지그릇이나 갈대로 짠 바구니를 판다며 마을에 올 때면

51쪽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 이래서 나는 프랑스말도 놈들말이라고 여긴다

→ 이렇기에 나는 프랑스말도 몹쓸말이라고 본다

→ 이래서 나는 프랑스말도 그놈말이라고 밝힌다

→ 이러니 나는 프랑스말도 못된말이라고 친다

53쪽


나의 어린 딸은

→ 어린 딸은

→ 우리 어린 딸은

69쪽


진짜 길 위를 마침내 걷는다

→ 참말로 길을 마침내 걷는다

71쪽


우리는 농부의 집에서 묵게 된다

→ 우리는 흙지기 집에서 묵는다

72쪽


버스비는 마을의 군수가 지불해주었다

→ 길삯은 고을지기가 내주었다

→ 길삯은 고장지기가 치렀다

77쪽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서 만나지만

→ 낮에 일터밥집에서 만나지만

88쪽


저녁에는 가족을 돌보는 그 여자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내 과거를 잊어버렸다

→ 저녁에는 집안을 돌보는 순이인 줄 못 떠올릴 만큼 지난날을 잊어버렸다

10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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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구미 - 구미 재발견을 위한 문화안내서
임수현.이진우.남진실 지음 / 삼일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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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3.10.25.

다듬읽기 98


《우리 동네, 구미》

 임수현·이진우·남진실

 삼일북스

 2022.7.25.



《우리 동네, 구미》(임수현·이진우·남진실, 삼일북스, 2022)를 반갑게 읽으면서 매우 아쉬웠다. 첫째로, 책이 너무 무겁다. 이 책을 손에 쥔 채 구미마실을 하자면 손목이 시큰거리겠더라. 둘째로, 글이 너무 어렵다. 구미를 사랑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어린이 눈높이’로 추스르면 얼마나 좋을까. 셋째로, 더 느긋이 찬찬히 구미를 헤아리지 못 한 듯싶다. 이름난 구경터를 자랑하기보다는, 오래오래 구미사람 살림자리로 곁에 있은 수수한 마을과 숲과 가게를 이야기할 적에 오히려 빛날 텐데. 모든 고장(지자체)이 저마다 이녁 고장을 자랑하거나 알리려는 책을 내는데, 하나같이 ‘섣부른 일본말씨 + 일본 한자말 + 영어’로 범벅을 한다. 왜 쉽게 안 쓸까? 왜 우리말을 안 쓸까? 이제는 “우리 마을” 이야기를 ‘마을말(사투리)’로 펴고, 살림말로 속삭일 때이다. ‘문화예술 지식인’이나 ‘비평가’를 흉내내는 말씨가 아닌, 오롯이 살림말에 숲말에 마을말로 삶을 노래하자.


ㅅㄴㄹ


온갖 책을 소개하고 알리고 권하며 살고 있는데

→ 온갖 책을 알리고 북돋우며 사는데

→ 온갖 책을 밝히고 얘기하며 사는데

4


수도권이 아닌 지방은

→ 서울곁이 아닌 고을은

→ 서울밭이 아닌 곳은

6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 몹시 고맙다

→ 모두 고맙다

→ 고맙다고 절을 올린다

7


태초에 산이 있었다

→ 처음에 멧골이 있다

17


의천은 금오산에서 수도했다

→ 의천은 금오산에서 갈닦았다

→ 의천은 금오산에서 벼렸다

20


구미를 대표하는 국민 관광지이다

→ 구미에서 내로라하는 꽃터이다

→ 구미에서 손꼽는 멋터이다

21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다

→ 임진싸움 때 불탔다

→ 임진싸움 때 사라졌다

22


무언가의 발상지라는 말은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 무언가 태어났다는 말에 어깨를 으쓱한다

→ 무언가 처음이라는 말에 어깨를 으쓱인다

24


지금 나오는 샘물은 근래에 뚫은 지하 암반수라고 한다

→ 요즘 나오는 샘물은 새로 뚫은 바윗물이라고 한다

26


겨울에는 폭포 물이 얼어붙어 커다란 고드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 겨울에는 쏠물이 얼어붙어 고드름이 커다랗기도 하다

