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12.18. 큰아이―동생 그리기
읍내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길에 택시를 부른다. 택시가 올 때까지 볕바른 곳에서 기다리는데, 그림순이가 제 앞가방에서 작은 종이와 크레파스를 꺼내더니 동생을 그린다. 살짝 비는 겨를에 그림을 그린다. 누구보다 동생을 그린다. 참으로 고운 마음씨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2014.12.25. 큰아이―이야기꽃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 붓에 물을 찍고, 물감판에 짠 물감을 살살 녹인 뒤, 그림종이에 살포시 얹는다. 붓이 움직이는 결에 따라 이야기가 태어난다. 일곱 살 그림순이가 빚은 그림에 나오는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림으로 피어난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이야기꽃이다. 어떤 이야기꽃일까. 이야기꽃은 어떤 열매를 맺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그림순이)
2014.12.15 큰아이―빨래터 그림순이
한겨울 빨래터에서 아버지는 혼자 씩씩하게 물이끼를 걷고, 그림순이는 빨래터 울타리에 걸터앉아 그림을 그린다. 놀이돌이는 누나 둘레를 맴돌다가 샘물을 마시다가 이리저리 달리면서 논다. 그림순이는 빨래터 울타리에 걸터앉은 채 이 모든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그림으로 담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2014.12.14. 큰아이―웃는 아버지
그림순이가 그림을 보여줄 때와 안 보여줄 때가 있다. 다 그린 뒤 보여줄 때와 다 그리기 앞서까지 안 보여줄 때가 있다. 오늘은 ‘아버지’를, 이 가운데 ‘웃는 아버지’를 그리면서 끝까지 마칠 때까지 안 보여주려 한다. 그림이 고맙고 고와서 부엌에 놓고 밥을 지을 적마다 그림을 들여다본다. 내 얼굴을 스스로 들여다본다. ㅎㄲㅅㄱ
2014.12.14. 큰아이―숲과 앤
사름벼리한테 그림을 하나 그려 달라고 말한다. 우리 집 숲을 그리면 좋겠다고 하니, 빨강과 노랑을 써서 숲을 그린다. 가을에 보는 숲인가. 가을에 빨강나무(단풍나무)를 보았기에 그 나무를 그렸을까. 숲을 그린 사름벼리는 이내 ‘빨강머리 앤’을 그린다. 글씨는 혼자서 쓴다. 혼자서 쓸 수 있는 글씨가 날마다 조금씩 늘어난다. 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