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열한·열둘



1985년 여름 어느 날

마을 귀퉁이에 있는

철조망으로 둘러친 보일러실이 있는데

동무들하고 철조망에 올라서

아슬아슬 걸으며 놀았다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척척 잘 걸었는데

옆에서 부르는 아이를 보다가

그만 미끄러졌다

왼손등부터 왼어깻죽지까지 좍

찢어졌다 피도 잔뜩 났다

꿰맬 수 없다고 했는데

이듬해에 흉터 없이 사라졌다


2025.6.16.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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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어떤 꽃을



나도 꽃일까 하고

어릴적에 돌아볼 때면

난 아무래도

돌바닥에 낀 이끼일까

아니

이끼한테도 창피한

조그만 티끌일까 하다가

아니

씨앗이 웅크리며 잠들

흙을 이루는

알갱이 하나일까 하고

느끼곤 했다

오늘도 나는

흙알갱이 한 톨이지 싶다


2025.6.14.흙.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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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오늘 아침에



오늘 아침 2025년 6월 14일

무릎셈틀이 간당간당하다

지난해 이맘때 광주에 가서

“존것 드릴게” 하는 말을 듣고서

헌것으로 샀는데

숨을 벌써 거두려 한다


부산에서 고칠 수 있을까

오늘 새로 사야 할까


깜빡깜짝하는 무릎셈틀한테

고맙다고 말을 한다

아침 빗소리를 듣는다


2025.6.14.

※ 무릎셈틀 : 노트북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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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나한테 책이란



나한테, 어린 여덟 살 적에

책이란 뭔지 모를 반듯한 종이묶음

“저거 헌것(폐품)으로 내면 무게 나가겠다!”


나한테, 이제 열 살 적에

손수건 챙겨 곱게 읽는 동무를 만나

책이란 참 놀라운 꾸러미


나한테, 어느새 열여덟 살 적에

어른이란 먼발치에 없는 줄 알려주는

푸른숲이 고스란한 나무 한 그루


스무 살을 넘으면서는 이야기동무

서른 살을 지나면서는 살림이웃

마흔 살을 거치면서는 사랑씨앗

쉰 살을 만나면서는 내 발자국


2025.6.8.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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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내 신



맨발로 서울 북한산을 오르고

고무신으로 제주 한라산을 오르면

발바닥으로 이곳 땅빛을 느껴


여기는 흙냄새가 이렇구나

이곳은 흙빛이 이러하네


맨손으로 바람을 쓰다듬으면

맨손 맨발로 나무를 타면

나는 저 하늘 매랑 나란히

바람과 나무 이야기를 듣지


2025.6.1.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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