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서 돌아가는 길



16절 그림종이 한 꾸러미

아이들이 노래하는 고기 한 꾸러미

국으로 끓일 버슷 한 꾸러미

이렁저렁 가방에 넣어

질끈 어깨에 멘다.


1700원 버스삯 손에 쥐고

16시 40분 군내버스

언제 들어오나 기다린다.


저잣마실 마친 할매와 할배

저마다 이녁 마을 돌아갈

버스 꽁무너 기다린다.



4347.11.1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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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꽃



꽃을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으면

꽃은 나한테

노래를 들려준다.


나무를 마주하면서

살며시 쓰다듬으면

나무는 나한테

도란도란 속삭인다.


말 한 마디 가다듬어

사랑하는 동무한테

살가이 건네려고

내 숨결을 싣는다.



4347.10.3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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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셋째가 간밤에

벼락과 큰비를 몰고

두 달 만에

허둥지둥 찾아온다.


손바닥에 얹어

핏덩이 냄새를 맡다가

집 옆

무화과나무 둘레를

꽃삽으로 판다.


작은 숨결을 묻는다.


아직

네 이름을 짓지

않았는데.



4347.10.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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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0-23 22:49   좋아요 0 | URL
아~ 귀한 아기 명복을 빕니다.

2014-10-24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디어



배기가스 매캐한 도시에서는

버스 창문 꼭꼭 닫고

에어컨 돌려야

문화이고 문명이면서

더위를 이기지만,


들바람 맑고

숲바람 싱그러운

시골길 달리는 버스라면

에어컨 없이 창문바람이

즐거운 삶과 사랑인데,


요새는

시골에서도

구월 한복판쯤 되어야

드디어 에어컨을 끈다.



4347.9.1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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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야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며

새가 날고

개구리가 울더니

꽃이 피고 지면서

열매가 익어

잎은 푸르고

흙은 포근하며

아이들은 뛰논다.


풀잎 몇 뜯어

밥을 차린다.


햇살이 드리우고

구름이 흐른다.


고요하면서 빛나고

시끌벅적하면서 밝더니

어느새 해가 진다.


하루가 흐른다.



4347.4.2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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