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346] 겉과 속



  단단한 만큼 여리고

  여린 만큼 단단하지만

  겉과 속은 안 달라



  둘레에서 흔히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나는 이런 말을 가만히 듣다가 조용히 생각해요. 언뜻 보기에 그 사람은 겉속이 다른 듯하지만, 찬찬히 따지면 겉속이 모두 같다고. 단단해 보이는 사람도 여려 보이는 사람도, 바보스러워 보이는 사람도 끔찍해 보이는 사람도, 또 사랑스러워 보이는 사람도 착해 보이는 사람도, 모두 겉속이 한겱같이 흐른다고 느껴요. 2016.11.1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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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45] 조금씩



  조금씩 깎고

  하나씩 붙이며

  찬찬히 이루는



  한입에 밥 한 그릇을 다 먹어치울 수 있을 테지요. 그렇지만 나는 밥 한 그릇을 한입에 다 먹어치우고 싶지 않아요. 천천히 먹고 싶어요. 한 시간쯤 들여 차린 밥 한 그릇을 가만히 헤아리면서 맛을 느끼고 싶어요. 먹을거리를 내가 부엌에서 손질하기 앞서 어느 들과 바다와 숲에서 춤추던 목숨이었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고마운 기쁨을 누리고 싶어요. 한꺼번에 이루어도 재미있을 텐데, 하나씩 이루어도 재미있어요. 조금씩 배우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요. 하나하나 익히면서 하루를 새롭게 지어요. 2016.10.3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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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44] 숨결



  이 꽃 어여쁘구나

  저 나무 아리따워

  그 사람 아름답네



  꽃도 나무도 사람도 참으로 고운 숨결이라고 느낍니다. 덜 곱거나 더 고운 숨결은 아니요, 저마다 다르면서 똑같이 고운 숨결이라고 느낍니다. 내가 눈으로 바라보며 느끼는 고운 숨결이 있을 테고, 내가 미처 못 보거나 못 느끼는 고운 숨결이 있을 테지요. 우리는 모두 즐겁게 깨어나는 고운 숨결이고, 아침마다 새롭게 일어서는 고운 숨결이에요. 2016.10.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삶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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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43] 옳은 말을



  어쩐지 가슴이 따가워

  확확 달아올라

  이러면서도 홀가분해



  하나같이 옳구나 싶은 말을 들을 적에는 어쩐지 가슴이 따갑습니다. 이러면서도 확확 달아오르고 홀가분해요. 옳지 않구나 싶은 말을 들을 적에는 어쩐지 재미없고 졸음이 쏟아져요. 가만히 생각해 보지요. 옳은 말은 따갑지만 기쁨으로 가는 뜨거운 기운이 되어요. 옳지 않은 말은 안 따갑지만 기쁨하고는 동떨어진 채 차갑게 죽은 찌끄레기가 되어요. 2016.9.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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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42] 걷는 길은



  풀이랑 나무가 우거진 길을

  새랑 벌레가 들려주는 노래로

  신이 나서 걷지



  풀이랑 나무가 우거진 길은 조용합니다. 사람 소리나 기계 소리가 아닌 새와 벌레와 짐승이 내는 소리가 싱그럽게 어우러집니다. 여기에 바람 소리가 섞이지요. 지난날에는 집과 논밭 사이를 오가면서 풀노래와 나무노래와 숲노래를 들었고, 바람노래와 하늘노래를 즐기면서 사랑노래를 불렀지 싶습니다. 오늘날에는 ‘걷는 길’을 자동차한테 빼앗기면서 너무 시끄럽고 어수선하지요. 이러면서 느긋하거나 고운 마음을 쉬 잃으며 신이나 재미까지 스스로 잊지 싶습니다. 2016.9.2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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