27


쇠사슬을 붙잡고 가파른 절벽을 타고 올라가야 해서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 쇠사슬을 붙잡고 벼랑을 타고 올라가야 해서 좀 씩씩해야 한다

→ 쇠사슬을 붙잡고 가파른 길을 타고 올라가야 해서 아슬아슬하다

29


거의 수직으로 솟은 험한 비탈을 올라야 했다

→ 거의 깎아지른 비탈을 올라야 했다

30


다음 생에는 건강한 몸으로 극락왕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 다음에는 튼튼한 몸으로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 다음 삶은 튼튼몸으로 하늘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31


계단의 가파름을 견디고 전망대에 올라

→ 가파른 디딤길을 견디고 보임터에 올라

→ 가파른 디딤돌을 견디고 즐김터에 올라

44


저수지를 한눈에 조망하면 더없이 완벽한 올레길 코스다

→ 못을 한눈에 살피면 더없이 알뜰한 올레길이다

→ 못을 한눈에 내다보면 더없이 좋은 올레길이다

44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궁금증은 더 커진다

→ 아닌 줄 알고 나면 더 궁금하다

45


여전히 아름다운 금오지의 윤슬이 반짝였다

→ 금오못 윤슬은 언제나 아름답다

→ 금오못 물살은 늘 아름답게 반짝인다

47


새마을 중앙시장이 상설시장으로 바뀌게 된 것도

→ 새마을 가운저자가 늘저자로 바뀐 까닭도

→ 새마을 가운마당이 늘마당으로 바뀐 뜻도

59


책의 진열만으로도 서점이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 책을 꽂기만 해도 책집이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고 깨닫고

→ 책을 놏기만 해도 책집이 아름다울 수 있다고 깨닫고

64


많은 연극인과 관객들에게도 울림을 주었다

→ 숱한 꽃님과 사람들도 울렸다

67


노래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불려질 때 꽂힌다

→ 노래는 사람들이 널리 부를 때 꽂힌다

11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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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올록볼록해 - 아이와 내가 함께 자라는 방식
이지수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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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111


《우리는 올록볼록해》

 이지수

 마음산책

 2023.7.5.



《우리는 올록볼록해》(이지수, 마음산책, 2023)를 읽었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나날을 적바림하는 글은 반갑습니다만, 아이 곁에서 하루를 오롯이 사랑으로 보낸 이야기하고는 많이 멀어 아쉽습니다. 숱한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배움터(학교)를 안 반깁니다. 이때 숱한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저 떼를 쓴다고 여기지만, 아이들은 누구나 기운으로 느끼기에 꺼립니다. 스스로 실컷 놀며 어버이 곁에서 살림을 눈여겨보고 소꿉놀이를 하고픈 아이입니다. 따로 뭘 배우러 다녀야 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를 바깥(시설·학원·학교)에 맡기는 하루를 옮겨도 돌봄글(육아일기)일 수 있지만, 아이하고 온하루를 신나게 놀면서 소꿉살림을 짓는 나날을 땀내음으로 옮길 적에 비로소 ‘돌봄하루’로 여길 만합니다. 푸념을 담는 글이 아닌, 앞으로 아이가 열다섯 살 무렵에 이르면 ‘어버이가 남긴 돌봄하루(육아일기)’를 읽을 수 있도록, ‘우리 보금자리 살림이야기’를 담아야 하지 않을까요?


