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7.2. 어느 만큼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일손은 어느 만큼 건사할 수 있는가 하고 돌아보면, 하루하루 즐겁게 여밀 만큼 다루는구나 싶습니다. 살림을 돌보고, 일을 하고, 아이들하고 놀고, 온집안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풀꽃나무랑 해바람비를 바라보고, 별빛을 느끼고, 빨래를 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책숲을 건사합니다.


  쟁이듯 그러모은 꾸러미랑 책을 차곡차곡 제자리에 놓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책살림은 언제나 곁에서 기다립니다. 기다리고 지켜보고 바라봅니다. 숲노래 씨 손길이며 눈길을 기다리면서 받기도 하지만, 고라니랑 꿩이 둘레에서 지나가면서 노래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합니다. “책한테 무슨 귀가 있어서 새노래를 듣느냐?”고 나무라는 분이 있을 텐데, 책은 우리 발자국 소리를 느끼고 알아듣습니다. 우리가 손을 뻗어 사그락사그락 한 쪽씩 넘기는 손길을 느끼고 기뻐합니다.


  밥을 먹으며 손에 쥐는 수저도 매한가지예요. 밥그릇이며 솥도 똑같습니다. 모두 우리 손길하고 숨결을 느낍니다. 돌이랑 물한테 숨결이 없다고 여기나요? 풀한테는 눈코귀입이 없고 소랑 돼지랑 닭한테만 눈코귀입이 있다고 여기지는 않나요? 낫으로 슥슥 그을 적에 아파하는 풀은 없지만, 부릉부릉 시끄럽게 울리며 밀어대는 짓에는 모든 풀이 아파서 눈물을 흘립니다.


  말이란, 마음을 담은 소리이자 물결입니다. 말 한 마디에도 숨결이 서립니다. 아무 말이란 없어요. ‘아무’가 아닌 ‘우리 마음’을 담는 말입니다. 말을 아무렇게나 읊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마음을 아무렇게나 팽개쳤다’는 뜻입니다. 말씨 하나로도 마음을 얼마든지 느끼고 읽습니다. 그래서 책이란, 사르르 펼쳐서 첫 줄부터 끝 줄까지 훑으면서도 읽지만, 가만히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면서도 읽습니다.


  눈속임을 하는 책은 슬쩍 보거나 만지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을 담은 책도 슬쩍 보거나 만지기만 해도 알 수 있어요. 눈가림을 하는 책은 한 쪽씩 읽으면서도 훤히 느끼고, 사랑을 펴는 책은 한 쪽씩 읽으면서 눈물웃음으로 밝게 느낍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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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6.26. -랑 -하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마감글 하나를 드디어 매듭을 지어서 보냅니다. 담가 놓은 빨래를 곧 해야겠습니다. 바삐 마칠 일은 했으니, 아침까지 내린 빗물이 고였을 책숲으로 가서 빗물을 치워야지요.


  지난밤하고 새벽에 문득 ‘-랑’이라는 토씨에 ‘-하고’라는 토씨를 새삼스레 돌아보았습니다. 이름씨(명사)나 움직씨(동사)나 그림씨(형용사)만 말밑(어원)을 살피지 않습니다. 토씨에도 말밑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태 우리말 토씨가 어떤 말밑인지 살핀 일은 아예 없다시피 했다고 느껴요.


  토씨 ‘-랑’은 ‘라’가 말밑이고, ‘-하고’는 ‘하다’가 말밑입니다. 이 실마리를 갈무리하고 보니 하루가 훅 지나가더군요. 으레 ‘-랑·-하고’를 입말(구어)에서 쓰고 ‘-과·-와’를 글말(구어)에서 쓴다고 가르지만, 오랜 우리말은 ‘글씨가 없이 말씨만 있’어요. 글하고 말을 갈라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말을 마주하고 바라볼 적에 삶을 마주하고 바라볼 수 있어요. 말이랑 삶을 하나로 마주하고 바라볼 수 있으면, 누구나 스스로 사랑에 숲에 살림에 빛을 품고 나누는 실마리를 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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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6.23. 쓱쓱싹싹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나흘에 걸쳐 내리 책숲손님을 맞이합니다. 이동안 말꽃엮기(사전편집·교정)는 하나도 할 수 없고, 집안에 쌓은 책을 치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태 미룬 책숲은 쓱쓱싹싹 치우고 추스릅니다.


  새삼스럽지만, 벌여놓고서 안 치우거나 안 추스른 살림이 참 많습니다. 다만, 차근차근 하면 됩니다. 서두를 마음은 접고서 하나씩 느슨히 할 노릇입니다. 한자말로는 ‘청소’일 테지만, 어릴 적부터 으레 듣고 쓰던 쉬운 우리말로는 ‘쓱’이나 ‘쓱쓱’이나 ‘싹싹’이나 ‘쓱쓱싹싹’입니다. 설마 싶어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살피니 ‘쓱쓱싹싹’은 올림말로 없습니다. 사람들이 아주아주 옛날부터 으레 쓰는 수수한 살림말이지만, 말꽃지기(국어학자) 눈에 여태 안 걸렸다고 여길 만합니다.


