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77] 기르는 어버이



  사랑으로 낳으니

  사랑으로 기르고

  사랑으로 심는다.



  낳는 사람도 어버이요, 기르는 사람도 어버이입니다. 그리고, 사랑을 받아 태어난 뒤 사랑을 받아 자라고 나서, 이러한 사랑을 새롭게 아이한테 물려주는 사람도 어버이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아기였고 어린이였으며 푸름이에 젊은이인 한편, 늙은이요, 어른이자 어버이입니다. 모든 자리에 서면서 모든 사랑을 누리는 사람입니다. 즐겁게 받고 기쁘게 줍니다. 기쁘게 물려받아서 즐겁게 물려줍니다. 흐르기에 말이듯이 흐르기에 사랑입니다. 흐르기에 삶이면서 흐르는 동안 꿈입니다. 아이를 낳는 일이란 자그마한 점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점에 머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흐릅니다. 아이들은 ‘낳는 사랑’에 머물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새롭게 자라기에 ‘기르는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4347.11.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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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76] 시인은



  겨울에도 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그마한 들풀이 올망졸망

  고개 내민 모습을 찾는다.



  시인이 되는 사람은 스스로 설 자리를 바라보는 사람이로구나 싶어요. 스스로 설 자리를 바라보기 때문에 아무 자리에나 서지 않고, 어떤 자리에 서든 스스로 그곳에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겠지요. 들풀과 같은 사람이 시인입니다. 들풀과 같은 이웃을 사귀려는 사람이 시인입니다. 시를 쓰는 사람과 시를 읽는 사람 모두 들녘을 푸르게 덮는 고운 들풀과 같습니다. 4347.11.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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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75] 쓰레기



  지구에 쓰레기는 없지만

  사람은 자꾸 무엇이든

  쓰레기로 바꾸려 한다.



  예부터 지구별에는 쓰레기가 없었습니다. 얼마 앞서까지 지구별 어디에나 쓰레기란 없었습니다. 그러나, 물질문명이 얄궂게 흐르면서 쓰레기가 태어납니다. 물질문명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물질문명으로 나아가지 않고 ‘쓰레기 만드는’ 물질문명으로 자꾸 나아갑니다. 참말 어느 나라 어느 겨레도 ‘쓰고 버리는 삶’이란 없었습니다. ‘쓰고 되살리고 나누는’ 삶만 있었어요. 그렇지만, 오늘날 물질문명 사회는 ‘쓰고 버리는 쓰레기’가 되고 맙니다. 돈을 주고 사서 쓰는 것은 모두 쓰레기가 됩니다. 돈을 들여서 만드는 것은 참말 죄다 쓰레기가 됩니다. 쓰레기란 있을 수 없는데, 왜 오늘날 사람들은 자꾸 쓰레기를 만들면서 돈을 움켜쥐려 할까요. 4347.11.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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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74] 살림 가꾸기



  맑은 바람 큼큼 들이켜며

  푸른 마음 될 때에

  차근차근 가꾸는 하루



  넉넉하고 느긋하게 하루를 맞이할 적에, 내가 나한테 넉넉하고 느긋합니다. 내가 나한테 넉넉하고 느긋할 적에, 아이한테도 이웃한테도 모두 넉넉하고 느긋하게 마주합니다. 누구한테나 넉넉하고 느긋하게 마주할 적에, 살림을 넉넉하고 느긋하게 가꾸면서, 삶도 시나브로 넉넉하고 느긋한 길로 나아갑니다. 4347.11.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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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73] 손재주



  손으로 살살 실을 자아 옷을 짓고

  손으로 착착 땅을 일궈 밥을 짓고

  손으로 삭삭 글을 써서 책을 짓고



  처음부터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손재주는 손을 놀리는 동안 차근차근 늡니다. 즐거운 숨결을 손에 불어넣습니다. 기쁜 노래를 손에 담습니다. 신나는 꿈을 손에 싣습니다. 옷을 짓고 밥을 지으면서 두 손에 따스한 기운이 넘칩니다. 땅을 일구고 씨앗을 심으면서 두 손에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납니다. 글을 쓰고 책을 지으면서 두 손에 너그러운 이야기가 흐릅니다. 4347.11.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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