ㅅㄴㄹ


아이를 키운다는 것, 그것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작은 인간을 이해해 보려고 애쓰는 일이며

→ 아이 키우기는, 말을 나누기 어려운 작은 사람을 헤아려 보려고 애쓰는 일이며

→ 말로 마음을 나누기 어려운 작은 사람을 헤아려 보려고 애쓰는 아이 키우기이며

7쪽


아이의 사랑스러움은 육아에 얽힌 온갖 노동 사이사이에서 불현듯 튀어나온다

→ 아이를 돌보는 사이사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불현듯 본다

→ 아이를 돌보는 사이에 사랑스럽구나 하고 불현듯 느낀다

7쪽


육아는 나를 아주 조금은 이타적인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

→ 아이를 돌보며 아주 조금은 이웃을 헤아릴 수 있다

→ 아이를 돌보기에 아주 조금은 둘레를 살필 수 있다

8쪽


개인적인 육아 일기지만 그 안에 어떤 보편성이 묻어나기를 바라며 썼다

→ 내 돌봄글이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 내 돌봄하루이지만 두루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10쪽


시작은 회사였다. 회사에 안 가니 시간이 참으로 많았다

→ 처음은 일터였다. 일터에 안 가니 하루가 참으로 길다

→ 일터부터이다. 일터에 안 가니 틈이 참으로 넉넉하다

19쪽


간절했던 것도 아니어서 차일피일 미뤄왔으나

→ 목마르지도 않아서 하루이틀 미뤄왔으나

→ 애타지도 않아서 미뤄왔으나

19쪽


뇌를 풀가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 머리를 쥐어짰다

→ 머리를 잔뜩 썼다

→ 머리를 핑핑 돌렸다

25쪽


후발대로 오는 윤정

→ 나중에 오는 윤정

→ 뒤따라오는 윤정

→ 뒤에 오는 윤정

27쪽


오로지 산모의 젖을 짜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 오로지 엄마젖을 짜는 곳이다

39쪽


변기에 앉아서 유축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 밑동이에 앉아서 젖을 자주 짠다고

→ 뒷동이에 앉아서 으레 젖짜기를 한다고

41쪽


양가 부모님만 모시고 간소하게 치를 것

→ 두집 어버이만 모시고 가볍게 치르기

→ 어버이만 모시고 단출히 치르기

57쪽


사소한 일에 의미 부여 하는 것을 경계하는 성격이다

→ 작은일에 뜻을 안 붙이려고 한다

→ 잔일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한다

64쪽


어린 나와 보냈던 시간을 복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어린 나와 보낸 나날을 되새기는 듯하다

→ 어린 나와 보낸 하루를 돌아보는 듯하다

102쪽


그건 너 안에 괴물이 들어와서 그래

→ 네 마음이 불타서 그래

→ 네 마음이 타올라서 그래

→ 네가 짜증을 내서 그래

120쪽


또 등원 거부가 시작되었다. 등원 거부의 양상은 다양하다

→ 또 안 가려고 한다. 안 가는 까닭은 많다

139쪽


이 대사의 주어를 종종 부모로 바꾸어 본다

→ 임자말을 으레 어버이로 바꾸어 본다

149쪽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데려왔을 때만 해도

→ 돌봄집에서 집으로 데려올 때만 해도

149쪽


누군가를 세밀하게 사랑하려면 맥락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 누구를 찬찬히 사랑하려면 흐름이, 밑절미가 있어야 한다

→ 누구를 곰곰이 사랑하려면 밑줄기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151쪽


노 키즈 존이라 해도 우리가 들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 아이를 막는다 해도 우리는 멀쩡히 들어갈 수 있다

→ 아이는 안 되더라도 우리는 그냥 들어갈 수 있다

158쪽


식목일이었던 어제

→ 나무날이던 어제

170쪽


남편이 반차를 쓰지 않고 종일 일했다

→ 곁님이 나절쉼을 안 쓰고 내내 일했다

→ 짝꿍이 사잇쉼을 안 쓰고 내처 일했다

171쪽


빨래는 내일의 내가 하겠지

→ 빨래는 이튿날 하겠지

→ 빨래는 다음에 하겠지

176쪽


육아와 일을 양립시키는 방법 같은 건 아직 잘 모르겠다

→ 아이와 일을 같이하는 길은 아직 잘 모르겠다

→ 아이와 일이 나란히 가는 길은 아직 잘 모르겠다

186쪽


어쩌면 그린 라이트일까?

→ 어쩌면 푸른불일까?

→ 어쩌면 좋으려나?

→ 어쩌면 받아들이나?

19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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