  며칠 동안 쓱쓱싹싹 하고 보니 등허리가 결리지만, 살짝 누우면 얼마든지 곧게 펼 만합니다. 오늘은 빨래를 두 벌 했고, 집일도 추슬렀고, 아직 글일이나 말꽃일은 한참 미루었으나, 느슨히 이따가 하자고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7월부터 고흥에서 어린이·푸름이·어른하고 ‘노래꽃수다(시창작 + 시골살림 누리기)’를 열다섯걸음으로 폅니다. 고흥살이 열세 해에 걸쳐 고흥에서 고흥 이웃하고 ‘이야기꽃(강의)’을 제대로 펴기로는 이제 두 판째입니다. 시골 어린이·푸름이·어른은 “이 시골에서 뭔 노래꽃수다(시창작 수업)냐 여길는지 모르나, 오히려 시골이기에 더더욱 노래꽃수다를 펴면서, 이 시골빛을 저마다 스스로 노래로 얹는 눈빛과 손빛을 가꿀 일”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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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6.18. 밤빛 별빛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인천하고 서울에서 이야기꽃을 펴고서 고흥으로 돌아왔습니다. 시외버스에서 글을 쓰려고 무릎셈틀을 챙겨서 자리에 앉았지만, 한나절(네 시간)을 고스란히 꿈마실로 보냈습니다. 남은 30분을 책읽기로 보내다가 하루쓰기(일기)를 조금 하고서 내렸어요.


  이제 인천에서도 서울에서도 밤하늘 별빛을 누리지 못 합니다. 날마다 밤별을 바라보지 않는 터전일 적에는 별이 어떠한 숨결로 우리 삶에 이바지하는가를 잊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 내내 쇳소리(자동차 소음)에 길드는 판이니, 첫여름에서 한여름으로 달리는 이즈음 바람맛이 어떻게 바뀌면서, 개구리랑 풀벌레랑 새가 어떻게 달리 노래하는가를 들려주더라도, ‘얘기를 듣는 귀를 넘어, 마음에 이야기씨앗이 깃들기는 어렵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흔하고 너른 낱말 하나에 흐르는 온누리(우주)를 헤아리지 않을 적에는, 말밑(어원)을 아무리 파거나 익힌들 우리 삶으로 녹이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오늘날 서울아이(도시아이)는 ‘별’을 볼 겨를이 없고, 맨눈으로 별빛을 만나지 못 하는 잿집살이(아파트생활)인 터라, 더더욱 ‘별 이야기’가 뜬구름을 잡는 소리일밖에 없습니다.


  진작부터 알기는 했지만, 숲(자연)을 잊고 잃은 이웃님한테 숲말·삶말·살림말·사랑말을 들려주는 글이나 말은 그저 부질없을 만하겠다고 뼛속 깊이 느꼈습니다. 하루 가운데 1분조차 풀노래나 새노래를 들을 틈이 없는데, 개구리를 손바닥에 얹고서 눈을 마주칠 겨를이 없는데, 나비를 손등에 앉히고서 빙그레 웃음짓는 짬이 없는데, 구름이 구르는 빛결을 읽을 새가 없는데, ‘말이 왜 말이고, 말이 어떻게 마음을 바꾸는가’를 다루는 이야기는 ‘오히려 오늘날 삶하고 동떨어진 소리’로 여기기 쉽겠구나 싶어요.


  꽃그릇에 심는 ‘이쁜꽃’이 아니라, 시골이고 서울이고 틈새를 찾아 씨앗이 깃들어 자그마니 오르는 ‘들꽃·길꽃’하고 상냥하게 어울리는 하루를 보내는 이웃님이 터무니없도록 적은 터라, ‘숲을 숲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책’을 펴내려는 일꾼이 그야말로 드물고, ‘숲을 숲으로 속삭이는 이야기책’을 선뜻 알아보고서 읽고 나누는 이웃도 아주 드물겠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다음달에 서울·인천으로 이야기마실을 갈 적에 들려줄 셈으로 ‘시골 개구리 노랫소리’를 2분 동안 손전화에 담았습니다. 저녁 일곱 시부터 새벽 세 시까지 쉬잖고 개구리 노래잔치를 누리는 하루를 잊은 마음에는, 서로 사랑으로 마주하는 새빛을 꿈씨앗으로 품는 길도 잃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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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6.12. 돌아와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바라고, 바라는 사람은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은 바람을 마시고, 바람을 마시니 바다에서 피어난 구름을 받아들이고, 구름이 뿌리는 빗물을 받아들이니 배가 든든하면서 반기고, 반가이 일어나는 마음은 새삼스레 오늘을 바꾸는 바탕을 이룹니다.


  멀리 있는 땅은 ‘밭’이 아닙니다. 요새는 ‘먼밭’도 일군다지만, ‘밭다·바투’라는 낱말처럼, 보금자리 곁에 붙은 땅만 ‘밭’이라 했습니다. 바탕을 이루는 삶이란 먼발치에서 찾는 길이 아닌, 언제나 스스로 ‘내가 나를 바라보는 마음(바람)’에서 일어나는데, ‘바라다·바람’이란 ‘파랑·하늘바람’하고 맞물립니다.


  이런저런 ‘흔하고 쉬워 수수한 우리말’을 혀에 얹고 생각을 기울이면 모두 스스로 저마다 다르기에 즐겁게 이룹니다. 부산에서 이틀을 묵고 고흥으로 돌아온 엊저녁부터 꽤 길게 드러누웠어요. 온몸을 펴야 살아나거든요. 다가오는 흙날(6.17.)에는 서울로 가고, 어쩌면 해날(6.18.)에는 인천으로 건너가서 “우리말 말밑수다”를 이을 듯싶습니다.


  보름에 걸쳐 ‘길나무(가로수)’ 이야기를 “그림책 밑글”이자 ‘짧은 동화’로 썼습니다. 곁님이 곰곰이 읽고서 한 마디 들려줍니다. 살을 확 붙여 ‘소설’로 바꾸든지 ‘이야기’를 더 처내어 단출히 하라고 얘기합니다. 마당에 빨래를 널며 생각해 보는데, 둘 다 해야겠구나 싶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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